"카리테스" 입에 착착 붙는 발음은 아닙니다. 2019년 창단한 "카리테스 앙상블"에서 비올라를 맡고 있는 이준서님이 농담을 던지시더라고요. "카스테라가 아니라 카리테스"라고요. Charite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우아미의 화신들이랍니다. 보티첼리의 명화 속 하늘거리는 망사드레스를 입은 여신들이 카리테스겠네요.

이름처럼 카리테스 앙상블의 창단연주회는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연주자들이 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레파토아 선택으로 '카리테스'스럽게 진행되었답니다.

창단멤버 다섯 분 모두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대 동문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은 서울대 졸업 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현재 청주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으로 활동중이고, 비올리스트 이준서는 현재 양주시립교향악단 수석인데 이 날 진행과 해석까지 담당해주었습니다. 청중을 편안하게 해주는 친근한 매력적인 화술이 돋보이는 분이셨어요. 이날 연주한 곡에 대한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로서 각 곡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작곡가는 어떤 특성이 있으며 시대적으로 어떤 음악 특색이 있는지를 아주 쉽게 풀어 전달해주어 청중으로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첼리스트 배기정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 박사로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합니다. 플루이스트 이지연과 클라리넷의 김태선 역시 이날 연주를 통해 목관악기만의 매력을 청중에게 제대로 전했습니다. 매료당했습니다.

1부에서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String Trio in B-Flat Major, D.471," 3중주 곡으로 시작하여 크로머의 "Flute Quartet in F Major, Op.17"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2019년 창단이라지만 다섯 명의 멤버들이 이전에도 협연 자주하며 음악적 교류를 해왔기에 플루트와 현악기의 호흡이 너무나 잘 맞더군요.

15분 인터미션 이후 선사해준 곡은 빌라 로보스의 "Choros No.2 for Flute & Clarinet"이었습니다. 해설을 담당해준 비올리스트 이준서에 따르면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짧은, 그러나 연주하기 무척 어려운 곡"이라 했습니다. 브라질 국적의 작곡가가 브라질 민속음악의 모티브를 활용해 만든 곡이라고는 하는데 이국적이나 난해하게 들렸습니다. 마지막 곡으로는 헨릭 크루셀의 "Quartet No.1 in E-flat Major for Clarinet, Violin, Viola and Cello, Op.2"를 연주해주셨는데요, 객석에서 '듣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놓을만큼 환상의 호흡으로 연주하시더군요.

앵콜곡도 물론 준비해주셨어요.

그. 런. 데......

다들 왜...청중은 그리....급하셨어야 했나요? 연주 진행중에 어찌나 스마트폰 셔터를 곳곳에서 내내 눌러대는지 기가 찰 노릇이었어요. 스마트폰 벨로 온 객석을 떠나가게 시끄러운 소리로 방해하신 건 고의가 아니었으니 넘어가도, 연주 중에 그렇게 사진 촬영, 동영상 촬영을 했어야 할까요? 가장 뒷줄 좌석에 앉아서 보는데 괴로울 지경으로 셔터 소리가 거슬리고 스마트폰 화면의 불빛에 산만해졌습니다. "카리테스"의 우아미와 맞지 않는 집단 스마트폰 찰칵 증세라고 해야할까요?

평소 현악& 목관, 90분 물 흐르듯 보내고 성남아트센터 건물을 빠져나왔습니다. 미세먼지가 고농도 습격이라지만 아름다운 선율로 마음을 정화시키고 나와서인지 야경이 깨끗하게 느껴졌습니다.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한다는 걸 알고도, 습관적으로 콘서트홀로 올라갔더랬지요. 다음 공연 8월 22일에도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한답니다. 이 때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을 들을 수 있겠네요. 날짜를 챙겨두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