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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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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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기를 10달간 아기집에 품는다는데, 박재규 카피라이터는 무려 10년간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네요. 2004년 시작된 이야기를 2014년 늦봄에 다시 깨워내고,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과 협업해서 2015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따뜻한 제목에 120개의 위로를 담아서. ‘산책길에서,’ ‘향기나는 사람,’ ‘외면의 끝에는,’ ‘비로소의 어른’이라는 시적인 제목의 챕터 아래 수수께끼같은 단어 120개가 나열됩니다. 모두 박재규 작가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에 대한 따뜻한 충고를 담고 있지요.

 

 

 

 

 

도미노 / 착각 / 꿈Ⅰ / 이유Ⅰ / 지속 / 걸음 / 판단 / 산책Ⅰ / 빛Ⅰ / 집착Ⅰ / 평수 / 사랑 / 산책Ⅱ / 천대 / 비결 / 유턴 / 결별 / 건축물 / 천국 / 중력 / 산수 / 장점 / 순간 / 사람 / 발견 / 경계선 / 반경 / 단정Ⅰ / 색Ⅰ / 빛Ⅱ / 수단 / 소유 / 진실 / 몸값 / key / 아이러니 / 자연 / 갑질 / 가치 / 우선순위 / 직감 / 알람 / 탐욕 / 패션 / 약점 / 색Ⅱ / 도전 / 신중 / 차이 / 풍경부자 / 라인 / 악순환 / 퍼즐 / 업 / 익숙 / 길 / 향기 / 삼각형 / 미로 / 자존 / 대비 / 보답 / 모드 / 관문 / 다람쥐 / 시소 / 성장 / 데미지 / 감사 / 얼룩 / 태도 / 소진 / 욕구 / 약속 / 23.5° / 라벨 / 잔고 / 가족 / 욕 / 궁지 / 집착Ⅱ / 키핑 / 비상구 / 인연 / 상생 / 광 / 창조 / 프로 / 단정Ⅱ / 현실 / 행동Ⅰ / 꿈Ⅱ / 극복 / 집중 / 달걀 / 자아 / 발전 / 자격 / 직선 / 뉴스 / 분노 / 일희일비 / 커트 / 척 / 역사 / 행동Ⅱ / 이유Ⅱ / 독재 / 악플 / 속박 / 구분 / 자력 / 터닝포인트 / 해결 / 경청 / 지옥 / 기억 / 질주 / 취급주의 / 인연Ⅱ

 

 

 

책장을 빨리 넘기기엔 박재규, 조성민 작가에게 미안해지는 <위로의 그림책>, 음미할수록 새록새록 의미가 생겨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느림의 미학’은 이 아름다운 책을 관통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에는

그 만의 맛이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삼키는 음식에서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박재규 작가의 문장을 무중력 상태로 걷는 우주인으로 표현(표지 일러스트레이션)해낸 조성민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두 작가의 협업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독자를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조성민 그림작가는 박재규 작가가 10년동안 <위로의 그림책>으로 가는 반석 다듬기부터, 생각의 탑 쌓기까지의 궤적을 지켜본 유일한 이랍니다. 그는 박재규 작가의 위로에서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맛을 음미해냈나봅니다. "느긋하고 희망적인 위로의 맛, 씁쓸하지만 제가 살아온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맛"이라고 에필로그에 적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재규 작가가 때론 돌직구 던지듯 독자의 속내가 뜨끔하도록 우리 마음을 들춰주고, 동시에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써 달콤쌉싸름한 맛 내기, 참 어려운데 말이죠. 
 

 


 

OECD 국가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타이틀, 대다수 국민들 내려놓고 싶어할 것입니다. 왠지 이 문구가 큰 위로와 힘이 될 것 같네요. 우리는 "아기를 낳는다 (give birth to)"란 표현을 쓰고, 아기가 언제 세상에 태어날지 점 봐서 '받은 날짜'에 인의적으로 맞춰 낳기도 하지만, 기다려 주면 뱃 속의 아기는 스스로 나올 때를 알고 신호를 준다고 하네요. 결국 아기 스스로도 노력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참으로 대견한 우리들.

 

*

"당신은

 

당신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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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은 참고서처럼 A-Z의 순서로 읽기보다는 마치 포춘쿠키(fortune cookie)의 글귀를 만나듯,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펴서 읽어나가도 좋을 듯합니다. 우연하게 주어진 메시지가 인생의 큰 울림이 될지도 모르지요. 지금 방금 제가 편 페이지에는 “패션의 완성은 // 손에 책”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네요. 피식 웃습니다.

 

물론 박재규 작가의 인품이나 120개의 위로를 관통하는 인생철학을 탐색하며 읽는 재미도 좋겠지만요. 전 앞으로도 <위로의 그림책>을 가까이 두고, 포춘 쿠키 쪼개 먹듯 의외성의 메시지에 행복해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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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2015-04-1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즐겁게 연주해요! 국민서관 그림동화 169
가브리엘 알보로조 글.그림, 김혜진 옮김 / 국민서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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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연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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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영유아용 국민비디오와 같았던 Baby Einstein의 "Meet the Ochestra"를 많이도 듣고 보았지요. 아이들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과 함께 좀 더 경쾌해진 해석의 클래식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이 후로도 사단법인 꾸러기 예술단의 "봄의 소리 왈츠"라든지, 꾸러기 음악회는 해마다 찾았어요.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 공연장이나 클래식 음악의 문턱이 그리 높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고마운 공연이었지요. 그 연장선에서 <즐겁게 연주해요!>란 그림책도 참 고마운 책이랍니다.  꼬마들에게 오케스트라 악기들과 그 다채로운 소리, 구분법과 연주법들을 자연스레 가르쳐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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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가브리엘 알보로조는 마음씨 넉넉해보이는 노년의 신사, 지휘자를 등장시켜 오케스트라 소개를 해줍니다. 지휘봉을 들고 꼬마들에게 부드럽게 제안하네요. "우리 함꼐 오케스트라에 대해 알아볼까요?" 노란 병아리만큼이나 귀여운 꼬마들은 지휘자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 다니며 오케스트라 악기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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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타악기! 힘차게 북을 치니 활기가 하늘로 치고 올라갑니다. 아이들의 표정도 더 밝아졌어요. 특히 심벌즈 소리는 하늘을 둥둥 울릴 지경이네요. 실로폰 소리는 맑고도 아름답지요. 작은 소리의 파편들이 하늘로 올라가 색종이처럼 나부끼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제 금관 악기를 소개합니다. 지휘자 할아버지는 먼저 금관악기의 정의를 내려주고 종류와 음색의 특징 연주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네요. 직접 소리를 들어가며 배우니 아이들의 귀에 쏙쏙 잘 들어오나봐요. 모두 지휘자 할아버지의 설명에 귀를 쫑긋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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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악기의 세계도 오묘하지요.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까지.....갑자기 Two Cellos가 연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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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알보로조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왠지 듀산 패트릭 그림의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 (원제: The Man with the Violin>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어요. 소리, 특히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악기가 내는 음의 세계를 개성적으로 시각화해주었지요. <즐겁게 연주해요>에서 각 악기마다의 소리를 어떤 색감과 질감으로 그려냈는지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즐겁게 연주해요!>를 아이와 읽고, baby Einstein의 교육용 DVD 중 바흐나 모차르트, "meet the orchesta"앨범을 보여준 다음, 매년 하는 꾸러기 음악단의 공연을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식 공연인지라 설명도 친절하고 공연장 분위기도 편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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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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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딴, 짓>을 탐독하는데 카톡 알림음이 울린다. ‘딴 짓 하다 네 생각이 난다는 지인’의 메시지에 <딴, 짓>이란 제목이 선명한 표지 사진을 찍어 보내며 혼자 킥킥 거린다. 저자 ‘강수정’이 말마따나 “딴짓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 딴짓은 세속적인 기준에서 생산적인 일들을 앞두고, 계량화하기도 어려운 비생산적인 일들에 유받아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딴, 짓>의 주관적 해독 결과, ‘강수정’에게는 ‘딴짓’은 직업의 연장으로서, 창작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려는 스트레스 해소(혹은 방지) 기제로 보인다. 수십 개의 조각이 비어있는 채로 180조각 퍼즐을 완성하려는 기분으로, 저자를 상상해본다. <딴, 짓>으로 염탐한 강수정의 첫 번째 정체성은 ‘일탈을 꿈꾸는, 불혹이지만 소녀 감성을 지닌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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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선 225mm 사이즈 하이힐을 소화하는 작은 발을 가졌기에 키가 꽤 작을 것이다. 61페이지에 실린 사진 속 늘씬한 여인이 저자일까 하는 고양이의 호기심은 225라는 숫자에서 잦아들었다. 또한 그녀는 불혹을 넘겨서도 여전히 ‘아가씨’란 호칭을 자연스러워하니 ‘아이가 딸린 엄마’가 아닌 독신여성일 것이다. 실제로 <딴, 짓>의 행간에는 이미 이십여 년 전에 만났던 옛 애인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묻어난다. ‘기독교 회관에서 그 남자를 보고 심장이 멈춘 듯 호흡이 잦아들었(딴짓 #26, 82-3쪽)’ 다든지, ‘그 남자와 함께 먹던 김치 수제비를 혼자 먹으려니 목 넘김이 힘들다(92-3쪽‘든지의 미련을 내비친다. 나아가 “내가 저버리는 것보다는 내가 버림을 당하는 편이 낫다(137쪽)”는 고백으로 아픈 연애사를 추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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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의 행간 읽기로 추정하건대, 작가 강수정은 열 살 난 여자아이와의 연상게임에서 자신을 “unexpected"란 단어로 규정 받고 공감의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자유롭고 싶어 한다. 현실적으로도 여러 의무관계에서 자유롭다. 대한민국의 그 많은 여성들을 진공흡입기처럼 빨아들인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로부터도 자유로워서 아이도 남편도, 자주 드나들어야 할 시댁도 없다. 관계에서 오는 의무에서 자유롭기에 그녀는 제주도를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들고,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자전거 타고 훌훌 떠나고, 인도와 일본 등 외국 여행을 자주 하며, 딴짓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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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칫 ‘오지랖’의 경계로 넘어가버릴 수 있는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함을 지녔다. 재료가 입안에서 따로 도는 7000원짜리 칼국수의 맛과 엉망인 서비스에 기사 정신을 느껴 칼국수 집 주인에게 장문의 충고문서를 써서 날리기도 하고(딴, 짓 #32 99쪽), 방음이 전혀 안 들리는 홑벽 집을 부동산 중개인에게 안내받는 와중에 “눈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설레하겠다(딴, 짓 #25 80-1쪽)”며 소녀 감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런데 오지랖으로 보이기보다는 엉뚱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40 나이인데도, 세상의 때로부터 스스로를 자정시켜온 명상자 같아 보인다고나 할까.

작가 강수정의 귀엽고도 성찰적인 딴짓 메들리로 이뤄진 <딴, 짓>에 소개된 316개의 딴 짓 중에 유독 “즉흥여행(딴, 짓 #12)"과 ”생명줄(딴, 짓 # 88)“이 훈훈한 사람냄새로 기억된다. 전자의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부산행 새마을호 하행선에서 손수건에 싸온 김치 도시락을 나눠먹는 노부부의 도시락 까먹는 소리에서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 ”생명줄“ 에피소드에서는 한라산 등산길에 걸려 있는 빛바랜 촌스러운 빨랫줄이 알고 보니 폭설로 길 잃을 뻔한 등산객들을 안내하는 생명줄이자 등대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경험을 담고 있다.

전직 기자이자 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사업가의 딸로 살면서 ‘육지 것’스러움이 배여있는 저자는 <딴, 짓>을 집필하던 와중에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해버렸다. 스스로에게 “촌스러운 육감”이 있다거나 ”전생에 소복한 눈송이였을지 모른다.“라는 다분히 무속적인 믿음을 내보이는 그녀가 한 눈에 반한 집이다. 독자로서의 육감으로 말하건데, 왠지 그녀의 양평 작업실 ‘벼리’에서 앞으로도 더 좋은 글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벼리의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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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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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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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마음에 괴롭게 담아둔 풍경이 있었다. 서너 명의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종종 이동중이던 차에 맞은편에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엄마와 마주쳤다. 사교언어의 폭풍이 지나고 "어디 가?"하는 의례적 질문을 받자, 유모차 끌던 엄마가 급 제안을 하더라. "저 아래 야채 가게 가는데......같이 안 갈래?"

*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둔기로 뒷통수를 맞은 듯 통증이 왔다. 오래가는 통증이다. 지금도 그 광경이 생각나니까.  다들 시간을 자본화(capitalize your time!)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사는데, 일견 소위 '유모차 부대'는 노동의무에서 면제된 듯 하다. '야채 가게 같이 가줄래?' 의 암묵의 메세지가 무례로 통하지 않을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듯 보인다. 사람들은 이들을 '유모차 부대'라고 부른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사회의 촘촘한 격자 그물 아래로 숨어 버린 인재들이다. 도대체 한국 사회처럼 대학 진학률 높은 사회에서 그 많던 고학력 여성들은 다 어디로 증발했을까? 그저 '아줌마 브런치 부대'니 '유모차 부대'라는 동질적인 집단 취급 받으며 사회적 삶의 수면 아래로 다 가라앉아버린 것일까? 통증이 다시 몰려 온다. 안타깝고 억울하고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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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대학 강단에서 교수직을 역임하다가 마음껏 읽고 쓰기 위해 개인 연구소에서 활동중인 김경집은 그런 '엄마'들에 주목했다. '주눅들고 움츠러 있지 말라고, 엄마들이 연대하면 그 파급력은 기막힐 거라고, 세상을 바꾸는 파도는 거대 담론이나 양복 부대의 정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그가 엄마들을 주 대상으로 펴낸 <엄마 인문학>을 읽었다. 엄밀히 이 책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좌(아마도 백화점 인문학 강좌?)를 활자한 것이다. 그래서 딱딱한 이론서라기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바깥 세상을 바라봐야 (p.214)"한다는 등,  입말의 정겨움이 살아 있는 강연집같다. 출판사 측에서 함께 보내준 미술관 전시 초대권과 볼펜 한 자루 역시 정감미 묻어난다. 이렇게 믿어주고 도닥여주는데 정말 불끈 주먹쥐고 일어나야할 것 같은 사명감마저 들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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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대한민국이 1997년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고, 2015년 현재 임계점을 한참 넘은 우리 사회, 특히 교육은 "망가질 대로 망가(p.6)"져 있다고 본다. "어느 시대던 임계점에 가면 리카도와 같은 인물이 나타납니다. 이런 사람을 찾아내서 격려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 (p.224)"인데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하다가는 감당하지 못할 부담으로 터지게 (p. 197)" 된다는 것이 저자의 위기의식이다. 나아가 그는 임계점을 넘은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최적기인데, 바로 그변화가 엄마들에서 시작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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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컷들의 피비린내 나는 혁명"과는 다른 엄마들의 조용한 혁명을 요청하며 그는 꽤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한 마디로 요약을 하건데, 그 동안 "엄마는 '읽히는' 존재를 넘어서 '읽는' 존재가 되어 (p. 292)"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김경집의 구체적 조언을 조금 더 소개해보자. 엄마들은 "골다공증만 걱정하지 말고, 내 삶의 뻥뻥 뚤린 구멍들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p. 271)" 생각하고, "'과학동아' 같은 아이들 잡지만 정기구독하지 말고 엄마들부터 문학잡지 정기구독해서 읽고 토론하라고 충고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집단을 동질화하여 살짝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삐딱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인문학자가 이토록 '대한민국 엄마들'의 잠재적 혁명력을 인정해주고 각성시키고 구체적 혁명법까지 인도하는가 싶어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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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때문에 꼭 엄마만 독자여야 한다는 강박을 던진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엄마 인문학>을 인문학 입문서로 음미할 수 있으리라. 저자는 인문학이 "단순히 문학, 역사, 철학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모든 분야를 망라한 학문 (p. 28)"이자, "인간의 문제를 되집어 보고 성찰하는 데 그치는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최고의 학문 (p.37)"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한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6회 강좌 주제에 따라 "역사, 철학, 예술, 정치, 경제, 문학"의 렌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세상 읽기의 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엄마 인문학>. '내 아이, 내 자식'을 위해서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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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 - 800만 권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에레즈 에이든 외 지음, 김재중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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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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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퀼리브리엄>(2002)에서 '반역자'로 사냥당하던 사람들, 정부에서 일괄 지급하는 약물 '프로지움'을 거부하고 아날로그의 삶을 고수하던 그들만큼이나 나는 디지털 까막눈이다. 그래도

 

"빅데이터" 가 대세라는데 조바심은 나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려는 보기는 했다. 막상 머릿속에 남는 것이라고는 빅 데이터가 데이터량 (Volume), 다양성 (Variety), 속도 (Velocity)의 3V로 요약되는 특성을 가졌다는 정도. 왠지 나의 삶과 세계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을 듯한 암호문 같아 굳이 정신을 집중해서 읽지도 않았는데,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은 달랐다. 메모해가며 읽고, 자료 찾아가며 읽었는데도 또다시 읽어보려 서가 가장 전면에 꽂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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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빅데이터는 부록 형식의 특별좌담에서 송길영(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언급했듯 "다루기에 너무 큰 (too big to handle)" 데이터이자, 앞으로 계속 커져나갈 것이며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에 자료로서는 고약한 녀석이다. 연구자 역시 '신호'와 '소음'을 구별해서 활용가능한 데이터로 재가공할만한 안목도 쉽게 갖추기 어려울테고. 특히 질적 연구방법을 강조하는 전통에 있는 학문은 인간세계를 수량화시켜주는 빅데이터와의 조우를 미뤄왔다. 하지만, <빅데이터 인문학>의 공저자인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스티스 미셸이 지적하듯, "빅데이터는 인문학을 바꾸고, 사회과학을 변형시키고, 상업 세계와 상아탑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p.17)"해줄 축복일 수 있다.  지적 열정이 넘치는 하버드대학의 두 과학자는 빅데이터는 '재앙보다는 축복'이라는, 아니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신세계를 창조해낼 것이라고 본다.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스티스 미셸은 역사적 도구를 관찰해주는 도구로서 "구글 엔그램 뷰어(Ngram viewer) "를 개발했고, 컬처로믹스(Culturomics)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창조해냈다. 이는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의 문화 개념과, 빅데이터를 지칭하는접미사로서의 '-오믹스- oimcs'를 겹합해낸 신조어이이다. 실제 그들이 제시한  엔그램 뷰어는 '듣도 보도 못한' 신개념 관찰도구이다. 검색창에 단어 하나를 입력하고(웹사이트 books.google.com/ngrams), 엔터만 치면 구글이 디지털화해온 800만 권의 책을 검색하는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암(cancer)과 열(fever)라는 단어를 앤그램 뷰어를 통해 검새해보면 디지털화된 대량의 텍스트를 정량적으로 분석해낸 매끄러운 곡선이 도표화되어 나온다. 아래의 표를 보면 19세기 초반만 하여도 cancer라는 단어는 거의 텍스트에 등장하지 않다가 20세기 후반을 기점으로 급증하며 사용된 반면 fever는 반대의 사용빈도경향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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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만 권이라 하면, 구글이 지난 2004년부터 디지털화해온 책 중 일부이자, 2010년 기준 추정치로서 전 세계에 존재한다는 1억 3000만여권의 책 중에는 더욱 작은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구글은 2020년까지 남은 1억여 권의 책을 모두 디지털화하리라 전망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문화의 렌즈로서의 '엔그램 뷰어'의 활약상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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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작권법이라든지 물리적인 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 디지털 아카이브에 포괄시킬 수 없는 물건들(3D 프린터가 대안이될 수 있을까?), 미출간 원고, 검색어로서의 성명과 오명 등의 장애물에 더해 여러 인식론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그중에서 일반 대중도 관심 가질만한 주제로는 업압과 검열이 빅데이터에 미친 영향이다. 저자들은 대표적인 억압의 사례로 나치의 독일문화통제 정책을 들고 있다. 실제 나치 괴헬스의 제국문화부에게 '퇴폐 미술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마르크 샤갈의 이름은 1936년과 1943년 독일어로 쓰인 텍스트에서 증발해버렸다. 하지만 헬렌 켈러가 독일 학생조직에게 쓴 편지에서 "책들을 불태울 수 있지만, 그 책들에 담기 사살은 오랜 시간 백만 가지 통로로 스며들었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리라(p.154)"고 말했듯이 샤갈을 비롯, 퇴폐미술가로 낙인 찍혔던 미술가들은 여전히 인구에 회자된다. 게다가 엔그램 뷰어를 활용하면 검열과 억압의 역사를 자동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현대사에서 천안문 광장 학살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억압당했는지는 엔그렘 엔터 한 번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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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은 단지 '문화 연구의 새로운 렌즈'로서의 엔그램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고 21세기형 방법론을 모색하려는 학자뿐 아니라, 통섭의 학문의 재미를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부록 형태로 실린 특별좌담에서 청전환(성균관대) 교수가 부러움을 솔직히 표현했듯이 에레즈 에이든과 장 바티스트 미셸은 학제간 상호작용에 야박한 한국 사회에서의 건조한 학문적 분위기와는 달리, 놀듯이 "좋아서, 좋아 미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재미를 보여준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을 가치와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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