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 - 800만 권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에레즈 에이든 외 지음, 김재중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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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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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퀼리브리엄>(2002)에서 '반역자'로 사냥당하던 사람들, 정부에서 일괄 지급하는 약물 '프로지움'을 거부하고 아날로그의 삶을 고수하던 그들만큼이나 나는 디지털 까막눈이다. 그래도

 

"빅데이터" 가 대세라는데 조바심은 나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려는 보기는 했다. 막상 머릿속에 남는 것이라고는 빅 데이터가 데이터량 (Volume), 다양성 (Variety), 속도 (Velocity)의 3V로 요약되는 특성을 가졌다는 정도. 왠지 나의 삶과 세계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을 듯한 암호문 같아 굳이 정신을 집중해서 읽지도 않았는데,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은 달랐다. 메모해가며 읽고, 자료 찾아가며 읽었는데도 또다시 읽어보려 서가 가장 전면에 꽂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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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빅데이터는 부록 형식의 특별좌담에서 송길영(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언급했듯 "다루기에 너무 큰 (too big to handle)" 데이터이자, 앞으로 계속 커져나갈 것이며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에 자료로서는 고약한 녀석이다. 연구자 역시 '신호'와 '소음'을 구별해서 활용가능한 데이터로 재가공할만한 안목도 쉽게 갖추기 어려울테고. 특히 질적 연구방법을 강조하는 전통에 있는 학문은 인간세계를 수량화시켜주는 빅데이터와의 조우를 미뤄왔다. 하지만, <빅데이터 인문학>의 공저자인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스티스 미셸이 지적하듯, "빅데이터는 인문학을 바꾸고, 사회과학을 변형시키고, 상업 세계와 상아탑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p.17)"해줄 축복일 수 있다.  지적 열정이 넘치는 하버드대학의 두 과학자는 빅데이터는 '재앙보다는 축복'이라는, 아니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신세계를 창조해낼 것이라고 본다.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스티스 미셸은 역사적 도구를 관찰해주는 도구로서 "구글 엔그램 뷰어(Ngram viewer) "를 개발했고, 컬처로믹스(Culturomics)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창조해냈다. 이는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의 문화 개념과, 빅데이터를 지칭하는접미사로서의 '-오믹스- oimcs'를 겹합해낸 신조어이이다. 실제 그들이 제시한  엔그램 뷰어는 '듣도 보도 못한' 신개념 관찰도구이다. 검색창에 단어 하나를 입력하고(웹사이트 books.google.com/ngrams), 엔터만 치면 구글이 디지털화해온 800만 권의 책을 검색하는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암(cancer)과 열(fever)라는 단어를 앤그램 뷰어를 통해 검새해보면 디지털화된 대량의 텍스트를 정량적으로 분석해낸 매끄러운 곡선이 도표화되어 나온다. 아래의 표를 보면 19세기 초반만 하여도 cancer라는 단어는 거의 텍스트에 등장하지 않다가 20세기 후반을 기점으로 급증하며 사용된 반면 fever는 반대의 사용빈도경향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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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만 권이라 하면, 구글이 지난 2004년부터 디지털화해온 책 중 일부이자, 2010년 기준 추정치로서 전 세계에 존재한다는 1억 3000만여권의 책 중에는 더욱 작은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구글은 2020년까지 남은 1억여 권의 책을 모두 디지털화하리라 전망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문화의 렌즈로서의 '엔그램 뷰어'의 활약상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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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작권법이라든지 물리적인 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 디지털 아카이브에 포괄시킬 수 없는 물건들(3D 프린터가 대안이될 수 있을까?), 미출간 원고, 검색어로서의 성명과 오명 등의 장애물에 더해 여러 인식론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그중에서 일반 대중도 관심 가질만한 주제로는 업압과 검열이 빅데이터에 미친 영향이다. 저자들은 대표적인 억압의 사례로 나치의 독일문화통제 정책을 들고 있다. 실제 나치 괴헬스의 제국문화부에게 '퇴폐 미술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마르크 샤갈의 이름은 1936년과 1943년 독일어로 쓰인 텍스트에서 증발해버렸다. 하지만 헬렌 켈러가 독일 학생조직에게 쓴 편지에서 "책들을 불태울 수 있지만, 그 책들에 담기 사살은 오랜 시간 백만 가지 통로로 스며들었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리라(p.154)"고 말했듯이 샤갈을 비롯, 퇴폐미술가로 낙인 찍혔던 미술가들은 여전히 인구에 회자된다. 게다가 엔그램 뷰어를 활용하면 검열과 억압의 역사를 자동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현대사에서 천안문 광장 학살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억압당했는지는 엔그렘 엔터 한 번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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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은 단지 '문화 연구의 새로운 렌즈'로서의 엔그램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고 21세기형 방법론을 모색하려는 학자뿐 아니라, 통섭의 학문의 재미를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부록 형태로 실린 특별좌담에서 청전환(성균관대) 교수가 부러움을 솔직히 표현했듯이 에레즈 에이든과 장 바티스트 미셸은 학제간 상호작용에 야박한 한국 사회에서의 건조한 학문적 분위기와는 달리, 놀듯이 "좋아서, 좋아 미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재미를 보여준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을 가치와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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