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Biography Magazine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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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이 생소하다는 이조차도 그 이름, 세 글자와 자주 마주친다. 최. 재. 천.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 (원제: Catching fire : how cooking made us human> 서문이나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 추천사에서 각종 대중 강연과 심지어는 <이 사슴은 내 거야> 등 어린이 그림책의 해설에서까지 그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최재천 교수가 비범한 팔방미인임은 익히 짐작했지만, 『 biography magazine Issue. 5』를 읽고 나니 그 다재다능함에 질투가 날 정도이다. 4형제의 맏이로 태어나 어린 시절 또래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마음껏 뛰놀았다. 책을 좋아해서 커서도 스스로 '책벌(閥)'이라고 자칭하는 그는 중학생 때는 시인을 꿈꾸며 문예반 활동을 하고, 고등학생 때에는 미술반을 하며 기대를 받았다고 한다. 군인이신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의예과를 목표로 재수하면서, 당구장과 볼링장을 드나들고 DJing을 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1지망인 의예과가 아닌 2지망인 동물학과에 붙었지만 말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동물학'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독문학?'이라고 되묻는 이들에게 굳이 부연 설명하지 않았을 정도로 최재천은 자신의 전공학문에 대한 애정도 자부심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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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3학년 말 평점이 2. 0 (4.3 만점)이 안 될 정도로 학업과 담을 쌓았던 그였지만 4학년 때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는 열심히 공부한다. 1979년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을 지도교수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남들 다 개미 연구를 할 때, 민벌레 연구를 주로 했다. 초등학교 문예반 시절부터 갈고 닦은 아름다운 문장력은 영문에서도 인정받아, 미국에 남을 수도 있었으나 서울대에서 교수 제의를 받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들과의 저녁 시간을 소중히 하는 부성으로 저녁 술자리를 마다하고 저녁은 집에서 아들과 함께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출세 못 한다"는 선배 교수의 따끔한 지적에 "이 땅에서 서울대 교수됐으면 출세 다 한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더라는 일화는 최재천 교수의 성품을 보여준다. 그는 집에 와 아이를 재우고 새벽까지 '자신만의 시간'에 많은 논문을 쓰고 강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성적 맞춰서 들어온 서울대생'에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가 되기까지> (<<서울대저널>>. 2015. 3)이란 기사 제목이 시사하듯, 최재천은 평점 2.0 미만의 평점의 학생에서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한국을 대표하는 진화생물학자로 활약하고 있으니 '대 반 전'의 성공스토리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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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신개념 잡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덕분이다. 1호 이어령을 시작으로 김부겸, 심재명, 이문열, 그리고 5호 최재천에 이르기까지 바이오그래피는 결월로 인물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장 이연대가 직접 심층 인터뷰를 하여 인물에 대한 밀도 높고 체온 느껴지는 기사를 중심으로 세련되고 감성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진 잡지이다. 여느 인물전과는 달리 잡지 형식을 빌려, 사진 등 인포그래픽의 비중을 높인 점도 마음에 든다. 유익하고 심도 있는데, 재미까지 있다. 편집진의 노고가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양장본 잡지이다.

이번 5호 덕분에 평소 관심이 컸던 최재천 교수의 삶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덤으로 진화생물학의 기본적인 개념 정도도 익혔다. 다음 6호에 소개될 인물이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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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컬러링북 아름다운 고전 컬러링북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글, 최연순 옮김, 이호석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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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컬러링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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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계 키워드로는 단연 '힐링 아트'로서의 '컬러링 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컬러링 달력에 엽서, 컬러링 대형 벽지 등등 다양한 컬러링 제품을 만나봤지만, 고전 컬러링북은 참신하다. 도서출판 '북로그컴퍼니'에서 '세상에 오직 한 권밖에 없는 나만의 고전 명작 만들기'를 모토로 기획하였는데, 완간되기도 전에 이미 중국과 대만에 판권을 수출했다니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출간된 '아름다운 고전 컬러링' 시리즈 3권 중, <어린왕자>를 만나보았다.

 

 

컬러링북인만큼 컬러링이 주를 이루고, '번역은 액세서리?' 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류! 파리에서 공부한 최연순이 번역을 책임졌다. 불어, 독어, 영어에 능통한 번역가는 프랑스어 원전은 물론이거니와 독일어 번역본까지 두루 참고하여 자연스럽고도 정확한 번역을 추구하였다. '어려서 읽었는데? '어린 왕자' 정도는 다 읽어본 책 아닌가?'하는 성인이라도 반드시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을 만큼 문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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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문학 소녀'니 '문학 소년'이라고 불려봤던 이 중에 <어린 왕자>를 '내 마음의 책'으로 꼽지 않을 이 있을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어린 왕자>, 불어 공부 5년 하고 원서로 읽었던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의 말을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따르며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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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가면서 챙겨가길 참 잘했다. <어린왕자 컬러링 북> 덕분에 아이들이 얌전히 잘 놀았으니까. 4살, 7살 꼬맹이들은 <어린왕자>의 문학사적 가치니 생텍쥐베리의 독특한 세계관 따위는 아랑곳 없다. 어린왕자가 실존한다고 믿는 아이들은 왕자를 예쁘게 치장해주는 데 온 정성을 쏟는다. 바오바브 나무는 미완의 여백으로 넘기더니, 어린왕자만큼은 열과 성을 다해 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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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장의 일러스트레이션 만큼은 꼬마들이 칠하기 전에 내가 채색하고 싶다.  사막에서 살아 돌아온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어른들)에게 '어린왕자'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가슴에 6년이나 묻었다는 동화 속 조종사는 사실 셍택쥐베리의 분신일지도 모르는데 ……. 꼬맹이들이 냉큼 칠해버리기 전에, 조종사만큼은 내가 천천히 색 입혀주고 싶다. 나 역시 그처럼, 말하느니 차라리 내 안에만 담아둔 꿈이 있기에 조용히, 천천히 그 꿈을 나누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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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컨설팅 - 대한민국 창업자를 위한
이준혁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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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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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에 종사할 만큼의 부지런함이나 치밀함이 없는지라외식업 창업하거나 컨설팅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창업자를 위한 외식업 컨설팅>을 집어 든 이유는 외식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외식 장소 선택할 때 어떤 항목을 눈여겨봐야 할지 깐깐한 소비자의 눈으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준혁이 쓴 <외식업 컨설팅> 을 다 읽어보니 이 책이, 위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한다는 결론. 관광경영학을 공부하고, 하야트호텔 웨이터를 시작으로 30여 년간 호텔, 외식 사업 분야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현재 상지대학교에서 외식경영론과 외식창업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다. 30여 년간 오직 외식업 한길만 달리며 외식업 성공을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저자가 하는 말은 충격적이게도, "식당 창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5)니……. 저자의 솔직함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저자는 말한다. 외식업으로 성공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으며, 창업 후 3년 내 폐점하는 식당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는다고. 그래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창업을 고려 중이거나 현재 외식업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대박 비결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폐업의 리스트를 줄일 수 있나'에 초점을 두었다니, '외식업 = 잘하면 대박'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든 독자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당혹감은 저자의 진정성 덕분에 곧 사라졌다. 행간에서, 외식업 종사(혹은 예비 종사자)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과 외식업 종사자가 지닌 자부심과 사명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총 7 챕터로 구성된 <외식업 컨설팅>은 먼저 업종 선정 및 입지 선정 등 창업준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부터 시작하여 운영 콘셉트에 맞는 인테리어, 마케팅, 종업원 관리, 상품 관리 등 현장에서 유용할 실용적인 충고를 전한다. 실제 저자가 현재 샤브샤브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희망창업연구소'라는 사설기관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외식업 컨설팅도 하고 대학 강의도 하는 만큼, 구체적 사례 중심의 정보가 실려서 독자의 귀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실전 컨설팅은, 저자가 실제 컨설팅해준 업체의 약점과 강점, 보완점들을 낱낱이 파악해주기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동종업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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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스스로 이 책을 깊숙이 이해했는지 자문을 던지려면, 저자가 제시하는 '이익에 관한 2개의 공식'의 차이점을 아는지 확인하면 된다. 매출 - 비용= 이익이라는 공식과 이익= 매출 -비용이라는 공식은 쌍둥이처럼 보이지만, 기저의 마인드가 다르게 작동한다. 그 차이점이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힌트를 주자면, 저자는 후자의 공식을 선호한다.

 

 

저자가 <외식 컨설팅>을 통해 진정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외식업이 쉽게 망하니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선배로서의 충고도 있겠지만, "지피지기 백전불태이니 철저히, 치밀하게 준비하고 창업하면 성공의 문이 보인다"란 희망적 메세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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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 강소천 제2동화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김영주 그림 / 재미마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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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강소천 동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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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 동화집: 꽃신>, 색동저고리에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그려진 표지는 5, 60년대 교과서를 연상시킵니다. 옛 느낌이 폴폴 납니다. 실제 이 동화집은 1953년에 발간되었다지요? 하지만 포마드 기름으로 2:8 가르마를 한 강소천 작가는 타임머신을 태워 2015년으로 모셔와도 어색하지 않을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네요. 그 기묘한 부조화에 더욱 끌려서 <꽃신>을 읽었습니다. 
 *

'한국의 안데르센'이라고도 칭송받는 강소천 작가는 1951년 단신으로 월남하여 평생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했다 합니다. 자신의 실향민 의식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더 많은 이들, 특히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동화들을 써서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을 겪는 많은 어린이를 어루만져주었지요. 그가 쓴 17편의 동화와 2편의 동시를 엮어서 낸 동화집, <꽃신>은 1953년 발간 당시 참 많은 어린이를 울렸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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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표제작 "꽃신"은, 혈육을 저 세상으로 타지로 떠나보냈을 1950년대 어린이들을 그렇게나 울렸다는데, 생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일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2015년의 어린 독자들이 읽어도 가슴 저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남편을 '아기 아버지께'라고 부르며 편지를 시작한 아내는, 편지 끝에서 "당신이나 나나 이젠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어요."라며 비극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전쟁터에 징집당해 나가 싸우느라, 아기가 백일을, 첫돌을 맞는 모습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남편을 아내는 하염없이 애절하게 기다리며 편지를 씁니다. 남편은 시내를 뒤져 샀다며 예쁜 꽃신을 보내주지요. 꽃신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는 남편이자 아기 아버지와 아내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그런 귀한 꽃신 한 짝을 아기는 잃어버렸고, "한 짝을 어쨌냐?"고 다그치는 엄마에게 두 돌을 바라보는 꼬맹이는 순진한 눈망울만 보입니다. 엄마는 매섭게 아기 볼기짝 두 대를 내리쳤습니다. 아기에게 화난 게 아닙니다. 사실, 서글픈 자기 운명,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 엄마로서의 부담감 등 복합적 감정에서 아기에게 손찌검했는데.....아기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던지, 자다가도 경기를 하던 아기는 시름시름 앓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한 짝의 꽃신마저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단란했을 신혼부부의 가정은 이렇게 무참히 깨져갑니다.  

*

이처럼 강소천 작가는 전쟁으로 인한 이별과 사별의 상처, 애끓는 향수를 아름다운 문체로 담담히 그려냈습니다. 17편의 동화와 2편의 동시를 관통하는 정서가 바로 그 애잔함입니다. 저는 특히 "그리운 얼굴"이란 작품에 울컥했습니다. 하모니카를 몹시 배우고 싶어 했던 명호가 형의 하모니카를 몰래 가져다가 독학하고 육군 병원 부상 군인 위문 공연에 뽑히게 됩니다. 형에게 하모니카를 빌려달라고 하자 형은 흔쾌히 승낙합니다. 하지만 정작 위문 공연하러 가는 당일 명호는 빈손입니다. 전쟁에 싸우러 군인으로 징집당해 나가는 형의 가방 속에 하모니카를 몰래 넣어두었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인 명호 자신을 그리워할 형에게 하모니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형은 군대에서 하모니카로 자신뿐 아니라 다른 군 동기들의 향수를 달랬다고 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형제애를 하모니카를 소재로 이렇게 담담히 그려내는 강소천 작가, 그래서 한국의 안데르센이라고 불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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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아픈데 ……, 그리워 미치겠는데, 미치겠는데 ……." 강소천 작가는 직설적으로 그 아픔을 표현하는 대신 서정적인 문체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감각으로 아픔을 승화시켰습니다. "방패연"에서 함경남도에 계실 할아버지가 미치게 그리운 인호의 꿈속에 잠자리 비행기가 북녘의 소식과 할아버지의 손편지를 전해주듯, 강소천 작가는 현실의 고통과 그리움을 환상으로 버무려 달래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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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은 1950년대 어린이의 끈끈한 우정을 맛보는 재미도 선사해줍니다. 독자는, 신문팔이의 약어라는 '신파'를 소재로 한 "신파연극"에서 인호와 득성이, 귀봉이와 명수가 왜 신문을 함께 파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빙그레 웃을 것입니다. 요즘 어린이들 꽤나 영악하고, 꽤나 물질주의에 물들었다지만, 그래도 강소천 작가님의 『꽃신』을 읽고 뜨겁게 타오를 마음은 간직하고 있겠죠? 스마트폰이나, 학습만화 대신 강소천 작가의 동화집을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라고 신신당부하고 싶습니다. 부모님들, 학습만화나 학습지, 논술교재도 좋겠지만, 재미마주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시리즈를 꼭 주목해주십사, 아이들에게 읽혀주시라고 당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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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도자인가 -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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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의 시선 누가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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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과 '성문 영문법'을 손 때로 절여 놓던 시절, 정치에 관심 없던 수험생의 귀에 유난히 '박영선'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렸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당시 방송인이었던 박영선 앵커를 좋아하셨다. 그 솔직함, 그 야무진 언변, 그 지성미 등 여러 이유에서……. 박영선 의원이 최근에 낸 에세이 <누가 지도자인가>를 읽고보니, 박의원의 매력과 능력을 묘사하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단어를 동원해야만 할 것 같다.

우선, 책 속 자료로 제시된 사진 속 박의원의 이마와 얼굴 옆선은 놀랄만큼 단정하고 유연하게 흐르고 있었다. 뚝심과 소신을 갖추었으면서도 부러지기 보다는 유연하게 뜻을 펴는(적어도 내가 <누가 지도자인가>만을 읽고 파악한 박의원은) 그녀의 정치성향을 얼굴선이 담아낸 듯 보였다. 어쩌면 메르스 사태로 국민이 정부에 실망하고, 저출산·고령화에 경제위기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기에 더욱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절실한 이 시기에 '리더쉽'을 탐색하는 에세이를 펴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영민함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고.......<누가 지도자인가>를 읽다보면, 한국의 노무현, MB, 박근혜 대통령부터 넬슨 만델라와 시진핑 주석까지 14명의 지도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박선영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에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자신의 정치철학이 어떠한지, 정계에서 어떤 신념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고 정치인으로서 원숙미와 지혜를 더해가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자화자찬으로 보이지 않기에 더 솔깃하게 들린다. 혼탁한 시대에 이런 시선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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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솔직하면서도 신중한 성격만큼이나 서문에서도 이 책의 집필계기뿐 아니라 '시점'의 강점과 한계를 스스로의 입으로 밝힌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대해 나 자신부터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5쪽)"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7쪽)" 애썼으나, "주관적 토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의 감각으로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닌 것들" 등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고 적었다.

 

사실 정계입문 전 20년간 기자와 방송인으로 활약해온 박영선 의원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적어내려간 14인의 인터뷰를 실은 순서와 수록된 사진만 보아도 박영선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팔굽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록된 사진 중, 환하고 자연스러운 박의원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사진과 냉랭한 표정의 사진은 둔한 독자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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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은 대선후보 토론회가 있던 2007년 12월 6일, 자신을 못 본 척 하는 BBK MB에게 "저를 똑바로 못 보시겠지요?"라고 얘기했다한다. 더 가관은 이명박 후보가 "저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라 말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돈다고 한다. 박영선 의원을 소위 '생까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는 박의원에게 악수를 청하였고, 박의원은 "기꺼이 악수를 받아 주었다 (214쪽)"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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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표정만큼이나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글에는 냉기가 서려있는데 반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많이 다르다. 정치인으로서의 화장(make-up)을 불편해했고, 파자마와 안경 쓴 모습을 애써 국민에게 감추려하지 않았던 소탈함을 잘 잡아내서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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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누가 지도자인가>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저자로서의 박영선 의원의 촉이 살아 있는 장은 노무현, 문재인, 이명박, 박근혜에 관한 장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같은 여성 정치인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가로서의 교집합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갖게되는 양날개의 의견을 다 보여주고 있다. 1994년,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를 맞아 진행한 박근혜 이사장(1994년 당시)과의 인터뷰에서 하얀 원피스나 신비감을 주는 비원이라는 공간적 배경 선택이 치밀한 정치적 무대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특유의 '진지전(Position Warfare)'나 '수첩공주'라는 별명의 유래 및 '박근혜식 사람쓰기,' '동물의 왕국' 시청 이유, '3시간 반의 협상을 3문장으로 버티는 대단한 일관성'을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래도 첫 여성원내대표로서 첫 여성대통령에게 소망스러운 문구를 남기며 글을 맺는다. "영원한 여성다움이 우리를 이끈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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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정동영 의원에 대한서는 박선영 의원의 남편을 소개해준 사람이자, MBC선배이자, 자신을 정계로 이끈 정치선배로서 깍듯이 예우하며 글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할 때 세웠던 날이 선 저널리즘의 문장이 정동영 의원을 묘사할 때는 부드러워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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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밀도 높은 분석을 보여서 흥미로웠다. '사람이 먼저 (Putting People First)'를 정치적 화두로 내세운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문재인을 압축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10여년 정치인생에서  대의를 위해 때로는 시류를 거스를 수 없었던 저자의 경험과 중첩시키며, 박의영선은 문재인 의원에게 공감을 보인다. 정계입문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문재인의 행보를 '운명의 힘,'이나 '운명의 바위' 등의 문구로 묘사한다거나, 정계에서 '내 자리가 아닌' 듯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문지방 상태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다. 가장 인상깊은 한 문장은 문재인이 "현실정치라는 탁한 물에서 다시 연꽃으로" 피어 오르고자 할 때 "문제는 그 연꽃을 받쳐주며 탁한 물을 덮어줄 연잎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누가 문재인의 연잎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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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전 당대표나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시선은 한 마디로 '따뜻함'이라 해야할까?  '저녁이 있는 삶'에서 '곰팡이론,'  백련사 부근 개울가에서 손빨래하는 손 대표 부인의 묘사에까지 그 따뜻함이 살아 있다. 박영선은 정치에 대한 욕심을 곰팡이라며 애써 닦아내는 손 대표에게 세상이 자꾸 손짓을 한다며, 백련사 주지 스님의 말도 인용한다. "2년을 채우지 않으려면 (백련사에) 오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께서 왔으니 1년으로 줄여야겠네요."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초선의원으로서 국회와 정당에서 "많은 것을 안철수 의원에 대한 박영선 의원의 시선은 다음의 한 줄로 가장 잘 압축될 것 같다. "배운다는 말은 훌륭함을 본받다는 뜻이지만, 종종 악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을 체득하는 것이기도 하다.(189쪽)" 현실정치를 '탁한 물'이나 '악한 것'에 비유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왜 정치인 10년차 박영선 의원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우면서도, 박영선 의원이 그 탁한 물을 정화시킬 힘을 보여주고 계속 키워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박영선 의원이 14인의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듯 독자로서 박영선 의원에게도 기대를 지워주고 싶다.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189쪽의 '많을 것'은 '많은 것'의 오기입니다.

35쪽의 '고수기'역시 2판 인쇄에서는 '고수이기'로 수정해야하지 않을까요?*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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