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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도자인가 -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7월
평점 :
'수학의 정석'과 '성문 영문법'을 손 때로 절여 놓던 시절, 정치에 관심 없던 수험생의 귀에 유난히 '박영선'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렸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당시 방송인이었던 박영선 앵커를 좋아하셨다. 그 솔직함, 그 야무진 언변, 그 지성미 등 여러
이유에서……. 박영선 의원이 최근에 낸 에세이 <누가 지도자인가>를 읽고보니, 박의원의 매력과 능력을 묘사하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단어를 동원해야만 할 것 같다.
우선, 책 속 자료로 제시된 사진 속 박의원의 이마와 얼굴 옆선은 놀랄만큼 단정하고 유연하게 흐르고 있었다. 뚝심과
소신을 갖추었으면서도 부러지기 보다는 유연하게 뜻을 펴는(적어도 내가 <누가 지도자인가>만을 읽고 파악한 박의원은) 그녀의 정치성향을
얼굴선이 담아낸 듯 보였다. 어쩌면 메르스 사태로 국민이 정부에 실망하고, 저출산·고령화에 경제위기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기에 더욱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절실한 이 시기에 '리더쉽'을 탐색하는 에세이를 펴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영민함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고.......<누가
지도자인가>를 읽다보면, 한국의 노무현, MB, 박근혜 대통령부터 넬슨 만델라와 시진핑 주석까지 14명의 지도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박선영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에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자신의 정치철학이 어떠한지, 정계에서 어떤 신념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고 정치인으로서 원숙미와
지혜를 더해가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자화자찬으로 보이지 않기에 더 솔깃하게 들린다. 혼탁한 시대에 이런 시선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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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솔직하면서도 신중한 성격만큼이나 서문에서도 이 책의 집필계기뿐 아니라 '시점'의 강점과 한계를 스스로의
입으로 밝힌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대해 나 자신부터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5쪽)"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7쪽)" 애썼으나, "주관적 토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의 감각으로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닌 것들" 등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고 적었다.
사실 정계입문 전 20년간 기자와 방송인으로 활약해온 박영선 의원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적어내려간 14인의 인터뷰를
실은 순서와 수록된 사진만 보아도 박영선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팔굽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록된 사진 중, 환하고 자연스러운
박의원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사진과 냉랭한 표정의 사진은 둔한 독자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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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은 대선후보 토론회가 있던 2007년 12월 6일, 자신을 못 본 척 하는 BBK MB에게 "저를 똑바로 못
보시겠지요?"라고 얘기했다한다. 더 가관은 이명박 후보가 "저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라 말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돈다고 한다.
박영선 의원을 소위 '생까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는 박의원에게 악수를 청하였고, 박의원은 "기꺼이 악수를 받아 주었다
(214쪽)"고 한다.
사진 속 표정만큼이나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글에는
냉기가 서려있는데 반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많이 다르다. 정치인으로서의 화장(make-up)을 불편해했고, 파자마와 안경 쓴 모습을
애써 국민에게 감추려하지 않았던 소탈함을 잘 잡아내서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개인적으로 <누가
지도자인가>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저자로서의 박영선 의원의 촉이 살아 있는 장은 노무현, 문재인, 이명박, 박근혜에 관한 장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같은 여성 정치인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가로서의 교집합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갖게되는 양날개의 의견을 다 보여주고 있다. 1994년,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를 맞아 진행한 박근혜 이사장(1994년 당시)과의 인터뷰에서
하얀 원피스나 신비감을 주는 비원이라는 공간적 배경 선택이 치밀한 정치적 무대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특유의 '진지전(Position Warfare)'나 '수첩공주'라는 별명의 유래 및 '박근혜식 사람쓰기,' '동물의 왕국' 시청 이유, '3시간
반의 협상을 3문장으로 버티는 대단한 일관성'을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래도 첫 여성원내대표로서 첫 여성대통령에게 소망스러운 문구를
남기며 글을 맺는다. "영원한 여성다움이 우리를 이끈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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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정동영 의원에 대한서는 박선영 의원의 남편을 소개해준 사람이자, MBC선배이자, 자신을 정계로 이끈 정치선배로서
깍듯이 예우하며 글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할 때 세웠던 날이 선 저널리즘의 문장이 정동영 의원을 묘사할 때는
부드러워졌으니까.
*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밀도 높은 분석을 보여서 흥미로웠다. '사람이 먼저 (Putting People First)'를 정치적 화두로 내세운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문재인을 압축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10여년 정치인생에서 대의를 위해 때로는 시류를 거스를 수 없었던 저자의 경험과 중첩시키며,
박의영선은 문재인 의원에게 공감을 보인다. 정계입문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문재인의 행보를 '운명의 힘,'이나 '운명의 바위' 등의 문구로
묘사한다거나, 정계에서 '내 자리가 아닌' 듯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문지방 상태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다. 가장 인상깊은 한 문장은
문재인이 "현실정치라는 탁한 물에서 다시 연꽃으로" 피어 오르고자 할 때 "문제는 그 연꽃을
받쳐주며 탁한 물을 덮어줄 연잎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누가 문재인의 연잎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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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전 당대표나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시선은 한 마디로 '따뜻함'이라 해야할까? '저녁이 있는 삶'에서 '곰팡이론,' 백련사 부근 개울가에서 손빨래하는 손
대표 부인의 묘사에까지 그 따뜻함이 살아 있다. 박영선은 정치에 대한 욕심을 곰팡이라며 애써 닦아내는 손 대표에게 세상이 자꾸 손짓을 한다며,
백련사 주지 스님의 말도 인용한다. "2년을 채우지 않으려면 (백련사에) 오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께서 왔으니 1년으로
줄여야겠네요."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초선의원으로서 국회와 정당에서
"많은 것을 안철수 의원에 대한 박영선 의원의 시선은 다음의 한 줄로 가장 잘 압축될 것 같다. "배운다는 말은 훌륭함을 본받다는 뜻이지만, 종종 악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을 체득하는 것이기도
하다.(189쪽)" 현실정치를 '탁한 물'이나 '악한 것'에 비유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왜 정치인 10년차
박영선 의원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우면서도, 박영선 의원이 그 탁한 물을 정화시킬 힘을 보여주고 계속 키워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박영선 의원이 14인의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듯 독자로서 박영선 의원에게도 기대를 지워주고 싶다.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189쪽의
'많을 것'은 '많은 것'의 오기입니다.
35쪽의
'고수기'역시 2판 인쇄에서는 '고수이기'로 수정해야하지 않을까요?*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