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 강소천 제2동화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김영주 그림 / 재미마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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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강소천 동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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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 동화집: 꽃신>, 색동저고리에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그려진 표지는 5, 60년대 교과서를 연상시킵니다. 옛 느낌이 폴폴 납니다. 실제 이 동화집은 1953년에 발간되었다지요? 하지만 포마드 기름으로 2:8 가르마를 한 강소천 작가는 타임머신을 태워 2015년으로 모셔와도 어색하지 않을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네요. 그 기묘한 부조화에 더욱 끌려서 <꽃신>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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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데르센'이라고도 칭송받는 강소천 작가는 1951년 단신으로 월남하여 평생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했다 합니다. 자신의 실향민 의식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더 많은 이들, 특히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동화들을 써서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을 겪는 많은 어린이를 어루만져주었지요. 그가 쓴 17편의 동화와 2편의 동시를 엮어서 낸 동화집, <꽃신>은 1953년 발간 당시 참 많은 어린이를 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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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표제작 "꽃신"은, 혈육을 저 세상으로 타지로 떠나보냈을 1950년대 어린이들을 그렇게나 울렸다는데, 생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일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2015년의 어린 독자들이 읽어도 가슴 저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남편을 '아기 아버지께'라고 부르며 편지를 시작한 아내는, 편지 끝에서 "당신이나 나나 이젠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어요."라며 비극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전쟁터에 징집당해 나가 싸우느라, 아기가 백일을, 첫돌을 맞는 모습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남편을 아내는 하염없이 애절하게 기다리며 편지를 씁니다. 남편은 시내를 뒤져 샀다며 예쁜 꽃신을 보내주지요. 꽃신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는 남편이자 아기 아버지와 아내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그런 귀한 꽃신 한 짝을 아기는 잃어버렸고, "한 짝을 어쨌냐?"고 다그치는 엄마에게 두 돌을 바라보는 꼬맹이는 순진한 눈망울만 보입니다. 엄마는 매섭게 아기 볼기짝 두 대를 내리쳤습니다. 아기에게 화난 게 아닙니다. 사실, 서글픈 자기 운명,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 엄마로서의 부담감 등 복합적 감정에서 아기에게 손찌검했는데.....아기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던지, 자다가도 경기를 하던 아기는 시름시름 앓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한 짝의 꽃신마저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단란했을 신혼부부의 가정은 이렇게 무참히 깨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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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강소천 작가는 전쟁으로 인한 이별과 사별의 상처, 애끓는 향수를 아름다운 문체로 담담히 그려냈습니다. 17편의 동화와 2편의 동시를 관통하는 정서가 바로 그 애잔함입니다. 저는 특히 "그리운 얼굴"이란 작품에 울컥했습니다. 하모니카를 몹시 배우고 싶어 했던 명호가 형의 하모니카를 몰래 가져다가 독학하고 육군 병원 부상 군인 위문 공연에 뽑히게 됩니다. 형에게 하모니카를 빌려달라고 하자 형은 흔쾌히 승낙합니다. 하지만 정작 위문 공연하러 가는 당일 명호는 빈손입니다. 전쟁에 싸우러 군인으로 징집당해 나가는 형의 가방 속에 하모니카를 몰래 넣어두었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인 명호 자신을 그리워할 형에게 하모니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형은 군대에서 하모니카로 자신뿐 아니라 다른 군 동기들의 향수를 달랬다고 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형제애를 하모니카를 소재로 이렇게 담담히 그려내는 강소천 작가, 그래서 한국의 안데르센이라고 불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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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아픈데 ……, 그리워 미치겠는데, 미치겠는데 ……." 강소천 작가는 직설적으로 그 아픔을 표현하는 대신 서정적인 문체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감각으로 아픔을 승화시켰습니다. "방패연"에서 함경남도에 계실 할아버지가 미치게 그리운 인호의 꿈속에 잠자리 비행기가 북녘의 소식과 할아버지의 손편지를 전해주듯, 강소천 작가는 현실의 고통과 그리움을 환상으로 버무려 달래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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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은 1950년대 어린이의 끈끈한 우정을 맛보는 재미도 선사해줍니다. 독자는, 신문팔이의 약어라는 '신파'를 소재로 한 "신파연극"에서 인호와 득성이, 귀봉이와 명수가 왜 신문을 함께 파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빙그레 웃을 것입니다. 요즘 어린이들 꽤나 영악하고, 꽤나 물질주의에 물들었다지만, 그래도 강소천 작가님의 『꽃신』을 읽고 뜨겁게 타오를 마음은 간직하고 있겠죠? 스마트폰이나, 학습만화 대신 강소천 작가의 동화집을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라고 신신당부하고 싶습니다. 부모님들, 학습만화나 학습지, 논술교재도 좋겠지만, 재미마주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시리즈를 꼭 주목해주십사, 아이들에게 읽혀주시라고 당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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