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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
금태섭 지음 / 푸른숲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금태섭의 730일 정치 분투기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
푸른숲 출판사 편집부에서 제목 한번 잘 뽑았다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저자 금태섭 변호사가 원래 마음에 두었던 제목을
출판사 측에서 살짝 비틀어 뽑았다는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호기심 끄는 제목을 모른 체 지나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야당이 건실하게 제 몫을 다하고, 여당을 아름답게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이들은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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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야당'이란, 단순히 국회의원 의석수 경쟁이나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만을 말하지 않는다. 금태섭 변호사가 고심하며
제안한 "이기는 야당이 갖춰야 할 4가지 조건"은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 그야말로 농축액처럼 달이고 달인 문장으로 등장한다. 먼저
야당은 현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징인 '일사불란함'이 없을지라도 야당 고유의 스타일인 '토론과 비판정신'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둘째, 야당은
남의 잘못만 비판하지 말고, 의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20대 위원장을 둔 청년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직업인으로서의 정치 정문가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번에 많이 배웠다.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라는 변명은 더 이상 소통되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정치는 개인이 경험쌓으러 드나드는 영역이 아니니까 말이다. 넷째, 영리한 충고를 받아들이며 몸을 사리기 보다는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할 때 이기는 야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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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예비 독자들의 마음에는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대한민국의 보통
아저씨"가 어떻게 이런 초강수 훈수를 대한민국 야당에 둘 수 있느냐고? 금태섭은 그럴만하다! 또 스스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일수로는 730일을, 정치최전선에서 대선, 단일화, 창당과 합당의 과정을 지켜보고 관여하며 일반 국민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많았으니까. 동시에
지난 2년 자신을 돌아보면서 "가장 고귀한 형태로서의 애국"이라는 비판을 던짐으로써 야당에 대한 사랑고백을 하고 싶었으니까.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의 곳곳에서, '바른정치'를 향한 금태섭의 열망과 야당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동시에 안철수 의원과 거리두기 위해 깔아놓은 포석을 발견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안철수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금태섭은
"나는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를 명확하게 해둔다. 애당초 정치에 뜻이 있어 찾아갔던 것은 조국 교수였고,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적극
영입 권유로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게 되었을 뿐이라는 설명이 자세히 이어진다. "좌절과 환희의 롤러코스터"라니 "최고의 시절과 최악의 시절"이라는
소제목이 금태섭 변호사가 안철수 캠프에서 겪은 일을 압축하는 듯하다. 좋은 취지에서 참여했더라도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불거지고 소통부재로 인한
불쾌감까지 캠프에서 좌절을 많이 겪었나보다.
전체적으로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듯 하나, 그리 우호적인 코멘트를 하지는 않는다. 우선,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좋은 말로는 고뇌의 시간, 나쁜 말로는 질질 끌었던 시간을 기술한다. 이어 단일화 협상에서의 고충과 예상 밖의 사퇴에서
금태섭 변호사가 느꼈던 실망감은 정점에 이른다. "적어도 지지자들에게 묻는 절차는 거쳤어야 하는데 (162쪽)" "안 후보의 갑자스러운 사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힘이 빠졌다 (163쪽)"고 말한다. 안철수 의원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금태섭 변호사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준다고 한다. 하나는 안 의원이 얼마나 규칙을 잘지키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고, 다른 하나는 살짝 비꼼의 의미도 내포하는 에피소드이다.
금태섭 변호사가 안 후보가 두 시간을 걸으며 이야기를 했는데, 금태섭 의원은 좁은 보행길을 둘이 나란히 걷다 보니 부득이하게 울퉁불퉁한 진흙
위를 걸느라 신발이 엉망이 되었는데도 안 후보가 전혀 보르더란 에피소드이다. 금태섭은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한히 함께 걷는에 옆
사람이 어떤 길을 걷는지 눈치를 못 채는 것은 정말로 인상적" (211쪽)이라며 초강력 한 방을 날린다.
금태섭 변호사의 책 읽기 취미와
뛰어난 글재주 덕분에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는 몹시도 매끈한 문체로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비단 정치권에 이해관계를 둔 사람이
아니더라고, 한국 사회에서 뒷무대(back stage)에서 작용하는 생존 논리, 구역질나는 구태의연, 고질병의 환부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궁금한
이들도 얻어갈 것이 많은 책이다. 금태섭 변호사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