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생존 육아 -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우는
박란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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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생존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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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아내감의 요건을 물었더니, "유모차 끌고 광화문에 나오는 아줌마 안 될 여자라면 합격"이라고 답하는 20대 대학생이 있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한동안 그 대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유모차 부대"라며 동질적 집단으로 싸잡고, '내가 입 열면 토론, 그녀들이 입 열면 "질펀한 수다"'라고 폄하한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존재이자, 무시해도 될 집단으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 "유모차 부대"도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고, 발언력 있고, 학벌과 능력에서 뒤지지 않고, 한때는 명함이라는 사회적 인식표도 있었다고! 처음부터 "아줌마 부대"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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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엄마,' 그것도 '착하고 능력있는 엄마'로서의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이후로 갈팡질팡할 뿐이라고. 재생산의 장에서 생산의 장으로 다시 나가고 싶지만, 유리 천장에 갇혔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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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란희 기자도 그러했다!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결혼할 때만 해도 내 미래의 모습, 롤 모델은 살아남은 여자 선배들이었다. 그들처럼 악착같이, 독종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15쪽)"는 그녀는 시댁과 친정 네트워크를 최대 활용하며 난이도 C등급의 육아만 하던 워커홀릭이었다. 거침없이 솔직한 그녀는, 워커홀릭 워킹맘 시절 자신이 전업주부들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고백한다. '엄마 문화'를 이해할 마음의 여유도, 기회도 없었던 그녀에게 전업주부들이 올인하는 브런치 모임은 낭비로 보였고, 온라인 쇼핑 중독은 한심함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이혼의 위기가 와서 사표를 낸 후 전업주부가 된 그녀는 암 환자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과정에 자신의 정체성 변화를 비유한다. 처음엔 '부정,' 그리고 '분노,' '타협,' '우울'을 거쳐서 '수용 단계에 이르렀노라고. 워커홀릭 워킹맘 때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이 비싼 그릇 사는 여자들이라고 욕을 했던"(36쪽) 저자는 15% 할인쿠폰을 프린트해서 블랙 프라이데이 새벽 5시에 '레녹스 버터플라이'를 산 극성 주부의 경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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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한 때는 잘 나가던 여자였는 데 말야 ……'로 시작하는 산후 우울증, 육아 우울증의 사례는 숱하게 많다. '난 이렇게 엄마 노릇 했거든, 한 수 배워볼래?'하는 육아서도 시중에 넘쳐 난다.  이미 차고 넘치는데, 무슨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박란희 기자가 육아서를 썼을까? <워킹맘 생존육아>에 대한 출판사 측의 홍보 문구에 그 답이 있다. 그녀는, 사교육 1번지라는 목동에 사는 엄마이자 커리어 우먼이다. 그걸 내세운 육아서였던 것이다.  '목동 엄마들'은 어떻게 애 키우나, 어떻게 대학보내나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꽤나 많거든. 실제 <워킹맘 생존육아>에는, 저자의 '엄마 네트워크' 레이더에 포착된 다양한 엄마들의 실사례뿐 아니라 학원 고르는 정보, 영어공부 시키기, 심지어는 학급 임원 엄마(186쪽부터 188쪽, 무려 세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정리된 '목동에서 임원 엄마들의 한 학기 일정)의 일정까지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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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생존 육아>는 한 마디로, '일과 가정 사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고에서 남 뒤지지 않게 잘 '생존한' 이야기이다. 활자로만 만났어도 그 활달함과 기자 특유의 부지런함이 팍팍 느껴지는 박란희 저자는 솔직하다. 감추거나 척하지 않는다. 전업주부 사회에서 통용되는 암묵의 규칙을 '기브 앤 테이크'라고 차갑게(혹은 현실적으로?) 규정하고, 그에 충실한 생존기법을 기술해주거나 '전업주부' 실패사례, '워킹맘' 실패사례 등을 풍부하게 들어줌으로써, 독자들 정신 차리게 한다. 다만, '조선일보 일간 섹션 편집장'이라는 직함이 빈번히 등장하는 만큼이나, 이에 상응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의 탐색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 많던 한국의 여성인재들이 안방 커텐 뒤로 사라져갔는지, 어떻게하면 박란희 저자처럼 성공적으로 다시 사회 무대에 데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5% 아쉬운 이유이다. 그녀에게 <타임푸어 (원제:overwhelm)>을 강력히 권해주고 싶다. 적어도 그녀가 담당한 섹션에 한정이겠지만 일욜 근무, 직장 문화에 변화를 가져온 박란희 기자의 생존전략! 화이팅! 작더라도 나비효과를 일으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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