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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 - 잡동사니에서 탈출한 수집광들의 노하우
브렌다 에버디언.에릭 리들 지음, 신용우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
잡동사니 정리 경험 46년
차 브렌다 에버디언 (Brenda Avadian)과 경력 37년
차인 에릭 리들 (Eric
Riddle), 모두 83년의 정리 경험을 가진 이들이 함께 쓴 책의 제목은 몹시 섹시하다.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 처음북스 출판사에서 원제 (홈페이지:
http://stuffology101.com) 를 재치있게 옮겨 주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잡동사니(STUFF)의 일차적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물건 (20)"을 말한다. 물질적 잡동사니(다 읽지도 못할 텐데 사들인
책 무덤!), 정신적 잡동사니(감정, 후회, 걱정!), 디지털 잡동사니(일 년째 열어보지도 않은 이메일!), 시간의 잡동사니, 감각적
잡동사니(감각의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세분된다. 잡동사니(STUFF)를 달리 풀어 말하자면 "시작 (Start), 신회
(Trust), 이해 (Understand), 집중 (Focus), 마무리 (Finish)의 과정으로 분해된다(169쪽). 즉 잡동사니 정리의
핵심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삶과 함께 가는 과정이다.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은 주제는 섹시할지 모르나, 문체만큼은 전혀 섹시하지 않다. 현란하여 어지럽기까지
한다. '해요'체와 '하다' 체를 넘나든다거나, 문장마다 줄 바꾸기를 하는 통에 독자 입장에서는 친절함을 느낄 여지가 없다. 신문기사 한
꼭지를 빌어오기도 하고, 온라인 상에 올린 글의 조각조각을 옮겨오기도 한다. 저자가 둘이다 보니, 주어도 자주 바뀐다. 게다가 저자들은 1인칭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에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니 페이지 넘길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미국에서라면 독자는 99센트에 책을 살 수도 있고, 저자들에게 돈을 내고 정리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3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클라이언트가 잡동사니를 알아서 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나 보다. 하지만 이 같은 옵션이 일본이나 한국의 독자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다다미방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주거문화와 한국의 성냥갑 아파트 문화에서는 저자들이 강조하는, 트레일러며 당구대가 놓인
차고나 30년 전 교과서가 놓인 다락방을 정리할 필요가 거의 없을 듯 하다. 애당초 차고와 다락방 있는 저택에서 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잡동사니 분류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느낀다.
반면, 저자들이 제안하는 정리의 기술 중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항목은 "디지털 잡동사니 치우기"였다. 나야말로 책을 읽다 말고
메일함을 열어서 몇 년 묵힌 메일들을 지우고, 노트북 파일을 일일이 열어 부피를 줄여버렸을 정도였으니……. 저자들의 정리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 할 수 있다. 강박적일 만큼 저장(compulsive hoarding)하지 않는다면 잡동사니에 치여
못 살 정도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 집에는 '읽으려고 모셔둔' 정기 간행물에 오래 묵은 청첩장과 보험 관련 서류들이 있을 것이다. 하루,
한 자리에서 다 치우려 조바심내지 말고 마라톤 하는 심정으로 치워 나가라는 것이 저자들의 충고이다. 새겨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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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에서 이 두 가지 질문은 확실히 취하고 넘어가자! 첫 번째, 재난이 닥쳐 이 물건이
없어진다면 대신할 물건을 구하는 데 오래 걸릴까? 둘째, 잡동사니가 없어진다면, 그 공간이 어떤 느낌이 날까? 상상해보라. 홀쭉해진 공간,
가뿐해진 마음. 버린 만큼( 혹은 기부한 만큼) 삶이 가벼워진다.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과 함께 소린 벨브스의
<공간의 위로 (SoulSpace)>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도 함께 읽기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