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복수 도시락 - 엽기발랄 싱글맘과 까칠한 여고생의 맛있고 다정한 3년간의 밀당
ttkk(카오리) 지음, 이은정 옮김 / 우리학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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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복수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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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의 가시화된 상징과도 같은 도시락이 어찌하여 '복수'라는 이름을 달았을까? 게다가 1회성이 아니라 어제, 오늘, 그리도 내일도 계속되는 도시락인가본데?' <오늘도 복수 도시락>이라는 제목을 보자호기심이 바로 생겼습니다.  바로 집어 들어 한 자리에서 책장을 다  넘겼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긍정적 의미에서 독특하고 고집 세고, 창의적인 엄마라 해둡시다. 도시락 창작자이자 저자인 카오리는 애초부터 출판을 염두에 두고 도시락을 싸지는 않았어요.  두 딸을 기르는 싱글맘으로서 둘째딸의 사춘기 건방짐을 눌러볼겸, '너도 한 번 당해봐라.'의 심정으로 복수 도시락을 생각해냈다고 하네요. 하지만 도시락 싸기가 나날이 재밌어지자, 엄마는 도시락 사진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어제도, 오늘도, 또 그 다음 주에도. 그렇게 도시락 사진만큼이나 엄마의 사랑과 사연도 쌓여가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오늘도 복수 도시락>이란 이름으로 독자는 발랄한 모성을 엿보게 되었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책 마지막 딸의 글로 알았지만, 저자는 싱글맘으로서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와서도 새벽 1시가 넘게까지 일한답니다. 그런데도 새벽 5시에 깨서 딸의 도시락을 준비하다니, '봉구스 밥버거'나 편의점 런치 세트에 익숙한 많은 대한민국의 청소년에게는 더욱 의아하게 다가오는 엄마입니다. 고1부터 고 3까지 3년이면, 그 반찬이 그 반찬이 될텐데 이 엄마는 참 창의적입니다. 매일매일 도시락이 달라보이고 도시락에 다른 메세지를 남기니 말이지요.  치즈와 김으로 문자를 만들어 도시락으로 암호같은 엄마의 사랑을 전하는 그녀의 발랄함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

학교무상급식에 감사하는 대한민국 국민 일인으로서 저자 카오리 여사의 "how to make 김 글자" "how to make 비엔나 소세지 사람"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습니다. 완전 수공예, 노동 집약적 작품입니다. 딸을 향한 어마한 사랑 없이는 결코 불가능할 창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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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복수 도시락>을 읽으면서, 일본어 까막눈인 것이 참 아쉽더라고요. 작은 도시락에 글자를 어떻게 압축시켜 마음을 표현해냈는지 일본어를 안다면 훨씬 빨리 와 닿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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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얼이 어느 정도 정해 있는 소풍용 김밥 싸기도 어려운데 카오리 여사는 '창작 캐릭터 도시락'을 시도합니다. 소개된 80여개의 도시락 중 '조심해, 빨간 두건!’ 도시락은 방울토마토, 달걀말이, 브로콜리, 연근볶음, 비엔나소시지'로, ‘어때? 무섭지?’ 도시락은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치킨, 감자, 메추리알 등으로 피 흘리는 다섯 손가락과 눈알을 만들어 올려습니다. 카오리 여사의 캐릭터 도시락 소재가 무궁무궁합니다. 심지어는 딸의 양말에 그려진 무늬에서, 영화 <링>의 공포 캐릭터에서 소재를 취하니 말입니다. 심지어는 치즈와 김으로 빈칸 넣기 퍼즐이나, 신체검사를 위한 시력검진표를 올려놓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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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책장을 후르룩 넘기며 읽는 독자에게는 한 장의 도시락 사진이지만, 저걸 만들기 위해 엄마는 얼마나 많이 딸의 마음을 살피고 딸고 소통하려 궁리했을까요? 엄마의 사랑이란 테마는 영원히 가슴을 울립니다. 엄마가 쓴 '두딸 사용 설명서'를 읽으며 웃으면서 눈물 흘립니다. 엄마는 위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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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알찬 임신 출산 핸디북 -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며 펼쳐보는
사라 조던.데이비드 우프버그 지음, 서예진 옮김 / 리스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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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 핸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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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궁금한 게 갑자기 많아질 수 있을까? 언제 내가 내 몸에 이런 관심을 가져봤지?' 싶어지는 게 임산부가 아닐까 한다. 몸의 변화는 급작스러운데 잘 아는 바가 없다. 자세히 알고 싶은데 선배 맘들에게 꼬치꼬치 물어보기도 한계가 있다. 좋은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임신출산관련 책들은 왜 그리 꺼울까? 가뜩 엄마 아빠 되기의 부담이 큰데, 책 두께가 압도적이다. 가볍고 늘 휴대할만한 책이면 딱 좋겠는데.....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리스컴에서 맞춤형 핸디북을 펴냈다. 바로 <작고 알찬 임신 출산 핸디북>. 표지만 보고 일본 잡지의 편집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두 아이의 엄마이며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에 사 사라 조던(Sarah Jordan)이 썼다. 그녀는 임신기간을 마치 전과목 A+을 받아야하는 기말고사 기간처럼 느끼는 임산부들에게 "엄마가 이런 걱정을 하든 하지 않든 임신한 지 40주 후에 아이는 세상에 태어납니다.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으려면 임신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10쪽)"라고 조언한다.

 

한 마디로 <작고 알찬 임신 출산 핸디북>은 이런 초보엄마와 그녀들의 남편을 위한 임신 출산 완벽 가이드북이다. 가볍고,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핸디 사이즈이기에 휴대하며 어디에서나 펼쳐볼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을 뒤져봐도 딱 맞는 정보를 바로 찾지 못할 때 특히 유용하다. 작지만 A-Z까지 임신 출산의 모든 것을 알차게 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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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리스컴' 출판사와 이미 친숙한 독자들은 짐작하겠지만 <작고 알찬 임신 출산 핸디북>은 인포그래픽 편집의 정석을 보여준다.그림만 봐도 정보가 머릿속에 쏙쏙. 임신으로 인한 예비엄마의 몸 변화와 아기의 성장, 임신의 매카니즘과 건강관리상의 주의법 등 방대한 정보를 앙증맞은 일러스트레이션에 압축하여 표현해냈다. 찬찬히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필요한 부분을 사전 찾듯 찾아가며 활용해도 좋다. 이 책에는 배란·수정·착상 등 임신이 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임신 시기별 증상과 임신부가 받아야 하는 검사, 식습관과 운동요령, 아기의 성장 단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아울러 신생아용품 준비, 아기 방 꾸미는 요령, 예비아빠들을 위한 생활 가이드, 진통과 분만 과정, 통증 조절 방법, 신생아 검사, 출산 후 궁금증, 산후회복 과정에 대한 알찬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남편들도 함께 읽을 수, 아니 읽으면 좋겠다. 특히, 아빠만 보세요항목에는 몸과 정체성의 큰 변화를 겪는 아내를 잘 파악하여, 남편들의 임신증후군, 병원 검진에 따라가는 요령, 예민해진 아내와 부딪치지 않는 정서적 대처 노하우까지 일러준다.

이름 모를 많은 여성들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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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려야 병이 없다 - 중국 최고 명의 하오완산의 무병장수 비결
하오완산 지음, 정주은 옮김 / 비타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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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다스려야 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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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오완산. 베이징중의약대학의 교수이자 현대 중의학 상한 분야의 일인자이다. 고조할아버지대부터 대대로 의사 집안 출신의 그는 중국에서는 독보적 명성을 쌓은 양생 전문가라한다. 지난 50여년간 중의학을 연구하고 임상을 돌보면서 마음 다스리기에 실패하여 건강, 인간관계 등 총체적 난국을 겪는 환자를 숱하게 보며 안타까워 이 책, <화를 다스려야 병이 없다>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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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주제는 우리 대부분이 막연하게라도 알고 있는 사실, 즉 '마음을 다스려야 몸도 건강하다'이다. 머리말 제목인 "만병의 근원은 화이니 마음을 닦아 몸을 구하라"에 책 한 권의 내용이 집약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서 체험으로, 혹은 주위 사례를 통해 마음 다스리기에 실패하면 화병, 우울증 등 마음의 병과 몸의 병까지 얻게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하다'한들 절실하게 다가와야 실천하게 되는 법. <화를 다스려야 병이 없다>는 그 점에서 훌륭한 동기부여를 해준다. 하오완산이 50년 임상에서 겪은 숱한 환자들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마음 수련으로 몸 구하기"의 과제를 꼭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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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려야 병이 없다>의 1장에서는 질병의 80% (생의학에서 '심인성 질환'이라 분류하는 대부분)가 마음과 관련된다는 주장을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하룻밤에 흑발을 백발로 바꿀 만큼 몸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어찌된 일인지 21세기 많은 사람들은 많은 것을 통제하고 다스릴지언정 정작 그 부정적 감정을 다루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이 현상이 심화되리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분노조절장애'니 '사이코패스' 등의 용어로 정서조절 실패의 문제를 마치 한 부분 떼어서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이거나 어떤 특정한 이들만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들의 문제는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회 구성원이 증가함은 결국 작게는 그가 속한 가정과 공동체, 크게는 국가와 세계의 평화까지 위협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으니말이다. 즉 하오완산의 충고는 단지 '내 몸, 내 마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크게 보면 이 세계를 위해 깊이 새겨들어야만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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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 화를 내면 기의 흐름이 막혀서 소화기계통, 즉 위부터 상한다. 극심한 두려움이나 화는 장을 상하게 한다. 피부병을 피부약으로만 고칠 생각하지 마라. 피부와 신경은 원래 한 가족으로서 마음의 문제가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피부병인 경우도 많으니, 피부과 가기 전에 화부터 다스려라. 부정적인 태도는 타인을 전염시킬뿐 아니라, 나의 미래를 고사시켜버리니 반드시 정서 관리 능력을 높여야만 한다. 정서 관리 능력? "성격, 습관, 기질은 의식과 정서를 통제하는 능력(288쪽)"으로서, 그 능력에 따라 "건강 여부는 물론이고 성공, 행복 여부까지 결정된다." 스스로 의사가 되는 것, 내 안의 의사를 깨워 잘 부리는 것이 건강과 행복의 핵심이다. 마음의 불편함이 몸으로 올라와 힘든 이들은 <화를 다스려야 병이 없다>를 꼭 읽어보길.



 

첫째, 마음을 키우는 독서를 하라

책을 읽으면 도량이 넓어지고 도량이 넓어지면 천하를 품을 수 있다

 

둘째, 불평불만은 그만, 이제부터는 감사할 시간이다

감사할 줄 알면 미움이 줄어들고 마음이 즐거워지며 심신이 건강해진다.

 

셋째, 시시콜콜 따지지 말고 관대해져라

불행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어라.

 

넷째,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리를 따르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인정을 베풀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다섯째, 욕심을 버리고 담담하게 임하라

얻어야 할 것이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얻고 버려야 할 것이라면 버려야 편하다.

 

여섯째, 즐거움을 마음에 새겨라

남을 돕는 즐거움과 만족의 즐거움을 알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껴라.

 

일곱째, 전념, 유쾌, 이완, 이성적 상태를 유지하라

감정적인 사람이 아닌 이지적인 사람이 되어라. 충만한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여덟째, 심리적 위기가 닥치면 기분 전환법을 실천하라

좌절에서 빠져나와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뜻밖의 해결책이 보인다.



 

중국 베이징으로 하오완산을 직접 만나러 갈 수 없는 처지의 많은 이들에게, 혹은 자신의 사후에라도 자신을 찾고 싶어할 사람들을 위해 하오완산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여덟가지로 압축해 놓았다.  '마음을 키우는 독서를 하라'가 여덟 개 항목 중 가장 먼저 놓였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지혜의 샘이 깊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도리어 아집에 갇혀, 자신의 생각과 욕심을 복제하며 좁아져가는 중장년이 많기에 자기 수양으로서의 독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에서 빠져나와 행간을 유영하는 기쁨이 우물 안 에서 나를 구한다. 결국 내 마음과 몸을 구한다.

*

부록으로는 무병장수를 위한 30가지 금언을 수록했는데, 그 중 몇을 사진으로 옮겨 본다. 9번 항목에서 "마음은 고요해야 한다"는데, 화를 전혀 내지 말거나 감정을 느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부정적인 정서를 오래 담지 말고 쓰레기통에 쓰레기 버리듯 빨리 모조리 쏟아버리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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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강한 농업 - 도시청년, 밭을 경영하다
히사마쓰 다쓰오 지음, 고재운 옮김 / 눌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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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강한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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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의 염증과 맞물려 도시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이들도 많은지 최근 농촌 생활을 꿈꾸는 도시인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깊은 고민 없이 대답한다면, 나 역시 "농촌의 푸름, 흙 내음 느끼며 살고 싶다"고 할지 모르겠다. 한술 더 떠서, 집' 앞에 유기농 텃밭을 일구며 특화작물로 소득원을 마련하네 마네' 할지도.....  하지만, 두 걸음 물러서 그려 보면, 빛공해를 탓하는 어설픈 환경주의자 흉내는 낼 수 있어도 밤의 깜깜함을 비효율이라 생각할 것 같고, 해충이건 익충이건 그저 자연도감책에서 보는 걸로 그치고 싶다고 징징거릴 것도 같다. 기존 공동체에 녹아들어 가야 하며 땅에 무지해서 생기는 손해를 꽤 오래 감수하며 농촌 생활에 적응해나가야 할 것 같다. 한 마디로, 실제로는 엄두가 잘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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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강한 농업>의 저자이자 히사마쓰 농원의 대표인 히사마쓰 다쓰오는 그런 면에서 지행일치를 이룬 사람이다. 본문에서 여러차례 자신을 명문대 출신(게이오 대학)에 토익 점수까지 높은 회사형 인재였다고 묘사하는데, 실로 그는 언어화와 암기에 재능이 있는 학교형 인재였던 듯 하다. 소위 학교 우등생, 회사형 인재들의 공통 약점이겠지만, 그는 조직 생활에서 삐딱선을 자주 타며 냉소주의와 무사안일주의로 회사생활을 한 듯하다(뭐, 회사에서만 이런 약점이 드러났던 것은 아니다. 농촌 생활로 갈아타기를 시도할 때도 다른 농부에게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이치나 따지기는"이라는 욕을 들었다고 고백했으니) . 납득할 수 없는 권위에 대한 불복종, 학연 지연 따지는 일본 조직문화에의 회의 속에서 그는 농촌 생활, 아니 정확히는 유기농업을 꿈꾼다. 월급쟁이 생활은 눈가림용으로 하고 주말 농장에 재미를 붙이던 시절, 선배 농부가 그에게 "20대에 주말이 기다려지면 볼 장 다 본 건데."라고 쓴소리를 했단다. 이래저래 하여 그는 미련없이 회사생활을 그만두고 농촌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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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사실 독자의 흥미를 특별히 끌 만한 소재가 아니다. 회사 생활 재미없고, 유기농 먹거리와 지구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귀농한 사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테니. <작고 강한 농업>의 흡인력을 높이는 지점은 바로 저자 히사마스 다쓰오의 솔직함이다. 그는 딱히 겸손한 사람인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의 선택을 낭만화하는 이상주의자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참 솔직하다. (실제 겪어보면, 솔직하다기보다는 차갑다거나 감정절제형이라고 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흠과 약점을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기술하는 그 담담함에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농업 하는 사람에게는 대부분 "감(感)이나 근성"이 적어도 하나는 있는데 본인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담담히 스스로 평가한다.  자신은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또 억지 부리네!"라는 꾸중을 밥 먹듯 들었을 정도로 "이론이 앞서는" 성향이었다고도 고백한다. 그러나 어쩌면 히사마쓰 다쓰오는  기준점 자체를 타인보다 높게 두어 스스로 가혹할 뿐 꽤 괜찮은 자질을 갖춘 훌륭한 농부일지도 모른다. 
그는 본인에게 결여된 "감(感)이나 근성"을 특유의 우등생 두뇌 회전, 즉 "언어화"로 메꾸었다. 즉, 자신이 좌충우돌하며 습득하게 된 농업의 기술과 지혜를 표준화된 데이터로 저장하여 활용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하사마쓰 농원을 운영하면서 재배 품종별 작업설명서에는 '작업절차와 주의점, 깨달은 점' 등을, '작업 계획표'에 따라 일하고 '작업 내용'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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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강하게 끌려 결국 꿈대로 땅을 일구며 사는 그는 바람에 각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밭에서 맞는 바람에 실린 흙과 채소의 향이 관능적이라는 그는 '풍요로운 바람'을 이렇게 이해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본성을 드러내고, 자유를 가져다주지만 제어할 수 없는 존재."(118쪽) 그 바람을 향한 경외감을 담아 히사마쓰 농원의 심벌마크를 제작했다고 한다. 일본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히사마쓰 농원에 꼭 들려서 그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 이왕이면 바람에 실려온 흙과 채소의 향도 느끼고 맛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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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폭발 - 여자는 모르는 엄마의 직업병
글쓰기로 자신을 보호해온 28인의 엄마 블로거 지음, 안진이 옮김 / 나무발전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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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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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해 내 손을 거쳐간 많은 육아서의 문구중 가장 강렬했던 것은 바로, '낮버밤반'이다. 뜻을 알고 난 후에 얼마나 웃었는지. '낮에 버럭하고 밤에 (천사처럼 새근새근 자는 아이를 보면서) 반성'하는 심리상태를 뜻하는 말로서, 오로지 폭풍 육아에 휘몰려 다니는 엄마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이다. '24시간 감정 노동자,' 이보다 더 '낮버밤반'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엄마들의 직업병을 잘 집어낸 표현이 있을까? 24시간 감정노동을 하다보면 필연, 폭발하게 되어 있다. 단 그 폭발의 초침을 늦추거나 폭탄을 해체시켜주는 여러가지 안전 장치들이 있는데, SNS 수다나 격렬한 운동은 물론이거니와 글쓰기가 의외로 큰 효과가 있나보다. 여기 글쓰기로서 자신을 보호해온 28인의 엄마들의 '폭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바로 제목도 표지의 색감도 강렬한 <엄마 폭발>. 책 집을 때 예상은 했지만,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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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폭발>은 우아하고 자애로운 모성상에의 신화를 조롱하며, 엄마도 가끔 뚜껑이 열릴 수 있음을 쿨하게 인정하자는 톤으로 기획된 듯 하다. 미국의 엄마 블러거 28인의 글을 모았는데, 모두 그 강렬한 '엄마 폭발'의 순간을 기술하고 있다. 머리말에서는 엄마 폭발을 "자기 자신이 최대의 적이 되는 순간. 엄마라는 아름다운 후광이 산산히 부서지고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혀 펄펄 뛰게 되는 (6쪽)" 순간으로 정의하는데, 많은 이들을 안도하게 하는 문장이다. '나만 이렇게 폭발하는가? 나 엄마 자격 미달이니?' 하며 자괴감에 빠진 많은 엄마들을 토닥여주는 문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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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의 에피소드 중에는 임신 호르몬이나 불볕 더위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도화선이 점화된 사례도 있고, 순전히 아이가 너무 (좋게 표현하자면) 에너지가 넘친 나머지 이를 엄마가 감당할 수 없어져 도화선에 불이 붙은 사례도 있다. 혹은 출산 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예정일이 언제인가요?"를 묻거나, "추운데 아기 모자를 왜 안 씌워줬나요?" 하며 육아참견을 하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폭탄이 점화된 사례도 있다. 표지의 발랄함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엄마들은 폭발하는데 독자들은 웃겨서 빵빵 터진다. 자신의 앞 머리를 쑹쑹 자른 꼬마, 카페트에 똥을 싸놓고 좋아라 하는 꼬마, 강화유리를 망치로 깨면서 즐겁게 노는 꼬마, 공중화장실에서 "우리 엄마 Pooping"을 생중계하는 꼬마 등. 에피소드의 기저에는 꼬마를 향한 무한 모성과 자기 반성이 깔려 있다. 엄마들은 그런 존재인가. 폭발한 직후, 혹은 한참 후에라도 자신의 모자랐던 엄마성(모성)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랑을 약속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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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엄마들 이야기라 2%, 뭔가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은 했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도 98%의 동감과 웃음 때문에라도 <엄마 폭발>을 찾을 것 같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육아의 강렬한 부담감과 엄마 폭발의 죄책감도 나누면 반이 된다. 육아의 기쁨은 나누면 몇 배가 되니, 나누자! 움추러들지만 말고, 엄마로서의 경험도 적극 소비하고 활자화하고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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