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폭발 - 여자는 모르는 엄마의 직업병
글쓰기로 자신을 보호해온 28인의 엄마 블로거 지음, 안진이 옮김 / 나무발전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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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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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해 내 손을 거쳐간 많은 육아서의 문구중 가장 강렬했던 것은 바로, '낮버밤반'이다. 뜻을 알고 난 후에 얼마나 웃었는지. '낮에 버럭하고 밤에 (천사처럼 새근새근 자는 아이를 보면서) 반성'하는 심리상태를 뜻하는 말로서, 오로지 폭풍 육아에 휘몰려 다니는 엄마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이다. '24시간 감정 노동자,' 이보다 더 '낮버밤반'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엄마들의 직업병을 잘 집어낸 표현이 있을까? 24시간 감정노동을 하다보면 필연, 폭발하게 되어 있다. 단 그 폭발의 초침을 늦추거나 폭탄을 해체시켜주는 여러가지 안전 장치들이 있는데, SNS 수다나 격렬한 운동은 물론이거니와 글쓰기가 의외로 큰 효과가 있나보다. 여기 글쓰기로서 자신을 보호해온 28인의 엄마들의 '폭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바로 제목도 표지의 색감도 강렬한 <엄마 폭발>. 책 집을 때 예상은 했지만,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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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폭발>은 우아하고 자애로운 모성상에의 신화를 조롱하며, 엄마도 가끔 뚜껑이 열릴 수 있음을 쿨하게 인정하자는 톤으로 기획된 듯 하다. 미국의 엄마 블러거 28인의 글을 모았는데, 모두 그 강렬한 '엄마 폭발'의 순간을 기술하고 있다. 머리말에서는 엄마 폭발을 "자기 자신이 최대의 적이 되는 순간. 엄마라는 아름다운 후광이 산산히 부서지고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혀 펄펄 뛰게 되는 (6쪽)" 순간으로 정의하는데, 많은 이들을 안도하게 하는 문장이다. '나만 이렇게 폭발하는가? 나 엄마 자격 미달이니?' 하며 자괴감에 빠진 많은 엄마들을 토닥여주는 문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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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의 에피소드 중에는 임신 호르몬이나 불볕 더위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도화선이 점화된 사례도 있고, 순전히 아이가 너무 (좋게 표현하자면) 에너지가 넘친 나머지 이를 엄마가 감당할 수 없어져 도화선에 불이 붙은 사례도 있다. 혹은 출산 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예정일이 언제인가요?"를 묻거나, "추운데 아기 모자를 왜 안 씌워줬나요?" 하며 육아참견을 하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폭탄이 점화된 사례도 있다. 표지의 발랄함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엄마들은 폭발하는데 독자들은 웃겨서 빵빵 터진다. 자신의 앞 머리를 쑹쑹 자른 꼬마, 카페트에 똥을 싸놓고 좋아라 하는 꼬마, 강화유리를 망치로 깨면서 즐겁게 노는 꼬마, 공중화장실에서 "우리 엄마 Pooping"을 생중계하는 꼬마 등. 에피소드의 기저에는 꼬마를 향한 무한 모성과 자기 반성이 깔려 있다. 엄마들은 그런 존재인가. 폭발한 직후, 혹은 한참 후에라도 자신의 모자랐던 엄마성(모성)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랑을 약속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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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엄마들 이야기라 2%, 뭔가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은 했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도 98%의 동감과 웃음 때문에라도 <엄마 폭발>을 찾을 것 같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육아의 강렬한 부담감과 엄마 폭발의 죄책감도 나누면 반이 된다. 육아의 기쁨은 나누면 몇 배가 되니, 나누자! 움추러들지만 말고, 엄마로서의 경험도 적극 소비하고 활자화하고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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