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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면 다 가둬! ㅣ 꿈공작소 32
나탈리 슈 그림, 앙리 뫼니에 글, 배유선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다르면 다 가둬!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까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탄식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림책, <다르면 다 가둬!>에서처럼
권력의 눈 밖에 난 존재가 물리적으로 감옥행인 상황은 아니었더라도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말했다가는 오히려 역적 바보로 몰릴 판국이었기에 아는
자들도 침묵했겠죠. 침묵으로 덮어 버리니,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국민은 권력의 가면 뒤를 캐낼 여력도, 상상력도 고갈되었겠죠. 물론, 요즘은
'상상할 수 없었던 가장 저질의 막장 시나리오'가 비탄에 빠진 국민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지만 말입니다.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인 시절이기
때문일까요? <다르면 다 가둬!>의 표지를 반은 매운 커다란 얼굴이 '악을 쓰는' 모습이 그냥 그림 뿐인데도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표지만 봐도 암담합니다.
<다르면 다 가둬!>를
쓴 앙리 뫼니에(Henri Meunier)는 프랑스 태생으로서 작가이자 교육 운동가로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이 책은 사실
인권의 소중함, 차이에의 존중과 배려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책을 열면 면지에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 선언'의 문구가 실려
있습니다.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사람은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라는 문장을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어느 정도로 이를 실천할까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애써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답'을 찾으려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을
응시합시다. 공원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독자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피부색이
다릅니다. 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피부색에 주목한 이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다르면 다 가둬!>에서 독재와 불통을 상징하는
존재인 군인입니다. 훈장을 주렁주렁 제복에 달고, 태도에는 절도가 넘치는 것으로 미루어 높은 지위의 군인인가 봅니다. 그는 신분증 검사를 핑계로
앞서 말한 여인을 강제로 트럭에 태웁니다.
저는 차별의
폭력성을 가장 인상 깊게 나타낸 장면이 바로 다음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기 존엄감이 높은 여인은, 자신을 가로막고
신분증을 요구하는 군인 앞에서 평화로운 표정으로 응수합니다. 하지만 군인이 사납게 돌변하며 강제연행을 명령하자 자기존엄성에의 믿음이 흔들린
여성은 크게 당황합니다. 이 장면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법 앞의 평등'이니 '인간 존엄' 등을 어려서부터 강령처럼 배우고 추구하라고
교육받아왔는데, 차별의 현실은 무척 가혹하거든요. 관념적으로 배워온 인권과는 크게 다릅니다. 여인의 당혹감이 바로, 그런 부조리를 몸으로 겪기에
나온 감정일 것입니다.
결국, 군인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 새, 고양이 다 가둬버립니다. '다르다 = 틀리다, 잘못되었다'가 아닌 데도 다름을 길들이고 억압할 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다
강제 연행해버렸습니다. 모두 트럭에 태워 버린 군인의 표정이 만족스러워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만족감이 오래 갈까요? 국민의 지지와 동의
없는 공권력 행사는 광기일 뿐입니다. <다르면 다 가둬!>의 마지막 반전 페이지가 궁금한 분은 꼭 책을 직접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