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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이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5월
평점 :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이인의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은 그 방대한 참고도서를 쌓아놓기만 해도 "얕지 않을" 듯하다.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이라는
부제에 부합하는 참고문헌 목록은 "다양성"의 향연이다. 본문에서 소개한 지그문트 프로이드, 조르주 바타유, 미셸 푸코 등 8인의 학자 대표작은
물론이거니와 김형경의 <사람, 장소, 환대>(2015)이라는 최신 인류학서에서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1925)까지
250여권의 참고서문헌을 나열하기에 무지한 독자인 나는 살짝 주눅부터 들고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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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러거 (http://blog.ohmynews.com/specialin/)이자 "다중지성의 정원" 등에서
인문학 강의를 해온 저자 이인은 (다른 작가들이 ̄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성性을 맛깔나게
요리하고자 오랫동안 갈고 닦은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중략)… 사랑을 잘 알고 잘 나누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우리는 좀 더 진실하고 건강한
어른이 될 필요가 있지요. "(pp. 9 -10)라며 성을 요리한 인문요리사로서의 목적을 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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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의 "갈고 닦은 칼"이란
이인 작가의 독서력, 공부내공을 비유한 표현일텐데 실로 그는 밖으로 끌어내는 젊음의 유혹을 이기고 참 진득하게도 책을 후벼판 듯 하다.
"뜨거운 / 생의 배꼽 위에서/ 복상사/ 하는 것만이 / 내 꿈의/
전부"라는 김언희의 시(詩)를 위시하여 문학, 인지과학, 여성학, 사회학, 진화심리학, 철학, 생물학, 행동경제학,
인류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사유한다. 살짝 아쉬운 점은 서구의 지성사에 주로 기대다 보니, 동양 (동/서양
이분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권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에 대해 함구한다. 참고 문헌에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이 기재되어 있지만 본문의 인용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만 못찾았나.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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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트를 여러 장 채울 정도로
열심히 메모하며 읽었는데, 워낙 방대한 이론과 학자들이 소개되는지라 그 방대함을 꿰뚫는 한 줄을 기억하지 못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 줄을
못찾으니, "21세기의 지성인이라면 이 정도의 성 지식은 있어야
한다"라는 출판사 측의 홍보 문구 앞에서 다시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 한 줄을 시원하게 뽑아내지
못한데 대한 변명을 하자면, 2장 빌헬름 라이히의 <오르가즘의 기능>이나 4장 베티 도슨의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는
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개인의 성해방을 주장하는 내용이라면 7장 제프리 밀러의 <연애>나 8장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종 species'으로서의 인간의 성에 접근하는 등 챕터마다 관점과 초점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초보 독자의 얕은 시각에서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의 핵심을 뽑아보자면, 인간의 다양성과 본연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탈억압의 시선이었다. 이인 작가를 대면해보지도 그의 다른 글을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글로 유추했을 때) 그는 권위에 저항적이고
다양성의 무지개를 존중하는 자유인같다. "우리 몸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두 등급으로 나뉘지
않으며,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정상의 무지개" (p. 221)라는 진화 생물학자 조안 러프가든 (Joan
Roughgarden)주장을 빌어온 것도 그의 지향성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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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는 미셸 푸코를 빌어와 성이
어떻게 억압의 도구로 기능하게되었고 그 작동 방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언급한다. 담론으로서의 성과 행위로서의 성 모두 음지에서
이뤄질 때 이것이 오히려 지배를 용이하게 해준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저자는 "미국은 밤이면 온갖
환락이 밀물처럼 들어차지만 낮에는 몸의 쾌락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종교 문화가 개펄처럼 드러나는 사회" (p.232)
라고 그 성의 은폐와 위선을 비꼬는데 그렇다면 그가 본 2017년의 한국 사회는 어떠할까? 복상사를 갈구해도 복상사 하기 어려운 위선사회일까?
획일적인 정상성을 서로 강요하고 서로 감시하고 침묵하는 사회일까? 정작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해 이인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나열된
많은 외국 학자들의 이론과 사례를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