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판타지 - 귀농실천인 구차장이 들려주는 진짜 귀농귀촌 이야기
구재성 지음 / 에코포인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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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판타지

 



 

 

 

흙이, 땅이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걸까별다른 결실도 없이 2013년의 상반기를 끝내가는 허무한 6월의 마지막 주, 그 허탈감을 바람처럼 몰아내주는 겸손한 이들을 만났다. 한 분은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의 저자이자, 도시 텃밭에서 친화경 순환농법을 하는 여태동. 현직 불교신문 기자이다. 또 다른 한 분은 마흔이 되던 해에 결심한 귀농을 실천에 옮긴후 계속 땅을 일구며 살고 있는 <마흔의 판타지>의 구차장, 혹은 구 재성. 전직 제테크 전문가(물론 현재도 이 특기를 묵혀두지는 않고 가계에 보탬되는 경제활동을 한다)였다.

마치 된장과 고추장처럼 다른 맛을 내지만 두 농부 모두 구수하게 삭힌 성숙한 인품의 소유자이다. 겸손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겉포장에 요란한 많은 이들과 달리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화장도, 가식적 미소도 없는 땀내나는 민낯을. 그런데도 그 투명한 솔직함이 되려 매력적이다.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마흔의 판타지>를 함께 읽으니, 마치 경쾌한 뽕짝과 우아한 가야금 산조를 함께 듣는 듯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색이 재미있다. 전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기적으로 올린 일기형식의 글을 엮어 낸 책이다. 제목에서 명시하듯 저자가 도시농부인지라, 지향을 같이 하는 또래 도시농부와 걸치는 걸죽한 막걸리며 배추전 냄새가 난다. ‘마눌님을 위해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는 애처가이자 딸바보인 저자 여태동의 지극한 가족 사랑에 질투가 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흔의 판타지>의 저자는 보다 사색적이고 현학적 성향이 강하다. 왁자지껄 막걸리판보다는 마을 도서관을 드나들며 내면을 키우는데 더 가치를 두는 듯 하다. 마흔이 넘도록 자식이 없어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을 따라 "달충 아범"으로 불리는 저자는 농촌 공동체에 귀속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으나, 근본적으로는 차분한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다. 동시에 농촌 문제, 식량 자급문제, 환경 위기, 우리나라 농산물 관리 실태, 귀농 귀촌에 대한 구체적 사안에 대해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사색한다.

 

 노령화되어가는 농촌의 현실, 식량 자급의 위기가 필경 닥칠 텐데도 나몰라라하는 정치 현실, 농촌과 도시의 격차 심화를 일으키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과 우려가 이 분야, 문외한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배우게 해주었으니.

그렇다고 달충 아범은 어려운 말로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마트도 집집마다 자가용도 없는 깡촌의 핵심에 들어가 살면서 일상의 관계에서 부대끼고 느낀바를 보여주며 독자들도 자신의 고민에 동참하게 한다. 예를 들어, 아흔 넘으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농사를 짓거나, 69세 할아버지도 더 연세드신 어른에게 꾸지람 들어가며 두레 일을 하는 일화와 함께 달충 아범은 농촌의 노령화를 진정 우려한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구재성은 "먼저 농사를 지은 어떤 선배의 후배이자, 나보다 늦게 귀농할 분의 선배"로서 중요한 경험과 지혜를 <마흔의 판타지>에 담고자 노력했다. "달충아범의 계절별 영농일지"는 실제로 농사 지으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듯 하다. 그 외에도 진정한 의미의 가교 역할을 하는 구재성은 다양한 충고를 겸손한 어투로 전하고 있어서 행간조차 감사히 읽힌다.

귀농 혹은 귀촌을 결심했거나, 도시에서의 농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마흔의 판타지>를 함께 읽기를, 먼저 읽어본 이로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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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
조경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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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


2013년 서점가의 인기 도서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의 서문에서 저자 브래드 필론은, 비주류였던 간헐적 단식 (Irregular Fasting, IF)도 이제 대중이 수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2012년 나구모 요시모리의 <1 1 , 2013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에 이어 <간헐적 단식, 몸찬 패스트처럼>까지.........한국 사회의 건강 염려증은 이제 서서히 어떻게, 그리고 왜 먹지 말아야 하는가?’의 문제로 옮아가는 듯 하다.
간헐적 단식을 키워드로 한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 <간헐적 단식, 몸찬 패스트처럼>를 두세주 간격을 두고 읽었다. 전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양학을 전공한 브래드 필론이, 후자는 IT 분야를 공부하고 엔지니어로 12년간 일한 조경국이 집필했다. 브래드 필론은 바디빌더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과 학문적 취향을 글쓰기에도 고스란히 드러내며 학구적인 스타일로 간헐적 단식을 소개한다. 무려 247개의 참고문헌 목차번호가 말해주듯, 그는 간헐적 단식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다이어트 산업계의 주장을 학문적 치밀함으로 반박하며 간헐적 단식의 우수함과 필요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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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국은 몸찬패스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다이어트를 해왔고, 블로그 (http://momchanfast.com) 도 운영한다. ‘몸찬 패스트?’ 이 팬시한 이름은 사실, ‘몸이 제대로 찬이라는 발음 그대로의 뜻을 담고 있다 (본문 35). 조경국은 자신의 간헐적 다이어트에서 강박을 버린 '융통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몸찬패스트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배가 특별히 안 고프면 하루 한끼 정도는 굶되, 다른 끼니에는 맘 편히 먹기= 몸찬패스트'라고 생각해도 별 무리가 없는 듯 하다. 조경국 본인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특성상 마른 비만 체형에서 벗어나기 위하 다이어트를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가릴 것, 지켜야 할 것 많은 기존 다이어트의 정형성에 지쳐가던 그가 융통성을 발휘해서 시도하 것이 바로 '몸찬 다이어트, 배 안 고프면 아침 굶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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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국은 Alternate- Day Fasting, Alternate-Day Modified Fasting, Eat Stop Eat, Warrior Diet, 등 다양한 간헐적 단식법 중 그 결정판을 몸찬패스트로 본다. 실천하는 이와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준다며. 예를 들어, 브래드 필론의 경우, 간헐적 단식 중에는 칼로리가 있는 일체의 음료를 멀리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반면 조경국은 몸찬패스트 중에도 쥬스를 허용한다.
조경국 자신도 "다이어트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다고 할만큼, 몸찬 패스트는 기존의 다이어트와 달리, 놀라울만큼 융통성이 크다. 예를 들어, 초보 입문자라면 일주일에 1,2회만 하루 한 끼 정도를 굶으면 되고, 좀 몸이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5,6회 16~18시간 단식을 진행하면 된다. 무엇보다 정해진 룰이 없이, 선호도, 생활방식, 활동량,체중 목표 등을 고려하여 개개인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고 하니 '몸찬패스트=융통성의 맞춤형 내맘대로 간헐적 단식'이라는 인상도 든다. 조경국은 몸찬패스트가 서구에서 도입된 다이어트 방법과는 달리 '한국인의 식습과 및 생할 문화에 적합한 토착화된 간헐적 단식'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토착화된'이라는 지점에 대해서는 아직 고개가 갸우뚱 해지긴 한다. 아무튼, 몸찬 패스트가 몸을 비우는 게 아니라, 알차게 몸을 채우는(건강하게 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는 공감한다. 식품업계가 광고하는 대로 다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신석기 다이어트처럼 내 몸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먹거나 굶고 싶다. 잘 먹어야 잘 사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서.....1일 3식의 신화에서 벗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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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임종한 지음 / 예담Friend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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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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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부모다.” 출판사 예담 측에서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를 홍보하고자 뽑아낸, 표지의 문구. 그 문구를 보고도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를 집어들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일본 원전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대형마트에서 일본산 맥주를 집어 들고, 일본산 메이지 초콜렛 사먹고, 발암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섬유유연제 다우니를 아무렇지 않게 세탁조에 집어넣고, 신발장과 방방마다 방향제를 자동차에도 방향제를 넣어둔다. 아무렇지 않게........그런 이들이라도 부모로서의 아이보호의 책임감을 일깨워주면 생각하고 움직인다. 그 이유로, 참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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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도 부모로서의 관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한줄을 놓칠세라, 꼼꼼하게 읽었다. 예쁘장한 외모의 아기 표지를 보고 외국 저널리스트의 책이려니 했더니 의외로, 대한민국 국적의 의과대학 교수가 저자이다. 임 종 한.
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질병관리본부 가습기 살균제 관련폐 손상 조사위원회조사위원이며 현재 한국의료생협연합회 이사장이자 환경정의 다음지킴이운동본부장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 열서억인 헌신과 노력으로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문화일보주목받는 차세대 인물 3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를 읽으며 활자로 만나본 저자 임종한은 단순히 화학물질 독성 연구의 전문가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을,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소중히 생각하는 환경주의자라는 인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에필로그를 보니 그는 가정의학 전문의가 되자마자 지역사회에서 어려운 서민들을 돌보는 비영리단체에서 진료활동을 했으며 국내에 의료생활협동조합 운동을 개척하고 발전시켜온 협동조합 전문가이다. 그는 과학기술이 제어되지 않은 채 오히려 건강에 위험을 가져다주는 것을 보면서 더디 가더라도, 함께 살아가고, 다음 세대에 밝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는 소망(p.304)”에서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를 집필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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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구성의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1부에서는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소개한다. 친환경 먹거리만 고집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짝 비꼬며 요즘 같은 세상에서 뭐가 안전하겠어. 이런 시대에 태어났으니, 그냥 남들 다하듯 적당히 화학물질 먹어주면서 살아야지 뭘 유별을 떨어.”하는 이들도 있다면,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를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읽어보시라.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대형 패스트푸드의 햄버거에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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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의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 의외라고?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집이 의외로 화학물질 투성이며 서서히 아이의 몸에 독을 쌓아준다고?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현관을 들어서면 신발장의 데오트란토, 신발장 냄새 제거제가 놓여 있다. 화장실에는 샴푸와 린스, 게다가 화장대에는 화합물질 범벅의 화장품. 주방은 또 어떠한가? 눌러붙지 않는 프라이팬 하나 안 쓰고 모두 스테인레스 제품만 쓰는 모범적인 친환경 주부가 얼마나 되는가? 청소하면서 간편한 물티슈를 쓰지않는가? 방부제는 기본이고 화학물질 범벅인데 말이다.
도시인으로서 성장하는 아이들, 고속도록 반경 500m 이내 거주하는 경우 디젤 연소 분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쓰레기 소각장, 고속도로 주변은 주거지로서 피하는 것이 좋다.
3부에서는 비타민, 영양제, 성장호르몬제, 항생제, 환경호르몬, 생활 속 발암물질 등을 속속 파헤친다. 자폐증, ADHD, 우울증과 합성화학물질과 연관된다니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관련자료를 찾아 읽어가며 주의해야 겠다.
4부에서는 아이 몸에서 독을 빼내고 친환경 삶을 사는 법, 체온을 올리고 면연력 키우는 방법 등이 무척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아무리 독성물질 전성시대 독성물질free의 삶 살기로 선언한다 할지라도, 스마트폰의 편리성과 비데가 길들인 청결관념까지 버릴 수 있을까? 실로 세포까지 파고든 편리에의 중독이 우리를 친환경, 탈화학물질의 삶에서 멀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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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단지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 또 그아이의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의 인류를 위해서. 독성물질은 세대를 넘어 전승된다. 누적된다. 인식했다면 이제 행동으로 변화할 때다! 그 실천 방향 잡기가 어렵다면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를 조타수 삼을 것!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에서 배운 생활 속 친환경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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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드기 퇴치에는 계피1: 9 비율의 희석액을 스프레이 하세요!
2. 표백제 대신 세탁할 때 소금을 사용해 보세요. 섬유 유연제 사용은 자제합시다.
3. PVC플라스틱 용기, 장난감을 멀리하세요. 특히 올리브유 등 기름은 반드시 유리용기에 보관하세요.
4. 무시무시한 아질산나트륨. 햄, 소세지, 베이컨 구입할 때 아질산나트륨 무첨가 제품으로...이왕이면 햄, 소세지 류보다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단을 꾸리시고요.
5. ‘눌어붙지 않는다는 광고에 현혹되서 테프론 프라이팬 신봉하지 말고, 스테인레스 제품 잘 길들여 쓰세요. 식초 몇 방울 떨어뜨려 끓이면 깨끗하게 닦을 수도 있어요.
5. 매일 자주 환기하세요. 이왕이면 옷장과 서랍문도 활짝 열어 같이 환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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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사회 - 한국인은 지금 어떤 마음이 고픈가 아케이드 프로젝트 Arcade Project 2
주창윤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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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허기(emotional hunger)’라는 용어를 알고 나서는, 오래된 초콜렛 탐닉 습성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다. 초콜렛으로 달래려는 것은 생리적인 배고픔이 아니라, 바로 정서적 공허나 갈망이라는 각도에서. 탐식증 환자들을 치료하던 정신의학자 로저 굴드가 탐식의 기저에 도사린 무기력증을 지적하면서 제기한 개념이 바로 정서적 식욕(emotional eating)’이었다. 주창윤 교수가 우리 시대 한국 사회에서 진단해낸 증상 역시 빈 밥그릇의 허기(p.10),’ 정서적 허기처럼 채워지지 않고 더 큰 허기를 야기한다.

한국인은 지금 어떤 마음이 고픈가라는 비유적 부제를 단 <허기사회>는 학술 무브먼트아케이드 프로젝트시리즈의 두번째 권이다. ‘박사논문은 쓴 자와 커미티 멤버들만 읽는다라는 농담이 나올만큼, 상아탑 내에서만 생산될 뿐 대중에게는 거의 노출될 기회도, 공론화될 기회도 없는 수천 수만편의 논문들.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은 소프트한 감성의 제목을 단 편집서나 번역서로 출간되어 대중을 달래준다. 정작 인문학 출판사들은 이런 타협에서 문사철의 결기가 흐려짐을 통감한다. 그래서 나온 학술무브먼트가 바로 아케이드 프로젝트.’ <허기사회>를 읽고 나니, 이 총서 시리즈가 세 자리 수로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주창윤은 2012년 발표했던「좌절한 시대의 정서적 허기: 윌리엄스 정서의 구조 비판적 개념의 적용」이라는 학술논문를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취지에 부합하게 공론화의 가능성을 열도록 다듬었다. 저자는 우리 시대 한국 사회의 성원들이 공유하는 상호주관적인 마음들, 정서에 주목한다. 정서가 문화의 패턴파악에 유효한 단서라면서. 그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결핍이 초래하는 관계적 결핍의 현상들(p13)”, 빈 밥그릇의 허기를 사회과학자의 눈으로 분석한다. 그가 파악한 허기 사회의 구성물은 퇴행적 위로’, ‘나르시시즘의 과잉,’ 속물성에 대한 분노이다. 각 구성물은 <허기사회>의 각 챕터를 이룬다. 학술용어와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까지 끌여들여 소개하고 있는 고밀도의 사회과학서이지만,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글항아리 출판사의 세련된 편집도 가독성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


학술논문도 대중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편집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페이지들.


각 챕터를 간단히 소개해보자. 1퇴행적 위로, 잘 팔리는 문화적 코드로서의 힐링이나 스낵컬처가 대중에게 정서적 위로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위장된, 퇴행적 위로라고 본다. 탈역사와 탈정치의 매커니즘이 작동하여 주체성을 사회와 역사안에서 찾는 대신, 나약하기에 위로받아야 하는 개인만을 남기기에.

2장에서는 모방 욕망을 자극하여 희생양을 만들고 이상적 자아와 일상적 자아를 분열시키는 나르시시즘의 과잉을 이야기한다. 인류학에서 많이 논의되는 르네 지라르의 희생제의 개념을 타진요(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한 이들), 슈퍼스타 K등 친숙한 예로 흥미롭게 분석해놓았다.

속물성에 대한 분노라는 소제목을 단 3장에서 주창윤이 이야기하는 분노는 개인의 심리적 반응이라기보나는 집합적 문화 반응이다. 김홍중이 속물지배 snobocracy’라 규정한 MB정권 시대는 정의의 기억을 소환시켰다. 대중의 나꼼수열광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된다.

마지막 4장은 배제와 과잉으로 허기사회의 맥락을 밝힌다. 둘다 어려운 관념어이지만, 이 시대 한국 사회의 비극적 호모 사케르였던 용산참사 희생자,’’ 쌍용차 노조원’ ‘MB정권의 4대강 사업과정에서 사망한 인부들을 하나씩 언급하면 그 추상은 분노할 현실이 된다. 주창윤의 해석에 따르면 이들은 규율사회의 제도들을 유지하는 데 방해되는 생명이므로 배제(p.74)’되었다. 권력으로부터, 그리고 대중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과잉상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혁명과 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데이비드가 진단하듯 현대 사회는 과잉연결 (overconnected) 상태에 놓여있다. 과잉연결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의 결핍을 동시에 의미하며, 우리 시대 우울증, 자살, 퇴행을 낳는다. 주창윤은 4장에서 수 페이지를 할애하여 한병철의 <피로사회>의 논의를 자신의 논의와 변별시키는데, 이 지점은 <피로 사회>를 읽어본 후에 다시 음미해야겠다.

이 분야 문외한의 일반독자로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바로 에필로그의 게릴라되기.’ 주창윤은 사냥꾼의 시대에는 모두가 사냥꾼이라는 바우만의 주장을 살짝 틀어서, ‘노련한 일부 사냥꾼들만이 사냥꾼의 대열에서 행복을 맛본다(p.93)’며 그 대열에서 이탈한 이들이 어떻게 게릴라 전법을 구사할 수 있는지를 호기롭게 이야기한다. 게릴라가 되려면 권력의 허위를 무너뜨리는 게릴라 담론을 생산(p.97)’할 소명을 다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나꼼수’ ‘잡년행진’ ‘토크콘서트’ ‘촛불시위를 떠올려보라.

<허기사회>의 마지막에서 주창윤이 허기사회의 지독히도 아름다운대안으로 제시한 눈부처의 상생은 솔직히 생뚱맞게 관념적으로 들린다. 사회과학자로라기보다는 1986년 시단에 등단한 시인으로서의 주창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눈부처 주체는 불의와 세계의 부조리에 저항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면서도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주체(p.102)를 말한다. 내가 세상을 너무 까칠하게 보는 걸까? 눈부처의 상생이 참으로 멀리있는 신전처럼 느껴진다. 신성할만큼 아름다운 대안이지만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운.....아무도 남을 돌봐주지 않는 사냥꾼의 시대, 그래도 눈부처의 상생을 꿈꾸는 눈부처 주창윤. 적어도 그의 <허기사회>가 게릴라 담론 생산의 밑거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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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디자인하라 - 디자인은 어떻게 확신을 창조하는가
정경원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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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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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 30년을 투신해온 전문가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사실,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문외한이었지만, 30년을 디자인에 헌신해온 정경원 교수의 이력에 혹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한국에서 디자인 경영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그는 한국디자인진흥원장과 서울시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경력에, 다양한 수상경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학자로서의 탄탄한 이론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토대로 저술활동에도 매진하여, 베스트셀러인 를 비롯 많은 저서와 다수의 논문을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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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원 교수의 2013년 신작, <욕망을 디자인하라>는 격변하는 시대의 생존전략으로서의 디자인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고, 현시대 디자인의 핵심이 단순히 심미적인 필요를 넘어 욕망의 충족에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욕망을 디자인하라>를 통해서 디자인 지수를 높이고 "Good to Great"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욕망을 디자인하라>를 집필했다고 한다. 즉, "창조적 디자인에 숨어 있는 영감을 공유하기 위해(p.15)"서.....이처럼 독자를 고려해서인지 이 책은 전문 용어나 개념을 많이 등장시키면서도,다양한 사례와 정경원 교수의 디자인 철학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쓰였기에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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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장 구성의 이 책의 1부에서는 디자인의 본질과 가치를 역사 속에서 맥락화해주고 있다. 먼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하에, 디자인을 미술과 기술의 융합을 도모하는분야에 놓는다. 이어, 아날로그 시대와 대비해 디지털 시대의 디자인을 살피고 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이 주목받는지를 설명한다. 2장에서는 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인간과의 교감'으로 놓고, 이를 '배려' '나눔' 그리고 '치유'의 키워드로 설명한다. 사실 '디자인'이 먹고 살만한 부유층, 디자인을 소비하고 국가적 사업으로 장려하는 부유국가에게 더 의미있으리라는 편견이 있었는데,'히포 워터 롤러 hippo water roller'등 물부족 지역에 사는 이들을 위한 물통 등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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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디자인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다"는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를 보완한 장이라고 한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가장 재미있게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챕터가 아닐까 한다. 패션모델들이 신기를 아예 거부했던 극악무도의 30cm 킬힐 '아르마딜로 구두'에서, 라시드의 우피 의자, 0.1초만에 에어백으로 변신하는 스카프, 날개 없는 선풍기 air multi flyer, 실켄 푸에르타 아메리카 마드리드 호텔 등을 소재로 정경원 교수의 전문가적 지식과 디자인 철학을 녹여낸 글은 참 재미나다. 학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적은 이라면 <욕망을 디자인하라>의 2부부터 읽으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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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제목을 "Good desgin is good business"라는 전 IBM회장 토머스 왓슨 주니어의 말을 인용하여 지었다. 정경원 교수가 <포춘코리아>에 연재했던 디자인 경영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국내외 주요기업들이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경영혁신을 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현재 세계 최대의 IT Solution회사로 변신하며 승승장구중인 IBM을 비지니스의 변화에 부응하여 디자인 경영의 혁신을 이룬 훌륭한 사례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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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 세계 1위의 코카콜라의 경우 'C가 강조된 스펜서체 로고'와 '다이내믹 리본'으로 탄산음료의 경쾌한 느낌을 전한다.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는 비즈니스의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디자인으로 유명하단다. 국내 기업의 예로서는 삼성전자야 워낙 유명하다 하겠지만, 현대카드의 활약이 놀라웠다. 2011년에는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가 수여하는 국제우수디자인상에서 금상을 수상했을 뿐더러, 서울시에 버스 환승센터를 기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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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원 교수는 "디자인하지 않으면 쇠퇴한다"는 제목의 후기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최단의 지름길로 디자인을 예견했다. <욕망을 디자인하라>가 개인, 기업, 나아가 국가까지 풍요롭게 해주는 창조적 디자인의 힘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멋진 디자인 입문서로 많이 읽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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