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러 찾은 도서관, 입구로 안 들어가고 샛길로 샜습니다. 나날이 산이 좋아지니 나이를 감추기 어려워지네요^^ 심호흡 몇 번만 하고 내려오려던 게 자꾸 발이 앞으로 나아가서 전망대까지 올랐습니다. 놀랍게도 전망대에서 알록달록 추상화를 보았어요. 멀리서 보고 정말 설치 미술인 줄 알았죠.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니 그것은, 나물 말림(?)이었습니다. 누군가 공짜 햇볕이 아깝다는 듯 돗자리와 나물을 산 안쪽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것입니다. 아마 그 "누군가"는 나물을 직접 캤을 테고, 애정을 담아 다듬고 씻은 후 산 전망대까지 들고 왔겠지요. 부지런한 누군가의 "채집인 본능"에 미소를 짓습니다.
알록달록 돗자리를 보니 갑자기 수년 전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긴급 안내 방송의 이유가 웃겼는데요.
아파트 단지 내 돗자리 펴놓고 나물 말리시는 분 치우시라,
아파트 경관을 저해한다...
당시 그 방송 듣는데 웃기더라고요. 나물 돗자리 하나 펴놨다고 아파트 평판(?), 집값(?) 떨어질세라 재깍 안내 방송하다니 한가하시네..... 그 후로 가끔 가을이면 고춧가루용 고추를 말리는 돗자리를 보았어요.
길고 긴 인류 진화사,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온 우리가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채집인 본능의 기를 못 펴고 삽니다. 산 등성이 전망대에 돗자리를 깔고 나물 말리시는 그 "누군가"의 채집인 본능에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