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오늘 어린이병원에서 딱 저런 표정으로 아가들을 보고 있었다. 그 대형 병원은 어린이 전문 병원인지라 대기실 복도에 아가들이 바글거렸다. 말이 좋아 아가이지, 엄마 몸 속에서 하루 종일 잠자던 태아의 모습과 크게 차이 안나는 쬐그만 신생아들도 있었다. 그 복도에서 1시간 이상 머물렀는데, 나는 챙겨갔던 책을 아예 꺼내보지도 못했다. 정확히는 책 꺼낼 생각조차 안났다. 병원 복도에 들고 나는 아기들의 물결에 마음을 빼앗기고, 아기들에 자꾸 머무는 시선을 애써 감추느라. 특별한 지인 찬스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아가 보기 힘들어진 저출산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렇게 많은 어린 생명 보기는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자꾸 눈이 아가들에게 머물러서, 그 아가들의 부모님들이 싫어할까 조심해야 했다. 원체 아가를 너무도 좋아하지만, 내 시선은 틀림없이 끈적거렸으리라.
나도 모르게 '아! 미래를 위한 희망! 너희 작은 생명들....'이런 프로파겐다적 생각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가는 그냥 생명으로서 소중할 뿐인데, 나도 모르게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희망이라는 거국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딱, 영화 속 저 장면처럼......
이 영화는 2027년을 배경 삼는다. 근미래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가까운 내일이다. 과연 2027년 대한민국의 거리 풍경은 어떠할까? 우리는 아가들의 옹알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