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삼아 꼬마들에게 "나를 잘 관찰하면 알 수 있었을 틈새 비밀 5가지"를 퀴즈 형식으로 만들어 서로 맞추기 놀이를 제안했다. 놀랍게도 한 친구가 꽤나 세상물정에 밝은 눈을 드러냈다. 그 아이가 낸 퀴즈의 한 문항은 다음과 같다.



Q]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돈은?

A] 땀 흘려 번 돈


솔직히 "땀 흘려 돈 벌다"라는 말을 어렸을 때 관용적 표현으로 배웠지 현실 일상 대화에서 들어본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만큼 "땀 한 방울 안 흘리고도 폭격받는 돈 (횡재)"라는 상상이 표준이 된 세상인지라 "땀 흘려 번 돈"이라면 왠지 덜 친숙하다.

그 친구에게 물었다. "너한테 왜 땀 흘려 번 돈이 중요하니?" "어떻게 하면 땀 흘려 돈을 버는 거니?" 어린이는 동네에서 빈병 주워다 팔면 번 돈이 아까워 저절로 절약이 될 것같다는 꽤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 놓았다.


신용카드는커녕 본인 계좌도 없어 보이는 어린 친구가 "땀 흘려 번 돈"의 소중함을 믿는 게 신선해서 이후 내내 그 문구가 귓속에 울렸다. 그러던 차 마침 독특한 책을 보았다.

[밥 춤]




일을 긍정하는 활기찬 이미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가득한 그림책이었다. 공사장에서 무거운 모래를 나르는 일꾼도, 구두를 닦는 일꾼도, 밥상을 머리에 이고 배달하는 일꾼도 모두 일이 너무나 즐겁다는 듯 폴짝팔짝 발레 춤추듯 일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땀 흘리는 일의 소중함을 평가절하하는 세상에서 그 응원의 메시지가 좋아서 한참 일러스트레이션을 구경했다. 동시에 짠하고 서글픈 마음도 올라왔으니 그렇다면 나는 정녕 "땀 흘리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인가? "땀 흘리는 일"의 가치는 10년 후, 20년 후 어린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야기될까? "땀 흘리는 일"을 모티브로 미래에도 그림책이 나올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무리 사회가 급변해도 중심추처럼 자리에서 크게 안 벗어나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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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01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얄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4-01-01 13:57   좋아요 1 | URL
서곡님, 2024년에도 좋은 글 꾸준히 올려주실테지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눈호강도 하고 배워갑니다.

서곡님 새해복 많이 받으시어요

루피닷 2024-01-01 0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4-01-01 13:56   좋아요 2 | URL
루피닷님 프사 넘 멋있어요^^ 새해에 딱 어울리는 사진이네요.

감사합니다. 루피닷님께서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4-01-01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하면서 번 돈의 소중함을 어른이 되기 전에 일찍 알면 좋아요 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얄라알라 2024-01-01 13:56   좋아요 0 | URL
오! cyrus님 전 정말 저 Q&A를 첨 듣고 놀라서 열흘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그 말이 불쑥불쑥 떠올라요.
제가 왜 그 말에 놀라는지 돌이켜보면
저는 이렇게 어른이 되도록 돈을 어떤 맘으로 대하고 어떻게 모아야할지( ㅋㅋ) 생각하지 않고 무대책 살아왔기 때문인가봐요.
cyrus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어른이 되기 전에 일찍 아는게 필요했어요 ㅎ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cyrus님의 2024년, 풍성하고 따스한 깃털이 많아지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