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는 40년 전, 1984년 초판되었다. 해방직후와 6*25전쟁을 시간적 배경 삼았지만, 책 읽다 워낙 생경한 단어를 자주 접하다 보니 22세기 배경의 SF소설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불과 70여 년 전 고난한 삶과 격동기 풍경을 공감은 커녕 낯설어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
예를 들어 나는 '암죽'이라는 음식을 [몽실언니]에서 처음 들어보았는데, 발음 때문인지 '밤'같은 열매로 만든 죽인줄 알았다. 몽실이의 갓난 동생은 이 암죽을 먹고 컸다. 세상에 태어나자 마자 엄마를 잃었기 때문에 암죽이 모유 대용이었다.
*
'암죽'도 몰랐던 내가, "설빔"을 "설빙" 으로 오해하는 꼬마들에게 놀라움을 표한다. "아!!!팥빙수 아냐!" 하며 황당해한다. 그러는 나는 정작 마트에서 '파조기' 안내판을 '파기(폐기) 조기'로 오해했다. 폐기예정 음쓰인줄 알았단 말이다.
그런 내가 "설빔"을 "설빙"이라며 입맛 다시는 꼬마들에게 놀라워할 수 있을까? 원클릭이면 옷을 바로 배송받는 패스트패션 천국에 사는 꼬마들에게 일 년에 한 번 설빔 알기를 기대한 내가 고루했다. 언어의 생물성을 깜빡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