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바타2: 물의 길] 을 2번 보았습니다. N차 관객분들이 꼼꼼 리뷰해주신 그대로, [아바타2] IMAX3D와 ScreenX2D 관람은 각각 미묘하게 다른 경험입니다. IMAX_3D는 입체적 영상미 덕분에 스크린이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양,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다만, 배치된 좌석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질 수 있겠어요. 스크린 측면에서 192분 내내 눈을 부릅떴던 관객이라면 '어지럼증, 멀미증'을 호소하실 수 있어요. 게다가, 코로나 시대 3D 안경은 1회용 취급 당해 바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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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엔, 2D 관람이 더 만족스러웠어요. 3D 안경을 썼을 땐, 도드라진 하얀색 자막에 시선이 쏠려서 배경의 풍성한 디테일을 놓치기도 했거든요. 사나흘 간격을 두고, 똑같은 영화(그것도 무려 러닝타임 192분짜리!!)를 두 번 연거푸 본 이유도 그 때문이기도 합니다. 비록 줄거리는 밋밋했으나, [아바타 2]를 디테일까지지 이해하고 싶었거든요. 1차 관람 때는 못 보았던, 디테일을 제 나름 꼽아보았습니다.(이하 스포일러~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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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아이 _ 몽키보이
"몽키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스파이더'는 이야기를 불러내는 캐릭터입니다. [아바타2]에 등장하는 어떤 캐릭터보다도 인간 관객의 눈에 친숙한 외피를 입었으나, 영화 속에서는 이방인 중에서도 이방인 취급 당하거든요. 마치, 걸리버가 인간 외형을 가졌어도 소인국, 대인국, 공중도시, 야후의 나라에서 이질적 존재였듯. 스파이더는 인간 부모에게서 DNA를 받았으나,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과 어울리며 자랐습니다. 누르스름한 인간의 거죽을 파란색 위장무늬로 얼룩덜룩하게 칠하기도 하죠. 나비족처럼 보이고 싶어 합니다. 소속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는 온전한 개체로 인정받을지언정, 한 집단에 온전히 속하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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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비족 네이티리는 대 놓고 스파이더를 못마땅해 합니다. [아바타] 1편을 본 관객이라면 네이티리의 심정(핀더리 행성 파괴자인 아버지를 둔 인간, 스파이더에 대한 불신과 미움)을 이해하더라도, 이방인 취급받는 스파이더가 불쌍할 것입니다. 특히, 생명을 건 전투에서 네이티리가 스파이더의 목을 협상의 도구 삼는 장면에서 불쌍함은 최고조에 달할 테고요. 저는 2024년 개봉 예정이라는 [아바타 3]에서 스파이더가 변심(?)하여 판도라 행성의 판도를 가를 캐릭터로 흑화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 제이크 셜리가 죽은 첫째 아들이 비워버린 가족의 자리에 스파이더를 초대한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큰 아들 자리에 스파이더가 들어오면, 제이크 셜리와 네이티리 부부의 자식은 여전히 '아들 둘에 딸 둘'이 됩니다. 하지만, 과연 DNA 자체가 다른 "Monkey Boy"가 가족으로서 이 집단에 어느 정도로 융화되고 소속될까요? 스파이더는 제 목에 칼날을 들이밀던 네이티리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읽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가 겹쳐 생각납니다. 스파이더 역시 물리적으로는, 셜리네 다섯 번째 (유사 가족 관계의) 아이인 셈이거든요. 레싱의 소설에서 '다섯째 아이'는 '이상적 가족' 판타지를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도 많지만, 3편 개봉을 기다리며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