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안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 뭐가 있을까요? 0.001%의 '호모 데우스'가 화성을 식민화하고 99.999 % 호모 사피엔스들은 [메트릭스]의 배양기 안에서, 스크린을 두드리며 도파민을 얻는 미래? 왜 온통 음울한 상상뿐일까요? 영화나 소설뿐만 아닙니다. 어린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환경 교육' 과잉 부작용인지, 지구적 재앙과 멸망을 숙명으로 믿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재활용자원분리배출" 협조를 구하면, '(분리배출 하나 마나) 어차피 쓰레기 되는데 왜 해요?' 하는 회의적인 역질문을 듣습니다. 비록 아이들이 예의를 갖춰 말하지만, 마치 '어른들만 아는 진실이 아닙니다. 어른들이 이미 더럽혀놓았으면서, 우리에게 분리 배출 교육은 왜 시켜요? 어차피 뒤엉켜 다 쓰레기로 처분되는 걸 어른들은 이미 알잖아요?'라고 항의하는 것 같아 뜨끔했던 적도 있습니다. 아마도 신문 기사나 환경 교육 등을 통해, 어린이들이 음울한 미래관과 어른에 대한 불신을 다져온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 "20대"만 가입할 수 있다는 글쓰기 모임에 "실수로" 가입했다는 40대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환경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 면에서 20대와 40대 사이 세대 차이를 느꼈다고 합니다. 20대가 훨씬 더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고 피해의식과 무력감을 크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그 추정이 설득력 있다면, '왜 그럴까? 젊은이들이 왜 미래를 더 어둡게 생각할까? 환경의 측면에서, 어떤 미래를 상상할까? 암울한 상상이 지배적이라면 누가 그 마음을 다독여주어야 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우연히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The Extraordinary Gardener]라는 제목 그대로, 표지에 아름다운 꽃나무가 그득합니다. 화초에 물 주는 꼬마가 주인공이고요. 대단한 반전이나 특별한 에피소드 없어도 이 그림책에 제 마음이 끌린 이유가 있습니다. 주인공 꼬마, Joe는 항상 초록의 미래를 꿈꿉니다. 상상 밖으로 나와 작은 실천도 하며, 변화를 기다리는 여유도 있습니다.





그랬더니, 상상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Joe's world grew from ordinary to extraordinary!"랍니다! 상상만으로는 임박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희망 한 스푼의 영혼 부스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함께 상상해서, 희망의 집합적 힘이 얼마나 큰지 함께 경험하고 싶어집니다. 오랜만에 그림책 포스팅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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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2-06-03 1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얄라님 ^.^ 오랜만에 얄라님 글에 댓글을 남기게 되네요. 아마 많은 분들은 이대로 개발 논리에 함몰되어 탄소를 무분별하게 배출하다보면 지구 환경이 과연 어떻게 될지 장담 못하다는 점은 다들 인지하고 계실텐데요. 자본주의가 막대한 소비를 바탕으로 존속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환경 이슈에 대한 다국적 기업의 이익이 상충되고 그런 결과로 도쿄 의정서라든지 파리 기후 협약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죠. 지금도 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나날이 확장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후손들의 미래를 담보 맡아서 살고 있는 거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 같은 경우는 의회나 정치인들이 환경론자들과 기후전문가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은 다국적 기업의 이해관계가를 몹시도 중요하게 고려하는 나라라서 반환경 로비에도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연유로 현재의 세태 반영이 미래의 환경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작품과 논저에 반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론 인류가 자본주의를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이익논리에 너무나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자본주의와 환경문제는 거의 모든 주제에서 맞물려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얄라알라 2022-06-03 18:20   좋아요 3 | URL
베터라이프님^^ 반갑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까페에서 1회용기 쓰지 않기 등 다양한 노력이 강도 높게(?) 이뤄지고, 실제 분리배출 국민협조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다만 국토면적 대비 배출하는 쓰레기 양이 어마무시인지라,
베터라이프님께서 일깨워주시는 대로 글로벌 차원에서의 얽힘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 심각하지만
당장 이 땅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도 참 걱정이네요.


[침묵의 봄] 읽고, 제가 레이첼 칼슨 세대와 달리, 어쩌면 새 소리에 둔감하다, 아예 새소리 등 청각적 풍요에 대한 경험과 기대 자체가 없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꼬마들의 반응을 보면서 제 낮은 기대치보다, 더욱 낮은 기대치를 보았어요.


베터라이프님 서재 놀러가면 좋은 책 추천 받을 게 많을 텐데, 고르려면 고민이 되겠죠?^^

베터라이프 2022-06-03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쓴 리뷰 책들은 아주 재미없는 것들이네요 ^^; 재미없는 사람이 쓰는 재미없는 리뷰이니 뭔가 환상적인 콜라보 같네요 ㅠㅠ 항상 얄라님의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

바람돌이 2022-06-04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나가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가 이런 것들이죠. 저는 역사를 가르치다 보니 근현대사를 가르치면서 이런 자괴감을 많이 느껴요. 우리나라는 왜 이래요? 하는..... 그래서 최근 몇년간은 그런 자괴감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과 실제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기울이는 편이고요. 어떤 문제에서든 문제를 집어내는 것이 변화의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지로 가는 게 너무 쉬운 길인듯싶기도 하고요.

얄라알라 2022-06-04 14:59   좋아요 1 | URL
아...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체념, 자포자기 우울의 정서‘를 느끼시고 계시는 군요.

비단 어린이들뿐 아니라, 제 자신도 그런 하락의 정서를 자주 느끼는 것 같아요. 방금, 쪽글 하나를 올리고, 스크롤 내리다가 바람돌이님께서 주신 댓글 읽었거든요. 방금 쓴 제 글도, ‘어쩔 수 없지‘의 톤이었던 지라, 반성하면서도....‘그럼 어떤 게 필요한 걸까?‘ 고민하게 됩니다.

바람돌이님 행복한 토요일 보내시기를

감은빛 2022-06-05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미 늦었을 거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제가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시작한 때가 이미 10년 전이었어요. 초등학교 때 저에게 기후변화 강의를 들었던 제 큰 딸은 이제 고등학생이구요.

최근 2년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로 강의하러 가질 못해서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지만, 마지막 학교 강의를 했던 2019년에는 청소년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속으로는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너희들의 미래는 훨씬 더 심각하고 어둡고 무서울거야. 미안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후학자들이 말하는 티핑 포인트는 곧 다가오거나 벌써 지난 것은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