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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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색다른 시도들을 엿볼 수 있었다.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묘사들이 눈에 띈다. ‘0%를 향하여‘의 경우, 영화계를 비롯한 한국 문화시장의 단면을 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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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 개정판 카프카 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석종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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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카프카는 묘하게 닮았다. 그 명성을 익히 들어왔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지위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입문자의 마음에는 당혹감과 두려움이 들어선다. 친절하면서 냉혹하고, 긴밀하면서도 툭툭 끊기는, 그들 특유의 양면성에 애증을 느낀다. 그래서 오랫동안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실종자』는 어느 선택지든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마련이다. 


 카프카의 다른 소설들이 그렇듯이, 카알 로스만은 설명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들에 휩쓸린다. 첫 번째 장부터 그 특징은 두드러진다. 모르는 남자에게 트렁크를 대뜸 맡기는 로스만, 그리고 그를 붙잡는 화부, 화부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선장에게 찾아가고, 그러다 만나게 되는 외숙부까지, 이 일련의 과정이 어딘가 부적절한 표현들과 부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점철된다. 그리고 카알이 미국까지 떠밀려 오게 된 계기부터 그가 외숙부의 집에서 쫓겨나는 동기 역시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카알은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휩쓸려 세상의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이후 미국에서 독립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다. 엘리베이터 보이로 취직하지만, 얼마 안 가 한 번의 실수로 바로 해고당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곳에서 하인으로 일한다. 이곳에서의 비참함과 부당함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다. 로스만은 오클라하마 극장의 공고를 보고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그리고 클레이톤으로 기차를 타는 과정에서 이 미완성의 작품은 막을 내린다. 언뜻 보면 드디어 카알이 억압과 방랑에서 벗어나 정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불현듯 끊겨버린 그의 여정은 로스만이 결코 이 사회에서 이름을 가질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아메리카, 라는 영문식 이름이 주는 무언의 압박과 공포는 '실종자'라는 신원 미상의 정보를 통해 완성된다. 분명 그는 실존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는 환영받지 못한다. 아들로서의 역할을, 식객으로서의 역할을, 직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로스만은 가치없는 존재일 뿐이다. 이는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신하여 생산성을 잃게 된 그레고리의 우화와 다를 바 없다. 극장으로 향하는 로스만의 모습은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종착점이 없는 터널을 향해 돌진하는 기차 안에 탄 승객의 모습이다. 그리하여 완결되지 않은 이 소설은 오히려 더 진한 여운을 독자에게 남기게 된다. 굳이 카알 로스만을 자신에게 대입하지 않아도, 이 땅에 무수한 실종자들이 맴돌고 있으리라는 두려움이 우리를 사로잡지 않는가? 


 카프카의 소설에는 해답도, 질문도 없다. 그는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어떤 우화들을 제시할 뿐이다. 특이하게도, 그의 교훈은 '인간의 삶에는 어떠한 교훈도 없다'는 문장이지만. 알 수 없는 형벌에 의해 처벌을 받아도, 미지의 땅에 휩쓸려간다 해도, 개인에게는 저항할 힘이 없다. 그렇다고 사회나 체제가 변화되어야 하는가? 글쎄, 세상이 좋아진다고, 정책이 변한다고 인간의 삶이 행복해질까?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소외되기 마련이다. 기계가 추구하는 실용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인간이라는 부품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니까. 카알이 가지고 있던 인간성과 저항하는 마음이 그를 추방했듯이, 아메리카에 영혼이 머물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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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에 우연히 영화 <메이즈 러너>를 본 이후, '영 어덜트'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두 장르를 적절히 조화시킨 원작을 읽고자 하는 관심이 꽤 높았다. 각 작품의 설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각각의 작품을 접할 때 방해가 될까 봐 3부작은 천천히 감상했다. 하지만 프리퀄 시리즈는 영화화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가 원작의 완성도가 영화보다 높다는 판단 하에 소설을 모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걸쳐 『킬 오더』와『피버 코드』를 읽었다. 후자는 토머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메이즈 러너』에서 설명되지 못한 것들을 드러낸다. 사악이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했으며, 토머스와 테리사가 미로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공터 아이들과의 만남. 이 시리즈의 끝을 동참한 독자들에게 남기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한편, 『킬 오더』는 태양 플레어 현상의 시작과 플레어 병이 퍼지는 모습을 생생히 담았다.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아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오히려 제임스 대시너 특유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는 것 같은 긴박한 서술이 특히 두드러지며, 원작에만 존재하는 평면 이동문의 원리, 그리고 플레어 병의 경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매혹적인 서사를 이끌어 낸다. 마지막 장이 지나고 나서야 다음 시리즈와 이어질 준비가 끝나는 것을 보아, 작가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두 프리퀄이 훌륭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완성도 있게 마무리 된 듯 하다. 원인 모를 대재앙 이후 인류가 살아남는 과정, 그속에서 드러나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아이들의 협동과 지혜, 그리고 희망으로의 여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소설들은 언제라도 영 어덜트 SF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회자될 준비가 되어 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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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 레이코프와 M. 존슨이 함께 집필한 『삶으로서의 은유』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어렸을 때는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도 책의 내용이 완전히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몇 개의 문장들은 양식이 될 듯 하다. 리뷰에 남기기에는 나의 이해가 얄팍하여 인상 깊은 구절들을 남기기에 그친다.

 

 처음 내용만 보면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은유를 예시로 풀어놓는 것 같으나, 은유에 대한 사유의 본질은 체험주의적 접근을 위한 발판이다. 객관주의 신화와 주관주의 신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과도 같은데, 이 역시 결함이 있다. 다만 새로운 방안을 찾으려는 시도는 언제나 바람직하다.

그 은유에서는 ‘가까움‘은 문장의 구문에 적용되고, 반면에 ‘영향의 강도‘는 문장의 의미에 적용된다. ‘가까움‘은 형태와 관계가 있고, 반면에 ‘영향의 강도‘는 의미와 관계가 있다. (…) 그래서 위에 제시된 실례들에서 보이는 의미의 미묘한 차이는 영어의 특수한 규칙의 산물이 아니라, 언어의 형태에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우리의 개념 속의 은유의 산물이다. - P179

은유는 전체적으로는 파악될 수 없는 것=느낌, 미적 경험, 도덕적 관행, 영적 자각-을 부분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도구들 중의 하나이다. 상상력의 이러한 활동은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은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상적 합리성을 사용한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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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난 후 - 청소년을 위한 체홉 단편문학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문석우 옮김 / 써네스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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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짧은 이야기들이 차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5페이지 내외의 소설이라 우리에게 남는 것은 몇 가지 인상뿐이다. 그속에 체호프 특유의 웃음과 따뜻함이 배어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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