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우연히 영화 <메이즈 러너>를 본 이후, '영 어덜트'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두 장르를 적절히 조화시킨 원작을 읽고자 하는 관심이 꽤 높았다. 각 작품의 설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각각의 작품을 접할 때 방해가 될까 봐 3부작은 천천히 감상했다. 하지만 프리퀄 시리즈는 영화화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가 원작의 완성도가 영화보다 높다는 판단 하에 소설을 모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걸쳐 『킬 오더』와『피버 코드』를 읽었다. 후자는 토머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메이즈 러너』에서 설명되지 못한 것들을 드러낸다. 사악이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했으며, 토머스와 테리사가 미로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공터 아이들과의 만남. 이 시리즈의 끝을 동참한 독자들에게 남기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한편, 『킬 오더』는 태양 플레어 현상의 시작과 플레어 병이 퍼지는 모습을 생생히 담았다.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아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오히려 제임스 대시너 특유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는 것 같은 긴박한 서술이 특히 두드러지며, 원작에만 존재하는 평면 이동문의 원리, 그리고 플레어 병의 경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매혹적인 서사를 이끌어 낸다. 마지막 장이 지나고 나서야 다음 시리즈와 이어질 준비가 끝나는 것을 보아, 작가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두 프리퀄이 훌륭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완성도 있게 마무리 된 듯 하다. 원인 모를 대재앙 이후 인류가 살아남는 과정, 그속에서 드러나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아이들의 협동과 지혜, 그리고 희망으로의 여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소설들은 언제라도 영 어덜트 SF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회자될 준비가 되어 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