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작품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을 쓰게 해주신 이전의 문인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되신 분들 등, 모두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그 이름을 다 밝힐 수 없고, 또 감사드리는 사람이 3쪽에 달한다. 사실 직접 읽다 보면 꽤 감동적이다. 

 그런데..... 각주에 이렇게 써 있다. (강조는 필자)

 "이 책이 참된 의미의 전기가 아니듯이, 이 서문도 '장난삼아' 쓴 것이다.) 

 What? 지금 장난 합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그게 장난이라니. 이 주석을 보는 순간, 엄청난 실망이 나를 덮쳤다. 버지니아 울프, 작품의 시작을 기대를 품고 시작할 수 있었고, 또 내가 좋아하는 작가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사람 가지고 장난을 쳐버리다니.... 독자를 상대로 말이다...  

 이런 실망을 겪긴 해도, 아직 작품을 다 읽지 않았으니(사실 서문을 빼고 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 기대를 해 본다. 

 

  

 (버지니아 울프 전집을 출간해준 솔 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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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T. 태평양 바다의 자유호- 낮

 거대한 크루즈가 태평양을 헤치며 지나간다. 경쾌한 음악이 들린다. 

 

EXT. 바다의 자유호의 바- 낮

 아드리안의 아버지 해리와 파트너 토니가 무대 위에 있다. 해리는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를 치고 있고 토니는 베이스를 하고 있다. 웨이터가 마실 걸 가져온다. 해리에게는 물이, 토니에게는 밝은 색의 칵테일을 준다.

 웨이터: 팬이 생겼어요, 토니..

 토니는 술집에 앉아 있는 두 늙은 여성들에게 유리잔을 든다.

 웨이터: 전화가 왔어요, 해리. 메시지를 받으시겠어요?

 해리: (아직도 연주를 하며) 그렇게 하겠소.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몇몇 사람들이 음악의 소절을 듣고 박수를 친다.

 해리: (마이크로)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 유명한 토니 델가도의 음악을 들어봅시다. 전 해리 헴슬리였고 잠시 쉰 다음에 돌아오겠습니다.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해리는 무대에서 내려온다.

 아드리안: 아버지..... 무척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해요.

 INT. 백악관 통로- 낮

 아드리안이 통로의 어두운 구석에 서 있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은 상자들을 나르며 짐을 싸고 있다.

 아드리안: 제가 중국의 댐에 대해 말한 것 기억나세요? 그런데, 그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일어나고 있어요.


 INT. 크루즈의 조리실- 낮

 해리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한다.

 아드리안: 대통령께서 우리에게 어서 백악관에서 떠나라고 명령하셨어요.

 해리: 하아..... 진작에 누군가가 그 쓰레기 더미를 청소했어야 했는데.

 INT. 백악관의 통로- 낮

 아드리안이 눈물을 감춘다.

 아드리안: 어디 있어요, 아버지? 지금 ‘자유’ 호의 코스는 정확히 어디죠?

 해리: 다 잘 되고 있단다, 아들아. 이 늙은이를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잖니.

 INT. 크루즈의 조리실- 낮

 해리의 목소리가 떨린다.

 해리: 너도 알잖니, 네 엄마와 난, 매우 대단한 삶을 살았잖니..... 매우 대단한 아이도 말이야.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 ‘자유’ 호는 알다시피 무척 큰 배란다... 이 늙은이에게 편지 쓰지 말거라.


 INT. 백악관의 통로- 낮

 눈물이 아드리안의 얼굴을 흐른다.

 해리: 게다가 난 토니를 혼자 남길 수가 없단다. 알다시피 그는 혼자서는 잘 살 수 없어.

 잠시 멈춘다.

 아드리안: 사랑해요, 아버지.



 INT. 크루즈의 조리실- 낮

 해리가 입술을 깨문다.

 해리: 나도 사랑한다, 아들아.


 INT. 크루즈의 바- 낮

 라운지 바 뒤에서 토니가 칵테일을 다 마셨다. 해리가 다가가서 바 주인에게 소리친다.

 해리: 이봐, 허브. 내게 얼음을 탄 더블 잭을 가져다 줘.

 토니: 25살 이후로는 술을 안 마시겠다며?

 해리: 왜 안 돼? 우리가 확실한 일을 하는 것에 누가 얼마나 신경 쓴다고? 우리가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우리가 얼마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지. 아니, 우리가 얼마나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는지 말이야.

 해리가 토니의 셔츠를 잡는다.

 토니: 이야! 해리, 무슨 일 있어? 가자. 다시 연주해야지.

 해리가 훨씬 더 가까이 그를 끌어당긴다.

 해리: 네 아들에게 전화 해, 완고한 고집쟁이야. (잠시 말을 멈춘다) 난 네가 전화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무대로 돌아가지 않을 테야.

 웨이터: (끼어들어) 토니, 숙녀 분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해리: 약속해 줘, 토니.... 제발.

 해리가 그를 노려본다.

 토니: 알았어, 전화해야 한다면....

 해리가 미소를 짓고는 버번을 내려놓고 무대로 돌아간다.

 INT. 백악관 아드리안의 집무실- 낮

 아드리안이 그의 집무실로 들어온다. TV가 켜져 있다.

 뉴스 앵커: 우리가 이 점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지만, 지진이 10. 1 리히터로 기록되었습니다. 모든 서부 해안이 타격을 받고.....

 조수들이 충격에 빠진 채 믿을 수 없는 듯 뉴스를 바라보았다. 몇 사람은 울고 있었다. 웨스트 교수가 문에서 나타난다.

 아드리안: (TV를 가리키며) 저거 봤어?

 웨스트 교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아드리안에게 손짓하자, 그는 어두운 통제실로 통로를 내려가는 웨스트 교수를 따라간다. 그들은 벽 크기의 높은 고화질 모니터를 바라본다.

 웨스트 교수: 우리는 인공위성 사진을 살펴봤어. 여기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차례로 놨어.

 모니터에서는 인공위성 사진이 어떻게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 캘리포니아를 바다 속에 빠뜨리게 했는지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아드리안: 옐로우스톤에서는 소식이 없어?

 웨스트 교수: 곧 생기겠지.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연구소- 낮

 기지가 몇몇 구조물과 거대한 굴착기만 남겨놓고 텅 비었다.

 고든은 주유 시설로 보이는 기계 옆에 비행기를 착륙시킨다. 잭슨이 펌프를 확인하며 비행기에서 내린다.

 잭슨: 이봐, 연료가 있어! 연료를 가득 채워 놔. 난 찰리를 찾을게.

 케이트: 그 남자가 확실해?

 잭슨: 케이트, 그 남자가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모두 말했다. 금방 돌아올게.

 잭슨이 언덕을 향해 달려간다.

 릴리: 아빠, 기다려요! 저도 같이 갈래요!

 릴리가 그를 뒤따라간다. 잭슨이 그녀를 챙긴다.

 케이트: 릴리! 돌아 와!

 잭슨: 괜찮아! 내가 데려갈게.

 케이트는 걱정이 되어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노아와 고든은 비행기에 연료를 채우기 시작한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찰리의 RV- 낮

 잭슨과 릴리는 문이 열려 있는 찰리의 RV를 찾았다. 그들이 들어온다. 열쇠는 시동 장치에 꽃혀 있다. 라디오 송신기가 켜져 있지만 찰리는 떠나고 없다. 잭슨이 스위치를 만지작거리자 찰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찰리의 목소리: 나는 이 초화산의 가장자리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잭슨: 찰리가 가까이에 있어, 릴리....

 잭슨이 핸들을 잡고 시동을 건다.

 릴리: 돌아가요, 아빠.

 잭슨: 내 말 잘 들으렴. 우린 찰리를 찾아야 해. 그는 비밀지도를 가지고 있어, 알지, ‘해적(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처럼 말이야.

 그 말이 릴리의 호기심을 끈다.

 잭슨: 릴리, 이제 우린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해, 알았지? 날 도와주렴.

 잭슨은 휴대전화를 그녀에게 넘겨준다. 릴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RV의 기어를 올려 울퉁불퉁한 길을 재빠르게 지나간다.

 먼지 뒤에서 땅의 균열이 보인다.


 IN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RV- 낮

 잭슨은 매우 빠르게 운전한다.

 찰리의 목소리: 지난번의 작은 타격은 64만년전에 일어났습니다.

 잭슨: 엄마 전화번호로 전화 걸렴, 얘야.

 잭슨은 찰리를 찾으며 산을 훼손시킨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텅 빈 군사기지- 낮

 케이트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릴리: 안녕, 엄마...

 케이트: 어디 있니, 얘야?


 IN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RV- 낮

 잭슨은 케이트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듣는다. 그가 릴리에게 쉿 하고 말한다.

 잭슨: 10분 후에 돌아온다고 말해주렴.

 릴리: (흥분해서) 우린 비밀지도를 찾고 있어요, 엄마.

 잭슨이 얼굴을 찌푸린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연구소- 낮

 케이트가 릴리와 계속 통화하려고 한다.

 케이트: 아빠 좀 바꿔주렴, 얘야.

 릴리: 아빠는 지금 통화 못해요. 엄청 빠르게 운전하고 있거든요...


 IN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낮

 RV가 바위 위를 지나간다. 릴리가 천장에 부딪친다.

 릴리: 아야!

 케이트: 릴리!

 통화기로 케이트는 찰리 프로스트의 목소리를 듣는다.

 찰리의 목소리: 제가 말했듯이 여러분, 지금 당장이라도.... 지금이라도 불꽃놀이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케이트: 차에 누가 더 있니? 소리 지르는 남자는 누구야?

 릴리: 그 사람은 차에 없어. 그 사람은 불꽃놀이를 기다리려고 산 위에 있어.

 릴리가 산등성이 위에 있는 찰리를 발견한다. 그는 산꼭대기에 펄럭이는 깃발과 10피트 길이의 라디오 안테나를 세워 놓았다.

 릴리: (잭슨에게) 저기 있어요! 저기!

 잭슨: 정말 잘했어, 얘야. 아빠에게 통화기를 주렴. (휴대전화로) 미안해, 케이트... 지금 말할 수 없어...

 길이 산꼭대기 바로 아래에서 끝난다.

 케이트: 잭슨, 당장 내 아이를 데려와! 당장!

 잭슨은 위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찰리를 본다. 그는 전화를 끊고 RV에서 뛰어내린다.

 잭슨: 넌 여기서 아빨 기다려라! 커티스 선장님이 해적과 말하는 동안 배를 살펴라. 알았지?

 릴리: (머뭇거리며) 알았어요...

 잭슨이 찰리를 향해 산을 올라간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산꼭대기- 낮

 찰리가 자신을 줄로 묶고 설비 장치로 방송을 하고 있다. 안테나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낀다.

 찰리 프로스트: (마이크로) 난 여러분이 집에서 TV로 이걸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는 잭슨을 발견하고 마이크를 덮는다.

 찰리 프로스트: 어떻게 여기까지 왔죠? 죽은 줄 알았는데.

 잭슨: 우주선 말이에요, 찰리, 어디 있는 거예요?

 찰리 프로스트: 당신은 거기에 갈 수 없어요.

 잭슨: 우린 비행기가 있어요. 당신도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있어요. 어서 갑시다, 찰리!

 사방에서 주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초화산의 모습을 드러내려 3마일의 크레이터가 형성된다.

 찰리 프로스트: 제 시간에 못할 걸요. 여기서 대폭발을 즐겨보세요. 저 얘는 당신 얜가요?

 잭슨은 릴리가 큰 갈색 눈으로 찰리를 바라보며 그 뒤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잭슨은 찰리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린다.

 잭슨: 그 망할 지도는 어디 있어요!

 찰리 프로스트: 진정해요, 진정해요. 마이크 조심하고.... 저도 모르겠어요. 제 차 어딘가에 있겠죠.

 미친 듯한 천둥소리로 낮게 우르르 소리가 나자 수많은 새들이 무섭게 도주를 한다.

 찰리 프로스트: 와우! 봐요! (마이크로) 날아라, 새들아, 날아! 이것은 미국의 마지막 날의 증표입니다, 여러분. 내일은...

 화산의 분화구가 아래어서 액체 용암을 드러내며 산산조각이 난다.

 찰리 프로스트: 인류의 마지막 날이 되겠죠. 곧 그들은 100만 마일에서 우리를 볼 겁니다. 저기 은하계에서 말이지요...

 잭슨은 눈이 큰 딸을 잡고 산 아래로 내려간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산꼭대기 아래- 낮

 잭슨과 릴 리가 RV로 뛰어들고 재빨리 떠난다. 찰리의 방송은 계속된다.

 찰리의 목소리: 이 화산재 구름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닐 겁니다. 먼저 라스베가스의 빛이 사라지고 그 다음엔 댈러스, 그 다음은 세인트루이스, 그 다음은 워싱턴 DC의 빛이 사라질 것이야...

 잭슨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전화를 받는다.

 잭슨: 지금 가고 있어.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연구소- 낮

 케이트: 잭슨, 여기 상황이 무척 안 좋아 보여!

 그 순간, 그들 주변의 공기가 마치 주변에서 공기를 빨아들인 듯 사라진다. 세계가 여태까지 보아왔던 것 중 가장 큰 폭발이 일어난다... 적어도 지난 64만년 동안 말이다. 그들은 이 폭발에 완전히 침묵한다. 폭발 소리가 아직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그들은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었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산꼭대기- 낮

 그 폭발이 버섯구름과 비슷해진다.

 찰리 프로스트: 아름다워요, 여러분! 아름답다구요!

 소리의 파동이 찰리에게 닿자, 그는 땅에 주저앉는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흙길- 낮

 RV가 울퉁불퉁한 지역 위를 지나간다. 땅 모든 곳이 산산이 부서지며 금이 간다. 잭슨은 사라져가는 지역에서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

 릴리: (소리지르며) 저게 우릴 따라와요!

 릴리가 그들 뒤로 화산재 구름이 커지는 것을 발견한다.

 잭슨: 뒤돌아보지 마라, 릴리!

 천둥소리가 그들을 감싼다. 라디오에서 찰리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진다.

 찰리의 목소리: 장엄하다!... 오, 그래!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산꼭대기- 낮

 찰리는 그보다 훨씬 높은 먼지와 불의 구름에 모습을 드러내며 다시 천천히 일어나려고 한다. 불이 붙은 바위가 그를 향해 날아온다. 그 바위가 땅을 맞추자 폭탄처럼 터진다.

 찰리의 목소리: 오, 이럴 수가! 저게 오고 있어!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흙길- 낮

 바위가 운석처럼 RV 차량 근처에 떨어지자 잭슨은 무너지는 길 위를 뛰어넘는다. 라디오에서는 기뻐 날뛴 찰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옐로우스톤은 전쟁터처럼 보인다. RV는 불과 바위의 폭격을 피한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산꼭대기- 낮

 거대한 나무의 몸통과 불타는 바위가 화산재를 통해 찰리를 향해 날아온다. 그는 큰 소리로 외친다.

 찰리 프로스트: 항상 기억하세요, 여러분. 찰리가 처음으로 전해드리는 겁니다.

 잠시 후, 찰리의 라디오 안테나가 낫에 베인 듯 공중으로 휩쓸린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흙길- 낮

 라디오가 끊겼다. 숲과 캠프장은 화산재 구름의 엄청난 힘에 의해 납작하게 깎였다. 잭슨은 백미러로 화산재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본다.

 잭슨: 릴리! 숙이렴!

 불타는 화산석이 RV를 맞춰서 지붕 절반이 날아갔다. 릴리는 겨우 계기판 아래로 가는 데 성공했다.

 잭슨: 거기 그대로 있으렴, 릴리! 거의 다 왔어! 아빠를 계속 쳐다보렴.

 잭슨은 멀리서 작은 세스너를 발견한다.


 EXT.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텅 빈 군사 기지- 낮

 활주로의 입구에 거대한 크레바스가 형성되어 RV가 비행기로 가는 길을 막는다. 릴리가 머리를 내민다.

 릴리: 엄마!

 잭슨이 균열을 피하려고 재빨리 방향을 틀자 릴리가 차 밖으로 던져진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놓고 그녀 뒤로 달려가 릴리를 다시 차 안으로 잡아당긴다.

 잭슨: 그대로 있으렴, 얘야.

 잭슨은 균열 옆을 따라 RV를 몬다.

 크레바스의 좁은 곳을 발견하자 그는 결정을 내린다. 그는 가속 페달을 꽉 밟고 전속력으로 그 쪽을 향해 차를 몬다. 잠시 후 RV가 공중에 뜬다. 케이트는 그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비명을 지른다. 몇 초가 너무나 길었다. 이윽고 RV가 땅에 내려앉고 200피트 떨어진 비행기를 향해 돌진한다.

 케이트는 남아 있는 캠핑카를 향해 달려간다. 릴 리가 뛰어내려 엄마의 팔에 달려든다. 잭슨이 고개를 돌려 화산재 구름이 다가오는 것을 본다.

 잭슨: 먼저 가! 금방 갈게!

 케이트가 릴리를 비행기로 데려간다.

 잭슨은 RV의 뒤쪽으로 뛰어들어 찰리의 지도를 찾으며 선반을 마구 뒤진다. 케이트는 비행기의 날개 위로 릴리를 들어올린다. 고든이 엔진 회전수를 올린다.

 노아: 내 손을 잡아, 릴리.

 노아는 조종석 안으로 여동생을 끌어올린다.

 케이트가 비행기에 오르자 하늘에서 불타오르는 바위 소나기가 비행기 양쪽에 떨어진다.

 고든: 어서 떠나야 해!

 노아: 안 돼요!

 릴리: 아빠는 어딨죠?!

 고든: 케이트, 미안하지만 계속 기다리다간 모두 죽는다구!

 고든이 조절판을 당긴다.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케이트가 비명을 지른다.

 케이트: 고든! 기다려!

 RV 뒤에서 잭슨은 미친 듯이 책더미와 선반의 종이들을 뒤진다. 마침내, 한 지도를 찾았다. 그 종이를 펼쳐본다. 하지만 그건 런던의 지하철 노선표이다.

 잭슨은 그 종이를 땅에 던지고 다른 종이를 찾는다. 이번엔 운이 좋았다. 모든 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가 문으로 달려가자 땅이 RV 아래에서 무너진다. 케이트와 아이들이 시야에서 차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케이트: 잭슨! 안 돼!

 노아는 울기 시작하고 릴리는 엄마를 붙잡는다. 고든은 얼어붙어 그대로 지켜만 본다. 화산재 구름이 거의 가까이 왔다. 고든은 굳은 결정을 하고 비행기의 속도를 올린다.

 케이트가 고개를 돌린다. 한 손이 크레바스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도를 잡고 있는 또 다른 손이 보인다. 그녀의 얼굴이 밝아진다.

 릴리: 아빠다!

 잭슨은 혼자서 절벽에서 나와 지도를 잡은 채 비행기를 향해 전력질주한다.

 케이트: 잭슨! 여기야!

 케이트가 그의 손을 잡기 위해 조종석 밖으로 몸을 내민다.

 노아: 더 빨리요, 아빠. 할 수 있어요!

 고든: 케이트 어서 잭슨을 잡아! 활주로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

 잭슨이 젖먹던 힘을 다해 비행기 날개에 뛰어오르자 케이트가 그를 비행기 안으로 끌어당긴다. 바로 그 때, 비행기가 이륙한다. 매우 숨이 가쁜 잭슨은 조종석 안에 주저앉는다. 릴리가 다가와 그를 껴안는다.

 잭슨: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제 모든 시선이 속도계에 고정되어 있다. 180... 190... 엄청난 화산재 구름이 방향계를 공격한다. 비행기가 크게 방향을 든다. 고든이 다시 비행기를 조종한다. 속도계는 마침내 시속 200마일까지 올라간다. 화산재 구름이 서서히 뒤로 물러간다. 모든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케이트: 그럼, 이제 지도를 얻었으니 어디로 가지?

 잭슨이 지도를 펴서 살펴본다. 지도에 수많은 표시가 새겨져 있다. 그는 지도 왼쪽 구석에서 거대한 'C'라는 글자와 ‘H-I-N-A'가 이어져 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고개를 든다.

 잭슨: 좀 더 큰 비행기가 필요해.
 

 영화와의 차이점: 1. 해리와 토니가 탄 크루즈의 이름이 다르다. 

 2. 토니가 왜 아들에게 전화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제시된다. 

 3. 아드리안이 전화를 끊은 후 웨스트 교수와 이야기하는 부분은 없으며, 또한 영화에서 뉴스는 옐로우스톤 폭발 이후에 등장했으나 대본에서는 그 이전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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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over 2011-08-0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난 'great kid'가 뭔지 알게 되었다.
 
<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7월의 주목 신간 '소설'을 고르라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7월은 가장 소설로 풍성한 달이었기 때문이다. 5개를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러나 기쁨을 가지고 해 본다. 

 

  

 이제야 국내에 번역된 소설이다.『세 얼간이』는 먼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은 인도의 젊은 작가 체탄 바갓의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우선 이 소설은 매우 유쾌하다. 스스로를 '얼간이'라고 부르는 IIT 대학의 세 천재들이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이 작품이 우리 기억에 남는 까닭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의 배경은 인도의 대학이고, 주인공들도 인도인이지만, 성공이라는 목표 때문에, 현재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점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세 얼간이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대학 사건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분명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한겨례문학상도 벌써 16회째다. 해마다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지만 그 중에서도 대상 수상작은 가장 걸출한 책이 뽑히기 마련이다. 상과 추천사만으로 그 책의 가치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부류 안에 들어간다. 나아가,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은 보통 소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표백』에서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역시나 '청년'들이다. 사회의 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표백되는 '표백 세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자살하는 청년들의 비극을 담고 있다. 서서히 표백되는 이들에게 다시 색깔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일까. 작가는 과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 기대된다. 

 

  

 철수. 민수. 영희. 어느새 이 사회에서 너무나 흔한 이름이 되어버린 이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철수는 이 사회의 약자이자 소외된 패배자, 즉 루저이다. 학벌, 키, 재산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철수는 문득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고장났다'고 말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철수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루저라고 취급되는 까닭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한다. 오늘의 작가상에 만장일치로 선정된 『철수 사용 설명서』는 루저들의 본질을 밝혀내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좋은 소설은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할 때 나온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작품이다.  

 

   

 『천 명의 백인신부』는 인디언에 대한 소설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개발을 목적으로 인디언에게 저지른 만행이 많은 미국의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천 명의 백인 신부』는 그런 부류의 소설이다. '천 명의 백인 신부와 천 마리의 말을 교환해 백인과 인디언 사회의 영구 평화를 도모하자!'는 인디언들의 담대하고 황당한 주장으로 500쪽짜리 소설은 시작한다. 인디언들의 생각은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으니 자식들이라도 백인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정치가들은 음모가 있다고 여기고 은밀하게 백인 신부들을 인디언 캠프로 보낸다. 이 애잔한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인디언에 대해 다루는 소설은 대부분 '억울한 역사의 피해자'인 인디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개발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미국인들의 만행에 초점을 맞춘다. 이 소설은 그 두 마리 토끼를 탁월하게 잡아낸 책이다. 

  

  이재익 작가의 신작이 돌아왔다. 제목은 『싱크 홀』이다. '싱크홀(sinkhole)'이란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다양한 크기의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세계 각지에서 가끔 발견되는 현상이다. 싱크 홀이 일어난 땅 위에서는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 깊이 또한 수백 미터가 넘는다. (영화 <2012>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재익 작가는 만약 이 '싱크홀' 현상이 서울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을 소설로 꾸몄다. 『싱크 홀』에 등장하는 123층의 초고층 타워인 '시저스 타워'는 환경론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어진 '한국의 바벨탑(신에 대한 도전과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 그리고 개장식 자정, 카운트다운 'O'를 외치는 순간,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여 건물은 그대로 땅 속으로 가라앉게 되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죽는다. 그리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소설의 주제는 싱크홀을 통해 깨닫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순수한 사랑의 열망과 믿음, 그리고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심리 묘사다. 무척 재미있는 명작 소설이 될 것 같다. 328쪽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어떻게 이 커다란 재난을 농축할 수 있는지, 내심 기대해 본다. 비록 이 소설은 재난 소설이지만 '시저스 타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관점으로 작품성을 인정하겠다.

 

 책은 상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새로운 영화에 의해 곧 잊혀지고 만다. 물론 그 중에서도 매우 훌륭한 영화는 '고전 영화' 또는 '명작 영화'라는 호칭을 얻고 계속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겠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한 번 보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가치가 있는 책은 꾸준히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취향에 입각해서 고른 것만이 아니다. 그 작품의 주제 의식도 고려해서 골라보았다. '현실 비판'을 가지고 있는 책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런 책들에 주목한다. 책은 계속 보면서 씹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어떤 의미에서 나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나는 신작 중에서 이번에 평가할 수 있는 책이 하나 쯤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어떤 비판적 요소를 주의깊게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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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신간을 일일이 다 돌아보는 건 나에게 힘들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만 가지고 7월의 신간을 돌아보겠다. 

   

 『세 얼간이』는 먼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은 인도의 젊은 작가 체탄 바갓의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우선 이 소설은 매우 유쾌하다. 스스로를 '얼간이'라고 부르는 IIT 대학의 세 천재들이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이 작품이 우리 기억에 남는 까닭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의 배경은 인도의 대학이고, 주인공들도 인도인이지만, 성공이라는 목표 때문에, 현재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점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세 얼간이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대학 사건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분명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속 항설백물어』와 같은 작품은 독특한 위치에 선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전해져 고전 요괴 설화가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장르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과거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밀도가 더해진다. 나쓰히코의 장대한 이야기는 우리를 즐겁게 할 것이다. 한편, 『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안드레아 히라타의 자전적인 소설로, 2008년에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인도네시아의 벨리퉁 섬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작은 학교를 지키기 위한 여교사의 고군분투와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학생들의 수가 부족하여 학교문을 닫을 위기와 학교 아래에 묻혀 있는 주석 때문에 건물 자체가 붕괴될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궁금해 진다. 소설의 결말은 아름답겠지. 그 과정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달린 것이다.  

  

 『홀로 서기』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여성이 남자 없이, 홀로 서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홀로 서기』의 주인공 여성은 남편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상실의 고통을 받지만, 곧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 똑같은 여성인 그녀이기에,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성의 심리를 솔직하게 털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오스트리아 작가를 보는 것 같다. 동유럽 작가는 서유럽 작가들에 비해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오스트리아의 스티븐 킹'이라고 불리는 파울루스 호흐가터러의 심리스릴러인 이 책은 실제로 의사인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정신과 의사답게, 자신만의 시점으로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문체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특히 내면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또 다른 유럽 작가(벨기에 작가) 베르휠스트의 작품이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소설로, 유년기의 자신을 모델로 삼은 주인공 디미트리가 아버지와 삼촌들과 보낸 이야기, 그리고 그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가난, 죽음, 이별 등 소년으로서 견디기 힘든 일들을 자각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미래의 자신이 돌아보는 유년 시절의 과정을 유쾌함과 풍자를 담아 서술한다. 배수아 작가가 옮겼다.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다양한 장르와 기독교를 한 권의 소설에 융합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동시에, 기독교 신앙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이다. 『라스트 크리스천』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의문의 병에서 살아남은 선교사의 딸 애비게일 콜드웰은 미국의 기독교를 어떻게든 알리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이미 미국에서 기독교는 사라져 버렸다. 애비게일은 그야말로 '라스트 크리스천(마지막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기독교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기독교인으로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힌트는 도련님』은 백가흠 작가의 단편집이다. 표제작 '힌트는 도련님'은 소설 쓰기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친 소설가가 소설 쓰기의 방법에 대한 딜레마가 드러난다. 이외에도 자전적인 소설을 비롯하여 7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유혹, 이 소설, 무척 길다. 권지예 작가의 장편소설인데, 정말 '장편'소설 느낌이 팍 든다. 그녀는 이 소설에서 한국 문학사에 전례없는 '강한 여성'을 창조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남편에게 억눌림 받아야 하며 성적으로 억제받아야 하는 여성상이 아니라, 욕망에 솔직하고 경제적 기반이 충실한 여성상을 그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외설적인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소설은 더 많은 인물을 나타냄으로써 21세기 사회의 욕망을 다양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유혹의 기술로 자신의 독립적인 길을 나아간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2년에 이 책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한겨례문학상도 벌써 16회째다. 해마다 많은 작품들이 등록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걸출한 책이 뽑히기 마련이다. 상과 추천사만으로 그 책의 가치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표백』에서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역시나 '청년'들이다. 사회의 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표백되는 '표백 세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자살하는 청년들의 비극을 담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 현실은 표백되어야 한다.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장편 『위저드 베이커리』와 『아가미』로 유명해진 구병모 작가의 단편집이다. 단편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다섯 편은 등단 이후 곳곳에 올린 단편소설이고, 나머지 두 편은 새로운 단편소설이다. 모든 연재글이 그렇지만,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재된 글이 책으로 나오면 읽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그 전에 구병모 작가의 단편 소설을 본 사람이라도 이 단편집을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이언 뱅크스는 영국 문학계를 이끄는 저명한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소설은 끝까지 읽어봐야 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공범』은 그의 스릴러로, 1인칭과 2인칭이 교차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캐머런과 '너', 그리고 도시 사이에 숨겨진 진실이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간다. 또한, 사회의 부조리를 묵인하는 우리 역시 공범이 아니냐는 묵언의 질타를 주는 책이다. 오래 전의 작품이라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르 클레지오의 『홍수』가 그렇듯이, 과거의 방식도 돌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체코 작가들은 우리에게 낯설다. 그렇지만 체코라는 나라 안에서는 유명한 작가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19세기부터 20세기를 이끈 체코의 19명의 소설가들의 걸작들이 모여 있다. 특히 얀 네루다나 카렐 차페크 같은 우리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두 개가 수록되어 있으므로 독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만 해도 매우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아서 코난 도일이다. 제목 『셜록 홈스의 라이벌』의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작가가 바로 도일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정확히 700쪽짜리의 이 양장본은 코난 도일 시대의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의 단편소설까지 담고 있다. 그들은 '셜록 홈스의 라이벌'이라고 불렸다. 한 시대에 이야기꾼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불멸의 이야기꾼은 그 중에서도 걸출한 법이다. 또한, 여기에는 아서 코난 도일의 미발표 작품과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70점의 삽화가 담겨 있어서 '셜록키언'을 위한 또 다른 책이라고 할 수 있ㅡㄴ 다. 이 책의 의의 중 하나는 한국의 셜록키언이신 정태원님께서 번역하신 데에 있다. 그리고 기억하라. 코난 도일 이외의 작가들 역시 위대하다는 사실을. 사람의 가치는 다 고귀한 법이다.  

 

 오, 난 정말 일본 소설이 취향이 아닌가 보다..... 그렇지만 『까마귀의 엄지』는 왠지 읽고 싶어진다. 『도둑괭이 공주』나 『자산 정약전』 같은 국내 소설도. 소설만으로 신간을 돌아보는 방식도 그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달은 유난히 맘에 드는 소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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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것은 있다. 

 없는 것은 없다. 

 이 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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