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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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변에는 많은 생물들과 사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생물들과 사물들은 각기 다른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한 마디로 우리 주변은 원소로 가득 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생물들과 사물들의 수가 많은 만큼, 원소는 그 종류도 성질도 다른데,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주기율표'이다. 이 주기율표는 멘델레예프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대의 주기율표는 모즐리의 것을 차용하고 있다. 『사라진 스푼』은 주기율표의 탄생에 얽힌 과학의 역사, 그리고 주기율표 속의 원소에 담긴 인간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 샘 킨은 2010년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과학자이다. 그는 500쪽이라는 긴 과학, 역사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이해가 쉽게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많은 신문들이 그에 대해 극찬하였고 이제 우리나라의 차례다. 나도 학교에서 주기율표를 배운 적이 있지만, 『사라진 스푼』처럼 주기율표에 대해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전개할 줄은 몰랐다. 그것은 내 기대 이상이었고 이 과학책이 말 그대로 "이야기책"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비록 이 속에는 어려운 과학 용어들도 많이 등장하고 낯선 원소도 등장하지만 샘 킨은 능숙한 솜씨로 그것을 풀어낸다.

 과학의 역사는 우리 상상과는 달리 피와 논쟁으로 가득 차 있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그는 종교와 맞서 화형을 당할 뻔했으며,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했을 때, 과학과 종교 간의 논쟁이 극에 달했다. 주기율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 주기율표는 아직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저자 샘 킨은 그 논쟁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기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딱딱한 '주기율표' 이야기가 아닌, '주기율표'를 중심으로 한 흥미로운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바로 이 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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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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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굵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은 바로 이 책에 적합하다. 분노하라. 이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팜플릿'에 가깝다. 책 자체의 부피도 80쪽이라는 매우 짧은 양이지만 실제로 인터뷰와 후기, 생애 등을 제외한 '본문'은 30쪽 내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는 이에 따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불과 7개월만에 2백만 부를 돌파했으며 93세의 노장인 저자 스테판 에셀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외침을 높이 알리며 전세계를 '분노 신드롬'에 몰아넣고 있다.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레지스탕스'는 '저항하다'라는 뜻의 'resister'의 명사형이다. 이 레지스탕스는 저자가 몸담았던 시기 중 하나인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선 단체였다. 그리고 이 단체의 주요 구성원은 바로 청년들이었다. 어린 시절엔 문인인 어머니으로부터, 청년 시절 철학자 사르트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온 그 역시 레지스탕스의 일원이었고, 거기에 참여하다가(앙가주망) 나치군에게 고문까지 받기도 한다. 

 이렇게 세월을 거쳐가며 숙성된 저자의 정신은 『분노하라』 속에 압축적이고 간결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분노하라! 그리고 참여하라!"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보자면, 저자가 외치고 있는 대상은 바로 오늘날의 청년들이며 이 썩어빠진 현실에 분노(또는 분개)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에서 멈추지 말고 레지스탕스, 앙가주망 정신을 되살리라는 것이다. 어떻게 현실에 참여한단 말인가? 바로 프랑스를, 아니 전세계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다"라며 다시 한 번 분노와 저항이 필연적임을 역설했다. 

 짧지만 인상적인 책이었다. 왜, 이렇게 짧은 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이해된다. 비록 나이는 100세를 바라보고, 곧 죽을지도 몰라, 일종의 유언이 될 책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우린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참여해야 한다. 보편적인 주장을 담고 있느라 저자의 삶이나 구체적인 사례 등은 본문에 나타나 있지 않다. 한국어판 『분노하라』는 이를 위해 저자의 생애, 옮긴이의 후기, 그리고 저자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로써 이 팜플릿은 비로소 책이 된 것이다. 하나의 신드롬을 낳은, 위대한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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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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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젊은이들이 그토록 불리기 싫어하는 그 이름, 외국인들이 그토록 얻고 싶어하는 그 이름, 노동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해도 최저임금을 밑도우는 임금을 받아도, 자녀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참아야 하는 그 이름, 노동자.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노동자들을 위한 날이다. 노동자란 누구인가? 사전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노동자가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의 노동자들은 어떤가? 노동력을 국가에 제공한 만큼 임금을 받지도 못하고, 따라서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노동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억눌려 신음하고 있다.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태일, 박창수, 김주일, 배달호와 같은 열사들이 목숨을 바쳐 노력했건만, 여전히 자본주의라는 괴물은 노동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김진숙마저 희생당하면 안 된다. 이 땅에 남아 있는 열사들이 없다면 이 나라의 노동자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진중공업에 다니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체를 파악한 그녀는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다 감옥에 갇히고 만다. 실로, 그녀의 인생은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상처,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상처,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상처까지. 김진숙뿐만이 아니라 이 땅의 많은 노동자들이 그러한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한다. 그 상처를 발산하려다간 이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김없이 희생양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웃는다. 그것은 언젠가 자신의 현실이 개선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매만져주며 위로하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노동 현실에 어깨는 무겁지만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웃는다. 아직, 희망은 있다. 정서 공동체란 말이 있듯이, 이 땅의 노동자들은 서로의 정서를 공감하며 하나로 이어져 간다. 청년들은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들 역시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니, 나아가 노동자들이 느낀 고통을 분담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노동자다.

 출간 당시 사회적으로 많은 파란을 일으킨 『소금꽃 나무』는 어느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리고 김진숙의 투쟁은 어느 면에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노동자의 현실은 바뀌어야 할 점이 많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 아직까지도 자본주의 체제의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대한민국의, 우리나라의, 이 땅의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이야말로 역사에서 가장 오래도록, 가장 찬란하게 남을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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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한국 실업의 역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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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0년 사이에 한국 경제는 전세계가 놀랄 만큼의 속도로 발전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는, 새마을 운동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현대 한국 경제의 역사는 한편으로는 많은 것들을 놓쳤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실업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 이후의 가난과 6·25 전쟁의 여파로 수렁에 빠진 한국 실업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강준만의『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는 한국 실업의 역사를 최근 위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실업 문제는 말 그대로 경제학의 영역이기 이전에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철학과 자세의 문제이다. 실업자들은 실업자가 되는 순간, 앞이 막막해진다. 이 책은 1940년대부터 시작해서 2010년까지의 실업의 역사를 그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신문에 주로 의지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직장을 잃은 자들의 심정을 애처롭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실업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IMF를 계기로 한국 실업의 역사가 점점 악화되어 간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것이다. 2007년에 출간된 『88만원 세대』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우리 청년 실업의 암울한 역사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적어도 7,80년대에는 중년층까지 위태로워 지혜를 분담할 수 있지만 이제 갈수록 실업 문제는 곧 청년들의 문제로 이어진다. 12년 동안 공부해서 그 결산을 수능에 다 쏟아붓고 그렇게 해서 대학에 들어가, 마침내 졸업하여 취직을 하려는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밝은 미래가 아닌 우울한 전망뿐이다. 이 책은 십장생, 삼일절 등 실업과 관련된 유행어를 밝혀줌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짧은 리뷰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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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 1400~1600년 이탈리아 소비자 문화
에블린 웰치 지음, 한은경 옮김 / 에코리브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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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의 4요소는 쇼핑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시간', '상품', 그리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또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것은 상인과 구매자다. 이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없으면 '쇼핑'이라는 행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날은 동네 시장과 전문적으로 물건을 파는 상점뿐만이 아니라 대형 마트와 같은 대규모 상점이 있어서 쇼핑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과거에 쇼핑이란 매우 복합적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에서의 쇼핑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그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블린 웰치라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저자가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이라는 제목의 교양 서적을 읽기만 하면 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에 대해 다룬 책이 드문지라 적어도 국내에선 그것에 대한 책 중 가장 권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부제인 '1400년대~1600년대 이탈리아의 소비자 문화'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단순히 '쇼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 문화'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리뷰의 제목을 '쇼핑을 통해 본 르네상스 문화'라고 정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앞서 말한 쇼핑의 4요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정치 상황이나 법령 등 다양한 분야까지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독자의 이해를 위해 풍부한 문헌 자료를 제시하고 200여 점이 넘는 르네상스 그림들을 제공하여 눈을 즐겁게 한다(이 책에서 얻은 게 없다 해도 이 그림 덕분에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학, 그림, 법률 등 다양한 분야까지 세세히 파고들어가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문화를 입체적으로 다룬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이야말로 저자의 노력과 정성이 묻어나는 뛰어난 책이라 할 수 있다(실제로 이 책은 500쪽이 넘지만 참고 문헌이나 그림 자료를 설명하는 페이지를 제외하면 본문은 400쪽밖에 되지 않는다).  

 8장까지는 쇼핑의 문화를 다루고, 9장은 섭정이 된 이사벨라 데스테의 쇼핑 방법을 알아봄으로써 실제로 쇼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생생하게 살펴보며,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10장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고전 문헌이나 조각품의 거래, 그리고 면죄부의 거래까지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책은 면죄부를 책 속에 써넣으면 종교 개혁이나 마르틴 루터의 생애를 그리는 데 사용하는 데 이 책은 면죄부의 거래와 가격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의 총 결론은 이렇다. 

 "이 책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이 정기적인 외출이든 특별한 행사든 단순항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지위와 종교, 성별이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함께 모으는 핵심적인 순간이었다. (…) 르네상스의 구매 관행은 '상점'이라는 단일한 공간에 연결된 고정 행사이기는 커녕 상호 연결된 행사와 행동의 다충적 행위였으며, 표면적으로 가격·생산·수요라는 객관적 문제는 물론이고 시간·신뢰·사회관계·네트워크 등에 의존했다(p.409)." 

 결국 이 책의 주제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쇼핑 문화이다. 저자는 많은 자료를 이용하여 그 순간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일에 성공했다고 본다. 비록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사람들이 이 책을 좀 더 보았으면 좋겠다. 실망한다면 그림이라도 많이 봐라. 저자의 노력의 산물 중 하나이니. 이런 문화의 보고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쇼핑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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