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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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굵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은 바로 이 책에 적합하다. 분노하라. 이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팜플릿'에 가깝다. 책 자체의 부피도 80쪽이라는 매우 짧은 양이지만 실제로 인터뷰와 후기, 생애 등을 제외한 '본문'은 30쪽 내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는 이에 따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불과 7개월만에 2백만 부를 돌파했으며 93세의 노장인 저자 스테판 에셀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외침을 높이 알리며 전세계를 '분노 신드롬'에 몰아넣고 있다.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레지스탕스'는 '저항하다'라는 뜻의 'resister'의 명사형이다. 이 레지스탕스는 저자가 몸담았던 시기 중 하나인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선 단체였다. 그리고 이 단체의 주요 구성원은 바로 청년들이었다. 어린 시절엔 문인인 어머니으로부터, 청년 시절 철학자 사르트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온 그 역시 레지스탕스의 일원이었고, 거기에 참여하다가(앙가주망) 나치군에게 고문까지 받기도 한다. 

 이렇게 세월을 거쳐가며 숙성된 저자의 정신은 『분노하라』 속에 압축적이고 간결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분노하라! 그리고 참여하라!"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보자면, 저자가 외치고 있는 대상은 바로 오늘날의 청년들이며 이 썩어빠진 현실에 분노(또는 분개)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에서 멈추지 말고 레지스탕스, 앙가주망 정신을 되살리라는 것이다. 어떻게 현실에 참여한단 말인가? 바로 프랑스를, 아니 전세계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다"라며 다시 한 번 분노와 저항이 필연적임을 역설했다. 

 짧지만 인상적인 책이었다. 왜, 이렇게 짧은 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이해된다. 비록 나이는 100세를 바라보고, 곧 죽을지도 몰라, 일종의 유언이 될 책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우린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참여해야 한다. 보편적인 주장을 담고 있느라 저자의 삶이나 구체적인 사례 등은 본문에 나타나 있지 않다. 한국어판 『분노하라』는 이를 위해 저자의 생애, 옮긴이의 후기, 그리고 저자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로써 이 팜플릿은 비로소 책이 된 것이다. 하나의 신드롬을 낳은, 위대한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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