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과 역설 - 장벽을 넘어 흐르는 음악과 정치, 개정판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3
에드워드 W. 사이드·다니엘 바렌보임 지음, 노승림 옮김 / 마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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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어렵다. 평행과 역설. 둘 다 우리에게 낯선 단어이다. 하지만 원제를 보면(그러니까 영어 제목을 보면) 은근히 재미있다. 'Parallels and Paradoxes', 둘 다 'Para'가 붙어서 뭔가 서로 연관된 단어 같다. 이 책의 부제인 '장벽을 넘어 흐르는 음악과 정치'로 미루어 보아, 각각의 단어는 음악과 정치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 책이 딱딱한 과학서나 인문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석학 에드워드의 대담집이라는 것을 감안해보았을 때, 이 책은 음악과 정치의 만남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평행과 역설』은 신간이 아니다. 2002년에 출간된 것이 이번에 재출간된 것이다.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내었는데(아, 또 다시 마음이 아파진다) 이번엔 마티 출판사다. 나에게 마티란 장정일의 독서 일기를 냈다는 출판사로 뿌리박혀 있다. 이 출판사가 이번에도 좋은 책을 냈구나, 라고 생각했다.  

  총 여섯 번의 만남, 다양한 시도. 『직설』과는 달리 두 사람끼리 전개하는 대화라서 폭넓다. 『직설』은 어찌 말하면 수박 겉핣기 식인데, 이 책은 작은 수박을 다 갉아먹는 책이라고 할까? 특히나 어려운 시대를 거치며 살아온 그들로서는 하고 싶은 얘기도 많으리라. 음악과 정치에 대한 토론뿐만이 아니라 문학과 역사에 대한 토론 등 내용도 풍부하다.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이들의 대화가 슬픈 현실을 바꾸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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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 1987년 민중운동의 장엄한 파노라마
서중석 지음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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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슈가 '한미 FTA 비준안 강제 체결'이다. 그리고 더불어 그 계약에 대한 사람들의 반대 시위. 나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아직 사람들의 들끓는 정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물론 나 역시 FTA가 미국이 이익을 보려는 계획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항쟁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정부는 결코 국민을 우습게 보지 못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나는 『분노하라』라는 팜플랫을 읽었다. 저자 스테판 에셀은 이 현실에 분노하고 앙가주망, 곧 현실에 참여하라고 했다. 시위나 항쟁 역시 그 일부에 속한다. 시민 혁명의 대표 국가인 프랑스가 아니던가. 1789년의 대혁명을 일으킨 자들이 바로 프랑스 국민이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이 한국으로 옮겨온 것은 아니다. 한국은 한국만의 항쟁 정신이 있다. 6월 항쟁이 바로 그것이다.  

 내년이면 항쟁 25주년이 된다. 역사학자인 서중석 교수는 그것을 기리기 위해 미리 700쪽에 가까운 『6월 항쟁』이라는 책을 내었다. 이 책에는 6월 항쟁의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조명하고 그 의의와 유산을 현대적으로 바라보아, 항쟁 정신을 이어나가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저자는 6월 항쟁이 8·15 독립,  4·19 혁명 이후 한국인이 맞은 '세 번째 해방'이라고 강조한다. 전두환의 독재로 인해 광주시민이 들고 일어난 5·18은 6월 항쟁의 전주곡이었다. 그리고 5·18이 아쉽게 끝맺지 못했던 것을 1987년 6월 항쟁이 마무리지었다. 그 점에서 6월 항쟁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역사다.  

 저자의 생각과 감동이 이 책에는 많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그것에 상관없이 객관적인 역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6월 항쟁은 우리나라 국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념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도 과거로 돌아가 그 항쟁에 참여하고 싶다. 물론, 그런 항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쟁은 잘못된 독재자들이 나타날 때 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항쟁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들고 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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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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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설하면, 별로였다. (듀엣을 제외하고) 제각기 다른 50명의 사람들과 대담을 나눴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오히려 직설 내용보다는 직설을 한 사람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안철수, 박원순, 김제동, 조국, 고은, 그리고 리영희 등....... 그리고 한홍구와 서해성의 유쾌한 입담도 그 식상한 패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솔직했다. 이 직설들은 《한겨례》에 1년 동안 연재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연재 기간 동안 그 독한 언행 때문에 많은 비난과 안티를 낳기도 했다. 문재일 씨와의 공개 직설에서도 '직설'다웠다. 공공의 눈이 보고 있는데, 그것에 서슴치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 것은, 어찌보면 무례함이나 무모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이야기'였다. 물론 이들의 대화 내용은 대부분 사회적, 정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엔 인간적 정이 묻어났다. 이런 기획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먹서먹했던 이들이 두 세 시간의 솔직한 대담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 직설이 기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방적인 인터뷰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화'였다는 것만큼은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싫은 사람, 좋은 사람 다 담겨 있으니까(설마 이 책에 나오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러한 증오의 분명한 이유는 없으리라. 게다가 청소아줌마들도 있거니와). 만약 나처럼 고은 시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그 부분을 보면 되는 것이고, 싫은 사람 이야기는 안 봐도 된다. 어차피 이 직설은 골라먹을 수 있으니. 나는 아직 충분한 경험을 못했으니 두루두루 맛보았고.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지루해졌지만 그만큼 대통령 '가카'에 대한 직설은 더욱 거세졌다. 『직설』은 특히 현직 대통령 정권에 대해 직설을 많이 했다. 4대강 이야기, 선거 이야기(정동영), 그리고 촛불 시위....... 가장 최근의 기록이기에, 가장 신선하고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책, 직설. 한겨례 출판에서 출판되었는데 서문부터 한겨례에 대해 직설을 하는 대담한 직설꾼, 한홍구, 서해성. 분명히 이 책엔 뭔가 있다. 날카로움 이상의, 그러나 절제가 포함되어 있는 뭔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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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전쟁 - 양자 역학과 물리학의 미래를 둘러싼 위대한 과학 논쟁 사이언스 클래식 19
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이종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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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세계는 참으로 흥미롭다. 특히, 우주에 대해서는. 우주는 끝없이 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가 그곳을 'space(공간)'이라고 부를지 애매한 곳이 바로 우주다.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너무나 신비하며 그 중 현대 과학으로 밝혀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블랙홀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홀은 화이트홀과 더불어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되고 있다. 『블랙홀 전쟁』은 그것에 대한 책이다. 단지 논쟁을 한 사람이 특별할 뿐.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 자신인 레너드 서스킨드이지만, 동시에 스티븐 호킹과 토프트이기도 하다. 대립 구도는 '레너드 서스킨드·토프트 ↔ 스티븐 호킹'이다. 하지만 이 지적 전쟁은 나아가 블랙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했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모든 과학자들까지 관련된 문제였다. 승리한 자의 주장은 과학사를 바꾸는 일이 되는 셈이었다(하기야 과학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언제나 추측이 난무하니까, 그것 역시 하나의 역사라 볼 수 있다).  

 사실 이 전쟁은 30년 전 스티븐 호킹이 젊었던 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다. 이들의 치열한 논쟁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논쟁이다. 그래서 『블랙홀 전쟁』은 나를 비롯한 일반인들, 그러니까 비과학자들(사실 과학자들 중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에게는 무척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저자는 그것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 30년간의 논쟁은 과학사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으며 앞으로 있을 수많은 과학적 논쟁의 시작이기도 했다.  

 사이언스클래식, 말 그대로 품위 있는 과학의 고전들만 모아놓은 알찬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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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과학 - 뇌과학이 밝혀낸 의사 결정의 비밀
리드 몬터규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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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삶은 항상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일 수도 있고, 옳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이 누군가의 삶을 살리거나 죽인다. 이처럼 선택은 우리 삶에 있어서 항상 존재하는 동반자와도 같다. 그런데 이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예를 들어, 책을 살 때도 이 책을 살 것인가, 저 책을 살 것인가, 라고 우리는 선택에 앞서서 갈등하는데 여기서 우리는 다섯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사거나, 저 책을 사거나, 이도 저도 아닌 다른 책을 사거나, 둘 다 사거나, 아예 사지 않거나. 이것은 모두 '나'의 선택이기 나름이다. 『선택의 과학』은 리드 몬터규의 저작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마음에 걸린 게 바로 추천사다. 우선, 저자의 역량을 그 외모를 보고 판단한 것, 그리고 '리드 몬터규'적인 작품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한 것. 아니, 그런 표현은 적어도 국내에 명함 한 번 내민 작가에게 맞는 표현 아닌가? 왜, 그의 책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리드 몬터규'적인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에 책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책 내용도 쉽지 않았고 말이다. 

 나는 항상 인간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궁금해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것에 놀라웠다. 그리고 나는 그 선택이 '뇌'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미 『뇌는 답을 알고 있다』와 『심플렉서티』와 같은 뇌과학 도서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이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 뭐, 나쁘진 않았다. 한데 내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내 기대를 채우지 못했고, 저자 자신만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에 4점을 준 까닭은 몇몇 흥미로운 사례들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삶은 단순한 선택과 복잡한 선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곧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것의 실천'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과학』에선 후자에 대해 언급되진 않는다. 그것이 아쉬웠다.  

 이 리뷰에서 이런 표현을 쓰겠다, 이런 말을 하겠다고 '선택'하는 것도 나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 이 책의 가치만큼은 인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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