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인류 역사를 뒤돌아 보았을 때 '기록 문화'라는 것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어 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고대의 동굴 벽화에서 시작해서 상형문자를 이용해서 무언가 흔적을 남기려 했던 노력은 '문자'를 만들어냈고,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하게 남길 수 있게 했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나 양피지의 발명은 기록하고자하는 내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해주었고, 종이의 발견은 기록 문화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했다.  

 

 <책 VS 역사>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통틀어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5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오늘날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가? 그리고 한 사람이 평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이 과연 몇 권이며, 또한 그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도 얼마나 많은 것인가?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모래알 처럼 많은 인쇄물들 중 단 50여권만 고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에 소개된 '책 속의 책'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코란>, 마르틴 루터의 <독일어 성서>와 같이 종교와 관련된 책이 유난히 눈에 띈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역사를 통틀어 50여권의 책 중에 4권이라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성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양사의 밑바탕이 된 문화, 종교, 철학, 법률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성서가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스라엘의 역사가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이슬람과 동양 역사의 밀접한 관계를 생각한다면 성서가 서양사 뿐 아니라 동양의 역사와도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은 철학, 종교, 사상, 정치 등 장르를 따지자면 주로 인문학과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책을 오락거리로 생각하기 보다 후대에 전할 말을 남긴다는 개념이 컸던 까닭일 것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야 말할것도 없지만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루소의 <사회계약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같은 책은 제목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살면서 제대로 읽을 기회가 올까 싶은 책들이다. 반면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와 같은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인문학과 관련된 책 만큼이나 모험과 판타지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듯 하다. 

 

 우리가 아는 역사,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거의 대부분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구전은 한계가 있지만 책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다시말해 입으로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구전되는 과정에서 변경되거나 왜곡되기 쉽다. 하지만 인류가 글을 남기기 시작한 무렵부터는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분명해 진다. 비록 승자의 역사라고 우리에게 전달된 기록물 자체가 이미 한번 걸러지는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모든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오래도록 메아리되어 머리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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