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보았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8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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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두 마리가 살았다.

 

모자를 보았어.

1. 모자를 보며

두 마리 거북이가 모자를 보았다.

길바닥에 있는 하얀색 맥고 모자같은 것을 보았다.

두 마리 거북이 등껍질은 무늬가 다르고, 하얗고 검은 눈동자를 갖고 있고 말끔한 표정으로 모자를 사이에 두고 쳐다보고 있다.

여기 배경이 어디일까?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면서 다시 표지를 보니 사막과 같은 분위기가 난다.

사막을 본적도 없고 티비에서만 보았으면서 어찌 사막이라는 표현을 할까

그냥..붉은 빛이 도는 모래같은 배경이다. 라고 해야 더 옳을거 같은데..사막이라는 단어를 놓지 못하고 있다. 첫장에 가시 뾰족한 선인장으로 사막이라고 하는 건가

 

어디선가 모자가 날아왔는지 누가 놓고 갔는지 바닥에 모자가 있다.

거북이가 눈 동그랗게 뜨고 -모자를 보았어. 우리 함께 보았어.

지금 거북이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말하는 건가?

우리라면 거북이 입장인데.. 거북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도록 이야기해주는 건가?

그동안 말하는 시점이 어디인지 별로 궁금하지 않는데 .. 좀 궁금하네.

 

-그런데 모자가 한 개야. 그리고 우리는 둘이야.

그렇게 둘은 모자를 사이에 두지 않고 그냥 바라보고 있다.

..모자는 한 개고 우리는 둘이고.

안타깝다고 해야하나 갈등이 일어날거라고 ..? 어떻게 할지 궁금해진다.

저 말똥거리는 눈빛이라니..까만 눈동자에 눈빛도 오른편 네모꼴 등무늬 있는 거북이가 조금 더 세보이는데.

 

-나에게 어울리니? 너에게 어울려.

..보기에는 모자가 너무 커서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다. 그러나 어울린다고 말한다. 저것을 쓰고 다니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막 굴러 엎어질것도 같은, 보통 불편한게 아닐텐데. 모자를 쓰고 -나에게 어울리니말하면서도 앞은 안 보일텐데 도대체 왜 어울리는지가 궁금할까? 보이던 것들이 안 보이지만 새로운 거니까 한번 써보고 싶은 건가? 그러고 보니 모자인줄을 아는구나. 어디선가 본건 있네. 사람들이 쓰던 물건. ..너무 복잡하다. 우화라고 봐야 하는 건가?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거북이 입을 빌어서 뭔가 주제를 말하고 싶은...

그냥 보자. 표정이 별로 확 드러나게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글을 읽어가면서 앞뒤 맥락을 보아 저 표정은 저런 마음일까? 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정도

다른 친구도 모자를 쓰고 물어본다. - 나에게 어울리니? 너에게도 어울려

 

모자를 사이에 두고 그들은 둘다 어울리고 둘다 쓰고 싶다.

그런데 모자는 하나라 둘 중에 누구 한명만 쓰면 마음이 안 좋을거라고

그냥 놔두고 못 본걸로 하자. 라고 한다.

조금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둘이 번갈아 쓰면 되지 않나? 둘다 포기하는 건 뭘까? 포기하는게 아니라 다른 선택으로 친구를 택하는 걸까? 그럼 얻는 건 뭔데..우정을 얻는걸까? 뭘 얻어야 하나?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한 친구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지만 세모꼴 등판을 가진 거북이는 미적거린다.

눈동자가 저절로 돌아간다. 저 안타까워하는 눈빛이라니

' 그냥 난 그래도 저 모자를 갖고 싶어'라는 말을 할 수는 없나?

원하는 걸 원하지 않은 척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게 응큼한거 아닐까.

 

2. 지는 해를 보며

키큰 선인장들이 해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선인장이라고 보기에 참 크다. 가시도 뾰족뾰족한데 단순하게 표현된 지는 해 정경이 귀엽다.

지는 해라서 저렇게 땅에 가깝게 떨어지게 그렸나?

둥근 와 둥그런 언덕 그리고 뾰족한 가시들과 이파리들..절반씩 잘 섞여 있는 .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멀리 지평선의 그려질 듯도 하다. 변해가는 색이 아주 절묘하게 섞인 듯하다. 해가 지는 위쪽은 붉은 계열이고 바닥은 조금씩 차가운 청색느낌이 나는 땅같다.

빛이 불그스름하게 떨어진다. 지는 해를 함께 우리는 보고 있다고 말한다. 함께

세모꼴 등판 거북이가 말한다.? -무슨 생각하고 있니

그러자 다른 친구가 지는 해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세모꼴 등판 거북이에게 묻는다. -무슨 생각하고 있니?

답하기 어려운..눈길은 아래쪽을 한번 향하고 그리고 뒤에 모자를 향해 눈길을 돌리며 그냥.’ 이라고 답한다.

<그냥> 참 자주 듣고 쓰는 말이다. 나도 많이 쓴다.

거 거북이는 하루종일 모자를 가지고 다녔을텐데

그냥에 들어가야 할 말은 - 아까 본 모자 생각해. 라고 말을 했어야 할텐데..

친구한테나 본인한테나 조금 솔직하게 마음을 이야기를 해보았으면 싶다.

 

3. 잠을 자며

이제 자려고 한다. 둘은 모자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 함께 자려고 한다.

잠이 솔솔 오니? 솔솔 잠이 와.

반쯤 눈이 감긴 거북이 네모등 거북이

세모등 거북이는 언덕을 슬그머니 내려가며 다시 묻는다.

잠이 깊이 들었니? 푸푸푸..저 말을 왜 하는 걸까?

잠이 들었나 확인하면서 모자를 향해 가는 저 심정은 뭘까?

상대방이 뭐 하는지 확인하면서 숨기고 싶은 행동? 뭔가 금지된 행동? 그닥 떳떳하지 않지만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그런 갈등을 이기고 거북이가 모자 앞까지 갔다.

거진..그러나 눈을 네모꼴 거북을 보고 있다.

또 묻는다.

-무슨 꿈을 꾸고 있니?

-꿈속에서 내게 모자가 있어. 나에게 어울리는 모자가 있어.

...정말 무서운 넘이다. 저넘 꿈을 꾸는게 아니라 잠자는 척 하믄서 다 보고 있는거 아냐? 갑자기 호러물이다. 푸푸푸.

너도 꿈속에서 나도 꿈속에서 어울리는 모자가 둘다 있단다.

-우리 둘다? 모자가 있다고?

갑자기 멈춘 걸음같다. 눈을 이제 모자가 보고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친구옆으로 .이제는 마주보고 눈을 감고 잔다.

아직 서로 마음이 같을 때? 는 마주보고 갈등할때는 한 방향으로 보고 있다가 꿈에 둘다 모자를 쓰고 있을때는 마주보고 있다.

한 방향으로 나란히 걸으면 시선을 한편이 더 느리까? 서로 친구의 얼굴을 살피지 못한다. 그래서 방향이 서로 다르다 같아지다 하나?

 

그렇게 둘은 모자를 쓰고 꿈나라에 있다.

내가 갖고 싶은 만큼 너도 갖고 싶을거야. 둘다 그러면 갖지 말자.

삐딱하게 말하는 이거다.

아니면 우리 서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개인의 소유물로 만들지 말고 꿈으로 남기자야? ..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그냥 주거니 받거니 해도 되는거 아닌가?

왜 사실대로 말을 안하나? 내가 조금 더 2프로 더 갖고 싶어.

마음이 아프더라도 한번 갖고 싶어. 말이라도 했으면..

난 말이라도 했으면. 하는 게 많이 남는다.

주제를 막 드러내고 있다고...막 뜯고 싶다. 에이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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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뚝딱뚝딱 우리책 5
강경수 글.그림 / 그림책공작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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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으로...

 

띠지가 세로로 둘러 있다. 둘러 있는 띠지위에는 나이든 여자가 젊은 여자와 손을 잡고 있고 둘은 닮았다. 띠지는 벗겨내면 어린 여자아이와 젊은 여자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으로 바뀐다. 셋다 여자다. 젊은 여자를 중심으로 그녀의 엄마와 그녀의 딸이 있다. 지금은 엄마인 여자와 앞으로 엄마를 할 수 있는 여자들.. 처음에는 몰랐는데 여자들만 있구나. 엄마라는 이름으로..살고 있거나 살 여자들.

 

감상문을 썼으나 다 날려서 다시 쓰려니 다른 방향에서 쓰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어는 두 개 나온다 엄마맘마

어떤 상황에서 엄마를 부르는지 그림에서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장난감보다 엄마를 부르며 달려가는 아이의 내밀어진 손과 엄마는 어떤 감정으로 다가오는지..

이제 친구와 사귐을 시작하면서 멀리 보이는 엄마. 그녀는 친구와 손을 잡고 있는 딸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볼까? 좀 궁금하다. 아들만 키우고 있고 아들들이 영 사람 사귀는데 소질들이 없어서 어떨지 궁금하다.

악몽을 꾸고 일어나 소리쳐 부르는 엄마..그녀는 깜짝 놀래서 자다 말고 달려온다.

밥 더 주세요. ? 보니 밥은 남았으니 국 더 주세요?’ 일까?

무튼 잘 먹는다는 자랑스러움? 뿌듯함? 뭔가 칭찬 받을 만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밝게 웃는 아이모습. 해맑아서 이쁘긴 하다.

무섭거나 아프거나 기쁘거나 아이는 엄마를 부른다. 엄마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렇게 어린 시절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어간다.

비밀일기를 몰래 본 엄마에게 화내고 옷이 작아져서인지 지금 당장 입을 수 없어서인지 실망스런 표정으로 엄마를 부르고..어느덧 성인이 되어 사랑을 하고 친구와 술을 마시는 아이. 걱정이 가득인 엄마가 보인다. 엄마를 이젠 잘 부르지 않는다.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러다가 결혼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엄마그녀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고 엄마는 뒷모습으로 보인다.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고 어린 시절처럼 시간이 느려지는 듯하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그 빈자리를 검은색 양면으로 배경을 깔고 국화꽃이 있다. 그리고 다시 노란색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가 몇 컷이 반복되어 그려져 있다.

같은 그림은 아니지만 거의 흡사해서 구분하기 어려운 그림들이 두페이지를 넘어간다. 떠나간 엄마의 빈자리를 그녀는 그렇게 견디고 있나보다.

배경은 노란색이지만 그녀에게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검은 색 상의를 입었고 머리를 묶으고 앉아만 있다. 소파의 빨간색.

한 페이지에 그려진 소파에 앉은 그녀의 그림이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고 있구나.

처음엔 5분의 일즘 두 번째는 2분의 일즘 세 번째는 5분의 3즘 그리고 마지막에 걸려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넘기면 작은 무엇이 뻗어 나온다.

간신히 걸려 있었던 빨간 의자에 앉은 그녀는 어느새 머리를 풀어내렸고 하얀 상의를 입고 꽃무늬 치마를 입었다. 양말도 바뀌었다. 그녀에게 아기가 기어간다.

맨 처음에 맘마라고 불렀던 아기같다.

아기가 다가가도 그녀는 모른다. 까만 눈의 아기가 곧 삐죽일거 같다.

그러나 아기가 엄마 치맛자락을 잡아 당긴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를 말하는 거처럼

곧 삐죽거릴거 같던 아기는 없고 맘 마라고 밝게 웃는다.

이빨이 두 개 난 아직 한 살이 채 안되는 아기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

 

단어가 엄마맘마두 개만 사용했다.

엄마라는 글씨도 그림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손글씨로 쓰여졌다. 작가가 직접 썼다고 한다. 잘 표현된 글씨. 잘 쓴 글씨가 아니라..의미를 듬뿍 담아 쓰였다.

감상문을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받았던 감동이 조금 사그라드는 기분.

사람들 앞에서 소리내 읽는다면 눈물이 날거 같긴 한데..

엄마라는 이름에 무게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는 버겁다.

많은 이들은 이 책에 내용에 대해서 쉽게 그릴 수 있다.

그만큼 엄마의 역할에 대해 고정적인 부분이 잘 전달이 된..기대하는 만큼의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기대하는 만큼의 역할을 하는 엄마를 말하는 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깔끔하게 작가가 하고 싶은 정서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어서 다른 여지의 해석이 들어갈 구석이 없다. 그래서 말할거리가 적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앞에 두고 책 이야기보다는 엄마라는 내 삶안에서 그녀들을 찾아보았으면 기억했으면 하는 감동이나 사는 이야기를 바랐다면 이 책은 좋은 책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책안에서보다 책을 매개로 해서 내 삶을 돌아보기는 하는데 내가 엄마로서 잘 살고 있나를 반성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는..그래서 감동이 사그라든다.

 

어떤 의미로 이 책을 썼을까는 추측하기 쉽다.

그럼 이 책을 아이들에게 주었을 때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가 궁금하다.

엄마인 어른이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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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이 문지아이들
전미화 글.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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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크다 미영이는.

<미영이>

 

머리가 큰 미영이가 나를 보고 있다.

?

 

처음 다 읽고 나서 조금 난감했다.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일까?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선 엄마가 돌아오지 않았다. 미영이는 다른집에서

일하는아이?’로 지내다가 엄마가 미영이를 데리러 온다. 따라간다.

 

글과 그림이 최대한 절제된 상태의 그림책이다.

미영이의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다.

슬프거나 화를 내거나에 대한 감정표현도 거의 없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잠이 덜 깬 미영이가 묻는다.

엄마 어디 가?”

화장실에. 더 자.”

 

미영이는 이부자리를 개고 기다리고 있다. 두 다리를 팔로 그러모아 쪼그려 앉아 기다리고 있다. 눈은 잠이 다 깼다.

색이 들어가지 않고 검정의 먹색으로 진하거나 연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눈처럼 하얗다. 그냥 비어있는 종이색이 아니라 하얀색으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하얗게 가득 칠해진 종이에 한줄의 글씨만 있다.

-화장실에 간 엄마는 오지 않았다.

하얗게 칠해진 종이에 한줄의 글이 조여지는 듯하게 다가온다. 미영이가 다리를 그러모은 거처럼 ..

 

눈이 내리는 날인가..미영이 생일인가보다. -내 생일에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미영이 생일인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아오지 않은 엄마다.

생일에 미영이는 혼자였을까?

 

미영이가 식구들이 많은 집으로 갔다. 가족들이 사이좋게 앉아있는 가족사진이 붙어 있는 집인가 보다. 미영이는 이 집에 어떤 관계일까?

다음 장면에 미영이가 어떻게 그 집에 있는지 짐작이 된다.

-일이 많은 집이다. 나와 나이가 같은 아이도 있다.

나이가 같은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신주머니를 들고 학교를 가는 뒷모습을 미영이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왠지 두 손이 주먹쥐고 있는 거처럼 보이는 건 왤까

미영이의 양팔을 붙이고 다리도 붙이고 서 있는 자세가 경직되어있다.

그런데 조금 큰 느낌이 든다. 외모가 자란 상태처럼 보이면서 그러면서 미영이가 큰 느낌이 든다.

-어터캐 익....이라고 쓰는 미영이 손이 있다. 연필과 지우개를 쥐고

아마 글씨를 배우는 시기의 미영인가보다. 학교에 들어가 이제 막 배우는.

틀리게 쓰는 건줄도 안다. 그게 창피하다. 창피한 일이 아닌데..배우지 못해서

그런건데 미영이는 창피하단다. 읽기만 할때는 이 장면이 그다지 와 닿지 않았는데..

창피해하는 미영이가 내게 많이 아프게 다가온다. 아마도 어떻게 읽는 걸까..라는 문장을 쓰고 싶었을 미영이는 자신이 그 글자를 틀린걸 알지만 바르게 쓰는 걸 모르고 그렇지만 읽는 건 어느정도 아는. 그래서 위축이 되는. 알고 싶지만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거나 물어보지 못하는. 그것을 창피하다고 본인에게 말하는 미영이.

왜 이리 가슴이 아플까..엄마가 있었지만 언제 떠날지 불안했던 내 어린시절이 겹치게 다가와서 일까..

 

엄마, 미영이는 왜 매일 화가 나 있어?”

고집이 세서 그래.”

그래서 엄마가 없어?”

“......”

이 집에 엄마가 답을 하지 못한다? 안한다?

못한다. 그녀는. 이 집에 엄마는 아이를 그렇게 놔두고 가는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서

엄마 없는 아이를 일하는 아이로 데리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그 아이가 어떤 심정일지 조금 알 수 있는 질문 같았다. -그래서 엄마가 없어?

말을 할 수가 없다. 자신이 없으면 지금 내 품에 있는 내 아이도 그럴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할까? 그렇게 까지 생각하는 건 너무 많이 나간거 같지만 그녀가 답하지 못하는 말줄임표가 훨씬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림에 미영이가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바로 눈앞에 다가오듯이 바라보는 미영이가 눈썹에 잔뜩 주름을 잡고 바라본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집에 아이와 엄마는 바라보듯이..조금 떨어진 곳에서 엄마손을 잡고 있거나 어리광을 부리는 자세의 아이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 말하지 않아서 그 여백을 생각해보고 주름을 그린 저 가느다란 선으로 그림에서 나타나지 않는 생략하고 있는 미영이의 상황을 그려본다.

 

그리고 아프다. 약봉지와 물컵은 있지만 아무도 이마에 손을 짚어 주지 않는 미영이

참기가 어렵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미영이가 울고 있을거 같은데 보여주지 않고

미영이는 이불속으로 숨는다.

-엄마따윈 보고 싶지 않다.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말도 못했던 미영이가 이제는 엄마따윈 보고 싶지 않단다.

보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나를 버린 것을 사실로 만들어 버릴까봐 말을 못했을까

아니면 엄마는 잠시 길게 나갔다고 믿어야 돌아올거라고 생각했을까

 

장면이 전환되었다. 강아지가 왔다. 길 잃은 강아지가 이 집 아이를 쫒아왔단다

다시 전환되었다. 글은 이렇다. 강아지에게 밥도 주고 똥도 치워주고 산책도 내일이라서 강아지가 예쁘지 않다고 하지만 강아지 표정은 사랑스럽다. 꼬리도 흔들면서 미영이를 좋아라 따르는 강아지다. 미영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강아지 밥그릇에 밥이 가득있다. 깜깜한 밤에 낑낑거리는 강아지를 위로해주는 미영이.

손가락을 물려주면 조용해진다고 하는데 그림은 강아지 이마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

미영이는 이 강아지도 마음이 아파서 그런다고 생각하나보다.

자신이 아팠을 때 이마에 손을 아무도 올려주지 않아서 -엄마따윈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만큼 더 아파하지 말라고 강아지 이마에 손을 올려주나 보다.

강아지를 보듬어 주면서 미영이는 또 살아간다. 이 집에 온 날 입었던 옷도 신발도 작아졌단다

 

그리고 양쪽에 그림이 있고 양쪽에 글이 있는 페이지가 나타났다.

눈이 내리는 그림이 미영이 생일에 나왔었는데 생일일까? 아니면 생일이라는 건 한 살 나이가 먹었다는 의미이고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그 전에 미영이는 죽고 새로 태어나는 의미를 담는다면 양쪽에 그림과 글이 그것을 나타내고 싶었나 보다.

새롭게 성장하는 미영이가 생각한다.

- 엄마는 정말 나를 버린 걸까? 정말 나를 잊은 걸까?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일을 정말일지 되묻고 있다. 그렇다 해도, 버렸지만 그래도 잊은 건 아니겠지.라고 다시 또 되묻는다.

 

다시 장면이 전환된다. 글과 그림이 바뀐다.

엄마가 찾아왔단다. 설거지 하던 손을 뒤로 감췄다.

설거지 하던 손어떻게 살았는지 정리하는 한줄. 정말 간결하게 말하는 작가다.

좀 많이 멋지다. 그냥 읽어 내려갈때는 몰랐는데 감상글을 쓰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멋지네. 설거지 하던 손에서도 알싸했지만 그 손을 뒤로 감췄다.’ 왜라고 묻기는 하지 않고 싶다. ..가 아니라 많이 커버린 미영이가 보인다.

글씨가 틀려서 창피해하는 미영이와 강아지를 보듬어 주는 미영이가 이제 자신을 손을 감출만큼 커버려서 . 손을 뒤로 감추고 미영이가 서 있다. 얼굴을 벌개져 있다. 처음에 이부자리를 개키고 앉아있던 미영이를 다시 돌아보니 많이 커버린 미영이가 그림에 잘 나타나있다. 글과 그림이 군더더기 없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는 미영이. 강아지똥이 세무더기나 있고 강아지 목걸이를 잡아줄 미영이는 떠난다. 강아지도 제법 컸단다

 

다시 장면이 전환된다. 엄마는 보이지 않고 손만 보인다.

고개 숙인 미영이는 가방 같은 것을 매고 있다.

엄마 손은 차갑고 단단했다. 그런데 설거지 냄새가 났다.

 

-“엄마, 어디 갔다 왔어?”

하고 묻는다. 목구멍에 뭔가 걸렸다. 엄마가 울었다.

고개숙인 엄마와 미영이는 고개를 들고 있다. 뒤따라오는 강아지가 미영이를 바라보고 있는..꼬리를 흔들며.

엄마는 머리가 작은데 미영이는 머리가 크다. 왜 비율이 이렇게 그렸을까.

미영이에게 이 일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까? 감정적인 충격에..

몸으로 살아야 하는 무게를 견디는 엄마는 머리보다..감정보다 삶이 먼저라는 건지.

궁금하다. 글자하나 선하나 그냥 그리지 않은 작가로 느껴지는데 엄마와 미영이의 비율. 특히나 미영이의 비율을 이렇게 그리고 있는 것에 의미가 무엇일지..

 

엄마 손을 잡았다. 설거지 냄새가 나던 엄마 손을.

따뜻하다. 지나간 시간동안 엄마의 시간들을 알수 있을까?

창밖으로 미영이 생일처럼 눈이 내린다.

 

제일 앞에 이면지에는 미영이가 혼자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다.

버스가 지나가는데..버스를 타는게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마지막에 이면지에는 엄마와 미영이와 강아지가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같이..꼬리를 흔들고 있는 강아지와 엉덩이를 다독거리는 미영이 손이 보인다.

미영이도 발을 흔들고 있다.

 

머리카락이 ? 머리가? 비율이 맞지 않게 크게 그리고 있는 건 왤까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몸은 그에 비해 왜소하다

장면이 전화되거나 상황이 바뀌게 되면 글과 그림의 자리가 바뀌고 있다.

점처럼 찍어 놓은 눈, 작은 코, 가끔 나타나는 눈썹과 입모양이 미영이의 기분을 참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림만 놓고 보아도 대어중의 감정이 와 닿는다.

아주 간결한 문장이 그림에 더 몰입하게도 하고 간결한 그림 또한 문장이 와 닿게 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미영이를 내가 엄마라는 입장에서 보고 있다.

작가의 경험담일지 아닐지는 지나간다. 그림책 안에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로 충분하다. 단지 아이들 반응이 궁금하다. 그리고 고민도 된다. 아이보다 어른들이 보았을 때 더 감동스러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건 어떤것일까..고함쟁이엄마는 아이들도 좋아하는데..그만큼 상처받았다고 말하고 싶은 아이들을 대변하기도 하니까.이건

어떻게 받아들일지..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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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후두둑 Dear 그림책
전미화 지음 / 사계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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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도 있더라

 

이일을 어이하나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지다가 이제는 부러지기까지

비가 와도 난 멋을 내고 나왔는데

빨간색 삐딱구두에 줄무늬스타킹도 신었고 연초록 치마에 다홍색 쉐타도

입었고 머리도 풀어내리고 작은 핸드백 들었는데..이를 어이하나

비는 오고 우산은 고장나고 풀어내린 머리는 한방향으로 날아가고..

이를 어이하나

 

빗방울이 후두둑이라고 제목이 적혀있고 글씨도 후두둑 내리듯이 사선으로 살금살금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제목 위로 빗방울이 내린다.

바람이 분다. 좀 불기 시작했다. 볼이 상기된 나는 발을 쫑긋거리며 우산을 꽉 쥐었다. 어째 조짐이 수상한데..

바람에 모자가 날린 저 아이는 머리통이 편편하다. 우쭈쭈다.

파마머리 아줌마도 머리를 잡고 있다.

설마 이 바람에 파마가 펴지기야 할까싶어 머리통을 잡고 있는 건가? 아니면 파마가 바람에 부풀어 오르나? 그럴순 있겠다.

가로수도 기우뚱하고 바람을 탄다.

 

빗방울이 후두둑...나린다. 그 뒤를 따라 파랗게 빗방울들이 쏟아진다.

그렇지 우산을 꽉 쥐었던 손으로 우산을 펴서 빗방울을 가로 막았다.

이럴줄 알았어. 난 우산을 가지고 나왔거든~~

꽉 움켜잡은 내 손을 봐. 놓칠거 같아? 바람아 비야 난 우산을 갖고 있거든.’

비가 온통 덮었지만 난 지긋이 미소를 띠며 난 바람과 비사이에서

우산을 들었다.

 

~

꼭 커져라 세져라하는 느낌이 든다. 전면에 펼쳐진 우산이 무적처럼 보인다.

우산을 펴지는 소리에 글씨가 그림과 일관성있게 쫙 펼쳐지는 기분.

빗방울이 더더 커져가지만 우산도 천하무적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 ~ >

 

...이런 이런 우산이 뒤집혔네.’ 내거만 뒤집혔다. 이런 젠장..

우산을 쥔 내 손이 무색하게끔 우산이 헥가닥하고 뒤집혔다.

살랑거리며 걷던 엉덩이처럼 뒷 폼새가 어색하게 우산처럼 뒤집어지기 직전이다. 우산 뒤집어진 것을 몸으로도 느껴지는 거 같다. 기우뚱이랄까?

글씨와 그림이..그리고 사람몸이 조화롭다는 기분이 든다. 그 사이사이로 파랗게 내리고 있던 비가 노란색으로 군데군데 바뀌었다. 이건 뭘까?

파란비와 노란비의 차이가 뭐지?

 

..그녀의 종아리에 근육을 보라.

온 몸에 힘을 단단히~ 준 종아리와 엉덩짝에 힘을 실어준 그녀의 모습이

..히 와 드러맞다. 한일자 눈썹에 앙당문 입까지 자 단단해 보인다.

다만 우산은 난 모르겠다. 한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이제는 사선으로 매고 엉덩이에 힘을 실어 비바람에 우산을 움켜쥐고 있다.

비는 점점 더 드세게 오는 것을 말하는 듯..빗방울들이 길게 길게 내리고

있다.

그때~! 차 한 대가 씽~~~~~

어머나...우산이 문제가 아니다. 치마가 뒤집어 진다. 우산을 팽개치고 치맛자락을 홀랑 잡았다. 잡아졌을까?

차가 지나가면서 물보라가 내게 튄다.

이런 빌어먹을...우산대까지 부러졌다. 치마를 잡느라...

왠지 허탈한데 웃음이 나오는 건 왜지....머리도 거진 흘러내린다.

 

 

왕 먹구름.

먹구름이 잔뜩 힘을 몸에다 가득 실어서 몰려온다. 입에 잔뜩 물기를 머금고 몰려온다.

우산을 썼거나 안 썼거나 이제 모두들 달린다.

저기 안경쓴 아이도 하트모양 옷을 입은 남자도 분홍 구두를 신었건 슬리퍼를 신었던 비가 파랗게 노랗게 내리는 날 모두들 달린다.

나도 달린다. 비록 우산대는 부러지고 뒤집어졌지만 달린다.

다행이 풀어내린 머리가 나를 살짝 가려주는 듯 해서 힘을 다해 달린다.

학교다닐적에 이렇게 성의를 다해 달렸다면 반대표로 달리기 시합이라도 나갔을 힘이다. 집중력 좋은데..

 

발을 헛디뎌 엎...

어떻게 어떻게...

..쪽팔려 죽고 싶다. 일어나고 싶지 않아. 잠시 기절할수만 있다면 눈을 떴을 때 그냥 여기 자리에 아무도 없었으면....쪽팔려

아까 뛰던 사람들이 포장아래에서 다 나를 쳐다보는 거가 뒤통수로도 느껴진다. 젠장할..딴데좀 봐주믄 안되나. 아니믄 일으켜세워주던가..암도 없다. 보기만 한다. 아 진짜..근데 저건 뭐냐? 설마 내 신발????

..신발도 벗겨진거야? 미치것다. 근다고 저까지 날아갈건 뭐니?

도대체 내가 어떤 자세로 넘어진거야? ..유체이탈해서 내려다보고 싶다만 그러지 않아 다행이다.

다들 어떻하냐..’ 라는 입모양으로 나를 쳐다본다. 쳐다만 본다

얼굴이 빨개지네. 비가 방향을 바꿔 내게로 온다.

내 얼굴 빨개지는 것을 알아서일까?

비가 빨개진 얼굴로 더 길게 많이 내린다.

..진짜 챙피해 죽겠다.

물폭탄이 쏟아진다. 글자도 폭탄이 쏟아지듯이 크게 쏟아진다. 아까 그 비구름이다. 파랗게 기세등등이 몰려오다가 한꺼번에 입에서 물을 뿜어낸다.

내가 이럴려구 입안 가득 담아왔지.

크크..장난꾸러기 같다. 왜 장난꾸러기 같다고 느껴질까?

입에 잔뜩 뭔가 머금은 모양새와 물폭단이 쏟아진다고 말해주는 먹구름의 표정이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 돼지코처럼 그려진 코? 앞에는 하트모야의 코였다. 코가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다. 아니 말의 가면을 쓴 사람인가? 사람처럼 두발로 서 있는 말인가?

방독면같기도 한. 비가 이제 물폭탄처럼 내리니 출발선에 선 경주마처럼 목적지를 향해 일렬로 서 있나?

앞만 보고 있다. 꼭 코를 벌름거리는 느낌도 드는 .

나도 저 대열에 설까? 라는 잠시 힘든.선택.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천천히 걸어가자.’

비가 퍼붓고 우산을 부러지졌지만 내가 있다.

씩씩하게 나아간다.

여름 소나기 시원하게 내린다.

정말 시원하게 내린다. 겨울문턱에 서 있는 시기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정말 오싹한 기분이 들게한다.

시원하게 내린다..내년에 예약하고 싶다.

비가 내리는 여름에 어딘가에 짱박혀 놀수 있기를.

빗방울이 후두둑. 그럴줄 알고 우산 갖고 나왔지

그런데 바람이 엄청 세다. 우산히 헤가닥 뒤집어 졌다. 이런 젠장..

붓질이 편하게 지나가는 듯한 그림이 활달하게 느껴진다.

우산대가 부러지고 넘어지는데 유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차피 우산은 부러지고 비가 장대처럼 퍼 붓는 다면

에라 모르겠다! 천천히 걸어가자.

이런 날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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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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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에 팔두개다리두개. 할머니

할머니의 여름 휴가

 

옥색도 아니고 연두빛도 아닌 물빛에 하얀 맥주 생크림 같은 포말이 섬섬히 섞인 부드럽게 잔잔한 바다가 있다. 그 바다를 향해 수박 반통을 든 친근한 복부를 가진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할머니와 강아지 한 마리가 바닷가로 향하고 있다.

할머니의 몸도 해변가를 달려가고 있는 강아지 모양생가 낯설지 않다.

개가 아니라 강아지일거라 보이고 그냥 멍멍이라고 불러지는 강아지.

흐흐..부산스럽게 움직이면서 실수투성이일거 같은 강아지 한 마리.

할머니가 강아지를 뭐라고 부르고 있는데..‘같이 가자?’ ‘멍멍아..천천히?’

수박 반통.~! 안녕달의 수박수영장을 재미있게 보아선지 수박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작품들을 연결고리로 찾아 보는 맛이 있다.

 

그렇게 표지를 넘어가면 바다가 성큼 걸어들어와 있고 아무도 없는 해변가가 조금 남았다.

할머니의 여름 휴가. 선풍기를 틀고 있는 손이 보이고 선풍기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강풍 버튼을 누르다 선풍기를 때려본다.

.저 때리는 손. 진짜 옛날 생각이 난다. 티비가 잘 안 나오면 타당 때렸는데..지금도 우리집에 컴퓨터, 티비 때렸던 기억 멀지 않다.

강풍...회전하는 저 꼭지가 빠지면 펜치 가지고 와서 와다닥 돌리다가 결국 회전하는 나사가 닳아서 선택사항이 하나도 없는 선풍기가 되었는데 할머니 선풍기도 그럴까. 선풍기 앞에 한덩어리처럼 쪼그라들었다기 보다 공처럼 동그랗게 말아지는 나이든 할머니 몸은 계속 익숙하다.

그리고 선풍기가 아주 작은 윙 윙 윙돌아가고 할머니의 벗어진 입은 바람이 약해서 일까? 더운데 바람이 작으니 입을 벌리고 바람이라도 먹어보자는 마음일까? 바람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더 빨리 시원해질거라는 기대치가 있었는데..지금은 기대치없이 에어콘을 작동시키고 사는데 할머니는 입을 벌리고 있다.

화초가 들어있는 화분에 그림, 갈대와 같은 변하지 않는 풀이파리들이 주구장장 일년내내를 넘어 수년은 들어 있었을거 같은 하얀 화분. 그리고 베갯잇. ..저 액자까지도..사슬로 연결지어 가족사진들 걸었었는데...

누군가 찾아왔다. 띵동띵동. 그림에 칸을 오른편은 세 개로 잘라졌다.

할머니가 움직이고 싶은 서두르는 마음으로 칸을 분리했나보다. 그렇게 마음은 서두르는데 몸은 따라가지 못하나..

두부인가? 또 비닐봉지 하나에는 무어가 들었을까? 가까운 곳에 사는 손자가 왔다. 아직 할머니 하고 품에 달려가는 모양새가 어리다.

조금만 커도, 자주 보지 않으면 달려가 안기지 않는데..

부추가 있고 배추도 있고 사랑초가 담벼락에서 흘러 내려오고 .

바다에 갔다 왔다는 손자는 강아지와 함께 선풍기에 앉아있고 며느리일법한 엄마는 냉장고를 정리한다.

 

엄마, 할머니랑 또 가요!” “할머니는 힘들어서 못 가신다니까

찔리는 구석이 있는 대화다. 할머니는 조용히 들으면서 허리를 한번 짚어 주신다. 손자는 그럼 하고 바닷소리를 들려 드릴께요단단하고 하얀 소라를 할머니 귀에 대고 들려요. 할머니?”

깊게 패인 주름과 얕게 잡히는 주름사이에 붉그스레한 볼. 그리고 짧아져 이제 목이 잘 느껴지지 않은 할머니의 얼굴을 크게 그렸다.

 

손자가 말하는 해변가가 다음장에 펼쳐져 있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소리 그리고 모래성..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놓았다. 사람은 아무도 없는 한적한 해변가의 모습이.수평선도 일직선이다.

일직선의 수평선과 해변가에 바다가 들어오는 선도 일직선이다.

앞표지의 바다는 사선으로 들어와서 움직임이 있다는 여기에 일직선으로 보이는 수평선과 바다는 평화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부엌을 정리한 엄마가 앞치마를 벗으며 이제 갈게요

엄마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기보다 일을 하러 왔다. 이것저것 챙겨드리는.

돌아가는 엄마손에는 배추한포기와 부추가 들려있다. 할머니가 싸주었을까?

서로 눈 마주치고 서 있는 할머니와 엄마의 표정은 잘 지내는 고부?

그래 보인다. 할머니가 싸 주지 않았어도 엄마가 싸가지고 가져갔을거다. 어쩜 저거 일부분은 다음에 올 때 반찬으로 둔갑해서 올수도 있겠지

할머니는 그들이 가고 난 빈방에 앉아 티비에서 해변가를 보고 있고 손자와 엄마는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그네들의 사는 곳으로 간다.

-바람 한 점 없는 오후입니다.

소라에서 빨간 게가 비져나온다. 으르르릉 거리는 강아지

왈왈왈왈 거리며 타닥타닥타닥타닥..옆걸음으로 도망가는 빨간게

그러다가 소라로 둘은 쑤욱들어가버린다.

글씨가 강아지와 게를 따라가면서 경쾌하게 도망가고 쫒아가고 들어갔다 나왔다. 여전히 놀고 있다. 강아지는 놀고 있는데 저렇게 도망가는 빨간게도 이것을 놀이라 생각할까가 잠시 스쳐가는. 이것을 지켜보던 할머니의 으음?“ 한마디. 역시 할머니. 많이 놀라지는 않는군

바닷냄새가 나는 강아지. 할머니는 옛날 수영복을 찾고 커다란 양산과 돗자리 그리고 수박 반쪽을 챙겼다.

그리고 소라 안으로 들어간다. ..만사오케이다. 뭐가 더 필요없다. 복잡시룹게 이것저것 챙기지 않고 해를 가리는 양산과 앉거나 눕거나 할 자리와 입가심용 수박까지. 좋구나

표지에 보았던 그림이구나. 그때는 갈매기가 소라에 앉아있었는데 여기에 갈매기는 하늘을 날고 있다. 저 갈매기가 없었다면..그냥 앉아 있었다면 서운했겠다. 갈매기가 날고 있는 하늘이 왠지 지금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내시선을 잡아 끈다. 할머니가 소라를 통해 저 바다로 가는 거처럼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이 장면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참 좋다. 적당하게 사선으로 바다가 들어오고 해변가가 받아주는, 균형잡혀서 평화로운 바다가 펼쳐진 이 공간. 참 좋다.

진하지 않은 바다색이 얕을거라고 말하면서 모래도 정말 고울거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참 좋다. 몇십미터를 가도 발목에서 눈꼽만큼씩 물이 올라갈거라고 말하는 거 같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없었으면 이 생생함이 어디서 올까

바닷물에 들어가 놀다 수박을 먹는다. 크 갈매기가 무서워 할머니 다리사이에 낑가 들어간 강아지라니..꼬르륵 거리는 갈매기들과 수박을 노나 먹고 뒹굴거리며 바다 햇볕에 살을 태우고. 그렇지. 이렇게 태우는 맛이 진짜.

태닝같은거가아니라..저렇게 편안하게 풀어진 다리폼새하며 할머니가 진짜 맛나게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나도 저리 편안하게 풀어져서 바다 햇볕을 받아본적이 있나? 자외선을 차단해야한다고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물속에서 노느라 정신없던 적만 기억나네. 다음에 바다에 가면 자외선을 잊어먹고 저렇게 해에 태워봐야지. 조금만^^

그렇게 놀다가 놀다가 기념품 가게도 가 구경도 하고 돌아온다. 집으로

이제 선풍기 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멀리 ~~~~~~’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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