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후두둑 Dear 그림책
전미화 지음 / 사계절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날도 있더라

 

이일을 어이하나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지다가 이제는 부러지기까지

비가 와도 난 멋을 내고 나왔는데

빨간색 삐딱구두에 줄무늬스타킹도 신었고 연초록 치마에 다홍색 쉐타도

입었고 머리도 풀어내리고 작은 핸드백 들었는데..이를 어이하나

비는 오고 우산은 고장나고 풀어내린 머리는 한방향으로 날아가고..

이를 어이하나

 

빗방울이 후두둑이라고 제목이 적혀있고 글씨도 후두둑 내리듯이 사선으로 살금살금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제목 위로 빗방울이 내린다.

바람이 분다. 좀 불기 시작했다. 볼이 상기된 나는 발을 쫑긋거리며 우산을 꽉 쥐었다. 어째 조짐이 수상한데..

바람에 모자가 날린 저 아이는 머리통이 편편하다. 우쭈쭈다.

파마머리 아줌마도 머리를 잡고 있다.

설마 이 바람에 파마가 펴지기야 할까싶어 머리통을 잡고 있는 건가? 아니면 파마가 바람에 부풀어 오르나? 그럴순 있겠다.

가로수도 기우뚱하고 바람을 탄다.

 

빗방울이 후두둑...나린다. 그 뒤를 따라 파랗게 빗방울들이 쏟아진다.

그렇지 우산을 꽉 쥐었던 손으로 우산을 펴서 빗방울을 가로 막았다.

이럴줄 알았어. 난 우산을 가지고 나왔거든~~

꽉 움켜잡은 내 손을 봐. 놓칠거 같아? 바람아 비야 난 우산을 갖고 있거든.’

비가 온통 덮었지만 난 지긋이 미소를 띠며 난 바람과 비사이에서

우산을 들었다.

 

~

꼭 커져라 세져라하는 느낌이 든다. 전면에 펼쳐진 우산이 무적처럼 보인다.

우산을 펴지는 소리에 글씨가 그림과 일관성있게 쫙 펼쳐지는 기분.

빗방울이 더더 커져가지만 우산도 천하무적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 ~ >

 

...이런 이런 우산이 뒤집혔네.’ 내거만 뒤집혔다. 이런 젠장..

우산을 쥔 내 손이 무색하게끔 우산이 헥가닥하고 뒤집혔다.

살랑거리며 걷던 엉덩이처럼 뒷 폼새가 어색하게 우산처럼 뒤집어지기 직전이다. 우산 뒤집어진 것을 몸으로도 느껴지는 거 같다. 기우뚱이랄까?

글씨와 그림이..그리고 사람몸이 조화롭다는 기분이 든다. 그 사이사이로 파랗게 내리고 있던 비가 노란색으로 군데군데 바뀌었다. 이건 뭘까?

파란비와 노란비의 차이가 뭐지?

 

..그녀의 종아리에 근육을 보라.

온 몸에 힘을 단단히~ 준 종아리와 엉덩짝에 힘을 실어준 그녀의 모습이

..히 와 드러맞다. 한일자 눈썹에 앙당문 입까지 자 단단해 보인다.

다만 우산은 난 모르겠다. 한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이제는 사선으로 매고 엉덩이에 힘을 실어 비바람에 우산을 움켜쥐고 있다.

비는 점점 더 드세게 오는 것을 말하는 듯..빗방울들이 길게 길게 내리고

있다.

그때~! 차 한 대가 씽~~~~~

어머나...우산이 문제가 아니다. 치마가 뒤집어 진다. 우산을 팽개치고 치맛자락을 홀랑 잡았다. 잡아졌을까?

차가 지나가면서 물보라가 내게 튄다.

이런 빌어먹을...우산대까지 부러졌다. 치마를 잡느라...

왠지 허탈한데 웃음이 나오는 건 왜지....머리도 거진 흘러내린다.

 

 

왕 먹구름.

먹구름이 잔뜩 힘을 몸에다 가득 실어서 몰려온다. 입에 잔뜩 물기를 머금고 몰려온다.

우산을 썼거나 안 썼거나 이제 모두들 달린다.

저기 안경쓴 아이도 하트모양 옷을 입은 남자도 분홍 구두를 신었건 슬리퍼를 신었던 비가 파랗게 노랗게 내리는 날 모두들 달린다.

나도 달린다. 비록 우산대는 부러지고 뒤집어졌지만 달린다.

다행이 풀어내린 머리가 나를 살짝 가려주는 듯 해서 힘을 다해 달린다.

학교다닐적에 이렇게 성의를 다해 달렸다면 반대표로 달리기 시합이라도 나갔을 힘이다. 집중력 좋은데..

 

발을 헛디뎌 엎...

어떻게 어떻게...

..쪽팔려 죽고 싶다. 일어나고 싶지 않아. 잠시 기절할수만 있다면 눈을 떴을 때 그냥 여기 자리에 아무도 없었으면....쪽팔려

아까 뛰던 사람들이 포장아래에서 다 나를 쳐다보는 거가 뒤통수로도 느껴진다. 젠장할..딴데좀 봐주믄 안되나. 아니믄 일으켜세워주던가..암도 없다. 보기만 한다. 아 진짜..근데 저건 뭐냐? 설마 내 신발????

..신발도 벗겨진거야? 미치것다. 근다고 저까지 날아갈건 뭐니?

도대체 내가 어떤 자세로 넘어진거야? ..유체이탈해서 내려다보고 싶다만 그러지 않아 다행이다.

다들 어떻하냐..’ 라는 입모양으로 나를 쳐다본다. 쳐다만 본다

얼굴이 빨개지네. 비가 방향을 바꿔 내게로 온다.

내 얼굴 빨개지는 것을 알아서일까?

비가 빨개진 얼굴로 더 길게 많이 내린다.

..진짜 챙피해 죽겠다.

물폭탄이 쏟아진다. 글자도 폭탄이 쏟아지듯이 크게 쏟아진다. 아까 그 비구름이다. 파랗게 기세등등이 몰려오다가 한꺼번에 입에서 물을 뿜어낸다.

내가 이럴려구 입안 가득 담아왔지.

크크..장난꾸러기 같다. 왜 장난꾸러기 같다고 느껴질까?

입에 잔뜩 뭔가 머금은 모양새와 물폭단이 쏟아진다고 말해주는 먹구름의 표정이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 돼지코처럼 그려진 코? 앞에는 하트모야의 코였다. 코가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다. 아니 말의 가면을 쓴 사람인가? 사람처럼 두발로 서 있는 말인가?

방독면같기도 한. 비가 이제 물폭탄처럼 내리니 출발선에 선 경주마처럼 목적지를 향해 일렬로 서 있나?

앞만 보고 있다. 꼭 코를 벌름거리는 느낌도 드는 .

나도 저 대열에 설까? 라는 잠시 힘든.선택.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천천히 걸어가자.’

비가 퍼붓고 우산을 부러지졌지만 내가 있다.

씩씩하게 나아간다.

여름 소나기 시원하게 내린다.

정말 시원하게 내린다. 겨울문턱에 서 있는 시기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정말 오싹한 기분이 들게한다.

시원하게 내린다..내년에 예약하고 싶다.

비가 내리는 여름에 어딘가에 짱박혀 놀수 있기를.

빗방울이 후두둑. 그럴줄 알고 우산 갖고 나왔지

그런데 바람이 엄청 세다. 우산히 헤가닥 뒤집어 졌다. 이런 젠장..

붓질이 편하게 지나가는 듯한 그림이 활달하게 느껴진다.

우산대가 부러지고 넘어지는데 유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차피 우산은 부러지고 비가 장대처럼 퍼 붓는 다면

에라 모르겠다! 천천히 걸어가자.

이런 날도 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