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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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에 팔두개다리두개. 할머니

할머니의 여름 휴가

 

옥색도 아니고 연두빛도 아닌 물빛에 하얀 맥주 생크림 같은 포말이 섬섬히 섞인 부드럽게 잔잔한 바다가 있다. 그 바다를 향해 수박 반통을 든 친근한 복부를 가진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할머니와 강아지 한 마리가 바닷가로 향하고 있다.

할머니의 몸도 해변가를 달려가고 있는 강아지 모양생가 낯설지 않다.

개가 아니라 강아지일거라 보이고 그냥 멍멍이라고 불러지는 강아지.

흐흐..부산스럽게 움직이면서 실수투성이일거 같은 강아지 한 마리.

할머니가 강아지를 뭐라고 부르고 있는데..‘같이 가자?’ ‘멍멍아..천천히?’

수박 반통.~! 안녕달의 수박수영장을 재미있게 보아선지 수박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작품들을 연결고리로 찾아 보는 맛이 있다.

 

그렇게 표지를 넘어가면 바다가 성큼 걸어들어와 있고 아무도 없는 해변가가 조금 남았다.

할머니의 여름 휴가. 선풍기를 틀고 있는 손이 보이고 선풍기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강풍 버튼을 누르다 선풍기를 때려본다.

.저 때리는 손. 진짜 옛날 생각이 난다. 티비가 잘 안 나오면 타당 때렸는데..지금도 우리집에 컴퓨터, 티비 때렸던 기억 멀지 않다.

강풍...회전하는 저 꼭지가 빠지면 펜치 가지고 와서 와다닥 돌리다가 결국 회전하는 나사가 닳아서 선택사항이 하나도 없는 선풍기가 되었는데 할머니 선풍기도 그럴까. 선풍기 앞에 한덩어리처럼 쪼그라들었다기 보다 공처럼 동그랗게 말아지는 나이든 할머니 몸은 계속 익숙하다.

그리고 선풍기가 아주 작은 윙 윙 윙돌아가고 할머니의 벗어진 입은 바람이 약해서 일까? 더운데 바람이 작으니 입을 벌리고 바람이라도 먹어보자는 마음일까? 바람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더 빨리 시원해질거라는 기대치가 있었는데..지금은 기대치없이 에어콘을 작동시키고 사는데 할머니는 입을 벌리고 있다.

화초가 들어있는 화분에 그림, 갈대와 같은 변하지 않는 풀이파리들이 주구장장 일년내내를 넘어 수년은 들어 있었을거 같은 하얀 화분. 그리고 베갯잇. ..저 액자까지도..사슬로 연결지어 가족사진들 걸었었는데...

누군가 찾아왔다. 띵동띵동. 그림에 칸을 오른편은 세 개로 잘라졌다.

할머니가 움직이고 싶은 서두르는 마음으로 칸을 분리했나보다. 그렇게 마음은 서두르는데 몸은 따라가지 못하나..

두부인가? 또 비닐봉지 하나에는 무어가 들었을까? 가까운 곳에 사는 손자가 왔다. 아직 할머니 하고 품에 달려가는 모양새가 어리다.

조금만 커도, 자주 보지 않으면 달려가 안기지 않는데..

부추가 있고 배추도 있고 사랑초가 담벼락에서 흘러 내려오고 .

바다에 갔다 왔다는 손자는 강아지와 함께 선풍기에 앉아있고 며느리일법한 엄마는 냉장고를 정리한다.

 

엄마, 할머니랑 또 가요!” “할머니는 힘들어서 못 가신다니까

찔리는 구석이 있는 대화다. 할머니는 조용히 들으면서 허리를 한번 짚어 주신다. 손자는 그럼 하고 바닷소리를 들려 드릴께요단단하고 하얀 소라를 할머니 귀에 대고 들려요. 할머니?”

깊게 패인 주름과 얕게 잡히는 주름사이에 붉그스레한 볼. 그리고 짧아져 이제 목이 잘 느껴지지 않은 할머니의 얼굴을 크게 그렸다.

 

손자가 말하는 해변가가 다음장에 펼쳐져 있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소리 그리고 모래성..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놓았다. 사람은 아무도 없는 한적한 해변가의 모습이.수평선도 일직선이다.

일직선의 수평선과 해변가에 바다가 들어오는 선도 일직선이다.

앞표지의 바다는 사선으로 들어와서 움직임이 있다는 여기에 일직선으로 보이는 수평선과 바다는 평화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부엌을 정리한 엄마가 앞치마를 벗으며 이제 갈게요

엄마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기보다 일을 하러 왔다. 이것저것 챙겨드리는.

돌아가는 엄마손에는 배추한포기와 부추가 들려있다. 할머니가 싸주었을까?

서로 눈 마주치고 서 있는 할머니와 엄마의 표정은 잘 지내는 고부?

그래 보인다. 할머니가 싸 주지 않았어도 엄마가 싸가지고 가져갔을거다. 어쩜 저거 일부분은 다음에 올 때 반찬으로 둔갑해서 올수도 있겠지

할머니는 그들이 가고 난 빈방에 앉아 티비에서 해변가를 보고 있고 손자와 엄마는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그네들의 사는 곳으로 간다.

-바람 한 점 없는 오후입니다.

소라에서 빨간 게가 비져나온다. 으르르릉 거리는 강아지

왈왈왈왈 거리며 타닥타닥타닥타닥..옆걸음으로 도망가는 빨간게

그러다가 소라로 둘은 쑤욱들어가버린다.

글씨가 강아지와 게를 따라가면서 경쾌하게 도망가고 쫒아가고 들어갔다 나왔다. 여전히 놀고 있다. 강아지는 놀고 있는데 저렇게 도망가는 빨간게도 이것을 놀이라 생각할까가 잠시 스쳐가는. 이것을 지켜보던 할머니의 으음?“ 한마디. 역시 할머니. 많이 놀라지는 않는군

바닷냄새가 나는 강아지. 할머니는 옛날 수영복을 찾고 커다란 양산과 돗자리 그리고 수박 반쪽을 챙겼다.

그리고 소라 안으로 들어간다. ..만사오케이다. 뭐가 더 필요없다. 복잡시룹게 이것저것 챙기지 않고 해를 가리는 양산과 앉거나 눕거나 할 자리와 입가심용 수박까지. 좋구나

표지에 보았던 그림이구나. 그때는 갈매기가 소라에 앉아있었는데 여기에 갈매기는 하늘을 날고 있다. 저 갈매기가 없었다면..그냥 앉아 있었다면 서운했겠다. 갈매기가 날고 있는 하늘이 왠지 지금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내시선을 잡아 끈다. 할머니가 소라를 통해 저 바다로 가는 거처럼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이 장면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참 좋다. 적당하게 사선으로 바다가 들어오고 해변가가 받아주는, 균형잡혀서 평화로운 바다가 펼쳐진 이 공간. 참 좋다.

진하지 않은 바다색이 얕을거라고 말하면서 모래도 정말 고울거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참 좋다. 몇십미터를 가도 발목에서 눈꼽만큼씩 물이 올라갈거라고 말하는 거 같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없었으면 이 생생함이 어디서 올까

바닷물에 들어가 놀다 수박을 먹는다. 크 갈매기가 무서워 할머니 다리사이에 낑가 들어간 강아지라니..꼬르륵 거리는 갈매기들과 수박을 노나 먹고 뒹굴거리며 바다 햇볕에 살을 태우고. 그렇지. 이렇게 태우는 맛이 진짜.

태닝같은거가아니라..저렇게 편안하게 풀어진 다리폼새하며 할머니가 진짜 맛나게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나도 저리 편안하게 풀어져서 바다 햇볕을 받아본적이 있나? 자외선을 차단해야한다고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물속에서 노느라 정신없던 적만 기억나네. 다음에 바다에 가면 자외선을 잊어먹고 저렇게 해에 태워봐야지. 조금만^^

그렇게 놀다가 놀다가 기념품 가게도 가 구경도 하고 돌아온다. 집으로

이제 선풍기 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멀리 ~~~~~~’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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