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코나
아키타 요시노부 지음, 마타요시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온 사방에 꽃가루가 날리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콧물에 재채기의 연속으로 그야말로 고생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이런 알레르기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한 신약이나 에방 백신 같은 것의 등장이 아닌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라지게 만드는 대항 꽃가루 체질을 가진 사람이 나타난 것인데 이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의 꽃가루를 사라지게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 대신 그 독성을 자신의 내부에 흡수해 본인에게는 치명적이라는 딜레마가 있다.

이렇게 특이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몇 해전 토호야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사람이 바로 같은 나이의 하루코였다.

사람들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대항 꽃가루 체질의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을 위한 특별한 집과 방호 슈트 등을 제공하는 개선이라는 단체는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 하루코의 요청을 받아 그녀의 등굣길에 옆에서 도움을 줄 사람으로 토호야를 선택했고 덕분에 토호야는 그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는 힘들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긴밀하게 그녀와 연결된다.

어딘가를 갈 때에 자신의 발밑조차 볼 수 없어 늘 위험에 직면해야 하는 불편한 방호 슈트를 입은 하루코지만 그런 하루코와의 등하굣길이 즐거운 토호야에게 어느 날 눈앞에서 그녀가 넘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두 사람의 통학길에 누군가가 몰래 무슨 장치를 해 둔 거란 걸 알게 된 토호야는 사람들의 악의에 분노하게 된다.

자신에겐 치명적인데도 사람들을 위해 무겁고 불편한 방호 슈트를 입고 거리를 나서는 하루코의 희생이 어째서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야 하는지 토호야는 사람들의 숨겨진 악의에 슬픔까지 느껴지지만 그런 토호야의 마음과 달리 피켓을 들고 그녀 즉 대항 꽃가루 체질인 하루코를 저격하는 선동가들이 나타나 동네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에게 있어 하루코 같은 사람들은 자연에 반하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지만 그녀가 꽃가루를 소멸하면서 인간이나 자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그녀의 외출을 막고 심지어는 그녀와 같은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당연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에 맞서 또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등장해 이제 학교 앞과 마을은 그들의 구호로 뒤덮였지만 여기에서 공권력이 할 일이란 특별히 없다.

그들이 단순히 구호를 외치고 선동을 할 뿐 뭔가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선 하루코는 고작 여고생일 뿐이라는 건 그들의 안중에 없다. 단지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일 뿐 논리도 없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집단 속에 숨어 다른 누군가를 흠집 내고 자신과 다른 의견은 틀리다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른의 모습이지만 사고 수준은 아이들보다 결코 높지 않다.

이렇게 바깥이 난리를 피울수록 조용히 침잠하는 하루코와 그런 하루코의 곁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토호야

이제 두 사람에게 바깥의 혼란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연애소설이라 하기엔 설렘이 부족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토호야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 첫사랑을 닮아있다.

여기에 꽃가루를 흡수하는 대항 꽃가루 체질이라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소재도 독특해서 기억에 남을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 알려진 미나토 가나에 가 아무도 죽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면서 낸 소설이 등산을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 `여자들의 등산 일기`이다.

제목에서부터 등산에 대한 걸 다룬 소설임을 나타내듯이 이 책은 여러 파트로 나눠 각각의 소설 속 화자가 왜 산을 오르는지 그 사연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가 안고 있는 문제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단순히 그 사람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나 고민에 대한 이유 같은 것만 다루고 등산은 그저 단순히 배경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한데 그 사람이 등반하는 산이 가진 배경이나 위치 그리고 등반하는 코스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도 담겨 있어 그야말로 등산 일지나 등산 일기와 같다.

오늘은 몇 시에 일어나 어떤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도중에 어떤 꽃을 봤으며 동행하게 된 사람 이야기나 날씨이야기에 바라본 풍경에 대한 감상 등등 산을 오르는 사람이 쓴 일지 같은 내용에다 그 사람이 등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와 그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를 곁들여 다큐적인 부분에다 소설적인 재미를 더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백화점에 근무하며 곧 결혼을 앞둔 여자 리쓰코의 이야기는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생각조차 하지 않은 시부모와의 합가 이야기가 결혼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될 즈음 툭 튀어나오고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한 고민을 하다 우연히 맘에 드는 등산화를 손에 든 김에 등산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이것조차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같이 가기로 했던 일행 중 한 사람은 빠지고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동료와 함께 산을 올라야 하는 처지가 된 데다 그 동료는 처음부터 산을 오르는 게 어떤 거라는 자각조차 없는 차림으로 나타나 스트레스를 줘 결국은 폭발하듯 불만이 표출되어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하지만 이런 불만도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경관의 감동에 묻혀버린다.

사실은 평소 그 동료에 대한 불만이 제법 있었던 데다 자신이 평소에 존경하던 상사와의 불륜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자신의 결혼에 회의가 더욱 회의가 든 이유도 있었던 것인데 산에서 대화를 통해 동료의 또 다른 모습과 직장 상사 부부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되면서 미워했던 마음이 스르르~

또 다른 에피소드는 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다.

평소부터 늘 모범적이고 공부도 잘하는 언니와 비교를 당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던 동생

게다가 언니는 의사 형부를 만나 줄곧 평탄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데 반해 자신은 대학을 나와서도 뚜렷한 직장이 아닌 프리랜서 번역 일을 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하는 양파 밭일을 돕고 있는 데 그런 모습을 언니와 형부가 한심하게 보면서 늘 깔보고 있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자신은 혼자 남은 아버지가 걱정되어 고향으로 내려왔고 남들이 볼 땐 한심할지 몰라도 아버지를 돕고 간간이 번역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현재의 자신이 누가 뭐래도 좋다. 하지만 자신 몰래 아버지와 언니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그녀 역시 고민이 많아졌는데 이럴 때 언니가 자신과 등산 여행을 계획해 등산을 하던 중 비는 쏟아지고 대화를 하다 다툼이 이어지던 과정에서 언니의 충격 발언을 듣게 된다.

평소에 작은 것 가지고도 다투고 서로 짜증을 내는 자매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너무나 빨리 단결하고 단합하는 게 또 자매들 간의 의리... 이 들의 문제도 역시 큰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건 부모형제 아니 그 누구라도 해결해줄 수 없고 오롯이 혼자서 감당하고 이고 짊어져야 할 짐과 같은 것이기에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힘든 등산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인생이란 산을 오르듯 혼자서 묵묵히 견디고 올라야 한다는 걸...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비쳐주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덕분에 등산에 대해 궁금증도 많이 생겼다.

정말 이렇게나 좋을까 하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역시 십수 년이 흐른 후 헤어진 연인과 함께했던 그 장소를 다시 들러 과거의 자신을 다시 보고 그때 둘이서 느꼈던 감동을 새삼 확인하며 다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하는 뉴질랜드 통가리로 편인데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해서 그때 함께여서 모든 것이 빛나고 행복했던 모습도 혼자서 자신이 원하던 길을 찾아 과거의 한때를 회상하는 지금의 모습도 다 좋았다.

그녀처럼 행복했던 순간의 추억의 장소를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 정도로...

전체적으로 따듯하면서도 인위적인 느낌이 아닌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와 갈등을 섞어놓아 공감이 많이 갔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중록 1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 밤 사람 눈을 피해 급하게 어딘가를 가는 사람이 있다.

호리호리한 몸매의 그는 온 가족을 독살한 죄를 짓고 지명수배가 내려져있는 황재하라는 17세의 여인이었다.

시작부터 한 밤에 추격자의 눈을 피해 장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재하가 사람을 믿지 않고 냉정하기 그지없는 기왕 이서백의 눈에 띄여 서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손을 잡는 모습을 그려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잠중록은 작가가 중학교 때 쓴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가 치밀하고 정교하며 짜임새가 있다.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를 표방한 작품답게 시종일관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황재하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고 냉정하기가 잘 벼린 칼과 같던 왕제인 기왕 이서백이 조금씩 그녀를 의식하는 장면이 곁들여져 있어 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을 찾는 과정의 즐거움과 별도로 과연 이 둘이 순탄하게 서로를 바라보게 될까 하는 궁금증도 들게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하기 싫은 결혼을 시키려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비롯한 전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독살시킨 천하의 악녀라는 칭호가 붙게 된 황재하는 사실 그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탁월한 능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사건을 자주 접하고 거기에서 사건을 꿰뚫어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 모두에게 인정받던 소녀가 한순간에 사랑 때문에 부모와 친지를 모두 죽인 죄인이 되었지만 재하가 자신의 억울함을 변명할 기회조차 없이 모든 정황과 증거가 그녀를 범죄로 지목하고 있다.

그녀가 덫에 걸린 거라면 그야말로 완벽한 올가미이자 덫에 걸린 것

그녀에게 자신의 부모를 죽인 진범을 찾아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기왕 역시 뭔가 깊은 사연이 있고 거기엔 피맺힌 원한이 있는듯하나 아직까지는 그 사건에 대해선 조금도 엿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차갑고 냉정한 기왕이 수하로 받아들이기 위해 장안의 떠들썩한 연쇄살인범을 찾을 것을 명하고 이에 화답하듯 너무나 쉽게 살인범을 찾는 재하의 탁월한 실력은 곧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녀가 환관으로 기왕의 곁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자신의 고향 촉으로 가기 위해 실력 발휘를 해야 하는 재하에게 쉽게 풀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은 공교롭게도 기왕과도 연관이 있다.

그의 왕후가 될 여인이자 장안의 세도가 가문의 여식인 왕약이 모두가 지키는 궁궐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독살된 시체로 발견된 것인데 우선은 어떻게 그렇게 경비가 완벽한 곳에서 눈 깜짝할 사이 모두의 눈앞에서 왕약이 사라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기 전 그녀의 실종을 예언했던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등등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가운데 재하를 비롯해 부자집 도련님이면서도 시체 검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자진,그리고 기왕은 하나하나 얽힌 실타래를 풀듯 단서를 찾아서 마침내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진범의 정체보다 그 사람이 이런 짓까지 해서 얻고자 한 게 과연 무엇인지...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면 화가 나면서도 사방에 오롯이 홀로인듯한 그 사람을 보면서 재하가 느낀 것처럼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은 권력 또한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의 그 허망함이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과 면면을 아주 흥미롭게 그려놓아 제법 두꺼운 페이지임에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재하의 부모를 죽이고 그녀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짐작하는 그 사람이 맞을지도 궁금하고 앞으로 또 어떤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구의 신 - 평화로운 부활동 시작 방법
키자키 나나에 지음, 미즈노 미나미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농구의 신이라니... 어딘지 조금은 허세가 느껴지는 제목 같아서 내용도 제목만큼 가벼울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단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과 그 또래 아이들의 다소 가볍고 경박한 말투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가볍게 느껴졌고 별다른 고민이나 생각 없을 거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나름대로 깊이 자신의 길이나 친구와의 교우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과 고민의 깊이가 의외로 깊고 진지하다는 점에서 내 예상의 반은 틀렸다.

주인공인 이쿠는 초등학생 때 미국에서 본 마이클 조던의 경기에 단숨에 매료된 후 일본으로 돌아와 그때부터 농구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지금 현재는 농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 활동으로 농구부 가입을 끈질기게 권유하는 선배의 요청조차 일주일이 넘게 무시하고 있을 정도로 농구를 하는 걸 꺼리고 있다.

사실 이쿠는 농구부로 현에서 가장 유명한 코토가노 고교 입학을 목표로 코토가노 사립 중학교를 어려운 시험을 치러서 입학할 정도로 농구를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중학교에서의 뼈아픈 경험으로 인해 코토가노 고교 입학조차 포기하고 전혀 상관없는 현재의 고등학교인 안죠 고등학교로 입학을 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농구를 피하고 회피하려 노력했던 이쿠였지만 심각한 그의 결심에 반해 너무나 쉽고 어영부영하게 농구부로 부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은 조금 어이없을 정도인데 그렇게 된 데에는 현재의 농구부를 만들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쥰야의 영향이 크다.

쥰야는 중학교 때의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서하지 않고 있는 이쿠에게 농구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닌 함께하는 단체경기임을 새삼 일깨워주며 승패 여부는 혼자서 책임질 사항이 아니라는 말로 이쿠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이쿠는 농구를 좋아하는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하고 경기에 이기기 위해선 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또래의 친구들의 의견은 그와 다른 아이들이 많아 이쿠의 충고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잘난척하는 걸로 비쳐 또래집단에서 배척당하고 놀림감이 된 아픈 경험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는 이쿠와 쥰야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노력은 하기 싫어하지만 경기에선 이기기 싶고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패배의 원인으로 자신들의 노력 부족을 탓하기보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모자란 점을 잡아 끌어내림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비겁한 방법을 주로 쓰는데 이쿠를 괴롭히던 중학교 때의 농구부원들이 그런 케이스였다.

그렇게 다수의 비난은 이쿠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무너뜨렸고 농구에 대한 열정마저 꺼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런 걸 보면 누군가의 실수에 너무 지나친 비난을 하거나 한 사람을 상대로 다수가 상대하는 건 비겁함을 넘어서 한 사람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지만 지금 현재도 불특정 다수가 한두 사람을 집중 공격하거나 매도하는 걸 너무나 흔하게 본다. 그것이 당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대미지를 주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때론 무섭게 느껴지는데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한 번쯤은 생각한다면 이런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한창 주변 시선에 예민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 또래 친구들의 의견이나 의사가 더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힘들더라도 한 발 더 다가서는 법이나 자신의 의사를 부정적인 언어가 아닌 긍정적인 언어로 돌려 말하는 법 그리고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지고 가려고 하다 무너지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이쿠와 쥰야등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는 농구의 신은 확실히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그래서 읽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게 된다.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쪼그라들었던 아이가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농구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게임을 통해 그리고 있는 농구의 신은 아이랑 같이 읽어도 좋을듯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한 성격장애라는 말이다.

물론 실제로 인격을 한창 형성해갈 시기에 말할 수 없이 큰 상처를 받았거나 충격을 받아 그게 흔적처럼 남은 경우가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무슨 일이 잘못되었을 때 빠져나가기 위한 구실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에겐 무슨 일이든 부모가 어릴 때 상처를 줘서 혹은 부모가 충분히 애정을 주지 않아서 자신이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는 데 그런 반항은 청소년기에서 벗어날 때같이 벗고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부모의 애정으로 아이들의 발달장애를 개선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올바른 육아법에 대해 말하고 심지어는 이를 법으로 제정하려고 정치권이 움직인다면?

얼핏 들으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지 그 가이드라인을 가르쳐주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 가정마다의 사정이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가정교육까지 국가가 참견하고 규범으로 정해놓는다고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인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코다라 일컬어지는 아라이가 수화로 청인과 농인 사이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재판에서 농인의 입이 되어 활약을 펼쳤던 데프 보이스의 후속작인 용의 귀를 너에게 에서는 농인의 이야기는 물론 발달장애아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정육학을 육아의 기본으로 하는 것을 법안으로 제정하기 위한 수순이 은밀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농인들의 쉼터였던 해마의 집 문제가 끼어들게 되면서 코다인 아라이 역시 바른 교육을 한다는 정육학과 이를 만든 남자 가지 히데히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가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교육 제단에서 해마의 집 농인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은 얼핏 보면 감사할 일이지만 들여다보면 수화가 아닌 청각을 강화하는 훈련이나 혹은 입모양을 보고 말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농인들 누구도 원하지 않는 교육방침인데다 여기에는 듣지 못해도 말을 할 수 있고 이는 교육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기에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유명세를 떨치는 가지를 엉뚱한 장소에서 목격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초등학생이자 함묵증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아 에이치이고 에이치의 증언에 따르면 집 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죽은 남자와 말다툼을 벌인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가지 히데히코라는 것인데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에이치의 증언을 완전하게 신뢰할 수 없는 데다 죽은 사람과 가지 이사장과는 어떤 연관관계도 없어 보여 더욱 신빙성이 떨어진다.

아라이를 통해 배운 수화로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된 에이치지만 겁이 나거나 두려운 상황이 오면 말을 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몸에 마비 증상까지 오는 심각한 상태인 에이치가 과연 용기를 내 한 발짝 걸어 나올 수 있을지...

농인들의 이야기나 발달장애아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심히 혹은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고 선을 긋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말을 못 하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혹은 행동이 약간 느려도 그건 병의 증세일 뿐이지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는 바보 취급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농인을 뜻하는 농이 용의 귀를 뜻하는 한자어를 쓴다는 것이었는데 에이치가 수화를 통해 자신도 용의 귀를 가졌으니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그래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로 정상적인 청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농인의 세계도 청인의 세계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있는 아라이를 통해 코다들이 가지는 혼란과 깊은 외로움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런저런 부분에서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용의 귀를 너에게는 데프 보이스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