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문 이후

해가 저문 이후 ㅣ 밀리언셀러 클럽 12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5월

내가 스티븐 킹을 만난것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오래전인것 같다.캐리라는 책으로 처음 만나서 그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운 가족이며 내용이 인상적으로 남아 어린마음에도 잠자리가 편치않더니 그 이후에 미저리,쿠조,스탠바이 미 등 상당수의 작품을 섭렵하고 그의 끝없는 상상력과 환상에 존경심마저 보일정도 였다.그러던 그도 차츰 작품의 다양성이 줄고 예전만큼 날카롭게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감이 많이 옅어지는것 같더니 어느새 나에게 서서히 잊혀진 작가가 되었다.그러던 차에 새로 읽게 된 이책 `해가 저문 이후`는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다양한 소재와 이야깃거리의 편차가 제법 커서 조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기존의 그의 작품들중 좋았던 작품과 제일 유사한건 `N`이었던것 같다.

우연히 맞이했던 환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 환자뿐만 아니라 그를 진료했던 정신과의사인 오빠마저 자살하게 된 사연.그리고 그 환자 N이 강박증이 생기게 된 이야기는 마침 읽기 시작한게 새벽이어서 더 오싹하고 어딘지 스멀스멀한 느낌이 들어 모처럼 잠을 설치게 했다.이야기는 특별히 누가 죽거나 쫒아오는것도 아닌데 단지 어떤곳의 정경을 묘사했을뿐인데도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공포를 같이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초자연적인 현상의 묘사와 이로부터 지구를 지켜야한다는 절박함이 결국 강박증으로 발전해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밖에도 인상적이었던건 `진저 브레드 걸`이었다.특유의 세심한 묘사로 공포스러움의 극대화를 나타낸 작품이었다.마치 여주인공처럼 숨이 차오르고 뒤를 쫒기는 기분이 들게해서 모처럼 스티븐 킹의 매력에 다시금 젖어들게 한 책이엇다.이밖에도 환상적인 묘사와 특이한 소재의`헬스 자전거`나 `벙어리`도 나름 재밌게 읽었다.다른사람과 특별히 차별화될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스티븐 킹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작품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단편을 선호하진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티븐 킹의 작품을 장편으로 보기엔 호흡도 딸리고 뒤로 갈수록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의 작품들은 괜찮았던것 같다.적당히 짧은 단편과 그 아쉬움을 달래줄만한 정도의 중편들이 섞여 있고 소재 역시 너무나 다양해서 공포스러운가하면 초자연적이고 그런가하면 환상적이 이야기가 뒤섞여있어 이책을 어느분류에다 넣어야할지 조금 고민될 정도다.물론 예전만큼 그의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진않지만 그럼에도 최근에 나왔던 작품들보다는 괜찮았던것 같다.다음에는 스티븐 킹의 멋진 장편을 기대해본다.

비보이 스캔들

비보이 스캔들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
한정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5월

한창 예민할때의 청소년시기를 별다른 문제점없이 지낸 나에겐 요즘 매일처럼 보고되는 뉴스속의 학교폭력이나 왕따문제로 고민하다 자살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니 사뭇 어리둥절할뿐이다.게다가 괴롭히고 때리는 아이도 과거에 피해를 입은 아이였다니..결국 피해자가 어느샌가 가해자가 되고 또다시 피해자를 양상해내는 마치 미로와 같이 출구를 찾기가 어렵게 만들어져 그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운것 같다.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일까? 아이를 귀하게 여기고 하고싶다는걸 다 해준탓일까, 아님 공부만이 살길이다라고 공부만 잘하면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왠만한 잘못을 눈감아준탓일까,것도 아니면 약간의 힘든일과 괴로움에도 견디지 못하는것이 문제라는 언론보도처럼 청소년들의 약해진 정신탓일까?

이제 이 모든것들이 쓰나미처럼 덮쳐와서 총체적 난국을 형성하고 있으니 어디서부터 이 사슬을 끊어야할까?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뻐 남학생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유리의 자살은 많은 친구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줫다.것도 대담하게 모두가 보는 앞인 학교에서의 투신자살..선생님들은 얼마 후에 있을 중간고사와 모의고사를 핑계로 장례식 참석도 금지하고 학교교정에서의 노제도 마치 도둑질처럼 조용하게 치뤄졌는데 그후부터 이상한 편지가 나돌기 시작한다.일명 `행운의 편지`

그 편지가 은밀히 나돌기 시작하고 그 편지의 필체가 죽은 유리의 것임이 밝혀지면서 아이들 사이에 이유모를 긴장감과 불안이 싹트고 죽은 유리와 젤 친했던 지희와 유리가 쓴 판타지소설속의 프린스라 불리는 영후와 준영일행은 처음 쓴 장본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아이들은 혼란에 빠진다.

공부를 잘하던 유리는 일종의 우열반인 장미반에 속했던 아이지만 무슨이유에선지 갑자기 성적이 급강하하기 시작하고 결국 들꽃반으로 떨어지게 되는데..거기에는 단순히 공부를 안했거나 해서 벌어진 결과가 아닌 복합적인 이유가 숨어있다.책을 읽다보면 숨이 막힐지경이다.물론 우리도 야자를 하고 밤늦도록 공부를 의무적으로 했지만 지금처럼 우열반을 가리고 성적에 따라 반을 바꾸고 하는 일도 없었고 반에 따라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들의 태도도 이렇게 졸렬하지않았으며 아이들 사이의 긴장감 역시 이렇게 높지않았었다.간간히 뉴스에도 등장하는 현직 교사들의 비밀 과외문제라든가 알선같은 게 일선해서 지금도 행해지는건 아닌지 책을 읽으며 걱정이 된다.죽은 유리에게 마음의 짐을 가진 아이들의 시선에서 풀어나간 이야기를 통해 그 아이에게 무슨일이 있었고 왜 죽어서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었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인 요즘의 학교실태..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시 학교관계자나 학부모들의 파렴치한 작태들이 아이들과 당사자인 선생의 눈을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적은 페이지에서 요즘 학교의 많은 문제들을 이야기하고자한 작가의 심정이 충분히 드러나고

가볍게 읽을수만은 없는 책이었다.

슈퍼리치들의 성공노하우

한국의 슈퍼리치 - 맨손에서 100억대 부자로, 신흥부자들의 1% 성공전략
신동일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4월

은행을 다니다보면 늘 궁금한데가 바로 VIP실이었다.저곳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드나드는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무슨 얘기를 할지도 늘 궁금했었다.은행창구에서 그렇게 멀리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에 있음에도 그곳에 출입을 할려면  일정이상의 돈을 은행에 예치해야하는데..그 금액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커서 괴리감이 느껴지게 하는곳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곳중에서도 젤 부자들이 많다는 강남 압구정에서 오랫동안 PB를 해온 이력을 가지고 늘 지켜보고 상대해 오던 슈퍼리치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성공할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나름의 분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슈퍼리치라고 하면 일단 자산이 거의 100억대에 이르는 사람들이고 그래서인지 특별한 성공비법이 있을거라는 사람들의 짐작과 달리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있는곳에서 성실하고 알뜰하게 그리고 꼭 크든 작던 자신의 사업을 해야만 부자가 될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책에 소개되고 있는 부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거창하게 제조업이나 공장과 같은 큰 기업이 아니라 작은 가게같은곳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키워나갔고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분식점과 같은 사업체에서도 엄청난 부를 창조해낸 사랍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생각했던거랑 달라서 많이 놀란 부분이다.이렇게 각 각 자신이 부를 이룬 방법을 인터뷰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놓은 1장과 그들의 성공비법과 자산관리비법을 담아 놓은 2,3장이 있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풀어놓은 4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딱딱할수 있는 주제를 마치 아는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풀어놓은 형식이라 귀에 잘 들어와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 책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비법은 없고 오히려 우리도 잘 아는 것들이라 조금 김은 빠지지만 역시 쉽고 남들도 다 아는 비법이라도 실천을 해야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해서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든 할것이란걸 다시금 깨닫는다.책에서도 그런 대목이 있었다.일단 결심이 섰으면 머뭇거리지말고 실천하라..그리고 작은 가게라도 시작할려면 철저한 준비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작더라도 자기 일을 하라...많은 부자들중 특히 기억에 남는 부자는 종업원 20명에게 집을 사주셨던 연탄집 사장님..종업원을 가족처럼 대하고 신용을 목숨처럼 여기셨던 그분의 가르침이 절실히 와닿았다.이밖에도 수입원을 다변화하기,반드시 수입보다 지출이 적어야한다는 부분은 주부로서 좀 찔리게 한다.그리고 자산관리를 하는 사람들 모두가 중요하다고 한 종잣돈을 마련하는것..올해는 일단 작은 돈이라도 종잣돈 마련하는걸로 목표를 정할까한다.슈퍼리치라고 너무 멀고 크게만 생각했던 나에게 어쩌면 내 주위에서 작은 가게라도 열심히 성실하게 꾸려나가는 그들이야말로 슈퍼리치가 될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깨달음을 준 책이다..역시 늦지않게 자기일을 시작해야하는것..그것이 부자되기의 첫걸음인것 같다

헤밍웨이의 원고를 찾아라!

미녀 보험조사원 디디의 아찔한 사건해결 수첩 - 사라진 헤밍웨이의 원고를 찾아라!
다이앤 길버트 매드슨 지음, 김창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우리에게도 유명한 헤밍웨이가 미국에서 그렇게 추앙받고 사랑받는 인물인줄 몰랐었다.그가 살았던 동네며 그가 즐겨마시던 칵테일이며 그가 했던 모든 행동하나하나가 돈벌이에 이용될 정도라니...그저 유명한 작가라고만 생각했는데..놀라울따름이다.

헤밍웨이가 등장하고 표지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왠지 1960년대나 뭐 그 비슷한 시기의 책이라고 오해했었다.어딘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고..물론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그리고 보험조사원이라는 직업도 회사에 소속되어서만 일하는 직종인줄 알고 있었는데 디디는 홀로 일하고 있다.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가능할까? 잠시 의문은 들지만...

1922년 헤밍웨이가 첫부인과 결혼한 후 로잔으로 여행을 가고 뒤따라 로잔으로 가던 와이프가 그의 작품을 손가방에 넣고 가다 가방째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한다.그리고 그 사라진 원고는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었고 헤밍웨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사라진 원고를 찾아 엄청난 수고를 하지만 찾을수 없었는데..그 원고지가 나타났단다.그것도 디디의 오래전에 사라진 첫연인에게! 데이비드는 디디에게 그 원고가 경매로 처분될때까지 디디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그는 총으로 피살되고 그 현장을 발견한 디디 역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 쓰러진다.그리고 경찰은 엉뚱하게도 디디가 그와 잤고 그를 처음 발견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용의선상에 올리는데..게다가 그의 학교에서 같은 교수들을 만나 질문하던중 또다른 여교수의 피살사건을 혼자서 목격하게 되고 그녀는 엄청난 압박을 느낀다.누가 그들을 죽인걸까? 그리고 디디에게도 위험의 순간들이 닥치는데..

일단 잘 모르는 보험조사원이라는 신분이 재밌기도 하고 그녀의 활동을 지켜보면 법을  잘 지키지않는다는것까지 마치 사립탐정과도 비슷하다.그러고보니 하는일 역시 비슷한것 같다.사건을 위뢰받고 타당성을 조사하고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고객에게 제시한다는..

39세의 디디는 일에선 나름 성공하고 있지만 연애에선 고전을 면치못하는 캐릭터이다.그럼에도 금발에 나름 미인이라서 어딜가더라도 조금 주목을 받는..그런 그녀가 연애에는 불운이 따른다니 아이러니이기도 하다.데이비드는 그녀의 첫연인이자 뛰어난 외모와 머리로 촉망받는 학자였지만 바람둥이 타입이라 결국 디디에게 쓴 맛을 보여줬고 또다른 연인들은 죽거나 말없이 사라졌으니..이보다 더운 악운이있을까..?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상대가 나타났는데..그녀가 맡은 또다른 일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남자.

과연 디디는 이번에도 연애에 운이없다는 징크스를 피해갈수 없는것일까?

하나의 사건을 매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런 와중에도 또다른 사건을 해결하는..일에 있어선 확실히 프로인 디디의 활약..기대해본다.

무겁거나 심각하지않고 가독성도 좋아서 부담없이 읽기엔 딱인 책!

이 남자의 문제는...?

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그 나라로 이민을 가고 오래살았더라도 언제까지고 이해하기 어려운게 그들의 유머라는 걸 읽은 기억이 있다,그만큼 유머라는게 단순히 언어를 습득하거나 그곳에서 오래살았다고 이해할수 있는 게 아니고 그들의 문화와 관습,그리고 정서를 완전히 이해할수 있는 자만이 그들의 유머도 이해할수 있다는 것이다.그래서일까? 영국 최고의 부커상을 수상하고 부커상43년 최초로 유머소설로서 수상한 작품이라는 이책 `영국 남자의 문제`는 그래서 더욱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그들의 유머코드가 와닿지않아서 읽느라고 내내 애를 먹었다.

학교때부터 친구인 샘과 줄리언 그리고 그들의 은사였던 리보르...

그들은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관계가 지속되어오던 사이이기도 하다.잘나가는 방송인이자 철학서를 쉽게 펴내 유명인이 된 샘 핑클러.그리고 잘생겼지만 평범하고 소심하면서 우유부단하기까지한 희극적인 비극인인 줄리언 트레스러브.그리고 최근에 인생의 반려자이자 동반자인 부인을 잃고 모든것에 의묙이 떨어진 리보르 세프치크...한달에 한두번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모든것이 시들해지던차에 줄리언이 그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던중 강도를 만나면서 약간의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그 강도가 여자였고 그녀가 노린게 자신이 아니라 샘이 아니었을까?아무도 믿지않는 이 가설을 줄리언만 굳게 믿고자하는데 그 이면에는 샘을 향한 쥴리언의 열등감과 질투가 담겨져있다.

세남자가 주인공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샘과 리보르 사이를 질투하는 줄리언의 관점에서 쓰여진것 같다.그 둘이 단순히 유대인이라는 걸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게다가 유대인이 되어 그들 즉 그가 핑클러라 칭하는 그들 집단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열망이 결국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일까지 벌이게 만들지만 그녀 역시 유대인이 아님을 알게 된 후에도 끝임없이 그들 주변을 맴돌다 결국 완벽한 유대인 여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지만 거기에서도 만족을 못하는 쥴리언..게다가 할례를 하고 안하고에 대한 논문을 발견하자마자 끝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아닌게 아니라 웃음을 자아내게한다.쓴웃음이지만..과연 그는 정말 자신의 소망처럼 유대인이 되고 싶긴했던걸까?

그가 원한건 유대인처럼 다른사람들이 자신을 봐주는것,이상도 이하도 아닌 완벽하게 관념적인 유대인의 모습이었던것 같다.그리고 그런 자신의 본모습조차 리보르의 지적으로 깨닫게 되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믿지 못하고 찌질대는 그는 겁쟁이이자 소심한 사람의 전형적인모습을 하고 있다.이와는 반대로 유대인인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그런 모습이 시크하다고 여기는 샘을 끝임없이 질투하고 흉내내고자하는 줄리언..과연 그의 문제는 뭐였을까?

그들은 자신이 아니고자 철저히 자신을 부정하지만..그 역시도 그들의 관점에서 비롯됐을뿐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그 모습조차 본연의 모습일뿐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