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떨고 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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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주제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하는 사랑함에 있어 누가 주체가 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사랑에 주체가 내가 되는 것이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내가 주체가 아닌 수동적인 상태에서 선택받는 사람이기를 바란다는 것인데 살아보니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 어떤 게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문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모를 뿐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이 짝사랑했던 상대라는 점이다.

남들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야말로 혼자만의 사랑에 빠져 맘껏 사랑해야 하는 청춘을 아깝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인데 에토에게는 그런 마음을 지워버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녀는 현실 세계에 쉽게 적응하기 힘든 오타쿠적인 기질이 강한 타입으로 중학교 때 딱 한 번 같은 반이 되었던 이치에게 반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어 지금 자신에게 어필하는 남자 니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한 니를 모른척하기도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혼자만의 고민이 시작된다.

몽상가 기질이 강하고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엉뚱한 구석이 있는 에토는 오랜 고민을 하다 그녀의 성격대로 엉뚱한 짓을 하기에 이른다.

졸업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치를 만나보기 위해 동창회를 개최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마침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이치를 만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멋지게 성장한 이치를 보고 또다시 떨림을 느끼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의 남자 니

과연 에코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궁금해지지만 역시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의 이런 고민은 당연한 것이지만 스스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는 에토는 오랜 고민의 결과로 또다시 엉뚱한 짓을 저질러 버린다.

그녀가 두 남자를 만나본 후 느낀 감정 하나하나의 묘사가 너무나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다.

자신은 니를 위해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취미생활을 함께 해줬는데 자신을 위해서는 조금의 시간도 참기 싫어하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느끼는 불만이라던가 혹은 그녀가 요리해서 먹는 것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자신이 해 볼 노력조차 않는 것에 대한 불만 같은 부분은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 느껴봤던 부분들이라 더 와닿는 부분이기도 했다.

반면 이치가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것에 공감하고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 순간 기쁨과 함께 오히려 그와의 사이의 틈을 확인한 듯 쓸쓸해하는 장면은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너무 좋아하면 오히려 눈물이 나고 슬퍼지는 것과 같은 감정이 아닐지...

반면 그녀의 고민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이치는 그야말로 자신이 만든 이상향에 가까운 남자이기에 결점이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자신은 그에 대해 잘 안다 생각하지만 그야말로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만 봤을 뿐... 그것도 한창 소녀병이 있을 중2 때 잠깐 본 걸로 그 남자를 판단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에코는 마치 성숙하지 않은 어린 소녀의 감성을 그대로 가진 채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나 아니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나 하는 결정적인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과연 누구를 선택해야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름조차 첫 번째를 뜻하는 이치와 두 번째를 뜻하는 니를 쓸 만큼 조금은 장난스럽고 엉뚱한듯하지만 그래서 더 연애의 본질적인 문제를 꿰뚫고 있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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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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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또 다른 작품인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은 그의 특기인 궁중암투와 치열한 권력투쟁이 세심하게 묘사되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구교와 신교가 대립하던 시기의 프랑스

종교의 화합을 위해 가톨릭의 대표인 프랑스의 국왕 샤를르 9세의 동생인 마르그리트 드 발로아와 신교도 즉 위그노의 대표인 나바르의 왕 앙리 드 나바르의 국혼이 결행된다.

마르그리트는 궁내 제일 가는 미녀지만 앙리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이를 알면서도 마르그리트는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당시에는 결혼과는 별개로 연인을 두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결혼으로 서로가 이익을 얻는 게 많았기 때문인데 결혼식이 끝나고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기는 이때 결혼 조약을 깨고 가톨릭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을 포함, 거리의 위그노들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른바 대학살의 밤이었다.

나바르의 왕 앙리 역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갓 결혼한 마르그리트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이 모든 것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되었던 음모였으며 사건의 뒤에는 아들의 뒤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철의 여인 카트린느 왕후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자식인 딸의 미래를 희생하는 것쯤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로 냉혈한이었다.

또한 당연하게도 자신의 딸인 마르그리트가 자신의 편에 설 것이라 예상했지만 마르그르트 역시 마음속에는 깊은 권력에의 의지가 있었고 자신이 결혼한 앙리가 죽으면 자신은 아무런 힘도 권한도 없는 그저 미망인이 될 뿐이란 것 재빠르게 계산한 후 앙리의 편에 베팅을 한 것이다.

그녀의 이런 계산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앙리는 마르그리트와 전략적으로 동지가 되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카트린느 황후는 거칠 것이 없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잔인하고도 치밀하게 음모를 펼치고 덫을 놓아 앙리와 마르그리트 그리고 신교도들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사실 카트린느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그녀 나름의 사정이란 게 있는데 점술을 상당히 신뢰하는 그녀에게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앙리가 새로운 권좌에 앉는다는 예언은 믿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꿔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왕이자 자신의 아들인 샤를르 9세는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을 뿐 아니라 25살을 넘지 못한다는 운명을 가지고 타고났기 때문에 반드시 다음 왕좌 역시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앙주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들들의 사이는 좋지 못해 남보다 못한 사이... 서로에게 약간의 틈이라도 보여선 안된다.

이렇게 이야기 전반이 왕후가 음모를 꾸미고 이에 위기에 처했다가 자력으로 혹은 조력자의 도움으로 앙리가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이 그려져있는데 중간중간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비롯해 주변국의 정세를 곁들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물론 이야기 전체가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건 아니고 당연하게도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로맨스는 피어난다.

지금의 로맨스와는 조금 다르지만 삼총사에서 보인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이 여기에서도 보이는데 갓 결혼한 마르그리트를 보고 단숨에 사랑에 빠져 목숨까지도 아깝지 않다 생각하는 라 몰 백작의 조건 없는 사랑은 현재의 관점에선 불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것에 어느 정도 관용적인 분위기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삼총사에도 보인 남자들 간의 뜨거운 우정 역시 여기에도 나오는데 라 몰 백작과의 의리로 어떤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코코나 백작의 종교를 넘어선 우정은 당시에 어떤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보는지를 알려준다.

읽으면서 드는 의문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은 카트린느 메디치인데 왜 제목이 그녀가 아닌 그녀의 딸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원제 대로인지 문득 궁금해질 만큼 이야기의 주체는 카트린느 메디치와 그녀의 숙적 앙리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역사적 사실과 매력적인 스토리의 결합으로 아주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탄생한 듯... 뒤마가 왜 당대에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게 해준다.

책 속에 나오는 기발한 독약이 진짜 가능한지 문득 궁금해지고 점성술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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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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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젊었을 땐 생각도 못 한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자각하는 건 별도로 치더라도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먹고 생활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등 기본적인 생활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 이를테면 경제력의 상실이나 병든 부모의 병구완 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요한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새 우리도 노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는 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의 경고가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 이런 문제는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이런 여러 문제를 겪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를 바탕으로 나이 들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서는 특히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여성이라는 존재의 정체성과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

지금은 남녀 고용 평등 시대라 일컬으며 여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을 하고 정년 역시 남자와 다를 바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라 해도 여자들 스스로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신이 직장에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는 데 이는 날마다 발전하는 IT 기술이나 직장 내의 달라진 풍경이 이를 따라가기 힘든 노년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고민이 여자에게만 국한된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에 비해 이런 고민을 하는 여성의 수가 많다고 한다.

갈수록 수명은 길어지는데 비해 연금정책은 실패해 노후를 위해서도 일은 필요하지만 이런 걸 떠나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다면 이런 눈치를 보지 말고 일하라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축적된 경험은 무용지물이 아닐뿐 더러 일하고자 하는 당연한 자신의 권리를 눈치 보지 말고 누리라는 조언은 확실히 위안이 된다.

또, 요즘은 어디에나 동안이 대세이고 자신의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풍에 휩쓸려 자신의 진짜 나이를 잊고 한층 더 젊어지고 싶다는 욕심에 무리하게 성형을 하거나 지나치게 외모를 치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겉모습이 젊어진다고 속까지 젊어지는 건 아니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느껴지는 것이 어느새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전부이고 늙는 것이 나쁘다 믿는 얄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외모 꾸미기는 분명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에 도달했을 때 느낄 공허함과 허탈함은 무엇으로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나이 드는 걸 두려워만 하지 말고 잘 사귀는 방법을 찾기를 조언한다.

외모의 변화에 특히 여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이 드는 걸 두려워하고 폐경이 오면 더 이상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 생각하고 절망하는 여자들의 많다.

저자는 자신이 나이 들었음을 느끼고 지나치게 두려워하다 삶의 여유를 잃고 무너지는 환자들을 지켜봐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경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 경험이 있다.

정신과 의사에서 수련을 통해 몸을 고치는 의사로 활동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배우면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뭔가 새로운 걸 배우는 데는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이 들면서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나이 듦에 따르는 여러 가지 변화를 순응하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걸 찾아본다면 스트레스는 덜 받고 좀 더 충실한 노년의 삶이 되지 않을까?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어서 문장 하나하나가 많이 와닿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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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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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우리 엄마의 딸인데도 불구하고 딸과 엄마라는 관계만큼 멀면서도 가까운 관계가 있을까 싶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도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서로를 못 견뎌 했던 것도 잠시, 내가 내 딸을 낳고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엄마의 삶은 안타깝고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일찍부터 철이 들어서 엄마의 노고를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하나미가 그렇다.

아직 열세 살의 초등학생이지만 자신을 위해 열심히 공사현장에서 땀을 흘려 일하시는 엄마를 부끄럽다 생각하지 않고 그런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착한 소녀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것도 적고 무엇보다 남들은 당연히 있는 아빠의 부재에 대해 엄마가 말하기를 꺼린다는 이유로 궁금한 것도 참을 줄 아는 속이 깊은 아이다.

사춘기의 소녀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가난이 드러나는 일에 이토록 신경 쓰지 않고 부끄러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하나미가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엄마의 영향도 큰 듯하다.

비쩍 마른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이 대부분인 노동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힘을 써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딸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어떤 말보다 아이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다.

땀을 흘려 노력한 대가는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떳떳하다는걸...

하지만 여기에서는 당연하게도 그런 거창한 말 따윈 나오지 않는다.

삼시 세끼 자식과 함께 맛있게 먹고 같은 집에서 편안히 잠드는 것... 작지만 소소한 이런 일상에 고마워할 줄 알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하나미는 많은 걸 느꼈을 듯하다.

친구 중에 사립 중학교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과 너무나 다른 그 아이들의 처지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기는 쉽지 않은데 하나미는 말한다.

너무 차이 나는 환경은 질투하는 마음조차 나지 않는다고...

질투나 시기라는 감정은 서로 비슷한 처지나 위치에서만 하는 거라는 걸 이미 어린 나이에 알고 있는 하나미의 말은 아마도 글 쓴 작가의 통찰에서 나온 말이리라.

어려운 환경에도 비뚤어지지 않고 사람의 말을 말 그대로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하나미를 보면서 참으로 밝고 맑은 아이구나 싶은 게 왜 그 아이 주변에 친구들이 많은지 이해가 간다.

그런 하나미를 좋아하는 미카미의 시선을 통해 두 모녀의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안녕, 다나카는 많은 걸 가졌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걸 원하면서 충족되지 못한 욕심에 힘겨워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다. 미카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아 더 그 아이의 아픔과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엄마와 둘이서 세일하는 음식을 사와 맛있게 먹고 철마다 은행을 주우러 다니며 월동준비라고 하는 것 같은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홀로 사는 엄마에게 들어온 맞선이 자신 때문에 깨진 거라 생각해서 혼자 고민하다 스스로 보육원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보는 장면 같은 데에선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넘치고 감수성이 있는 글을 십 대의 어린 소녀가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글 속에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깔려 있는 게 느껴져 읽는 사람에게도 그 기운이 와닿는다.

앞으로 눈여겨볼 만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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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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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감성적인 글을 잘 쓰는 마스다 미리가 이번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인 나조차도 일본 내에서 특히 오사카 사람은 다른 분류로 취급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글들을 제법 본 것 같은데 아마도 오래전부터 상업이 발달한 특성상 오사카 사람들이 영리하게 사람들의 기분을 빨리 캐치하고 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친근감을 드러내고 특유의 넉살이나 유머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탓인듯하다.

원래 자신이 그곳에 같이 섞여 있으면 잘 모를 수 있는 이런 특징들을 그 지역 사람이면서 타지에 나와 한쪽 발을 뺀 상태라 휠씬 더 객관적으로 잘 보이는 법인데 마스다 미리가 그런 마음으로 고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좋은 점만 쓴 건 아니지만 기본 저변에는 고향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어 자칫하면 나쁘게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또 책을 읽는 사람들도 좋게 받아들이도록 애쓴 흔적이 여럿 보인다.

이를테면 오사카 사람들 중에 개그맨이 많은데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오사카 출신이라면 유머감각이 있는 재미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단다.

받아들이는 사람조차 자신에게 없는 유머감각을 드러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스스로가 으쓱해하는 게 조금 웃긴 달지... 그런 건 일반화 시키면 곤란한데 ...

사실 어디 사람이라도 재미없는 사람은 그냥 재미없을 뿐인데도 말이다.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숙해지고 그걸로도 모자라 남의 이야기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오지랖도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라고 보는 걸 보면 어쩌면 내로남불인지도 모르겠다.

또 우리는 일본 사람들의 사투리나 억양에 대해 모르지만 같은 일본 사람들이 느끼기에도 다른 지역과 오사카 사람들의 차이는 억양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가 보다.

이런저런 단어의 억양과 발음의 차이나 높낮이의 다름 같은 걸 표현해놓은 걸 보면...

나 역시 지방에 살지만 드라마에서 우리 지역 사투리라고 나오는 걸 보면 어처구니없게 느껴질 때가 많다.

분명 경상도에서도 남북 간 차이가 분명하고 대구와 부산의 억양 차는 천지 차인데 서울 사람들에게는 그 차이가 미묘해서 잘 모르는 듯 마구 뒤섞어 이도 저도 아닌 사투리를 구사하는 걸 볼 때면 차라리 사투리를 쓰지 말지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짜증 날 때가 있는데... 책 속에서 마스다 미리가 얼굴이 예쁜 여배우가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드러내기 위해 억지로 오사카 사투리를 되지도 않게 쓰는 걸 싫어하는 감정이 절대적으로 공감 간다.

게다가 그런 걸 보고 남자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말할 때의 그 어처구니없음이란 ... 이건 여자들만이 절대 공감하는 부분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흥도 많고 더불어 정도 많은 오사카에는 우리에게는 먹거리 천지로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다코야키는 같은 일본에 살면서도 오사카 출신이라는 말을 하면 집집마다 다코야키 기계가 한 대씩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그 정도로 많이들 해먹는 다는 뜻이리라

마스다 미리가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만난 타 지역 사람들과 자신의 고향 사람들과의 미묘한 차이나 도쿄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전혀 상관없는 제 삼자로써 지역들 간의 차이를 비교한 걸 보는 것도 재밌었다.

어쩌면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거나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세심하게 묘사해놓은 걸 보면 평소의 그녀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다.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그것을 어렵지 않은 말로 일상을 아주 따뜻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 글을 쓰는 마스다 미리 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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