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가만 보면 이런 식으로 사건 외 관계자가 우연히 사건 이야기를 듣고 그 사건을 풀어가는 책이 제법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점으로 보면 방향은 비슷하지만 여기에서 사건을 듣고 해결하는 사람은 오로지 그 사건의 알리바이를 깨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당연하게도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에서 용의자가 내세운 알리바이의 허점을 찾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얼핏 봐서 좀체 빠져나가기 힘든 촘촘한 시간의 틈새 모순점을 찾아 단박에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이렇게 타고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의 직업은 시계수리업자이자 순진한 토끼 같은 외모의 20대의 아가씨

그녀가 어리다고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그녀가 시계 수리공이셨던 할아버지 밑에서 시계를 수리하는 법과 더불어 알리바이를 깨는 법을 배운지도 십수 년인 자타 공인 베테랑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사건을 물어다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경찰이 된지 오래되지 않은 신입 형사라는 설정도 재밌는 부분이다.

우연히 시계의 약을 갈러 들른 이곳 <미타니 시계점>에서 시계의 약을 가는 동안 그의 눈에 들어왔던 문구가 바로 알리바이를 깨 드립니다라는 문구였고 마치 뭐에 홀린 듯 지금 수사 중인 사건에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 줄 수 있는지 호기심 반 기대반의 심정으로 의뢰했다 단숨에 사건을 해결하게 된 것을 계기로 사건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그녀를 찾게 된다는 설정이다.

그가 그녀에게 사건을 의뢰할 때마다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데 단순한 사실만을 근거로 지금 현재 경찰들이 용의자의 어떤 알리바이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지를 군더더기 없이 짧게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 사건 자체도 복잡하지 않고 나오는 사람도 간단하지만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한 후 빠르게 용의자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 또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용의자의 심경이라든가 피해자의 사연 등등 사건 자체에 깊숙이 들어가 범죄사실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기엔 쉬워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퍼즐을 풀듯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내세운 철벽같은 알리바이에서 작은 허점이나 단서를 이용해 그 자체를 깨부수는 데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의외로 알리바이를 깨는 데는 그 사람의 평소 습관이나 순간적으로 나온 말 중에서 단서를 찾기가 쉽고 스쳐지나치기 쉬운 데서 그 사건 해결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선 그런 부분에서 특히 날카로운 감각을 발휘하는 것 같다.

짧은 분량의 단편이라 읽기에도 부담 없고 사건 자체도 지나치게 무거운 소재가 없으며 작은 단서로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가 좋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해결 사건을 두고 유명 프로파일러와 아마추어 추리 클럽 회원 간에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그 상황을 모두 카메라로 담아 방송을 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 같고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에 환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방송국 제작팀은 급하게 대결할 팀을 꾸린다.

한때는 사람들로부터 찬탄과 더불어 인기도 치솟았던 프로파일러 감건호는 이제 하는 방송마다 폭망하고 프로파일러로서의 능력도 의심받는 처지기에 방송국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

그에겐 아마추어와의 추리 대결이 굴욕적이지만 방송 시청률만 올릴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나 `왓슨 추리 연맹`이라는 아마추어 클럽의 멤버 중 한 사람이 그의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가 한 프로 파일링의 잘못된 점을 꼬집어 망신을 준 적이 있는... 그야말로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게 그의 기분을 더욱 저조하게 만들고 그 회원들에게 약간의 힌트도 주고 싶지 않다.

반드시 자신이 이 사건을 해결해서 아마와 프로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리라 마음먹고 해당 사건이 발생한 곳 고한으로 향한다.

추리 연맹 회원들은 그야말로 스스로가 좋아서 사건을 조사하고 그 사건을 이리저리 짜 맞추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순수 동호회이기에 멤버 각자가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어릴 적 우연히 목격한 삼촌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에 법의관이 되고 싶어 하는 해부학과 대학원생, 아픈 사람의 손과 발이 되고 싶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대학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탐정이 되고 싶어 하는 농수산물 시장 상인 등 각자가 하는 일은 달라도 이들은 미스터리한 문제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그 수수께끼를 푸는 일을 몹시 좋아한다는 공통 취미를 가지고 뭉친 친구들이다.

그들에게도 역시 이번 방송 제의는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즉 민간인이 사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쉽던 부분을 해소하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고 제의를 받아들인다.

당연히 사건을 해결하면 더욱 좋은 일이고... 이렇게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대결에 임한다.

그들에게 내려진 과제는 2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한 20대 여자를 찾는 일이다.

그녀의 이름은 김미준

그녀가 사라질 당시 그녀의 방에서 다량의 출혈이 있어 사건성이 의심되지만 경찰은 그녀가 우울증이 있었다는 이유로 단순 가출로 처리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다 뒤늦게 사건성을 인식하고 조사하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증거들이 사라지고 난 후였기에 남은 증거도 없었고 당연히 그녀의 행방도 묘연한 채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프로파일러를 위시해 추리 연맹팀과 방송국 제작팀이 모여 사라진 김미준의 행적을 따라가지만 그녀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다 자신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감건호는 추리 연맹을 방해하기 바쁘고 그들이 약간의 허점이 보이기라도 하면 훈계를 하기 바쁘다.

이런 모든 점은 그 역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시대에 뒤떨어지고 그가 하는 방송은 모두 폭망해서 이번 방송마저 제대로 터져주지 않으면 더 이상은 방송일을 할 수 없을 거란 불안감은 그로 하여금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고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 부리기 예사인 요즘 세대들이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처음부터 부담 없이 가볍게 흥미를 가지고 사건에 임했던 추리 연맹팀은 사라진 미준의 행적을 뒤쫓으며 피해자가 느꼈던 외로움과 절망 그리고 사라진 딸의 행방을 몰라 괴로워하고 무너져가는 미준의 엄마를 보면서 점점 더 진지해지고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사라진 미준을 찾는 방식도 두 팀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데 주변 인물을 조사하고 그녀의 행적을 따라가는 정통적인 수사기법을 보여주는 감던 호와 달리 추리 연맹팀은 요즘 사람들답게 sns 같은 걸 적극적으로 활용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그녀의 행적을 추적해간다.

sns 나 블로그 같은 걸 이용해서 그 사람의 행적을 추적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묘사되어있는데 그런 쪽으로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이 봐도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몇 사람만 거치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이 언제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역시 사건은 어느 한쪽의 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고 결국 두 팀이 단결해서 서로 수사한 걸 공유하는 순간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불안과 문제점을 직시하게 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게 된 건 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천재일 수 있다 - 당신의 재능을 10퍼센트 높이는 신경과학의 기술
데이비드 애덤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평생 자신의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말이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뇌에 대해서 밝혀낸 부분 역시 아주 적은 일부분이기에 여전히 뇌 분야는 우리가 밝혀내고 연구해가야 하는 분야라 생각하는 데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신경과학 그중에서도 특히 뇌신경 과학 분야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사람의 지능은 변하지 않는다고만 믿었고 또 그게 당연시되고 있었지만 신개념의 약과 전기 자극을 통한 인지강화 기법으로 지금의 지능을 조금 더 업 시킬 수 있다는 걸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그 입증 과정을 스스로 실험 군이 되어 느끼는 변화를 하나씩 저술하는 과정이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한 재미를 주고 있는 이 책은 전문서적이라면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조금 깨고 있다.

일단 서술하는 용어 자체도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어려운 단어가 줄줄이 쓰여져 있어 전공하는 사람이나 그쪽으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책장을 넘기기 힘든 여느 전문서적과 달리 되도록 쉬운 말로 충분히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 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

사람의 지능은 유전이 많이 차지하고 있고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이제까지는 정설이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우생학이라는 걸 내세워 유대인을 말살하려는 나치의 폭력이 있었고 많은 나라에서 지적 장애나 기타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들이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흑인의 지능이 백인들의 지능보다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흑인들 전체를 얕잡아보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의 신경과학 분야의 발전은 이런 정설을 뒤집어 사람의 지능을 후천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모다피닐이라는 약물을 통한 방법과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다피닐이라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더욱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은 뇌에다 적은 전류를 흘려보내 직접 뇌에 자극을 준다는 발상을 하는 뇌 전기 자극 분야다.

가만 보면 뇌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행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오래전 본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죽은 사람들의 장기를 훔쳐 와 또 다른 사람을 만들어 낸 후 그가 깨어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게 아마도 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도 이미 사람들의 몸은 전도체이며 근육들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작은 전류가 늘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를 통해 죽은 사람마저 깨어나게 하는 데 그 방법 즉 전기 자극을 이용한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현대의 의술에서 전기 자극을 통한 병적 치료는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닌듯하다.

경미한 우울증에도 그리고 간질발작에도 적절한 전류를 통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이를 통해 병이 호전되는 게 입증되었다면 뇌에도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까

모다피닐을 복용하고 뉴런이라는 신경 물질에 약한 자극을 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지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직접 몸으로 체험해 전 세계 천재들의 집합소인 멘사 시험을 보는 엉뚱함을 보여주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그리고 뇌에 전기 자극을 준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듯하다.

앞으로 인류가 밝혀내야 할 병이 많지만 특히 뇌 분야 쪽은 밝혀진 것보다 아직 못 밝혀내고 있는 부분이 대다수이기에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쉽지는 않았지만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보면 한때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설명하는 복음서와 같았던 화성에서... 금성에서... 책과 같은 류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약간의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했다지만 읽을수록 안타깝고 가슴 아픈... 그래서 요즘같이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읽기 제격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로맨스 소설이라 하면 떠오르기 쉬운 20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첫눈에 호감을 느끼고 그 남자와 일주일을 같이 한 후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남자가 이후로 연락 한 번 없을 뿐 아니라 sns도 끊어버렸다. 물론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조차 않는다.

이런 일은 솔직히 흔하다면 흔한 이별 방식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 그 사람에게 상대를 잊으라는 충고를 한다.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의 마음이 떠났다고... 속상하겠지만 받아들이라고...

이혼 절차를 밟고 있던 사라에게 일어난 일이 이런 일이었고 당연하게도 주변의 친구와 동료들은 그녀에게 안타깝지만 그를 잊으라 한다.

그는 그저 한때의 즐거움으로만 여겼을 뿐인 나쁜 놈이라고...

하지만 사라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그 남자 에디와 함께 했던 일주일은 꿈만 같았고 그와는 모든 것이 통한다고 생각했을 뿐 아니라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진심은 절대로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그녀는 알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인정할 수 없어 괴롭기만 하다.

이렇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연락이 안 되고 연락을 끊어버린 남자 에디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라의 이야기와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이 책을 보면서 전화조차 하지 않고 잠적해버린 그 남자의 이별 방식에 에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

어릴 적에 떠난 사랑하는 동생과의 아픈 과거도 견뎌내고 자신의 일에선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 겨우 남자 그것도 일주일간 함께했던 남자를 못 잊어 괴로워하고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로 흔들리다 남자에게 연락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을 하고 있는 모습은 주변에서 누가 이렇게 행동했다면 좀 지질하게 보이고 적당히 하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지만 에디와 함께했던 일주일간의 모습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나오면서 그녀가 왜 그가 떠났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분명 에디와 잠시 이별할 때 분명 다음을 기약했고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연인의 모습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에디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절대로 가볍게 누군가를 쉽게 만나 쉽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사라가 느끼는 혼란이 십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왜 에디는 이런 선택을 한 걸까

그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속력을 내기 시작하고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운명이... 사랑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해졌고 도대체가 해방구가 없는 듯 보이는 두 사람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될지 뒤로 갈수록 한순간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다.

사라와 에디의 사랑을 보면서 사랑만큼 깨지기 쉽고 놓치기 쉬운 것도 없으며 사랑만큼 사람을 절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식상한 로맨스에 질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남자가 죽였을까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7
하마오 시로.기기 다카타로 지음, 조찬희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고전 미스터리를 소개하는 이 시리즈는 소재의 다양성 면에서도 그렇고 지금과 다른 듯 비슷한 사건 전개 방식, 여기에다 그렇게 오래전에도 범인들이 사건을 저지르는 동기는 현재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해 읽는 재미를 준다.

게다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숨기기 위해 어떤 짓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 역시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걸 보면 사람은 크게 진화하지도 발전하지도 않은듯하다.

이번 편에선 2명의 작가가 쓴 단편을 모아놓았는데 두 사람의 이력이 특이해서인지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조금 다른데 그게 또 매력적이다.

내용들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구체화되었는데 그건 아마도 한 사람은 법률가로 또 다른 사람은 의료인으로서의 공부를 한 뒤 추리소설을 쓴 이력 때문이리라

표제작인 그 남자가 죽였을까부터 하마오 시로가 쓴 3편의 단편은 그의 장기를 잘 살려 법적으로 완전 종결이 된 사건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한 여자를 애타게 연모했고 그녀 역시 비록 남편이 있지만 자신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 믿었던 남자가 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그 남자가 죽였을까는 범인이 스스로의 범죄를 자백했고 정황상 그가 부부를 죽인 듯이 보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는 변호사의 노력에도 사형이 집행된다.

그리고 발견된 그의 수기에서 그가 진범이 아닌데도 스스로가 원해 범인임을 자처한 동기가 나오면서 법률가로서 법이 얼마나 공정하게 그리고 약간의 의심도 없이 집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실려있다.

죽어가면서 자신이 짠 각본에 따라 아무런 죄도 없는 자신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법체제를 비웃으며 사라져간 남자의 비뚤어진 연정을 시작으로 또 다른 이야기인 그는 누구를 죽였는가에서도 한 남자의 질투가 불러온 비극을 다루고 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아내와 친밀하게 지내는 아내의 사촌을 질투하던 남자

사촌을 외진 곳으로 불러내었는데 끝내 사촌은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남편은 별다른 조사 없이 사고사로 처리되었지만 이후 남편은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얼마 후차에 치여 죽게 된다.

이 교통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차를 친 남자가 얼마 전 죽은 그 사촌의 형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알아내고 그를 향한 의심을 눈길을 보내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방면한다.

이렇듯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모든 정황이 범인이라 지목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용의자를 무죄라 방면해도 될까? 아니면 틀림없이 범인이라 생각했지만 정말 만 분의 일의 확률로 그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경우는 없는 걸까?

두 편의 단편은 그런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범행 수법이 단순하지만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법의 틈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한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법이라는 것 역시 사람이 행하는 것이라 실수가 있을 수도 있음을 그래서 더욱 형을 선고함에 있어 냉정하게 확인 또 확인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정신이상의 병리학적 특징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기기 다카타로의 소설은 좀 더 싸늘하다.

망막 맥시증은 아빠를 무서워하던 소년이 어느 날부터 엄마를 멀리하고 아빠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더니 말을 무서워하다 이제는 작은 동물에 두려움을 느끼고 죽은 쥐를 보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공포를 느끼고 이제는 집이 불탄다는 말을 하면서 공포 발작을 일으킨다.

그를 진단하면서 드러나는 진실은 그야말로 의외의 결과... 소년이 이렇게 변화해가는 이유를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를 드러내 하나씩 밝혀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한데 여기에다 의문의 실종과 더불어 엄청난 비밀이 드러난다.

용의자를 내세운 것도 아니고 사건이 뚜렷하게 발생하기도 전에 오로지 소년과의 문답을 통해 사건 전체의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잠자는 인형과 취면의식은 좀 더 병적인 느낌이 강한데 자신이 가진 지식을 동원해 원하는 욕망을 취하는 사람들이 처음의 의도와 달리 점점 더 편집증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참으로 그로테스크했고 그 결말을 보면서 요즘의 메디컬 스릴러와 비교해도 소재의 신선함이나 파격성 면에서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이전에 나온 시리즈보다 좀 더 현대물과 닮아 있는... 그래서 읽는 재미가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