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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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주로 꾸던 악몽은 지금 생각하면 맥락도 없고 스토리도 없지만 아마도 그 시절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했을지라도 뭔가 고민이 있거나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때 무의식이 귀신이나 뭔가 정체 모를 것에게 쫓기는 등의 꿈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좀체 악몽을 꾸지 않는데 살아가다 보면 귀신이나 정체 모를 그 무엇보다 사람이... 돈이... 먹고산다는 게 세상 무엇보다 가장 두렵다는 걸 깨달은 탓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양꼬치의 기쁨에 나오는 온갖 종류의 악몽인지 현실이지 분간할 수 없는 정체 모를 그 무엇으로부터 오는 두려움과 공포는 어린 시절 주로 꾸던 악몽과도 닮아있다.

사람의 호기심이 불러오는 공포를 그리고 있는 닫혀 있는 방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어느샌가 모든 주의가 그것에 쏠려 결국에는 금지된 일을 저지르고야 마는... 호기심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린 후 후회하는 인간의 습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초신당은 악몽 속처럼 어딘지도 모르고 출구도 없는 곳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공포를 그리고 있는데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리고 있고 표제인 양꼬치의 기쁨은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한 공포 즉 어디서 어떻게 도축되고 유통되었는지 모를 음식을 먹으면서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작품 중 가장 현실적이어서 더 공포스러울 수 있음에도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곱씹어 볼수록 더 섬뜩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상실형은 그 사람이 지은 죄의 경중에 따라 그 사람의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적인 처벌을 그리고 있는데 현재 벌어지는 잔혹 범죄에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미뤄 짐작해 본다.

이외에 누구나 한 번쯤 가정해 본 이야기 즉 내일모레 지구가 멸망한다면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두 시간 후 지구 멸망과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기억의 꿈과 내 이름은 제니는 서로 내용이 연결되어 있다.

이 3편은 앞의 내용들에 비해 좀 더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듯한 작품이었고 그래서인지 섬뜩한 공포보다는 익숙한 데서 오는 친밀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반면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있는 초대 받은 손은 낯선 자와 공간을 함께한다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그 방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소리와 비위가 상할 것 같은 냄새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영상으로 만들기 가장 좋은 소재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혹은 한 번쯤 상상해 본 공포를 눈앞에 그린 듯이 표현해 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섬뜩한 장면을 그리거나 잔인한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두려움과 공포를 나타내기보다는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의 순간과 상상 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섞어놓은 데서 오는 그 묘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악몽을 꿀 때처럼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어 눈앞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고 싶어지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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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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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한 후루타 덴의 신작이고 나에게 작가의 첫 작품이다.

표지에서 던지는 질문도 그렇지만 맨 먼저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고 스스로의 죄를 고발하는

한 남자의 재판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과연 그와 그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한 건 물론이고 표지의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뭘지...제대로 된 정보 없이 시작해서인지 엄청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그는 그녀를 죽인 걸까?

제목이 말하는 게 그녀의 죽음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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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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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생각지도 못한 데서 웃음을 주고 살인을 저지르는데도 이상하게 공감이 갔던 특이한 캐릭터 비요른을 앞세워 입소문이 좋았던 명상 살인이 드디어 2권이 나왔다.

비록 마피아 같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었지만 자신은 오히려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소심한 구석까지 있었던 변호사 비요른이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몰려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일탈의 과정을 재밌게 풀어놓았던 게 명상 살인의 1편이라면 이번 2편에서는 원래의 모습으로 즉 살인을 저지르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즉 살인을 저지르고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연이어 사람을 죽이는 섬뜩할 수 있는 장면들을 가볍고 유쾌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명상이었다.

비요른이 꼬인 문제의 매듭을 풀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명상을 하는 장면과 그 명상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실수의 흔적을 지워갈 수 있는 영감을 떠올리는 부분은 그가 비록 여러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을 예사로 저지르는 범죄자가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사람임을 부각시키는 도구로서 명상이 쓰였다.

하지만 원래가 처음이 어려운 법

이번에도 가족이 간 휴가지에서 다시는 살인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달리 자신의 화를 돋운 종업원을 골탕 먹이려다 운이 없는 건지 아니면 지독히 운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사람을 죽이고 말았고 이번에도 목격자는 아무도 없어 완전범죄가 된다.

사소한 것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자각한 비요른은 다시 한번 명상 수업을 듣고 이번에도 자신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에 어릴 적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자라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아이라는 존재를 자각한 것...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내면아이 때문이었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소망은 별거 아닌 걸로 취급받는 것에 익숙했던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 후 자신이 왜 그토록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먼저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왜 아내에게 공감받고 싶어 했는지 모든 것의 해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자신 속의 상처받은 아이의 모습을 한 내면아이의 조언과 충고대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꼬일 대로 꼬였던 문제들이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풀려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여기엔 언젠가부터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어릴 적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 혹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의 트라우마 때문이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정신의학계의 트렌트라고 할지 분위기를 비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서도 내면 아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살인을 원하지 않고 폭력을 원하지 않는 비요른을 다그치고 성질을 폭발시켜 그로 하여금 원치 않는 문제를 일으키도록 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처럼 그려놓아 비요른으로 하여금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가 원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게 아닌 것처럼...

물론 이번에도 비요른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그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처와 적절한 거짓말을 섞고 그를 대신해 줄 적당한 사람을 찾았을 뿐...

이 외에도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압박하고 불편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불편함을 참을 수 없어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통렬한 비꼼도 흥미롭다.

첫 편처럼 연이은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게 아니라 비요른이 내면 아이의 존재를 깨닫고 과거를 직시하며 자신 안의 폭력성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다소 느슨한 감이 있지만 특유의 유쾌함과 기발함,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의 흥미로움은 여전하다.

여기에 유치원을 경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진상 학부모를 세치의 혀로 격침시키는 유쾌함까지...

과연 폭력적이고 성장하지 않은 내면아이를 품고 있는 비요른이 다음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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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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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판타지 그리고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섞어 참으로 오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온다 리쿠

극사실적인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래서 온다 리쿠의 책은 언제나 쉽지 않다.

분명한 뭔가가 도출되기보다는 언제나 모호한 상황과 결말마저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는 방점을 찍어주지 않는 대서 오는 그 개운하지 않은 뒷맛

그럼에도 그녀의 책은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와 신간이 나오면 찾아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평을 관심 있게 보기도 한다.

이 책 유지니아는 그런 온다 리쿠식 미스터리의 정점의 작품이라고들 평하는 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새로운 색을 입고 재출간했다.

지방의 명문가 잔치에서 마을 사람을 비롯해 명문가의 사람들 대부분이 독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변으로부터 평판이 좋은 명문가를 노린 독살 사건인 이 사건은 이 집안의 아이 두 명을 포함 6명의 아이들까지 희생된 잔혹하기 그지없는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모으지만 좀처럼 용의자를 특정 짓지 못한 가운데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를 통해 범인이 드러났다.

하지만 자살한 범인과 이 집안에는 어떤 접점도 없어 공범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충 마무리되고 만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누군가에 의해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그날의 진상을 각자의 관점에서 풀어놓고 있다.

당시 직접적으로 그 사건을 겪은 걸로 논문을 쓰고 결국에는 책을 출간한 사람부터 그날 살아남았지만 범인으로 오인받아 고통스러워했던 그 집안의 가정부, 범인을 유난히 따랐던 남자아이 그리고 그 집안의 비극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눈먼 소녀 등등

그들의 입을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대부분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범인은 왜 그런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가 없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지방의 명문가로 명성이 자자하고 풍족하고 여유로운 집안이 대부분 그렇듯 큰 소리 날 일이 없이 화목해 보이는 그 집안에서 왜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그 집의 유일한 안타까운 점은 몸이 허약하고 앞을 볼 수 없는 외동딸이라는 존재뿐...

하지만 눈먼 소녀라는 이 존재는 상당히 특이하다.

비록 앞이 안 보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존재였고 사람들로부터 호감과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소녀는 동정의 대상이기보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동경의 대상이라는 점도 그녀의 특별함을 나타내준다.

눈이 안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동에서 우아함이 넘치고 자연스러워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녀가 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불러올 정도로 그녀는 특별한 존재였고 인터뷰에서도 그런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어쩌면 그녀가 그토록 모두로부터 특별 취급을 받는 데에는 그녀가 앞이 안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 모든 이야기는 그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후 20여 년이 지나 인터뷰를 통해 그날의 사건을 비롯해서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죽음들이 드러나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는데 언제나 끝날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로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범인이 범인이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책이 모호함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것에 짙은 파란색과 하얀 백일홍과 같은 강렬한 색채가 등장하고 화려한 꽃이 등장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여성적으로 몰고 간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인 온다 리쿠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워서도 더 잔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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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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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살인사건이 나오거나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마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의 일상의 빈틈을 뚫고 들어와 그 속에 의심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데 재주가 있는 듯한 B.A 패리스는 확실히 여성 스릴러 작가들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범죄자의 범죄행각이나 그런 범죄자를 추적하는 경찰의 이야기도 무척 재밌지만 그런 소설 속의 사건 같은 건 사실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지 않는 것을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재미라고 한다면 그녀가 쓰는 소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재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스릴을 준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이 더 와닿는다.

비하인드 도어라는 데뷔작 같지 않은 뛰어난 작품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심리 스릴러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준 작가의 최신작 테라피스트 역시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경험했거나 경험해 볼 수 있는 익숙한 소재... 이사 간 새집에서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와 살인사건이라는 조합으로 그녀 특유의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런던의 고급 진 주택단지에 한 커플이 새롭게 이사 온다.

보안이 철저하고 삶이 여유로운 사람들 특유의 너그러움과 여유가 느껴지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만 왠지 자신의 집은 어딘지 꺼려지는 앨리스

그녀는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연인인 레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들이 파티를 해 주민들을 모으지만 그날의 파티에 주민들이 아닌 낯선 사람이 방문했었음을 깨닫고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불안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낯선 사람을 본 사람은 앨리스가 유일했기 때문...

게다가 레오가 그들의 침실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뒤로 더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앨리스에게 그날 집들이 파티에 참가한 후 홀연히 사라졌던 문제의 그 남자가 접근해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 집의 전 주인이 침실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범인인 남편마저 자살했다는... 누가 들어도 섬뜩한 이야기에 앨리스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더욱 놀랐던 건 이 모든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자신에게 한마디 말조차 하지 않은 연인 레오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틈이 벌어진다.

앨리스가 이 살인사건을 더욱 끔찍하게 느끼는 건 죽은 여자의 이름이 니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한순간의 사고로 부모님과 함께 자신의 곁을 떠난 언니의 이름이 바로 니나였기 때문인데... 이 모든 연결에서 어떤 운명의 힘을 느끼는 앨리스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줬던 낯선 남자를 도와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가 사건에 대해 질문하면 할수록 마을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해진다.

마치 모두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거나 피하기 일쑤고 심지어는 그 사건에 대해 캐묻고 다닌다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전 주인인 니나와 올리버를 알면 알수록 그녀의 죽음에는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고 그런 면에서 보면 주민들 모두가 의심스러운 앨리스... 게다가 이런 그녀의 의심을 돕는 결정적인 한 방은 그녀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고 속삭여준 이웃집 노부인이었다.

앨리스의 시선에서 보면 분명 니나가 살해된 사건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고 주민들의 태도 역시 수상한 부분이 많지만 다른 시선 즉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앨리스의 태도 역시 어딘지 정상적이지 않다.

누군가를 의심할 수는 있어도 그녀의 의심은 뭔가 뚜렷한 증거나 단서에 의지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사실을 바탕으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더하고는 그걸 사실처럼 느껴 모두를 의심한다.

전형적인 망상증 환자의 모습인데 당연히 이런 앨리스의 행동은 모두에게 거부감을 불러오고 이제 그녀는 연인이었던 레오를 비롯해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혼자라는 고립감이나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앨리스라는 예민하고 불안증이 있는 주인공을 통해 그 감정들을 더욱 극대화하고 여기에다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이지만 인기 있는 소재를 섞어 놓아 서서히 압박해 들어오는 긴장감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작가는 늘 평범하거나 흔한 소재임에도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지닌 것 같다.

이상하게도 주인공인 앨리스의 입장만이 아니라 그녀로부터 의심을 받았던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걸 보면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건 없고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말이 진리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에게 완전히 공감하지 않으면서도 몰입해서 보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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