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핑크빛의 밝은 표지와 표지 속의 여자의 모습에서 코믹한 요소를 보고 여기에 더해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라도 난 이 책이 무겁지 않은 코믹 멜로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은 이 모든 게 어쩌면 출판사의 기획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좌충우돌하는 길다를 통해 풀면서 무겁거나 지나치게 어둡지 않게 그려 공감을 얻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예민한 아이였던 길다는 자신이 키우던 애완 토끼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뿌리를 모르는 죄책감을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다.

게다가 레즈비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학교에서의 따돌림은 예사였고 성인이 되어서도 친한 친구조차 없는 외톨이였다.

길다에게 출근은 언제나 늘 피곤하고 무기력한 일이었기에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문밖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길다는 이제 집에서도 쫓겨나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결국 자신의 상태를 무료상담받기 위해 들른 곳이 하필이면 성당이었고 신부의 오해로 그곳에 취직하게 되면서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길다는 무신론자였고 무엇보다 가톨릭에서 죄악시 여기는 성소수자지만 절실히 일자리가 필요했기에 이 모든 걸 숨기기로 결정한다.

길다의 내면세계는 온통 죽음에 관한 것과 우울감에 대한 묘사로 가득해 자칫 무거울 수 있지만 여기에 그녀가 처한 상황이라는 게 코믹 요소로 작용해 지나친 무거움을 희석시키고 있다.

문장 자체도 무거운 내용에 반해 통통 튀거나 경쾌함이 느껴질 정도로 산뜻해 그 대비가 이 책이 특히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자신의 전임자가 알고 보니 자연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죽음일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제는 진범을 찾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길다가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고 하는 누군가의 조언이 와닿았다.

길다가 느끼는 우울감과 공포 그리고 공허함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섬세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져 읽으면서 내내 위태롭고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전임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그녀가 느꼈던 죽음에 관한 철학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결국 죽는 유한한 존재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건 아니라는 길다의 깨달음은 누구에게나 와닿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밝고 경쾌하게 그린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본성은 위기에 처했을 때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히 목숨이 위태로울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위가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비록 다른 누군가의 안위가 관련이 있는 이기적인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이런 본능을 누르고 위기의 순간 다른 사람을 위해 망설임 없이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을 우리는 의인이라 부르고 칭송한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산사태로 아파트 주차장이 침수되는 사고에서 살아난 기적의 생존자들이다.

이 사고로 9명의 주민이 갇혔지만 단 1명만 희생되었을 뿐 8명이 모두 무사 귀환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8명은 입을 모아 희생된 1명의 행동을 칭송했고 사건은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문제는 그로부터 1년 후...

그날의 모든 걸 잊고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재난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를 소재로 하는 글을 쓰기 위해 한 남자가 인터뷰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 인터뷰에서 밝혀진 진실은 모두가 알고 있던 사건의 전개와 달랐고 그들 모두는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이지만 아무도 더 이상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은 뭘까?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남자 역시 평범한 작가는 아니었다.

그 역시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고 하는 일이라는 걸 보면 그 의뢰인과 사건과의 사이에 분명 뭔가 비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점 역시 그날의 진실 찾기와 별도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치 중 하나

엄청난 재난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이후 작은 균열로 완벽했던 그들의 동맹이 무너지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게다가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도 경찰이나 탐정 같은 뻔한 게 아니고 심리 상담이라는 색다른 방식의 접근도 좋았는데 범죄 용의자가 누가 봐도 나쁜 놈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마주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랑 닮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었다.

엄청난 재난이 있던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마이너스 인간은 총상금 1억을 걸었던 리노블 시즌 1의 최우수 수상 작가의 신작이었다.

수상작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가 일단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그래서 머리를 써가며 읽을 필요가 없다.

그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치밀함이나 강렬한 반전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격자나 최초 신고자는 언제나 강력한 용의자 후보로 꼽는다.

언젠가부터 소설 속에서는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이런 법칙이 사실일 경우가 많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범죄를 목격했거나 현장을 봐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더 코워커에서도 주인공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인다.

작가 프리다 맥파든은 최근에 몇몇 작품을 출간해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고 나 역시 작가의 작품 몇 권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더 기대를 하며 읽은 책이었다.

회사에서든 일상에서든 어디서나 인기가 많은 여자 내털리는 옆자리의 동료 돈이 어느 때와 달리 정시에 출근하지 않는 게 신경 쓰인다.

내털리가 아는 돈은 지각이란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직장 안에서는 상사를 비롯해 아무도 돈의 부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

이 부분만 봐도 돈이 직장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돈은 여느 평범한 사람과 조금 다른 사람이었고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었지만 내털리는 그런 돈을 언제나 챙겨주고 친절을 베풀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퇴근길에 돈의 집에 들르게 되지만 그곳에서 피가 낭자한 걸 발견하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최초 신고자라는 이유로 용의선상에 오르는 불운을 겪게 된다.

처음부터 돈의 부재에 신경을 쓰던 내털리가 그녀의 집을 찾아가서 현장을 목격하게 된 과정이 개연성 있게 물 흐르듯이 펼쳐지면서 점점 몰입하게 하다 반박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하나 둘 증거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렇게 최초 목격자에서 그녀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여기에 돈의 메일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앞에서의 모든 사실관계가 한 번에 바뀌어 버렸을 뿐 아니라 그녀의 진술에 커다란 허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더 그녀에게 의혹의 집중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정황상의 증거들 몇 개만 있을 뿐...

그녀는 정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 모든 걸 치밀하게 계획한 잔인한 살인자인 걸까?

시작은 다소 평범하지만 조금씩 단서가 나오면서 전체의 판이 뒤집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독자들의 의표를 치르는 치밀함까지...

뒤로 갈수록 몰입감이 점점 더 높아져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가독성 좋고 스토리 짜임새도 좋았고 구성까지 치밀해서 더 마음에 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의 생활은 내가 20대 때보다 휠씬 더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날마다 기존의 것을 능가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

그야말로 매일매일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조금만 멈칫거리면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아예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한편에 숨겨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심할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 도쿄 하이드 어웨이에는 그런 일생의 스트레스와 극도의 긴장감을 지닌 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찾은 한그루의 오아시스 혹은 숨터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오로지 본인만이 알고 있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섯 명의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과 별다를 바가 없기에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임에도 가슴에 와닿는다.

여섯 편의 연작으로 되어있는 이 책의 배경은 한층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기로 사람들의 쇼핑이나 생활이 급격히 이커머스로 옮겨가는 시점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커머스 업체 중 하나인 파라웨이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에 피곤함을 느끼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아 숨 쉴 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이 책 도쿄 하이드어웨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자신의 주장을 어필할 수 있는 능력자인 동기생에 비해 요령 없는 성실함으로 동기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남자는 사소한 것도 무시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늘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런 그의 눈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한결같은 동료가 눈에 들어오고 어느 날 어딘가로 가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의 뒤를 쫓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네온사인과 빌딩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도쿄의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여주는 곳이었고 그렇게 그에게도 그곳은 늘 빽빽한 직장 생활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마음의 장소가 된다.더불어 늘 평온해 보이던 동료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중간 관리자의 자리에 있는 워킹맘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이지 않는 한계에 지치고 가정에서 그녀에게 요구하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피로하지만 어디에도 자신의 고민을 맘 편히 터놓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마침내 모든 걸 내려놓고 회사를 땡땡이치고 일탈을 한 날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마침내 은식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여섯 편의 연작에선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까지 몰렸던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처에서 위안을 얻고 위로를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창하거나 엄청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님에도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서인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으로 느껴진 건 남들보다 조금 왜소하거나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이유 없는 폭력과 폭행에 시달리는 왕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몸, 기술, 마음이었다.

자신이 괴롬힘을 당하고 있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춘기 소년이 우연히 자신이 동경하던 게임 속 캐릭터 발키리를 닮은 한 여자를 따라가다 자신도 모르는 새 복싱을 배우게 된다.

매일매일 신체를 단련하는 그 훈련을 통해 위험이나 고난이 닥쳐도 더 이상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마주 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 교훈은 소년뿐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특히 와닿았다.

책 속에는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마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직장 내 서열 다툼이나 왕따 문제 혹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온갖 스트레스와 불면증 또는 우울증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세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도쿄 하이드어웨이

읽으면서 작은 위로와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창 어린 나이에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죽을 날짜를 듣는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예언 따윈 무시하고 그냥 살던 대로 살까 아니면 예언에 구속된 채 하루하루 숨죽이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삶을 살게 될까

이 책은 그런 상황에 처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칫 무겁거나 엉뚱한 코미디로 흘러갈 수 있을 소재를 가지고 작가는 로맨스를 섞고 교훈을 담아 아름다운 이야기로 완성했다.

넬은 자신의 주변과 가지고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와 뜨거운 경험을 하지만 다시 만날 생각 따윈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곧 죽을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남자친구와 갔던 여행에서 만난 예언가로 인해 자신의 삶이 앞으로 19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날 넬의 모든 것은 달라졌고 이 예언은 그녀의 삶 전체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그토록 굳게 믿었던 예언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렇게 죽을 날에 산 채로 눈을 뜬 넬과 그녀를 둘러싼 소동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삶이 끝나는 날을 알고 있기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재밌고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의 그런 태도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벽을 쳐 상처를 주는 일이었음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더불어 예정된 삶에서 어떤 여한이 남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즐겁게 즐기며 살았던 넬의 삶의 방식은 그녀가 일상으로 돌아온 후 그녀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한다.

자신의 옛 남자친구이자 자신과 함께 여행을 즐겼던 그렉은 그녀가 온 세계를 여행하며 사는 동안 다른 사람들처럼 양복을 입고 하루하루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우연히 넬과 재회하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자신의 자유로웠던 모습을 그리워하며 뒤늦게 일탈하게 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평범하면서도 안락한 주부의 삶을 살던 넬의 언니 역시 자신이 죽을 거라 믿었던 넬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우아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이 분명했던 노부인 주노 역시 넬과 만나면서 삶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그녀로 인해 이제까지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된 남자 톰 역시 그녀를 만나기 전과 후과 확연히 변해버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넬은 그렇게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그녀 주변의 삶을 변화시킨 일등 공신이지만 언제나 조금 복잡하거나 힘들어지면 도망치거나 외면함으로써 문제를 피하는 자신의 태도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행동이었음을 깨닫고 변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사랑스럽게 펼쳐진다.

이 책에는 나오는 사람들마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심지어 넬의 아빠와 바람이 났었던 여자조차도 밉다기 보다 오히려 이해하게 만들 정도로 등장인물 하나하나 모두를 애정이 넘치고 미운 구석이 하나 없는 이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 놓은 게 오히려 이야기를 단점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마치 모두가 행복했습니다로 끝나는 동화 같달까...

이런 아쉬움을 빼면 주인공 넬이 밝은 웃음 뒤에 숨겼던 고민이나 자신에게 어필하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분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섬세하게 묘사해 한편의 멋진 드라마를 본 것 같았다.

적당히 유쾌하고 무겁지 않아 단숨에 읽게 만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