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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잔혹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안나옴에도 읽는 동안 약간 으스스함을 느낀책이다.
어느샌가 아파트에 익숙해지고 대형단지에 살게 되면서부터, 죽음..그것도 느닷없는 죽음에 익숙해지기 마련인것 같다.
누군가는 삶에 지치고 힘들어서..혹은 끝내 병마를 이기지못하고...아님 타의에 의한 억울한 죽음까지...
내가 사는 아파트 역시 1300세대의 적지않은 단지수이고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죽음을 많이 봐왔다.
그러면서 항상 궁금했던건...자연사나 병사가 아닌 경우 그 집에 들어와 살 사람은 그걸 아는걸까...?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사는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작가 역시 가족이 우연히 살게 된 집 옆건물에서 연쇄살인범의 첫번째 범행이 이뤄졌다는걸 우연히 듣게 되면서 이책을 썼다는걸 보면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꽤 많은가보다
마흔살의 이혼녀인 파스칼린...얼마전에 이혼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직장근처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이상한 증세를 느낀다.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구역질까지...
왜 그런건지 영문도 모르며 잠을 설치는 파스칼린에게 이웃이 다가와 조용히 묻는다..
`그 집에서 잠은 오던가요...?`
알고보니 몇해전 파리를 들썩거리게 만든 연쇄살인이 있었고...그 최초의 희생자가 살던집이 바로 이 집이라는것
그때부터 파스칼린의 악몽이 시작되고 불면과 신경쇠약으로 고통받으며 천천히 무너져내린다.
게다가 친정엄마로부터 들은 어릴적 자신의 과거...
잠시 살았던 집에서 그때 역시 어떤 불행을 감지하고 불안과 공포로 밤마다 악몽을 꿨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날마다 7명의 희생자들이 살았던 집들을 찾아다니고, 그 사건의 기사를 확인하고,끝없이 방황하는 파스칼린
이혼의 아픔에다 외로움, 거기다 터무니없을정도로 민감한 성격....어쩌면 그녀의 말마따나 벽은 그 모든걸 기억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슬픔도 괴로움도, 그 모든역사를 기억하고 파스칼린과 같이 민감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만 투영하고 있는건지도..
이 모든게 그녀로 하여금 희생자와 그녀의 고통을 동일시하게 만들고 점차 파멸의 늪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에 힘들정도였다.
거기다 그녀의 고통의 원인엔 딸아이의 죽음도 한몫하고 있으니....슬픔이 그녀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던 것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서서히 미쳐가다시피하는 그녀의 모습이 날카롭고 섬뜩하게 그려진 벽은 속삭인다...
그리고 그런 무서운 과거를 추적하면서 더불어 유대인들의 학살에 대해 얘기하고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은유해 나가는 작가의 표현력은
정말 대단한것 같다...더불어 이 책을 모티브로 썼다는 사라의 열쇠에 대한 궁금증도 가지게 만들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엔 어떤 역사가 숨어 있는지...갑자기 궁금해지게 한다
길지않은 중단편 정도의 책이지만 결말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긴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