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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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차이를 두고 두 아이가 납치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전역을 놀라게 한 동시 유괴사건은 사건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될 만하지만 사건의 결말마저도 여느 유괴사건과는 달랐다.

모두가 전력을 다했음에도 순간의 판단 착오는 결국 납치범의 검거에도 실패했고 유괴된 두 아이 중 한 명만 귀환에 성공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아이가 3년 만에 멀쩡하게 돌아온다.

아이가 무사히 귀환하면서 사건 수사는 다시 급물살을 맞지만 이후 누구나 예상한 대로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는다.

3년 동안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몰라서일까 아니면 유괴당한 충격에서 말문이 막힌 걸까?

결국 사건 당사자와 보호자의 거부로 사건은 그만 흐지부지된 채 30년이 흘렀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 사건이 다시 모두의 관심을 받게 된다.

사건 피해자였던 소년이 요즘 가장 주목받는 사실화를 그리는 화가라는 사실이 주간지의 폭로로 밝혀지면서 오래전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 중 한 사람이 소년이 사라졌던 3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본격적으로 취재에 나선다.

그리고 이야기는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가 단서랄 것도 없는 아주 미미한 단서 하나하나로 하나둘씩 퍼즐을 맞춰가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부자 할아버지를 둔 아이는 엄마의 방임 아래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학대당해왔다는 게 드러난다.

소년이 3년이 지난 후 돌아왔을 당시 왜 엄마가 있는 곳이 아닌 할아버지의 집으로 가 자신을 키워달라고 했는지 의문이 밝혀지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년이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드러나면서 어떤 범죄라도 옹호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처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어쩌면 그들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봤었는지 모르겠다.

부모와 떨어져서 비로소 사랑받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 소년의 고독은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운명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소년의 비극에 가슴이 아팠다.

뒤로 갈수록 사건의 전말보다 소년과 그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사연에 더 마음이 와닿았고 소년이 느꼈을 쓸쓸함과 외로움이 안타까움을 불러왔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로 끝나는... 조금은 신기한 느낌을 주는 책

읽으면서 가슴 아팠고 안타까웠고 마지막 결말을 알고 싶지 않았던 책이기도 했다.

일본 소설 특유의 쓸쓸하고 허무한 느낌을 제대로 살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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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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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세월이 빠름을 그다지 실감하지 않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특히 불타는 청춘들의 이야기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삶을 되돌아보는 노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이 책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스웨덴에서 올해의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죽어가는 한 노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가족 간의 화합과 사랑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데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이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주인공인 보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이자 스스로 뭔가를 하기엔 힘에 부치는 노인이다.

그런 자신을 계속 보살펴주고 케어해주는 요양보호사들과는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자 모든 걸 관리하고 신경 써주는 외아들과는 어딘지 소원하다.

특히 아들 한스가 자신의 애견인 식스텐을 그가 더 이상 케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고 한 뒤부터 안 그래도 서먹했던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태

하지만 그런 보도 자신이 억지를 쓰고 있다는 걸 안다.

스스로는 더 이상 문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식스텐을 운동시키려 나갔다가 넘어진 후 그의 심경에는 많은 변화가 온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마음처럼 몸을 가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애완견 식스텐 역시 놔줘야 함을 인정하면서 자신과 아들 한스와의 관계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에게 그토록 엄격하기만 해서 언제나 거리감을 느끼게 했던 아버지 그와 자신이 닮아있음을... 어느새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들을 대하고 있었음을 깨닫으면서 아들에게 마음을 열고 화해하게 된다.

이야기는 보가 느끼는 심리상태와 그 변화를 중심으로 쓰여있고 그의 곁에서 지켜보는 요양사들의 일지를 통해 그의 상태를 보조하는 형식으로 쓰여있다.

당사자와 관찰자의 시선으로 점점 쇠약해가는 보의 상태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데 이 형식은 작가 본인의 경험 즉 우연히 할아버지를 방문해서 요양사가 남긴 할아버지에 대한 기록과 함께 작가가 할아버지의 식사와 목욕 등을 도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기력이 약해지고 쇠약해진 노인은 정신마저 약해지고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고 착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끝까지 자신의 결정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보의 모습은 의외로 다가왔다.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난 사람들과의 추억 이야기와 그때 그가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느꼈던 감정의 변화를 잔잔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잔잔하고 깊이 있게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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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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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원했던 딸아이로부터 결혼한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나 반갑고 이제까지 소원했던 관계도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라도 빨리 결혼할 상대도 만나고 싶지만 딸아이의 반응은 어딘지 시원치 않다.

아직 어색해서일까?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도 어딘가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웬일인지 사위 될 사람이 자신을 꺼리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화장실 변기 안에 숨겨져있었던 물건을 본 후 더욱 이 결혼이... 아니 딸의 남편이 될 상대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딸은 또 왜 이렇게 결혼을 서두르는 걸까?

얼마 전에 읽었던 히든 픽처스를 쓴 작가의 새로운 신작 블라인드 웨딩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인 결혼을 소재로 가지고 왔다.

누구나 한 번쯤 결혼을 했거나 결혼에 대해 생각해 봤을 건데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사람마다 다를 건데 작가는 여기에다 비밀이 있는 듯한 배우자라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섞어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

평생을 성실하게 일해온 프랭크가 오랫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던 딸아이 매기로부터 결혼한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여느 평범한 부녀관계가 아니라는 점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누가 봐도 이상한 약혼자의 태도나 결혼식 당일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시어머니 그리고 프랭크 앞으로 딸아이의 약혼자와 다른 여자가 함께 있는 누군가가 보내온 수상하기 그지없는 사진까지...

알고 보니 딸아이의 약혼자랑 알고 지낸 한 여자가 실종된 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나 문제가 많은데도 매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 결혼을 끝까지 감행하고자 하지만 프랭크는 여느 아빠처럼 강력하게 이 결혼을 반대하지 못한다.

다시 딸과의 관계가 멀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수상하기 그지없는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실 찾기 게임 같은 블라인드 웨딩은 진실이 눈앞에 있음에도 인정하지 못한 결과가 어떤 파국으로 치달아가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놓았다.

자식의 잘못을 이성이 아닌 감정적으로 대한 프랭크의 잘못은 부모라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가독성도 좋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나무랄 데 없어 단숨에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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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청소부 마담 B
상드린 데통브 지음, 김희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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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저질러 놓은 사건 현장을 완벽하게 정리해서 처음 그대로의 상태로 돌려놓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범죄 청소부

말도 안 되는 직업인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또 어디엔가 있을 법한 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블랑슈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이었다.

범죄자들의 의뢰를 받아 사건 후 뒷수습을 완벽하게 해내는 일

혈흔을 닦고 지문을 지우고 사건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그 어떤 흔적도 없이 완벽하게 청소하는 범죄 청소부의 일을 한 지도 15년이 되었지만 이제까지 단 한 번의 실수가 없었던 그녀는 이 세계에서 프로로 통한다.

그런 그녀에게 이상한 일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그녀가 완벽하게 마친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는가 하면 그녀가 처리하기로 한 시신이 사라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가장 혼란스럽게 한 것은 그녀의 가방 속에서 엄마가 남긴 유품이 발견된 것이었다.

엄마의 유품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세상에서 자신 빼곤 오로지 단 한 사람뿐!

그는 자신을 이제까지 보호해 주고 이 길로 인도해 준 양아버지이자 멘토였으며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블랑슈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문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의심과는 별개로 누군가가 그녀를 타깃으로 서서히 목을 조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양아버지마저 실종되고 이제 블랑슈는 혼자서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야 할 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양아버지를 구해내야만 한다.

이렇게 절체절명의 순간 누구보다 영민하게 생각하고 빠른 판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지만 블랑슈는 자신의 기억마저 자신할 수 없다는 큰 결점이 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엄마에게서 모계유전으로 물려받은 병은 그녀에게 불안과 함께 강박 증세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을 수 없다는 핸디캡을 안겨줬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정보도 없이 자신을 노리는 범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이제까지 그녀가 믿고 있던 모든 게 바닥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녀는 과연 이 모든 일을 꾸민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시작부터 빠른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고 연이어 터지는 사건으로 눈뗄 틈 없는... 몰입감 있고 가독성 좋은 작품이었다.

영상으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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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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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내 혹은 남편이 실종되거나 사고사 혹은 살해당했다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그들의 배우자다.

이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식처럼 되다시피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도 많은 사건 사고 뒤엔 보험금 혹은 배우자가 가진 재산을 노린 범죄가 많다.

그래서 스릴러 영화나 책 중에 이런 유의 범죄가 빈번하게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 책 역시 얼핏 보면 내용이 친숙하다.

캠핑을 하러 간 남편의 연락이 두절되고 남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내는 경찰에게 남편의 실종을 신고하지만 경찰은 사소한 증거를 내세워 그녀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녀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범죄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유사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다.

그녀를 범인 취급하는 걸 넘어서 자신이 그녀를 혐오하고 있다는 걸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그녀가 보통의 사람이 아닌 첨단 테크놀리지의 기술로 탄생한 신스이기 때문이었다.

사람과 모든 것이 같은 신스는 아픔도 느끼고 슬픔과 기쁨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줄리아는 여기에다 더해 최초로 임신까지 가능했던... 그야말로 거의 인간과 다름없게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었다.

그녀가 결혼했던 남자 조쉬는 그녀가 신스라는 걸 알면서도 결혼했고 둘이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 전부가 생생하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던 유명인 커플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로맨스는 누군가에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어딜 가든 그들을 따라오는 혐오와 반대의 시선이 그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결국 부부의 애정전선에도 영향이 끼치기 시작했고 조쉬의 실종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사건을 지휘하는 경찰은 그녀를 향한 혐오의 감정을 숨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사건 수사보다 오로지 그녀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게다가 그녀가 전적으로 신뢰했던 아이의 보모를 비롯해 그녀를 만들어준 개발자조차도 그녀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었다.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줄리아는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 혼자서 진짜 범인을 찾아야만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조쉬의 죽음을 나타내는 뚜렷한 증거나 범죄를 증명한 만한 어떤 단서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건 현장처럼 긴장감 있고 긴박감이 넘쳤다.

게다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으며 그들이 서로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맨틱한 과거와 현재 사건이 벌어졌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어디에서 도움을 청할 수 없이 궁지에 몰린 줄리아의 심리를 보여주는 현재 시점을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그 괴리에서 오는 차이도 이야기를 더욱 몰입하게 한다.

뚜렷한 용의자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뒤로 갈수록 로맨틱했던 두 사람의 만남에 숨겨져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급격하게 분위기가 전환되는 데 그 차이가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였다.

뒤로 갈수록 속도감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 전환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버린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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