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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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친밀한 반려동물 중 하나인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꺼림직하게 여기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다른 애완동물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동물 중 하나인데 거기에는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충실하다고 여기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은혜를 갚는 만큼 자신에게 해를 가한 사람에게 반드시 원수를 갚는 영물이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고양이를 둘러싼 괴담이나 공포소설에 소재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마성의 고양이가 활약하는 달콤 살벌 다크 판타지라는 설명이 붙은 이 책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는 책 소개를 보고 표지를 봐서 괴담보다는 동화적 판타지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고양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기묘한 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얻고자 하거나 혹은 자신도 몰랐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책에는 서장을 포함하면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와 사연이 나온다.

그 들 대부분은 막다른 곳에 다다라 어찌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거나 잦은 실패로 자신감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사람들이 어찌어찌해서 산속 깊은 곳으로 마치 홀린 듯이 올라와 고풍스럽지만 어딘지 수상쩍은 여관에 묵게 되고 그곳에서 각자가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고자 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된 후 마침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넘어가게 된다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 자라 어느 순간부터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던 여자가 나오는가 하면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회사일에 전념했지만 돌아보니 여전히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여자가 나오고 즐거운 마음으로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즐거웠던 운동이 죽기보다 싫은 일이 되어 버린 소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 언제나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보다 도망치는 쉬운 길을 선택했던 남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을 마치 들여다본 것처럼 악몽을 꾸거나 현실인지 환각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쫓겨 벼랑 끝까지 몰려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현실의 문제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침을 당한다.

어쨌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을 강요당한 사람들은 그 여관을 나오면서 지금까지의 삶과 매듭을 짓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와 흔한 소재를 가져와 예로부터 내려온 전설 속 고양이의 이야기를 결합해 흥미로운 내용으로 탈바꿈했다.

재밌는 건 여관에 상주하는 고양이들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였다.

고민이 있고 방황하는 손님을 이끌어주면서도 호의를 가지고 있다기보다 오히려 인간을 경멸하고 싫어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듯 보였던 그들의 태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키를 쥔 건 한 사람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태도에 따라서다.

무겁지 않은 소재와 판타지의 적절한 배합 거기에 잘 몰랐던 고양이에 관한 각국의 동화나 전설에 관해서 다양하게 풀어놓아 그걸 읽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어느 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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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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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환경인 그린란드

일 년의 반은 낮이고 반은 밤인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사냥을 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곳까지 흘러들어온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북극 허풍담은 글 전체에 유머와 과장이 들어간 허풍이 섞여있다.

도시의 남자들과 달리 즉흥적이면서도 감정에 충실하고 다소 촌스럽기까지 하지만 나오는 등장인물 면면을 들여다보면 거칠고 투박한 외모 뒤에 곧 죽어도 상대방에게 이겨보 겼다는 마음으로 되지도 않는 허풍을 떨고 과장 섞인 경험담을 늘어놓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북극 허풍담은 각각을 보아도 내용을 아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다.

이번 편 역시 등장인물들 각각이 소동에 휘말리거나 일상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가장 큰 줄기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동료를 돼지로 착각해 먹어버린 일로 북극을 잠시 떠나있던 할보르가 돌아와서 그토록 찾고 싶어 했지만 스스로도 뭘 찾는지를 몰랐던 뭔가를 찾는 과정과 이 험난한 곳으로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날아 찾아온 미스 마 킨 마훈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할보로를 대하는 북극 사냥꾼들의 모습을 통해서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 즉 그가 과거 어떤 일을 했는가가 아닌 그가 지금 어떤 사람인가를 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런 태도는 현대인들에게선 보기 쉽지 않기에 어떻게 보면 사기꾼 같은 사람에게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해 보이기도 하지만 북극의 이 사냥꾼들이 또 그렇게 마냥 순수하거나 어리숙하지만은 않다.

남들은 하지 않거나 한 번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사향소를 길들여 팔아 볼 궁리를 하고 또 그걸 직접 실행해 옳길 정도의 행동력에서는 그들의 사업수단 능력이 보이는가 하면 고지식한 숫총각에게 느닷없이 생긴 증세를 보고 단박에 고칠 방법을 찾아 그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해 진짜 남자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모습에서는 능글맞은 남자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일에서는 어찌나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지...

이렇게 어른스러운 모습과 더불어 파이프 담배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쌈박질을 하고 얻어맞았다고 삐쳐서 집을 나와 다른 사냥꾼의 집으로 가버리는 모습에서는 철없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밝은 태양을 보는 것보다 어둠에 익숙하고 떨어져 나갈듯한 추위에 익숙한 사냥꾼들은 그렇게 척박한 땅에서 오랜 세월 살아가기 위해선 동료를 믿고 모든 일에 너무 정색하지 않고 삶을 유연하게 대하는 태도와 여유로움이 필요한 데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친 말투와 자칫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태도를 보이지만 한때 실수를 저지른 동료를 받아들이는 데 유연함을 보이고 외부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역시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느낄 수 있는 장난기와 유머는 처음 읽을 때의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어색함을 극복하고 나면 남자들의 귀여운 허세와 허풍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함을 느낄 수 있다.

읽으면서 내내 피식거리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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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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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초기작이자 이제까지 소개된 기억이 없는 작품이라 더 궁금하기도 하고 그 여자가 왜 자살기도를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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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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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 속에서 찾는 미스터리라니...흔한 소재일 수록 작가의 필력이 중요한데 믿고보는 작가의 데뷔작이라 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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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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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음식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소설이든 영화든 좋아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앞에 바로 볼 수 있는 영상으로 된 것보다 왠지 그 맛과 모양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글로 된 걸 더 좋아하는 데 이런 나의 취향은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음식을 소재로 한 에세이가 눈에 띄면 읽게 되고 음식의 유래와 역사를 담은 글도 즐겨 읽게 한다.

그래서 이 책 건담싸부의 소개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겼지만 제목에서 풍기는 것 때문에 코믹이거나 망해가는 중국집을 배경으로 그 속에 담은 사람의 이야기가 주 고 음식은 곁들이는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은 그 속에서 음식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음식 그 자체이고 그걸 요리하는 사람이 곁가지라고 볼 수 있다.

연희동의 낡은 가게 건담은 한때 중식으로 이름을 떨쳤던 화교 위광이 운영하는 중국요리집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30여 년이 넘은 세월을 중식을 한 위광의 요리 솜씨에 반해 여전히 단골이 즐겨 찾고 숨은 고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고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입맛도 서서히 변해가고 취향도 변하고 있음을 간과한 탓으로 서서히 기울어져가고 있다.

위광이라는 인물을 들여다보면 중식 하나에 모든 걸 걸고 마치 도를 닦고 수행하는 것처럼 매일매일 정성껏 음식을 하는 장인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요즘 사람들이 음식이 나오면 뜨거울 때 즉시 맛있게 먹는 게 아닌 먼저 사진을 찍고 인증을 올리느라 음식이 식는 줄 모르는 작태가 못마땅하게 느껴져 잔소리도 하고 일갈하지만 그의 이런 모습의 밑바탕에는 정성껏 만들어 올린 음식이 가장 맛있을 때 맛봤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당연히 그의 이런 간섭과 잔소리를 식당을 찾는 손님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주방 식구들과도 마찰을 불러오고 위광의 건강마저 무너져 끝내는 이런 모든 것들이 한데 엮여 건담이 문을 닫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건담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모든 걸 쏟았던 가게가 문을 닫던 날 사는 낙도 의욕도 잃은 위광의 곁에는 의외의 인물이자 세계 각지의 유명 조리학교에서 다양한 공부를 한두 젊은이 본경과 나희가 남았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서서히 건강을 되찾고 사라졌던 미각과 후각마저 돌아온 위광은 마침내 자신이 내세웠던 고집을 꺾고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 요리마저 변화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세대 즉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저 자장면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마음에 중식의 길로 들어섰지만 자신만의 음식 철학과 고집이 센 구세대 위광과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거기에 유학까지 가면서 남들보다 많은 공부를 한 인텔리이자 싫고 좋음이 명확한 요즘 세대의 대표 본경과 나희

두 세대가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으면서 서로의 생각과 철학을 이해하고 서로 화합해가는 모습을 담은 건담싸부는 사실 책 속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중식이라고 하면 몇몇 가지 정도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참으로 다채롭고 화려한 중화요리의 세계와 그 음식의 조리법 그리고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침이 고일 정도의 세세한 설명은 보는 것만으로도 허기를 느끼게 했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와 흥미로운 중식의 이야기 그리고 신구세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건담싸부

드라마로 만들면 더 재밌을 것 같은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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