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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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환경인 그린란드

일 년의 반은 낮이고 반은 밤인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사냥을 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곳까지 흘러들어온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북극 허풍담은 글 전체에 유머와 과장이 들어간 허풍이 섞여있다.

도시의 남자들과 달리 즉흥적이면서도 감정에 충실하고 다소 촌스럽기까지 하지만 나오는 등장인물 면면을 들여다보면 거칠고 투박한 외모 뒤에 곧 죽어도 상대방에게 이겨보 겼다는 마음으로 되지도 않는 허풍을 떨고 과장 섞인 경험담을 늘어놓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북극 허풍담은 각각을 보아도 내용을 아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다.

이번 편 역시 등장인물들 각각이 소동에 휘말리거나 일상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가장 큰 줄기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동료를 돼지로 착각해 먹어버린 일로 북극을 잠시 떠나있던 할보르가 돌아와서 그토록 찾고 싶어 했지만 스스로도 뭘 찾는지를 몰랐던 뭔가를 찾는 과정과 이 험난한 곳으로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날아 찾아온 미스 마 킨 마훈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할보로를 대하는 북극 사냥꾼들의 모습을 통해서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 즉 그가 과거 어떤 일을 했는가가 아닌 그가 지금 어떤 사람인가를 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런 태도는 현대인들에게선 보기 쉽지 않기에 어떻게 보면 사기꾼 같은 사람에게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해 보이기도 하지만 북극의 이 사냥꾼들이 또 그렇게 마냥 순수하거나 어리숙하지만은 않다.

남들은 하지 않거나 한 번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사향소를 길들여 팔아 볼 궁리를 하고 또 그걸 직접 실행해 옳길 정도의 행동력에서는 그들의 사업수단 능력이 보이는가 하면 고지식한 숫총각에게 느닷없이 생긴 증세를 보고 단박에 고칠 방법을 찾아 그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해 진짜 남자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모습에서는 능글맞은 남자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일에서는 어찌나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지...

이렇게 어른스러운 모습과 더불어 파이프 담배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쌈박질을 하고 얻어맞았다고 삐쳐서 집을 나와 다른 사냥꾼의 집으로 가버리는 모습에서는 철없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밝은 태양을 보는 것보다 어둠에 익숙하고 떨어져 나갈듯한 추위에 익숙한 사냥꾼들은 그렇게 척박한 땅에서 오랜 세월 살아가기 위해선 동료를 믿고 모든 일에 너무 정색하지 않고 삶을 유연하게 대하는 태도와 여유로움이 필요한 데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친 말투와 자칫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태도를 보이지만 한때 실수를 저지른 동료를 받아들이는 데 유연함을 보이고 외부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역시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느낄 수 있는 장난기와 유머는 처음 읽을 때의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어색함을 극복하고 나면 남자들의 귀여운 허세와 허풍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함을 느낄 수 있다.

읽으면서 내내 피식거리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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