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딸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김은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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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의학이 발전한 지금의 우리에게는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고 기계장치를 몸에 심기도 하는 일이 별다르게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이 책의 모티브가 된 H.G 웰스의 고전 모로 박사의 섬이 출간되었을 당시 이 책의 내용이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동물에게 온갖 생리학적 실험을 실행해 동물 인간을 만들어 인간에게 유리한 노동을 제공하는 노예로 만든다는 발상은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인권적으로도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 생각한다.

단지 소설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상당히 파격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모로 박사의 딸은 그 파격적인 소재를 끌어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이야기에 좀 더 살을 붙이고 약간의 로맨스를 가미해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아내와의 이별을 견딜 수 없어 알코올중독에 빠진 영국인 몽고메리는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외진 곳에 위치한 저택 야샥튠에 오게된다.

그 곳 야샥툰에는 늙은 박사와 그의 아름다운 딸이 있었고 박사가 동물들간의 이런저런 실험을 통해 새롭게 만든 생명체인 동물 인간이 있었다.

사실 이곳은 외부와의 시선을 차단한 채 비인간적인 실험을 하는 곳이었으며 여기서 자행되는 온갖 불법적인 일은 엄청난 거부이자 대지주이며 몽고메리의 채권자이기도 한 리잘데의 요구와 박사의 이기심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렇게 이상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몇 년 간의 평화로움이 지배했던 이곳 야샥툰이 파멸하게 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로맨스 때문이었다.

당시 유카탄 반도에서 빈발했던 원주민의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던 리잘데의 아들이 야샥툰에 오게 되고 젊은 청년은 아름답게 성장한 모로 박사의 딸 카를로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곳에서 하는 실험에 대해 비밀에 부치고 있었던 리잘데와 모로 박사의 실험이 드러나면서 저택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동물인간을 경제적인 가치로만 접근했던 아버지와 달리 평범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동물 인간이라는 존재는 혐오스러울 뿐 아니라 공포심을 자극하는 존재였던 것

하지만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리잘데의 돈이 필요했던 모로는 딸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고 이는 성공한 듯 보인다.

카를로타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모로에 의해 온갖 교양을 익히고 공부를 해 온 숙녀였지만 자신의 집을 벗어나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그야말로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사람이었고 그런 그녀의 눈에 젊고 잘생긴 리잘데의 아들은 사랑에 빠지기 완벽한 존재였다.

꿍꿍이가 있는 모로의 후원 아래 젊은 남녀는 이내 사랑에 빠지지만 단 한 번도 그녀를 이성적인 눈으로 본 적 없었다고 생각했던 몽고메리는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질투하면서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력이 발생하고 언제나 순종적이며 소극적이었던 카를로타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있던 야성성은 물론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소재도 흥미롭지만 전처를 잊지 못해 지옥을 헤메던 몽고메리가 마냥 어린 소녀로만 대했던 카를로타를 향한 자신의 진심을 깨달아가는 과정 그리고 첫사랑에 빠졌던 카를로타가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의 본모습을 깨닫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게 되는 과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게 좋았다.

소설로도 좋았지만 영상으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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