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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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실수로 소녀를 차로 치였고 겁이 난 이 남자는 아직 살아있는 소녀를 죽여 호수에 던져버리고 달아난다.
그리고 그 소녀의 아버지가 소녀의 죽음을 집요한 조사 끝에 그 남자를 찾아냈고 마침내 그 남자의 가장 아킬레스건인 그 남자의 아들에게 복수한다는 게 7년의 밤의 전체적인 스토리이다.
따지고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스토리인데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읽고는 전율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화화한다는 소식에 과연 누가 주인공을 맡을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영화화 소식은 진즉부터 들렸는데 어찌 된 게 개봉한다는 말도 없고 슬금슬금 영화 이야기 자체가 무산되는듯하다 마침내 촬영 재개 소식과 함께 들려온 개봉 소식
솔직히 소녀의 아버지 역에 잘생긴 그 배우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일단은 영화를 보고 평가해야 할 듯~
이렇게 이 책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나오고 그들이 대부분의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한 사람은 가해자이면서 한때 1군을 꿈꿨던 프로야구 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와 결정적인 순간의 긴장을 이기지 못하는 그의 유약한 성격 탓에 끝내 1군 무대를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다.
그가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데에는 그의 어릴 적 상처가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릴 수 있었던 순간순간에도 술에 의지해 스스로를 놔버리는... 무책임한 가장이자 아빠이기도 하다.
그의 이런 유약한 성격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인생 자체가 막장으로 흘러가는 비운의 인물이지만  그의 유일한 희망이자 그가 끝까지 모든 걸 걸고 지키고자 하는 아들에 대한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못지않다.
하지만 늘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된 패를 뽑는 사람이었고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모두를 구렁으로 몰아가게 한다.
또 다른 아버지는 비운의 사고로 유일한 자식을 잃은 아비이지만 그의 인생은 타고나길 지역의 유지 아들로 태어나 단 한 번도 원하는 걸 얻지 못한 적이 없었고 세령호가 있는 그 지역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집안의 남자였으며 본인 스스로도 뛰어난 머리를 가진 의사였다.
이른바 완벽한 집안의 완벽한 가장의 모습을 한 이 남자에게는 은밀한 비밀이 있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관 달리 집안에선 폭군의 모습을 한 이 남자는 딸을 잃은 피해자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점점 피해자에서 가해자의 모습으로... 여기에다 타고난 집요함과 자신의 것에 대한 끝없는 소유욕이 점차 드러나면서 책 속의 긴장감을 이끄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의 죄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것인 딸을 죽여 완벽해 보이는 성을 무너뜨린 가해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 집요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딸 아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치밀한 덫을 놓아 짐승을 몰아넣듯 가해자와 그 아들을 세령호로 끌어들인다.
이렇게 두 사람과 피해자의 아들을 포함한 사람들 간의 쫓기고 쫓기는 숨 막히는 긴장 속에 사람도 아니면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숨죽이게 하는 게 바로 세 령 호이다.
세 령 호는 그 자체로 이미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 중요한 자릴 차지하고 있다.
음습하며 괴괴하고 당장 뭔가가 나올 것같이 늘 안개 낀듯한 세 령 호
그런 곳에 살면 밝은 분위기보다 역시 그 호수를 담은 음침하고 음습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책에서 세 령 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영화에서 그 분위기를 어찌 표현했을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지...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읽고 엄청난 작품이 나왔다는 경의와 함께 주변에도 추천하길 마다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영화 개봉을 기회로 다시 읽었지만 처음 느낌을 조금도 손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때 놓쳤던 부분까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 목숨 같았던 아들마저 위기로 내 못 못난 아비에 대한 연민이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한건 아마도 그만큼 나 역시 나이 먹은 탓이려니 싶다.
역시 좋은 작품은 언제 읽어도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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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8-04-0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내와 딸을 소유물로 취급하는, 자기 감정처리의 대상물로 대하는 오영제란 인물에 대해 가졌던 감정이 크게 떠오르네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