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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르 코르뷔지에 지음, 최정수 옮김, 한명식 감수 / 안그라픽스 / 2010년 6월
평점 :
쉔베르크의 12음기법으로 된 음악을 들었을때 도무지 이게 음악일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고전과 낭만주의 음악이 너무나 좋아서, 아니 인상주의 드뷔시나 현대적 민속음악인 바르톡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쉔베르크는 아니다, 음악이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쉔베르크의 피아노곡을 들었을 때도 구조가 보였고 음의 놀이감이 느껴졌고 그래서 좋아졌다. 단지 쉔베르크의 음악이 대중들의 음악은 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면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차가운 건축개념이 등장했을때 그것은 쉔베르크의 음렬음악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지 않았을까... 쉔베르크의 음악이 전문가 음악이 된 반면에 당시 동시대의 건축가는 현대 건축의 정의를 새로 시작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건축의 토대를 만들어 버렸다. 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는 그의 본명이 아니었다. 조각가이자 시계세공업자의 아버지와 음악가 어머니를 둔 그는 자신의 조상들 중에서 르 코르뷔지에라는 이름을 취해 필명으로 썼다. 1887년 스위스 라 쇼 드 퐁에서 태어난 그는 1930년에 프랑스로 귀화한다. 책 말미에 실린 그의 연보는 드라마틱하고 정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철저한 삶을 살다간 한 놀라운 건축가를 연상시킨다. 이 건축가도 앳된 청년 시절이 있었을까 의아한 마음이 든다. 허나 이 책은 바로 젊은 시절의 무한한 가능성에 열려 있었던 한 젊은이의 팔딱거리는 일기요 여행기록이었다.
24세의 청년 샤를 에두아르 쟌느레의 여정은 베를린, 드레스덴, 프라하, 빈, 바츠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부쿠레슈티, 콘스탄티노플, 아토스, 아테네, 델포이, 브린디시, 나폴리, 로마, 피렌체, 루체른에 이르는 길이었다. 1911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00년전이다. 그는 여행중 라 쇼드 퐁의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전통을 부정하는 것은 진정한 창조가 아님을 역설하였다. 아토스산에 올라 그는 오늘날의 건축가들이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시간에 쫓기는 날림작업을 한다고 탄식한다. 고대 건축의 규범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그는 그 곳에서 젊은 용기와 정직한 건축가가 되도록 하는 정당한 욕망을 얻었다고 술회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자산이 있어 가능할까. 세기의 건축가도 젊은 시절의 열정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