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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1915년 일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고안된 내용이다. 이 책은 러셀이 독일과 전쟁상황이었던 당시에 사회재건의 법칙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내용을 모은 것이다. 영국에서의 출판당시에도 같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미국판에서 현재의 국내판 이름과 같은 제명을 얻었다. 사람은 왜 싸울까? 어찌보면 진화생물학의 서명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생물학적 , 심리학적 사회생물학적 토대위에서 풀어야 더 멋진 답이 나올 법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기존의 철학적 사고기반을 포기하고 전쟁이라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충동의 욕구라는 프로이드적인 분석을 원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한 절박한 노 철학자의 생각을 보여줌으로써 생물학적 시도 못지 않은 반성을 불러온다.
100년 전 이야기지만 글의 살아있는 생동감은 현재의 어떤 인문서적을 능가한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적어도 경제적 측면의 패권에는 회의를 가지고 있는 지금과 달리) 확신을 보이는 태도는 그리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안인, 이를테면 출산과 양육을 위해 자신의 직장을 포기한 여성들에게 그에 못지 않은 급여를 지급하자는 의견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국가는 어떤 해로운 점과 이점이 있을까. 막연하게 교육을 통해 심어져온 애국심이란 이면에는 어떤 숨겨진 특징이 있을까. 독일인들이 왜 영국인과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일까. 그들은 제국주의 대열에 뒤쳐졌다는 자격지심과 영국과 프랑스에대한 시샘때문에, 과도한 국가차원의 애국심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걸까. 기본적으로 충동과 욕구에 좌우되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함으로써 당시의 파괴적인 상황을 수용할 수 있었을까.
러셀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희망은 훌륭한 삶이란 개인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이 되기 위해선 인간의 삶과 무관해 보이는 목적, 비개인적이고 인간을 넘어서는 목적에 이바지해야한다고 그는 말한다. 신이나 진리, 아름다움같은 목적을 말한다. 나은 삶을 사는 사람은 인간의 실존속에서 영원한 어떤 것을 구현하고자 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다툼과 실패와 뭉서을 삼켜버리는 시간의 무서운 힘으로부터 거리가 먼 삶이다. 속세의 다툼과 실패는 이런 영원한 세계와 접촉이 제공하는 정신력과 근본적인 평정을 결코 파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시절에 꼭 필요한 위로였고 오늘에도 별다른 가감없이 유효한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