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찾은 현장들.
강박장애로 집 안에 물건을 가득 쌓고 살아온 중년 여성의 쓸쓸한 마지막,
세상의 어른으로 살고 싶었지만 마음이 그늘에 짓눌려 끝내 세상을 등진 청년,
이혼 후 두고 온 아들을 잊지 못하고 밤새 대문 앞을 지키던 치매 노인의 애끓던 모정이 꺼져가는 순간...
각자의 사연으로 저마다 다르게 물들인 인생의 마지막 장면들은 안타까움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희망은 자가발전이 잘 안 된다. 혼자서 아무리 기를 써봐야 쳇바퀴 위를 구르는 것 같아 지치기 십상이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꿈꿀 때 희망이 생겨난다.
하지만 고인들의 집에는 없었다. 관계도, 대화도, 웃음도. 세상과 단절된 집 안에서 이미 자신감을 잃었고, 세상으로부터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상실감에 휩싸여 좌절했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그들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외로움을 자처했고 결국 외로움에 잡아먹혔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야 하거늘 문 여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희망을 외로움으로 바꾸고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 page 178
그 희망의 지푸라기라도 있었더라면 그렇게나 고독하게 죽어가진 않았을 텐데...
지금의 난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절망을 잠시나마 들여다보고 환기해줄 관계나 제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베란다 벽을 타고 들어오는 냄새로 괴로워하기 전에 서로에게 작은 창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무감해지는 대신, 죽음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는 대신, 사는 동안 서로에게 나지막한 울타리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 page 228
무엇보다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한 계절만 지속되지 않는다. 사계절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의욕을 품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있고, 눈부시게 성장할 때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꽃 같은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실패에 좌절하기도 하고, 숨죽여 때를 기다릴 때도 있는 법이다. 인생은 굽이치고 이번 모퉁이를 지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눈 덮인 산과 꽁꽁 언 강만 보이는 겨울이라도 그 시간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눈 덮인 땅속에서도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홀로 분주하다.
단단히 옷을 여미고 겨울을 버티고 나면 포근하나 봄이 선뜻 다가오기도 하는 법이다. 곧 다가올 봄을 못 보고 가버린 고인이 못내 아쉽다. - page 132
그러니 딱 한 걸음만.
죽음으로 달려가지 말고, 딱 한 걸음만 삶 쪽으로 방향을 틀기를.
그리고 손을 내밀어보기를.
나도 그 손을, 그 길을 동행할 테니 우리 함께 살아보자!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또 한 명의 인생을 지웠습니다"라는 문구 대신 "또 한 명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기를. 누군가의 인생을 지우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남겨진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책이 시작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page 15
이 진심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그래서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떠난 이들의 뒷모습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