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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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이 '유품정리사'.

어느덧 7년이란 시간이 흘러 또다시 그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외로이 떠난 이들의 마지막 자리를 정리하는 일을 25년이 넘도록 해오고 있지만 유품을 정리할 때면 여전히 안타까움과 먹먹함이 밀려든다는 저자.

그렇지 않아도 막막해져가는 세상 속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지만 동시에 희망을 느껴보고자 이 책을 읽어보려 합니다.

잠시 속도를 늦추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겠습니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우리가 함께일 수 있다면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유품정리사

그가 써내려간 다정한 배웅의 기록

남겨진 것들의 기록



고독사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가까운 일임을 알게 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나고 관련 정책도 마련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고독사 자체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하였습니다.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1인 가구, 이혼이나 실직으로 주변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고독사의 위험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비중이 커졌다고 합니다.

'우리'를 잃고 '개인'화되어가는 세태...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삶의 무게는 버티기 힘겹고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기에 수없이 좌절했을지도...

벼랑 끝에 내몰리기 전 우리가 조금만 더 다정해진다면 외롭고 쓸쓸한 마지막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사람의 의미'를 전하고자 남겨진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자가 찾은 현장들.

강박장애로 집 안에 물건을 가득 쌓고 살아온 중년 여성의 쓸쓸한 마지막,

세상의 어른으로 살고 싶었지만 마음이 그늘에 짓눌려 끝내 세상을 등진 청년,

이혼 후 두고 온 아들을 잊지 못하고 밤새 대문 앞을 지키던 치매 노인의 애끓던 모정이 꺼져가는 순간...

각자의 사연으로 저마다 다르게 물들인 인생의 마지막 장면들은 안타까움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희망은 자가발전이 잘 안 된다. 혼자서 아무리 기를 써봐야 쳇바퀴 위를 구르는 것 같아 지치기 십상이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꿈꿀 때 희망이 생겨난다.

하지만 고인들의 집에는 없었다. 관계도, 대화도, 웃음도. 세상과 단절된 집 안에서 이미 자신감을 잃었고, 세상으로부터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상실감에 휩싸여 좌절했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그들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외로움을 자처했고 결국 외로움에 잡아먹혔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야 하거늘 문 여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희망을 외로움으로 바꾸고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 page 178

그 희망의 지푸라기라도 있었더라면 그렇게나 고독하게 죽어가진 않았을 텐데...

지금의 난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절망을 잠시나마 들여다보고 환기해줄 관계나 제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베란다 벽을 타고 들어오는 냄새로 괴로워하기 전에 서로에게 작은 창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무감해지는 대신, 죽음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는 대신, 사는 동안 서로에게 나지막한 울타리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 page 228

무엇보다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한 계절만 지속되지 않는다. 사계절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의욕을 품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있고, 눈부시게 성장할 때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꽃 같은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실패에 좌절하기도 하고, 숨죽여 때를 기다릴 때도 있는 법이다. 인생은 굽이치고 이번 모퉁이를 지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눈 덮인 산과 꽁꽁 언 강만 보이는 겨울이라도 그 시간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눈 덮인 땅속에서도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홀로 분주하다.

단단히 옷을 여미고 겨울을 버티고 나면 포근하나 봄이 선뜻 다가오기도 하는 법이다. 곧 다가올 봄을 못 보고 가버린 고인이 못내 아쉽다. - page 132

그러니 딱 한 걸음만.

죽음으로 달려가지 말고, 딱 한 걸음만 삶 쪽으로 방향을 틀기를.

그리고 손을 내밀어보기를.

나도 그 손을, 그 길을 동행할 테니 우리 함께 살아보자!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또 한 명의 인생을 지웠습니다"라는 문구 대신 "또 한 명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기를. 누군가의 인생을 지우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남겨진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책이 시작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page 15

이 진심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그래서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떠난 이들의 뒷모습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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