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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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손꼽히는 정원의 대가, '타샤 튜더'.

이미 십수 년간 수많은 독자에게 자연을 향한 로망을 안겨주었던 이 책이 이번엔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으로 보다 포근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 커버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매번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봐야지...

다짐을 했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꾸준히 알려져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진짜' 레트로 라이프 스타일.

그녀의 정원살이, 시골살이를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나는 아흔 살이 넘은 지금도

장미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답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 정말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꿈을 따르는 일이 즐겁습니다.

"꽃과 나무와 타샤가 만들어낸 행복의 정원,

타샤의 정원으로 놀러오세요."

타샤의 정원



그림책 인세를 모아 사들인 버몬트주 30만 평 대지.

그곳에 타샤는 손수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녀의 흙 묻은 손이 거쳐 간 자리에 겨우내 내린 눈을 걷어가는 짧은 봄을 지나, 색의 향연을 펼쳐내는 튤립을 비롯해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한여름을 만끽하면, 곧 싱싱하나 열매와 토실한 감자를 넉넉히 캘 수 있는 풍성한 가을이 찾아오고, 어느새 하얀 눈이 다시 소복이 쌓이는 겨울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사계의 정원에서의 때론 고요하고 때론 분주한 모습이 책에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힘들지 않나요?"라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난 정원의 나무나 꽃에게 특별한 걸 해주지는 않아요. 그저 좋아하니까 나무나 꽃에게 좋으리라 생각되는 것, 나무와 꽃이 기뻐하리라 생각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잡초 뽑기나 물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필요한 비료를 제대로 주기만 하면 정원은 그에 화답해줍니다. - page 6



다른 원예가들이 키우기 어렵거나 못 키운 재배종도 키워내는 타샤.

겨울 저녁이면 활활 타는 벽난로 앞에 앉아, 돋보기를 쓰고 씨앗 카달로그와 원예 서적을 읽는 타샤.

찾기 힘들지만 반드시 손에 넣어야 되는 화초의 씨앗은 반드시 구해내는 타샤.

나이를 불문하고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열정은 나태한 저에게 일침을 주곤 하였었습니다.

늘 어깨와 팔꿈치를 가리고, 치마는 발목까지.

땋아 올린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칼라에도 스카프를 두른 그녀는 원칙적으로 살을 드러내지 않지만 봄이 올 무렵부터는 늘 맨발로 정원을 돌아다닙니다.

그런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자연과 동화된 그녀의 모습...

그 모습에 더하여 많은 꽃들 중에 개인적으로는 백합이 잘 어울린다 느껴졌었습니다.



그녀는 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실수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정원은 육신과 영혼을 양식을 주는데 여기서 그녀는 이 이야기를 건네었습니다.

뉴잉글랜드의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할 약한 과실수를 가꾸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하지만 타샤는 본채와 직각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곳에 살구나무를 심어놓았다. 아직 살구를 따본 적은 없지만 나무는 죽지 않고 살아서, 타샤는 자주 "인간의 가슴에는 희망이 영원히 살아 있는 법이니까"라고 말한다. - page 175

이런 희망이 있기에 그녀는 정원으로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

뭔가 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건 아닐까...

뒤돌아보니 허무함이 남는 건...

그 마음을 타샤로부터 따스히 채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하나 된 삶'

왜 모두가 그녀의 정원을 사랑했는지를, 결국 자연으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샤의 또 다른 이야기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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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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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남자 '재우' 이야기가 펼쳐질 텐데...

과연 그는 진짜 죽은 남편이 맞을까...?!

그에게 끌리지만 믿을 수 없다!

자신이 죽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수상하고 매력적인 남자와의 동거, 그리고

점점 짙어지는 의심의 농도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그 여자는 쌍년이었다.

난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가 우리와 같은 족속이라는 것을.

종대의 말이, 맞았다. - page 6

강렬한 첫 문장.

사실 효신과 재우의 만남은 이러했습니다.

시간은 거슬러 6년 전.

효신은 건설 분양 대행사 계약직 직원으로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고 사람을 속이는 데 능수능란해 영업 실적이 꽤 높았습니다.

VIP를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그 분양 대행사 사장과 여러 번 일해 왔던 덕에 누가 VIP인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던 그녀.

임원급이 모두 자리를 비운 어느 날, VIP 고객 중 하나인 김호중 사장이 분양관을 방문하였지만 반기는 이 하나 없었습니다.

그의 옆엔 패션은 화려하지만 천박해 보이는, 당연히 부부라 생각되지 않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을 보면 아마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

'잘만 하면, 돈 좀 쓰겠는데?'

임원급이 오기 전 그들에게 접근한 효신.

아쉽게도 실적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그녀를 좋게 본 김 사장이 식사 대접에 초대하였고 그 자리에서 같이 온 여자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이 바빠서 연애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내가 사람 소개해주고 싶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면서요? 외롭지 않아요?" - 1권, 113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잘생기셨는데요? 이 분이 절 괜찮다고 하실까요?"

"그런 걱정은 말아요. 사실은 내 아들인데, 내가 봐도 참 괜찮은 아이예요. 효신 씨 소개해주고 싶은데."

"네? 아드님을요?" - 1권, page 114

그렇게 급 결혼까지 성사된 이들.

그런데...

2권에서 반전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고...

난 조용히 요리를 먹으며 여자의 기색을 살핀다. 그녀는 얼굴에 서비스용 미소를 가득 띠고 요리를 먹으며 한상호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간간이 누나의 말에도 장단을 맞췄다. 세상 고분고분한 며느리처럼 말이다.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썰렁한 한상호의 유머에도 웃음이 자주 터졌다. 마지막 디저트를 먹고 커피를 마실 때까지, 우리는 행복한 가족을 연출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나마 난희 누나의 일이 잘 풀리는 것에 대해 나는 안도한다. 정효신, 진작 이랬으면 좋았잖아. - page 281

서로 속이고 속이는 눈치게임을 하는 이들.

반전의 반전이 더해져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끝은...?!

"아아아악."

나는 분을 참을 수 없어 악을 쓰며 고함을 질러댔다. 이제 끝났다. 난 끝장난 것이다. 보험조사원은 나를 똑바로 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믿지 말라고요." - page 475

무엇보다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는 '듀플렉스 하우스'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이 둘처럼 말입니다.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아니 그 이상이었지만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제 수준의 한계가 느껴져 속상할 뿐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전한 말.

늦든 빠르든 악인은 결국 그 죗값을 치르게 된다. 죄의 무게는 피해자가 당한 고통의 결과인 만큼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권선징악, 내가 추구해온 이 결과는 이번에도 해피엔딩이었다. - page 486

권선징악.

저 역시도 너무나 좋아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건이라도 그 끝은 꼭 해피엔딩이길.

이 소설은 모두가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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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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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롭지 않나요!

죽은 남편이?!

혹시 점을 찍고 나타나는... 그런...?!

아무튼 소재부터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과연 진짜 죽은 남편이 돌아온 것일까...?

지금 누군가는 연극을 하고 있다!

죽은 남편의 얼굴을 기억 못 하는 여자.

자신이 죽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오늘, 남편의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딱 5년 만의 일이다. 이제는 자유다. - page 6

남편의 사망 선고를 받은 날, 보험금을 받을 기쁨에 들뜬 '정효신'.

효신은 후배이자 연인(내연남)인 '이필주'와 한창 뜨거워지려는 참에 눈치 없이 휴대폰이 울리게 됩니다.

모르는 번호.

수신을 거절했지만 곧바로 다시 울리는 전화.

[정효신 씨 되십니까? 경기 북부지방 경찰청 남양주서 이윤세 경장입니다.]

"경찰청이요? 경찰이 왜 저를?"

[남편분 성함이 김재우 씨, 맞죠?]

"네? 그렇긴 한데......"

[김재우 씨를 찾았습니다.] - page 16

남편을 찾았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사실 그녀는 남편을 죽인 후, 애인 필중와 함께 가평 빌라에 시체를 유기했기에 경찰의 말을 믿지 못하는 효신.

경찰서로 오라는 말이 무섭게 들리지만 떨리는 몸을 이끌고 갔습니다.

"효신아, 정효신!"

아니 왜 시어머니까지 경찰서에 와 있는 것일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있으니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까 휴대폰을 통해 들었던 그 목소리.

이윤세 경장을 따라 간 청송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타기에는 너무도 건강한,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남자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재우야!"

그를 보자마자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시어머니.

뭐?

재우?

잠깐, 저 사람이 내 남편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이 알고 있는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경찰 등 모든 사람은 그를 재우로 인정하고...

할 수 없이 재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효신.

그렇게 두 사람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그동안 내가 알던 김재우는 누구일까?

그의 흔적을 찾아 쫓아가는데 이미 자신보다 먼저 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었고...

우발적으로, 정말 의도치 않게 남편을 죽인 것인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

이러다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떠는 효신.

그러다 자신처럼 그의 흔적을 쫓던 이를 만나게 되는데...

"정효신 씨입니까? 반갑습니다. 앉으시죠."

"무슨 일이시죠?"

"긴히 여쭤볼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용건만 간단히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업무 중이라서요."

"아, 네......, 죄송합니다. 혹시 박종대 씨라고 아십니까?" - page 502

그리고 건넨 사진 한 장.

말도 안 돼.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사건의 전말은 진실을 향해 맹추격을 하고 있었는데...

1권에서는 '효신'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그려졌고 2권에서 그려질 '재우'의 이야기.

얼른 이 사건의 끝을 확인하러 가야겠습니다.

숨 가쁘게 진행된 이야기.

어쩌면 뻔하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긴박한 진행 속도가 순식간에 몰입하게 해 주었고 살아남기 위해 혹은 복수하기 위해 서로를 속이고 배신하는 이들.

그 끝은 어떻게 그려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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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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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디킨스' '인간 감정의 마에스트로'라는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바로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에게도 『오베라는 남자』로 이름을 각인시킨 그.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에 이어 '베어타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소설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오베라는 남자』만 읽은 독자라면 느낌이 사뭇 다른 '베어타운 시리즈'.

전작들에서 가슴에 곰을 품은 사람들의 희망과 감동이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눈물과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가장 어둡고 타는 듯한 아픔도

혼자가 아니라면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외로움과 불안의 시대를 지나는 우리에게

프레드릭 배크만이 부르는 희망과 믿음의 찬가

위너 1




이 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관계, 의리, 빚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스링크와 공장, 하키팀과 정치인, 리그 순위와 돈, 스포츠와 일자리, 어린 시절 친구와 팀원, 이웃과 동료와 가족. 이곳 사람들의 끈끈함과 생존력은 이와 같은 것에서 비롯됐지만 이는 곧 서로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 page 15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막다른 곳에 내몰린 소도시 '베어타운'.

온 마을이 아이스하키에 매달리는 이곳은 과거의 영광도 하키로 이루었고 몰락도 하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오늘이 아닌 2년 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때는 2년 6개월 전 어느 겨울날, 파티에서 전도유망한 청소년 하키선수 '케빈 에르달'이 하키단 단장의 딸 '마야 안데르손'을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날 파티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태는 정치적인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돈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는 다시 끔찍한 배신의 봄과 여름, 폭력으로 가득한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고...

케빈과 그 가족은 이 도시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니, 아무도 그들의 귀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야도 수도로 건너가기까지 하면서 음악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거의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케빈의 절친이었던 '벤이 오비크'도 이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사건'의 그들이 떠난 뒤에 남겨진 베어타운 하키팀은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됩니다.

항상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마을.

이제는 아무도 감히 꿈을 꾸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새로운 자본과 고집스러운 지역 사업가로 베어타운 하키팀이 일어서게 됩니다.

'아맛'이라는 열여섯 살짜리를 구심점 삼아 꾸리게 되고 베어타운 하키팀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일대에서 몇십 년 동안 본 적 없는 최악의 폭풍이 옵니다.

그건 폭풍에서 시작됐지

숲을 헤집어놓고 하늘을 덮고, 어른이 애를 때리듯 집과 마을을 공격합니다.

밖으로 나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임신한 아내가 산기를 느끼고 있어 조그만 차를 몰고 가는 베어타운의 한 남자.

근처에 구급차도 없고 숲길도 막혀 아수라장이 된 이곳에서 헤쳐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헤드의 조산사와 베어타운의 소녀가 이들을 돕게 됩니다.

사실 베어타운과 헤드는 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이 마을들을 가르는 유일한 경계였습니다.

이 둘은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는데 유니폼을 보더라도 베어타운의 유니폼은 곰이 그려진 초록색, 헤드의 유니폼은 황소가 그려진 빨간색으로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그 색깔 때문에 어디에서 하키 문제가 끝나고 다른 문제가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결정이 된다. 서로를 증오하는 두 마을 사이에 놓인 그 머나먼 숲속에서, 모두에게 최악으로 기억될 폭풍이 불던 날 밤에 태어난 사내아이의 이름. 사냥꾼의 딸이 구한 바람의 아이. 만약 그 아이가 하키를 시작한다면 아주, 아주 훌륭한 동화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동화가 필요할 것이다. 동화가 있어야 장례식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 page 89

폭풍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자 정치가들이 나서게 됩니다.

"의회에서 하키팀을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이 일대에 하키팀은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베어타운 하키팀을 해체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베어타운이 형이고 헤드가 동생이잖아요? 하키도 그렇고 재정도 그렇고 후원자도 그렇고 우리가 훨씬 월등하지! 그러니까 헤드 하키팀이 해체될 테고 그 뒤로 다른 모든 것들도 줄줄이 그렇게 될 거예요. 그 작업이 다 끝나면 베어타운은 대도시가 되고 헤드는 조그만 시골이 될 테니까 사무실을 옮길 수 있을 때 옮겨요. 조만간 그러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될지도 몰라!" - page 152

과연 이 마을의, 하키팀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다시 마야와 벤이가 돌아오게 됩니다.

왜 돌아온 것일까?

모든 궁금증은 2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는 책가방에서 조그만 볼펜을 꺼내 누나가 잠들어 있는 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조그만 나비를 그린다. 그런 다음 나가서 눈을 맞으며 자전거를 탄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날 때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든다. 그러자 어머니도 마주 손을 흔든다. - page 438

그들이 보여주었던 갈등과 혐오, 미움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여기 사는 우리의 이야기는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당연하게도 거의 없다. 이야기들이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따름이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고, 제발 거기만은 아니길 바라는 바로 그곳에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 page 323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른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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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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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있는 저분.

아마도 이 소설의 주인공일 것입니다.

저 등으로부터 뭔가 많은 이야기가 있을 듯한데...

지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이는 누구인가요?

"모리스 씨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_봉태규(배우)

이 말이 인상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모리스 씨가 전하는 이야기에 저도 귀를 기울여봅니다.

상실과 외로움을 견디며

묵묵히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특별한 이야기

모든 인생에는 끝끝내 꺼내지 못하는 감정이 있다

슬픔과 후회, 사랑과 기쁨마저도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2014년 6월 7일 토요일

오후 6시 25분

아일랜드 미스 카운티 레인스퍼드

레인스퍼드 하우스 호텔 바

84세 모리스 해니건은 바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다섯 번의 건배, 다섯 명의 사람, 다섯 개의 기억.

그는 숨죽여 혼잣말을 합니다.

"난 여기 기억하러 왔어. 지금까지 겪었고 다신 겪지 않을 모든 일을." - page 38

아일랜드 흑맥주와 위스키를 번갈아 마시며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다섯 명을 기억에서 불러내 그들에게 건배합니다.

애써 덤덤하게 털어놓은 그의 열등감, 수치심, 분노, 복수심과 다정한 마음과 연민의 감정, 뜨거운 사랑...

평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그였기에, 독백으로 읊조리기에 더 가슴 시리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난독증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어린 모리스 씨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형 토니.

그런 형 토니가 어린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면서 홀로 어른으로 성장한 모리스 씨.

형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건배사를 시작으로 어릴 적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자 평생 자신을 옥죄는 비밀이 될 사건에 대해 암시합니다.

하지만 나는 토니와 함께했던 세월에 감사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 아니겠냐? 나를 만들어준 사람에게, 나를 끌어주고 정신 차리게 해주고 무엇보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토니가 아주 조용하구나, 아들아. 지금까지 내 귓가에 한마디도 속삭이지 않았어. 내 계획에 너무 당황해서 침묵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 page 98

어린 시절, 모리스 씨와 그의 어머니는 지역의 지주 휴 돌러드와 그의 아들 토머스에게 학대와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다투던 토머스는 실수로 가문의 보물인 에드워드 8세 금화를 창밖으로 떨어뜨리게 되고 이를 우연히 지나가던 모리스 씨가 몰래 주워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숨겼습니다.

금화를 분실한 토머스는 결국 아버지에게 버림받게 되고 이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서서히 풀어가게 됩니다.

구함

에드워드 8세 기념주화 1파운드짜리 금화, 1936년.

최고가 지불 의향 있음. 상태 무관.

희망 금액을 적어서 런던 피넬 웨이 3번지

토머스 돌러드에게 보내시오.

<국제 주화 수집가 잡지> 51호(1977년 5 - 6월) 개인 광고란에서

두 번째는 임신 팔 개월에 사산된 딸 몰리에게 건넨 건배였습니다.

격정적 슬픔으로 가득 찬 그의 이야기...

나는 네 엄마의 품에서 아이를 빼앗아야 했다. 아들아, 넌 절대, 절대 그럴 일이 없길 바란다. 마치 누가 내장을 양손으로 쥐고 최대한 세게 내 생명과 의지를 전부 짜내는 느낌이었어. 나는 세이디의 손을 부드럽게 치우고 우리가 만든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육체적 고통을 느꼈어. 그애는 정말 대단했어. 그 작은 아이, 우리의 대단한 몰리. 아이의 부드러운 뺨에 입술을 대자 몰리를 몰랐다는 슬픔, 알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슬픔에 몸이 떨렸다.

"정말 미안하다." 나는 아이의 귀에, 빳빳한 면 담요의 냄새에 대고 속삭였지. - page 111

세 번째는 아내 세이디와의 첫 만남, 아내가 사랑했던 노린에게였는데 여기서 금화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었고 그 뒤...

난 세이디가 노린을 위해 평생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지만 세이디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구나. 세이디는 워낙 독립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가끔 세이디의 상처와 죄책감을 온전히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최대한 신경썼어. 하지만 일생의 절반은 바깥일-사업, 나의 제국-에 정신이 팔려서 집안에 뭐가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종종 잊고 말았다. - page 202 ~ 203

그리고 이어진 아들 케빈을 위한 네 번째 건배가 마지막으로는 가장 사랑한 아내 세이디를 위한 건배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까지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상실을 몰라. 뼈에 달라붙고 손톱 밑으로 파고드는 마음 깊이 우러나는 사랑은 긴 세월에 걸쳐 다져진 흙처럼 꿈쩍도 안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 사라지면...... 누가 억지로 뜯어간 것 같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낸 채 빌어먹을 고급 카펫에 피를 뚝뚝 흘리며 서 있는 거야. 반은 살아 있고 반은 죽은 채로, 한 발을 무덤에 넣은 채로 말이다. - page 264

끝내 꺼내지 못한 마음...

그러니까 아들아,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 것 같아. 좋으나 싫으나 이게 나야. 잘살아라, 아들아. 계속 열심히 삶을 일구렴. 넌 정말 잘할 거야. 그리고 고맙다, 케빈. 이 오랜 세우러 동안 나를 나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

이것만 알아다오-네가 나를 필요로 하면 항상 네 곁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거라는 걸. 사랑한다, 케빈. 로절린의 손을 잡으렴. 이제 안녕. - page 326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사랑과 인생을 건 비밀이 그의 삶을 마지막까지 어떻게 직조하는지...

벅차오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냥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 하에 묵묵히 살아갔던 그.

그 역시도 나와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가 아들에게

중요한 건 사소한 것이란다, 아들아. 사소한 것. - page 18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건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소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보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도 오늘은 흑맥주 한 잔에 잠시 떠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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