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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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춘 로맨스에 우주와 양자역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접목시켜 수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 화제의 신작

이 문구만으로도 이 소설이 기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로맨스와 우주?

그리고 양... 자...... 역학이라고요?

이게 무슨 조화인지...

출간과 동시에 풋풋하고 절절한 러브 스토리가 절정에 달했다는데 저도 아름다운 청춘 로맨스에 우주, 양자역학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0.0000034%

무수한 확률을 뚫고 만난 나의 운명적인 사람

"나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가르쳐준 사람은 너였어."

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마주하게 된 게 '드레이크 방정식'이라니!

지구인이 외계인과 만날 확률을 계산하는 공식 '드레이크 방정식을 한 영국 수학자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날 확률을 계산해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 결과

그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질 여자의 수는 전 세계에 고작 스물여섯 명, 더 나아가 그 여자와 어느 날 밤 우연히 만날 확률은 0.0000034퍼센트였다. 이는 외계인과 만날 확률의 40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금까지 외계인과 만났다는 증거를 확실히 제시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즉, 운명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 page 9

열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친척 집을 전전하다가, 고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집에서 혼자 살게 된 '미쓰야 구온'.

외롭지만 평범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미쓰야 구온님

한눈에 반했어요. 당신은 저의 운명적인 사람입니다.

학교 끝나고 교문에서 기다릴게요.

운명적인 사람은커녕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조차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기에 분명 이건 악질적인 장난으로 생각했던 구온.

그런데

"앗, 미쓰야!"

이름을 부르길래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렸고, 돌아보자마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검은 머리, 화장기가 없는데도 화사한 얼굴, 분명 나와는 엮일 일이 없는 타입인 '간다 이노리'라는 여학생이 한눈에 반했다는 고백 편지에 대한 답을 기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둘러 거절하려 했지만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이노리에게 떠밀려 느닷없이 사귀게 된 구온.

그러다 그녀를 따라 우주부 동아리에도 가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부원인 다쓰미 신야, 아마미야 아사히와도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흑백이었던 일상에 이노리가 구온의 삶에 들어오면서부터 따스한 햇살이 다채로운 색을 띠며 비쳐들기 시작한 구온.

우주와 양자역학, 천체관측에 빠져 있는 천진난만한 이노리가 가끔 보이는 그늘진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구온은 어느새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 그리고 그해 여름.

간다 이노리는 집에서 사람을 죽이고 실종, 내 앞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 page 62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이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가득하다.

마음과 사랑, 기억과 의지, 기쁨과 슬픔, 그리고 다정함, 전부 실체는 없지만 분명 이 세상에 존재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생사도, 이노리가 보낸 이 편지의 내용도 그렇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는 생물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하는 것, 남아 있는 것이 있다. 과거도 기억도, 먼 옛날에 사라진 게 아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노리도 지금 분명 내 가슴속에 있다. 그저 허울 좋은 말이 아니다. 확실히 있다. 단지 내 눈에 비치지 않을 뿐, 이노리가 내게 준 우주는 앞으로도 이노리와 함께 펼쳐져 나갈 것이다.

...

이 우주는 유한하다. 살아 있는 시간도 무한하지는 않다.

그러니 이 제한된 시간을 함께한 존재를 나는 잊지 않겠다.

......그래도 언젠가 너무 외로워서 이노리의 온기가 그리워지면, 그때는 이 편지에 기댈지도 모르겠지만. - page 259 ~ 260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우주와 양자역학이 이렇게나 로맨틱하였었나...

그냥 소설보다도 더 가슴 절절하고도 애틋했었습니다.

우주에...

그것도 수없이 많은 별들 속에...

지구에서 너와 내는 유일무이한 존재였고 우연히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질 확률은 0.0000034% 정도로 희박함에도 그럼에도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우리...

과학적 증명이 뭐 중요한가!

'운명'에 이끌림에 대해 이들을 바라보며 지금의 내 운명적인 사람도 사뭇 다르게 보였습니다.

역시나 사랑 이야기는 죽어 있던 연애 세포를 깨우기 충분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젠 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하나는 확실히 각인되었습니다.

0.00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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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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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

솔직히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고전...

그래도 일 년에 한 달!

마음잡고 고전을 읽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길조차 건네지 않는...

그래서 그런 저에게도 팔을 잡아끌며 읽자고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넌지시 박연준 시인에게 손을 내밀어 보았습니다.

서른아홉 개의, 박연준 시인이 그간 자신이 귀 기울였던 고전은 어떤 것일지, 그리고 저자의 시선으로부터 고전은 어떤 느낌일지 읽으며 이해해 보고 싶습니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본다.

침묵에 둘러싸여 그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박연준 시인이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며 읽자 한 서른아홉 권의 고전!

듣는 사람



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 읽기는 공들여 듣기.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page 11

저자는 독서가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행위라 하였습니다.

이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공들여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

이는 '존 버거'로부터 배웠다고 하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존 버거의 사계>에는 주름으로 가득한 존 버거의 얼굴, 그림을 그리는 그의 투박한 손이 나온다. 상체를 기울이며 타인의 말을 듣는 존 버거를 볼 수 있다. 나이든 사람이 한결같이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흔치 않은 일이다. "내가 이야기꾼이라면, 그건 내가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사람. 쓰는 자는 우선 듣는 자임을, 그리고 다르게 보는 자임을 나는 존 버거에게 배웠다. - page 55 ~ 56

그래서 저도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라는 책을 읽어보아야겠다 다짐해 보았습니다.

'고전'이란 무엇일까...

고전에 대해 저자는

해석으로 탕진되지 않은 채 온전하게 살아남은 책,

읽고 또 읽어도 닳지 않는 책,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도 소문을 등지고 커다래지는 책,

우리 곁에 유령(교차로의 유령!)처럼 남아 일상에 스며드는 책,

작가는 죽고 없는데 이야기는 살아남아 여전히 세상을 여행하는 책,

시간의 상투성과 세월의 무자비함을 견디고 목소리의 생생함을 간직한 책

이라 하였습니다.

그럼 고전을 왜 읽어야 할까?

고전에는 올바른 길이나 훌륭한 선택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계속 길을 잘못 가는 방법'이 나와 있을지 모르지요. 시행착오가 없는 삶, 그런게 있을까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잘못된 길을 열심히 걸을 때 우리가 얻는 가치'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 page 15 ~ 16

어쩌다 잘못 든 길을 온 마음을 다해 그 끝까지 걸어간 이들이 남긴 기록으로서 고전.

그 어떤 삶도 완벽할 순 없으니 그 누구도 온전히 지혜로울 순 없으니, 최선은 피할 수 없는 좌충우돌을 겁내지 않는 것, 그리고 최대한 즐기는 것, 이를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말하고 있었고 우리가 이러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서른아홉 개의 고전들.

역시나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들이 많았고 저자가 건넨 이야기를 들으며 고전은 거창한 것이 아닌 어쩌면 평범할 수도, 어쩌면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 빛나는 삶을 달고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읽고 싶어진 책들이 있었습니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그동안 내가 알았던 '슬픔'이 마냥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님을.

기쁨이 감정을 밖으로 발산하는 감정이라면 슬픔은 밖에서부터 내 안으로 수렴하는 감정이다. 슬픔을 아는 자는 타인의 고통이나 불행에 쉽게 감응한다. 기쁨ㅇ은 우리를 행동하게 하지만 슬픔은 우리를 사유하게 한다. 문학에 기여한 많은 작가들이 기쁨보다 슬픔에 더 반응한 이유다. 슬픔을 모르고서 우리는 시를 쓸 수 없고 그림을 그릴 수 없고 노래 부를 수 없다. 탁자를 두드리며 부르는 유행가 가락에도 슬픔이 배어 있지 않은가. - page 77 ~ 78

슬픔이 사람을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육체 단련을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듯 영혼의 단련을 위해선 슬픔이 필요하기에.

슬픔을 아는 그가 그려낸 이야기를 저도 기회가 닿는다면 읽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

소피아와 할머니가 여름 내내 섬에서 같이 걷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일상을 나눈 이야기.

서로의 세상을 침범하지 않고 함께 지내지만 혼자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이들.

슬픔도 기쁨도 이야기 사이에 풀잎처럼 껴 있어 그것을 발견하는 일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는데...

무엇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지낸 적이 있기에, 지금은 병상에 계시는 할머니가 너무나 그리워지면서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을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창밖에서 낳은 엄마다. 건너다보는 엄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아득해진다. 할머니는 늙고, 소피아는 자랄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 page 172

무심히 책장을 바라보았는데...

아직 읽지 않고 꽂혀있던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눈에 띄었습니다.

자기 자신으로 살다 간 사람이라는 '스토너'.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릴 땐 요절이 근사해 보였으나 이젠 안다. 누구라도 인생을 끝까지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귀하다는 것. 자기 일을 오랜 시간 해왔을 뿐인데 어느새 폭삭 늙어버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삶, 이런 삶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비범'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혹은 평범해 보이게) 사는 일이 아닐까.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다독임, 생을 향한 긍정 없이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 - page 238

우선 이 책부터 읽어야겠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좋은 소설은 겪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 한다. 다 읽은 후 고치처럼 몸을 말고 웅크리게 만든다. 마치 상처받은 것처럼. 이야기가 몸에 상처를 내고 들어와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랄까. 어떤 이야기는 읽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 page 49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아니 내가 잡을 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또다시 귀를 기울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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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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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이 '유품정리사'.

어느덧 7년이란 시간이 흘러 또다시 그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외로이 떠난 이들의 마지막 자리를 정리하는 일을 25년이 넘도록 해오고 있지만 유품을 정리할 때면 여전히 안타까움과 먹먹함이 밀려든다는 저자.

그렇지 않아도 막막해져가는 세상 속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지만 동시에 희망을 느껴보고자 이 책을 읽어보려 합니다.

잠시 속도를 늦추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겠습니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우리가 함께일 수 있다면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유품정리사

그가 써내려간 다정한 배웅의 기록

남겨진 것들의 기록



고독사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가까운 일임을 알게 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나고 관련 정책도 마련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고독사 자체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하였습니다.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1인 가구, 이혼이나 실직으로 주변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고독사의 위험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비중이 커졌다고 합니다.

'우리'를 잃고 '개인'화되어가는 세태...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삶의 무게는 버티기 힘겹고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기에 수없이 좌절했을지도...

벼랑 끝에 내몰리기 전 우리가 조금만 더 다정해진다면 외롭고 쓸쓸한 마지막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사람의 의미'를 전하고자 남겨진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자가 찾은 현장들.

강박장애로 집 안에 물건을 가득 쌓고 살아온 중년 여성의 쓸쓸한 마지막,

세상의 어른으로 살고 싶었지만 마음이 그늘에 짓눌려 끝내 세상을 등진 청년,

이혼 후 두고 온 아들을 잊지 못하고 밤새 대문 앞을 지키던 치매 노인의 애끓던 모정이 꺼져가는 순간...

각자의 사연으로 저마다 다르게 물들인 인생의 마지막 장면들은 안타까움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희망은 자가발전이 잘 안 된다. 혼자서 아무리 기를 써봐야 쳇바퀴 위를 구르는 것 같아 지치기 십상이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꿈꿀 때 희망이 생겨난다.

하지만 고인들의 집에는 없었다. 관계도, 대화도, 웃음도. 세상과 단절된 집 안에서 이미 자신감을 잃었고, 세상으로부터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상실감에 휩싸여 좌절했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그들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외로움을 자처했고 결국 외로움에 잡아먹혔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야 하거늘 문 여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희망을 외로움으로 바꾸고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 page 178

그 희망의 지푸라기라도 있었더라면 그렇게나 고독하게 죽어가진 않았을 텐데...

지금의 난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절망을 잠시나마 들여다보고 환기해줄 관계나 제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베란다 벽을 타고 들어오는 냄새로 괴로워하기 전에 서로에게 작은 창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무감해지는 대신, 죽음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는 대신, 사는 동안 서로에게 나지막한 울타리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 page 228

무엇보다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한 계절만 지속되지 않는다. 사계절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의욕을 품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있고, 눈부시게 성장할 때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꽃 같은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실패에 좌절하기도 하고, 숨죽여 때를 기다릴 때도 있는 법이다. 인생은 굽이치고 이번 모퉁이를 지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눈 덮인 산과 꽁꽁 언 강만 보이는 겨울이라도 그 시간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눈 덮인 땅속에서도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홀로 분주하다.

단단히 옷을 여미고 겨울을 버티고 나면 포근하나 봄이 선뜻 다가오기도 하는 법이다. 곧 다가올 봄을 못 보고 가버린 고인이 못내 아쉽다. - page 132

그러니 딱 한 걸음만.

죽음으로 달려가지 말고, 딱 한 걸음만 삶 쪽으로 방향을 틀기를.

그리고 손을 내밀어보기를.

나도 그 손을, 그 길을 동행할 테니 우리 함께 살아보자!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또 한 명의 인생을 지웠습니다"라는 문구 대신 "또 한 명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기를. 누군가의 인생을 지우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남겨진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책이 시작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page 15

이 진심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그래서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떠난 이들의 뒷모습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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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 - 마스다 미리 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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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짝임을 발견해내는 작가, '마스다 미리'.

최고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입니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읽고 소장하곤 하는데...

이번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였다고 했습니다.

그 시절의 그녀의 시선으로 그려낼 이야기.

기대되었습니다.

언젠가, 작고 소중한 어린이였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작은 나



입학식으로 시작되는 봄부터, 여름 장마와 신나는 방학을 지나, 향기가 만 리까지 간다는 꽃나무를 발견하고 전학생을 기다렸던 가을, 산타 할아버지와 설날이 있는 겨울까지.

작고 소중해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꼬꼬마의 사계절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놀아 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어른이 된 지금도 이따금 행복한 기분이 들어. - page 5

이 문장만으로도 뭉클함이 느껴졌던, 애틋하고 그만큼 행복한 그 시절 그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였지만 결국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리게 하였고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를 키우면서 '라떼는~' 하며 떠올려보곤 하였었는데 그때의 기분과는 달리 책을 읽으면서는 왜 같은 추억인데도 핑크빛일까...

그녀의 귀염보짝한 일러스트를 만나면서 몽글해진 마음 때문일까...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는 것이 더없이 정겹고도 소중했었습니다.

아이들이 마냥 어리지만은 않다는 것을, 나름의 속 깊은 그들을 '작은 나'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작은 나로부터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건넨 위로.

그 어떤 말보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건널목 신호가 파란불인데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구급차를 바라보며 주고받은 대화.

"구급차는 신호를 안 지켜도 돼?"

"그래. 아프거나 다친 사람이 타고 있으니까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하잖니?"

...

"그거 다들 알고 있어?"

"알고 있지."

"그거 예전부터 정해진 거야?"

"예전부터 정해져서 다들 지키고 있어."

...

어른에게도 어린이에게도 똑같은 규칙이 있고 그걸 모두가 지킨다. 나는 기뻐서 엄마에게 말했다.

"그거 정한 사람, 대단하다!" - page 78 ~ 79

당연하다고, 그저 지나칠 일들이 작은 나의 시선으로는 멋지게 보이는...

친구와 보물을 흙에 묻자며 우유 뚜껑을 묻곤 다음날 다른 아이가 묻었던 곳에 관심을 보이니 어쩔 수 없이 달리는 놀이를 한 그들.

그리고 간신히 단둘이 남았을 때

"벌써 누가 훔쳐 갔을지도 몰라."

어제 그 키 큰 풀이 있었다. 그 앞의 흙을 팠다. 보물을 파는 건 묻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우유 뚜껑이 두 개 나왔다. 아무도 훔쳐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니피그 모양의 돌을 묻었고, 친구는 줄무늬 돌을 묻고 집으로 돌아갔다. - page 93

흙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을 무너뜨리는 게 아까워 냉장고에 넣어 점토처럼 딱딱해지길 바랐던 아이.

하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아이에게 흙을 냉장고에 넣었다고 혼냈던...

이런 동심이 지금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어른이 된 게 쓸쓸하였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데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좋은 기억으로 쌓아가길.

그렇게 '작은 나'가 '큰 나'로 성장하길.

마음속으로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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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3
엠마 야렛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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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 어린이 도서상, 옥스퍼드셔 그림책 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 '엠마 야렛'.

우리 아이들이 최애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아무래도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같이 논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제일 많이 책장에서 소환되었었고

잘려 나가거나 구멍 난 페이지에 손을 넣다 보면 찢어지기 일쑤였고

읽을 때마다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던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시리즈.

드디어 4번째 얌얌이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이 먼저 반응을 하였던 이 책.

이번엔 어디 어디 숨을지 저도 한 번 찾아보려 합니다.

얌얌아! 어서 돌아와!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는

이 늦은 시간에 대체 어디 갔을까요?

잘 자요!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어느 늦은 밤.

얌얌이 집을 열어 보니,



코 잠든 줄 알았던 얌얌이가 사라졌네요.

어디 갔을까요?

어머나!

잠자리 동화책을 마구마구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미운 오리 새끼> 속에 들어간 얌얌이는 다른 오리들과는 생긴 게 완전히 다른, 유난히 노랗고 복슬복슬한 털이 난 아기 오리?!

이 녀석은 늘 배고파서 동화책을 먹는 이상한 도깨비일까요?

아니면 커서 아름다운 백조가 될까요?

<신데렐라> 속에 들어간 얌얌이.

앗! 저기 보이네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무도회장에서 함께 춤을 추는 그때 무엇인가 나타나 시계에 철컥!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얌얌이로 무척 당황했을 거예요.

얌얌아, 이번엔 또

어디로 가는 거니?

자장가 <작은 별> 안에 들어간 얌얌이.

별까지 먹어 치우다니!

얌얌아, 이제 그만 돌아와!

'코~' 잠들 시간이야!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치는 얌얌이.

과연 잠자리에 들 수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서 읽었었는데...

읽고 나서 더 눈이 말똥거리며 얌얌이를 찾겠다고...

이게 아니었는데...

더 화려한 플랩북으로 돌아온 '책 먹는 도깨비'.

저도 같이 책 넘기는 재미에 빠져들었었습니다.

뭐든지 먹어 치우는 얌얌이.

옛날이야기, 공룡 책, 백과사전.

다음엔 어떤 책과 함께 나타날지 기대하며 아이들은 가지고 있던 얌얌이를 다시 꺼내들고는 또다시 얌얌이를 찾으러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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