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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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좋아합니다.

『수도원 기행 1, 2』를 좋아하는데요...

수도원을 거닐며 자신과 인간 그리고 신에 대한 성찰을 그녀만의 매혹적인 문장과 깊은 울림으로 선사하는데...

읽고 있으면 제 주위는 고요해지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가끔 속이 시끄럽고 복잡하면 손에 잡히는 페이지를 읽곤 합니다.

이런 글이 참 고팠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뭉클함이...

이 책과 함께 또다시 저만의 시공간 속으로 거닐어볼까 합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너는 또다시 소수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는 택해야 한다,

그 고독을.

그것이 참된 것이라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3년 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섬진강가에 정착하게 된 그녀.

사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대답해 봐. 정말이지, 어떤 때, 너는, 진심으로 행복하니 혹은 행복했니?'

이때 머릿속으로 뜻밖의 풍경이 떠올랐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늦은 여름의 저녁, 당시 주말 집으로 사용하던 평창의 시골집에서 아직 어렸던 아이들을 아주머니 편에 먼저 서울로 보내고 밀린 원고를 쓰려고 혼자 남아 있었던 한적함...

된장국에 넣을 아욱을 따고 가지와 애호박, 풋고추와 상추를 딴 바구니를 들고 텃밭 울타리를 나와 집 쪽으로 몸을 돌리던 어떤 순간.

어스름의 그 찰나 평범한 시골의 풍경이 그녀의 머릿속에 여러 번 떠올랐고 결국 하동리 평사리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 무렵 방문한 친구들은 그녀에게

"외롭지 않니?"

하고 물었었고 그녀는

"응, 말이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들을 귀가 아직 싱싱하고, 신기하게도 맘속에 한 줄기 섬진강이 지치지 않고 흘러가고 있어. 세상의 어떤 자들도 빼앗아가지 못하는 푸르고 청정한 그 물줄기가 말이야. 가끔 내 한숨과 눈물이 보태지기는 하지만."

...

"나는 좀 고요하고 싶어."

고통과 외로움 혹은 결핍 대신...

그러다 무슨 까닭이었을까.

예루살렘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왜 예루살렘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히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깨닫게 되겠지.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답이 언제나 그 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답은 없어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 - page 51

그렇게 목적지는 예수의 탄생과 성장,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곳으로, 요르단 암만을 시작으로 갈릴래아 호수, 요르단강, 쿰란, 나자렛, 베들레헴, 예루살렘 등을 차례로 순례하게 됩니다.

전에 순례했던 유럽의 수도원과 성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중동의,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분쟁 지역이었기에 보다 특별했고 치열했으며 그녀의 솔직한 인생 고백, 고통 속에서의 깨달음은 묵직이 다가왔었습니다.

그러니 수많은 성인들, 수많은 현자들이 인간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간 것이었으리라. 거기에는 우리 감각을 미혹시키는 배경들이 가장 최소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불교에서 '미혹'이라고도 말하는 그 모든 감각을 지워버리고 나면 인간은 하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통곡하는 것이다. - page 155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가끔은 존재를 찢는 듯한 고통을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대신 고통을 거부하려고 헛되이 싸우던 그가 망가지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보았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제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 page 189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환갑 파티에서 건넨 이야기.

"젊은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현명해지고 너무나 너그러워지고 너무나 침착해졌다고 너희가 칭찬해 주니 그게 참 기뻐. 그런데 이렇게 된 건 나이가 내게 준 것이 결코 아니야. 나이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그저 퇴보할 뿐이야. 더 딱딱해지고 더 완고해지고 더 편협해지지. 자기가 바보가 된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만일 내게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건 성숙해지고자, 더 나아지고자 흘린 피눈물이 내게 준 거야. 쪽팔리고 속상했지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때 피눈물이 흐르는 거 같았거든. 그런데 육십이 된 오늘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일 잘한 게 그거 같아. 칭찬해, 내 피눈물!" - page 78

살아간다는 게 참 어렵다는걸...

그럼에도 견뎌 내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격려의 박수와 응원을 건넨다는 것을...

덕분에 외롭지만 외롭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독의 한가운데서 외쳐준 그녀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다시금 곱씹으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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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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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순례길에 동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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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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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나왔지만 책으로 읽었던 『히든 피겨스』.

1950년대와 1960년대, 노예해방이 이루어지고 백여 년이 흐른 뒤지만 여전히 존재했던 흑백 차별.

남녀 차별은 말할 것도 없었던 그 암흑의 시기에 흑인이자 여성으로 자신들의 재능을 빛내 인류를 달에 보낸 인물들.

'히든 피겨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존경과 동시에 용기에 저 역시도 마음속 열정의 불씨가 잠시 타오르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꺼져있지만...

그러다 또다시 불을 지펴줄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사 '프시케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 '린디 엘킨스탠턴'.

그녀가 전할 이야기는 또 어떤 감동을, 불씨를 피워줄지 기대되었습니다.

"질문은

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팔을 뻗어

주변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나사 '프시케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 린디 엘킨스탠턴이 전하는

질문이 연 세계,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성실하기만 한, 아직 확실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10대 예비 지성인.

그러다 대학교 입학 원서를 내야 할 때가 되면서 상담 교사로부터 제안받은 분야 중 하나가 산림 관리학이었습니다.

그 분야를 잘 몰랐지만, 과학에는 흥미가 있었던, 그중에서도 지질학에 관해 생각할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를 받았던 그녀.

수십억 년 동안 행성들이 궤도를 공전하고 태양이 빛나고 있는데 1분 1초가 무슨 소용인가? 내가 아무리 핵무기의 파괴력이 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 그저 우주적인 시간의 한순간을 스쳐가며 앞으로 수십억 년은 더 지속될 조그마한 행성에 거주하는 작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이라면 말이다.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뻗어 있는 지질학 연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치 무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들이켜는 느낌이었다. - page 23 ~ 24

학생 모두가 존경했던 미적분학 예비 과정 선생님은 그녀에게 MIT 추천서를 써주는 데 동의하면서도

"너는 절대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없을 거야."

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MIT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MIT에서 여학생들은 다들 어느 순간 배려 받아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으며 사실 실력이 충분치 못하다'

는 말을 듣게 되고 교수로부터

"질문이 지나치게 많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말을 듣는 등...

그녀가 나아가는 길목에는 늘 가능성을 제한하는 세상의 말들이 끼어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주저했다면 지금의 그녀가 있지 않았겠지요?!

그녀의 사고방식은 '할 수 없다'는 말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질문으로 낡은 오해를 논박하고 관행을 바꾸고 학계의 연구 모델을 바꿔나가게 됩니다.

MIT에서 질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가 아니라 누군가를 찌르는 검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돋보기가 되어줄 질문이었다.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에 준비가 되어 있을까? - page 47

나는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귀담아들으며, 지식을 갖춘 선배 과학자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지속적인 투쟁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것은 질문을 가장한 논평이나 비판을 하는 것과 달리 모든 사람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 page 206

그렇게 모두의 질문이 환영받는 교육 환경과 조직 문화를 이끌게 되고 린디 엘킨스탠턴이 평생 이끈 연구도 가설에 대한 가설, 질문에 대한 더 큰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됩니다.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 page 26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혼돈, 여정들을 위로한 건 '과학'이었습니다.

우주는 린디 엘킨스탠턴에게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깨달음, 우주의 깊고 긴 시간은 그 어떤 실패도 작은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런 우주가 준 위로를 발판으로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나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성 탄생의 비밀을 밝히고자 지구 핵과 가장 비슷한 물질로 구성된 소행성 프시케 탐사 프로젝트.

그러던 중 암과 싸우며 수많은 연구와 치열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선발되었던 이 프로젝트.

이때 그녀가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암과 싸우며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학과장 일을 새로 막 시작한 동시에, 프시케 프로젝트 팀을 이끌어 1단계 제안서를 작성하는 당시 나를 이끈 주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이제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몰두했다. 그 당시에도 이미 나는 뒤를 돌아보며 무언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 자체, 길 위의 벽돌 한 장, 하나하나의 인간관계가 모두 가치가 있었다. 계속 발전하고 뭔가를 만들어내려는 추진력이 나를 집중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껏 우리가 해 온 모든 과정 때문에 비록 우리가 선발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age 366 ~ 367

무엇보다 '질문의 힘'을 보여주었던 그녀.

우리 모두 어린 시절엔 '질문 로봇'처럼 많이도 했었는데...

지금 제 아이를 보더라도 점점 저에게 향하던 질문이 줄어드는 걸 보니...

다시 한번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질문해야 함을, 그래야 성장뿐 아니라 위안도 얻게 됨을 일러주었습니다.

여성이자 행성과학자 린디 엘킨스탠턴.

그녀의 여정으로부터 도전과 용기를, 또다시 제 가슴속에 꺼져있던 불씨에 희망의 불씨를 피워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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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필요해, 오스카!
플로렌시아 에레라 지음, 로드리고 로페스 그림, 성소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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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은 선택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아이 책을 선택하기란 너무 어렵기만 합니다.

글 밥이 어느 정도가 좋을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떨지,

무엇보다 아이에게 흥미를 유발할지...

아이와 같이 서점을 가게 되면 아이의 눈에는 유명 유튜버가 그려진 책만 읽겠다고 집어오고...

그렇다고 제가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펼치자마자 이미 유튜브로 보았기에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고 책장에 고스란히 꽂아둔 모습을 볼 때면...

하아...

(아마도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한참 기대에 부풀어 전집을 사 주었지만 관심 1도 안 보이는 모습과도 같겠지요... 하하핫;;;)

그래서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는 제가 골라주곤 합니다.

이 그림책을 보자마자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조금씩 사춘기를 향해가는 아이이기에 '자아실현'이 무엇인지 주인공 오스카와 함께 용감하고도 즐거운 여정을 함께 하길 바라봅니다.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린이 픽션 부문 수상 작가

오스카는 자신에게 꼭 맞는

의미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의미가 필요해, 오스카!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짖는 것.

자신이 짖으면 꼬마 녀석들이 무서워서 펄쩍펄쩍 뛰는 게 재미있었던 '오스카'.

이것밖에 재밌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 멍멍 짖을 수도 없는 반려동물 아니, 애완동물로 살면서 무료해졌습니다.

변화가 필요해.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 page 7

그래서 반려동물로서의 삶에 사표를 던지고 거리로 나서게 됩니다.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삶을 통째로 바꿀 변화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 page 10

거리를 탐험하면서 여러 직업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친구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의욕적으로 살고 있었지만 어쩐지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 생각한 오스카.

그럼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그러다 비로소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을 찾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보살피면서 서로 사랑하면서 사랑받기도 하는 일.

"카넬라, 나도 안내견이 될 수 있을까요?" - page 43

이것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간절하고도 용기 있고 주도적으로 해내는 오스카.

결국!

내가 해낸 거야. 나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졸업했단다. 조끼와 멜빵, 손잡이를 받았을 때 얼마나 뭉클하던지. 드디어 나만의 유니폼이 생겼어! 나의 멋진 노란 조끼! - page 50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삶을 탐색하고 실현하는 오스카를 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두고 이루고 싶은 일들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갈 때.

사실 지금의 저도 매번 하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막상 용기도 나지 않고 방황의 연속 속에서...

마음이 흔들렸어. 배도 고프고, 으슬으슬 추웠거든. 포기할까?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지만 집으로 들어갈까? 매일이 똑같아서 지루하고 의미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생활을 계속해야 할까? - page 35

그저 그렇게 살아갔었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었는데 오스카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삶이 진짜 의미 있을까...?

가슴이 저릿저릿하였습니다.

불안을 따뜻함과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루어낸 오스카.

자아실현은 아이보다 우선 저에게 필요한 숙제였습니다.

어떤 미래를 살아갈 것인가...?

다가올 새해엔 이 해답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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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루하면 죽는다 -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
조나 레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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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에서 잠시 눈을 떼고 휴대폰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시간 순삭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쁘게 넘기는 손가락!

한시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눈!

보다 재밌는 거, 자극적인 거를 찾아보겠다는 내 모습을 보면... 참...

뭐라 해야 할까나...

그렇지 않아도 요즘 '도파민'에 대한 책들도 눈에 많이 띄는데...

무엇보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우리 모두는 푹 빠진 소설이나 드라마에 몰입할 때,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시를 읽고 벅차오를 때 미스터리를 향한 희열과 갈망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런 경험을 설계하는 법, 나아가 그런 경험이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이유를 이론적으로 명쾌히 풀어내는 게 이 책의 목표다. - page 28

비록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는 아니지만 내가 그토록 빠져드는 이유를 한 번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지루하면 죽는 세상"

도파민 기폭제를 찾는 창작자들의 필독서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으로 밝히는 흥미로운 매혹의 법칙

지루하면 죽는다









1926년 12월 3일 밤, 애거사 크리스티는 어린 딸을 재운 뒤 모피 코트와 트렁크를 챙겨 회색 모리스 카울리를 몰고 저택을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석회를 캐는 구덩이 근처에서 애거사의 차가 발견되게 됩니다.

전조등은 커져 있었고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없는...

그리고 애거사는 사라졌습니다.

당시 애거사 크리스티는 무명에 가까운 미스터리 작가였습니다.

그해 봄 에르퀼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는 세 번째 장편소설 『애크롱이드 살인 사건』을 출간했지만 몇천 부밖에 팔리지 않아 적잖이 실망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 아치는 젊은 여자와 눈이 맞아 계속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자살일까?

살해당한 것일까?

애거사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11일이 지났을 때, 해러게이트에 있는 스완 온천 호텔에서 밴조를 연주하는 한 뮤지션이 실종됐다는 작가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무도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애거사였습니다.

그녀는 훗날 이렇게 선포합니다.

체포가 아니라 추격전.

"그때를 기점으로 나는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신했다."

자신의 실종 사건에서 터득한 교훈을 작품에 적용했습니다.

바로, '미스티러'.



미스터리는 우리가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의 마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속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건과 플롯에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계속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힘이며, 그리하여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

이런 콘텐츠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자 재미와 서스펜스의 핵심인 미스터리를 단순히 여기저기에 심고, 새로워 보이는 스타일에 시도하면 될까?

저자는 '가장 이상적인 끌림'을 설계할 다섯 가지 전략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1 예측 오류의 짜릿함 선사하기

2 상상력 증폭시키기

3 규칙 깨부수기

4 마성의 캐릭터

5 모호하게 흥미롭게

이를 활용했던 작품들, J.D. 샐린저의 미학이 빛나는 소설, 뉘앙스만으로 사로잡은 비틀스의 노래 가사, 해독할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전 세계 과학자와 역사학자 들을 매혹했던 보이니치 고문서 등을 살피며 활용법을 짚어내주었습니다.

선명한 것이 분명 더 쉽다. 하지만 우리가 <화이트 앨범>과 J.D. 샐린저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계속 다시 듣고 읽는 이유는 신탁처럼 해석해야 하는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서 오는 쾌감 때문이다. 작품 속의 진리는 살아있고 계속 바뀌고 있다. 우리처럼.

예술은 거울이다. - page 214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는 달랐습니다.

작품 속 미스터리에는 매료되면서 막상 현실에서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마주하면 불안을 느끼며 이런 상황을 꺼리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역설을 짚어내며 수수께끼를 품은 작품들이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 그 자체의 삶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데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알 수 없는 사실이 있다는 걸, 미스터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 우리가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그만큼 적다는 걸 인정해야 하죠. 그러면 겁이 나잖아요. 그래서 실수를 반복하는 거예요. 마음놓침이 이런 식의 행동을 유발하죠." - page 284

마음놓침의 해결책으로 '마음챙김'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음챙김의 핵심은 새로운 것들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뭔가를 알아차리면 현실을 자각하는 동시에 내가 생각보다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일정하면 바깥세상도 그렇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세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끊임없이 달라지죠." 마음챙김은 그 변화를 볼 수 있게 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평범한 일상을 한계 없는 게임으로 바꾸고 도처에 존재하는 불확실한 것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 page 285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인생이란 미스터리도 어떻게 재미와 의미를 찾아야 할지 저만의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은 어떤 미스터리를 마주해볼까...?!

또다시 눈과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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