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신학 입문
칼 바르트 지음, 신준호 옮김 / 복있는사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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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20세기의 유명한 신학자 중 하나인 칼 바르트가 생의 마지막으로 했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일종의 신학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신학의 기초는 어디에 세워져 있는가(하나님의 말씀과 그 말씀을 들은 증인들, 그리고 그 증언들을 전수해 온 공동체, 이 모든 것을 이끄시는 성령!), 실제로 신학 작업을 할 때 신학자가 겪게 되는 상황들(놀람과 당황, 신학자의 의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믿음에 관하여), 신학이라는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들(고독과 의심, 시험들, 하지만 그럼에도 갖게 되는 희망)에 관한 언급을 지나, 말 그대로 신학에 임하려는 후학들에게 하는 조언들(기도와 연구가 함께 가야하며, 봉사하는 자세로, 사랑 위에서 하라)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이 책을 가지고 두 번의 모임을 하면서 가장 자주 했던 말이 구조가 참 멋지다는 것이었다. 말씀-증인-공동체-성령, 고독-의심-시험-희망 등으로 이어지는 서술의 구조는 멋지다는 말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단순히 실용적인 목적(서술의 논리성)을 따라 가는 것을 넘어 각각의 주제 전체를 감싸줄 수 있는 마무리로 각 장을 마무리하는 능력은 확실히 완숙미를 보여준다.

 

 

     물론 이 책은 그가 연구해 온 신학의 본격적인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신학을 공부하려는 젊은 학생들에게 하는 강의이기에, 겨우 이 책 한 권을 읽고 바르트 신학이 어떻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이 두껍지 않은 책을 읽고도 바르트라는 신학자의 겸손함(실제 성격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학이라는 작업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확실히 겸손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과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을 거의 예술적인 경지에까지 올려놓는 깊은 통찰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바르트의 작업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자유주의, 혹은 현대주의에 의해 왜곡된 기독교의 정통적인 신학을 다시 세우기 위해 애썼던 인물이다. 이 책 안에도 현대주의자들이 거의 완전히 폐기하거나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변형시켜버린 개념인 믿음, 성령, 소망 등을 되살려낸다. 이런 차원에서 정통적인 신앙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꽤나 친숙해야 할 것 같은데, 또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은 그의 글은 지독히도 어렵고(!), 특히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것처럼 그의 성경관에 있어서 약간 다른 부분이 발견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이 책을 통해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한편 바르트는 독일 교회 대부분이(그리고 이 중에는 그의 스승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히틀러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결국 일하고 있던 독일의 대학에서 쫓겨나 고국인 스위스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인지 교회에 대한 그의 관점은 상당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고 있는데, 이를 텐면 교회라는 어둡고 짐이 되는 단어(44)’와 같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싶기도 하다.

 

 

     책에 실린 내용이 좋긴 하지만,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에는 서술 방식이 지나치게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책에 실린 강의가 이루어졌을 당시에는 확실히 획기적인 내용이었겠지만,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 책에 실린 내용을 훨씬 쉽고 보다 논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좋은 책들도 많이 나왔으니까. 물론 고전급에 해당하는 책들의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거긴 하지만, 우리가 읽어야 할 책들은 너무나 많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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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 - 한국 교회 무엇이 문제인가
박영돈 지음 / IVP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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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한국 교회는 여러 부분에서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 이 책은 그런 한국 교회의 문제점들을 차분히 집어가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한 신학자의 노력을 담고 있다.

     책에서 저자가 가장 먼저 심각하게 보는 문제는 대형교회 지상주의이다. 목회의 성공과 교인수의 증가, 혹은 거대한 예배당 건축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려는 이 성공주의적 태도는 신학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켜왔다. (현재의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 추락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기인한다) 문제는 작은 교회들도 사실상 대형교회를 지향하게 되면서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

     이어서 저자는 강단에서 행해지는 설교의 문제로 넘어간다. 진지한 신학적 배경과 성찰 없이 이뤄지는 설교 준비와 설교는 교회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며 나아가 교회를 엉뚱한 길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책의 세 번째 파트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 특별히 설교 준비 부분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부분과 함께 바른 교회론에 입각한 전도와 평신도들의 신앙적인 삶 등에 관한 조언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아픈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야 했다. 확실히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교회는 여러 질병들을 앓고 있다. (그 구체적인 예들이야 책에서도 충분히 지적되었으니 굳이 여기에서까지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으리라) 교회라는 이름의 큰 공동체 안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고, 사이사이로 삐져나오는 일탈행위들로 인해 이제는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 또한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인식 그 다음이 문제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는데하는 느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처음부터 함께 몸을 담기를 거부했던 사람들이야 욕하고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겠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만은 없다. 문제가 있으니 해체시키고, 없애버리라는 식의 단순한 지시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 해체된 조직은 사라지지 않고 어느 틈엔가 다른 조직 사이로 스며들어가 이전의 행태를 계속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문제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 왜 그런 문제들이 나오게 되었고,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이렇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집어야 한다. 감정적이기만 한 비판은 도리어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이런 차원에서 현대 교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을 학문적으로 되 집어 보고 설명하려고 시도한 이 책은 나름의 의의가 있다. 게다가 저자는 이 과정을 물어뜯기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세우기위해서 하고 있으니까(애정 없는 비판은 훨씬 더 아플뿐더러 다시 일어설 힘까지도 뺏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두루뭉술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형교회주의나 목회자들의 깊이 없는 설교 같은 부분은 실명을 밝혀가며 지적한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책 속에 언급되고 있는 교회나 목사들의 이름은 한국 교계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여겨지던 분들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교회와 목회자들이다. 이 정도의 비판은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성공이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사용해 손쉽게 자기합리화를 시켜오지는 않았는지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많지 않을까.

     책 후반의 해결방안에 관한 부분이 좀 더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가 전반부에서 지적했던 대형교회의 문제점들 중 상당수가 실제적인 운영방식에 있어서의 문제였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 점은 더더욱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아프기는 하지만 한 번쯤 곱씹어 볼만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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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 신국원의 꿈, 비전, 세계관 이야기
신국원 지음 / 복있는사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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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독교세계관 연구자이자 저술가이기도 한 신국원 교수의 새 책이다. 10여 년 전 니고데모의 안경이라는 책으로 대중적으로 읽힐 만한 좋은 기독교세계관 이론서를 냈던 저자는(실제로 이 책은 저자가 낸 책 중 최고의 판매고를..!!), 기독교 세계관이 단지 지적인 이론 차원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음을 아쉬워하며, 그것이 담고 있는 힘을 드러내기 알맞은 방식을 찾다가 역시 이야기’(내러티브)라는 도구를 찾아낸다.

 

     이번 책에서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열네 명의 인물 이야기를 통해 기독교세계관이 가르치는 주제들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2. 감상평 。。。。。。。 

    역시 이야기는 힘이 있다. 옛날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어린아이는 물론, 드라마에 빠져 있는 엄마들, 술자리에서 끊임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들까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그 관심도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성경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그건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원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이야기, 즉 메타 내러티브이다. 그렇게 제대로 들은 이야기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고, 삶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이게 성경에서 말하는 소위 회심이라는 현상이다

 

 

     책은 기독교세계관의 핵심 진술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망이라는 주제가 눈에 띈다. 저자는 시종일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그리고 가져야 하는 소망, 즉 하나님 나라의 회복과 완성을 강조한다. 그 자체로는 물론 참 힘이 나는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그만큼 현실이 암담하고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자체도 좋지만, 앞서 나온 니고데모의 안경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니고데모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다면, 이 책은 그 틀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자체를 보여주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쌍둥이 책이라도 해도 좋을 듯. 내용과 전개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쉽게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책.

 

 

. 오타가 있다. 157페이지에 나온 IMF 사태의 연대는 1988년이 아니라 199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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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톰 라이트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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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 즉 천국을 죽은 뒤 가는 영원한 영혼의 안식처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런 개념은 전혀 성경의 가르침과 다르다. 천국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 세상에 시작된 새로운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키는 말이며, 부활 후 성도들은 이 땅에 온전히 회복된 그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교정된 개념으로 기독교의 여러 오해되고 있는 교리들을 재해석하고, 나아가 부활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바른 믿음이 그리스도인들의 현재의 삶에, 또 교회의 사역에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 신학적으로, 실천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2. 감상평 。。。。。。。  

 

     책 전체에 걸쳐서 저자는 일관되게 육체적 부활의 선함과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모든 교리들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라는 뉘앙스인데,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어떤 신학체계 안의 모든 진술들은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는 법이라, 한 가지 진술을 바꾸면 나머지도 모두 바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바로 이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은 채 몇 가지 진술을 자신의 입맛대로 조정하고도 별 불편함을 갖지 않는 어중간한 사람들인데, 어떤 조직에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의식이 희미해지고, 원래의 비전이 변질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책의 논지에 따르면 교회에서 바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버렸다. 초대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선포되었던 메시지인 육체적 부활과 하나님 나라의 현시성이 현대 교회 안에서 제대로 선포되지 못하자, 내세관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내세의 천국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천국이 좋으면 지금 당장 죽어서 천국 가지 그러느냐는 비아냥거림은 무례하긴 해도 나름 논리의 핵심을 찌르는 지적이다. 소위 예수 믿은 이후 천국 가기 전까지이 땅에서의 삶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하는 질문도 비슷한 논리다. 결국 천국(하나님 나라)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는 단순히 내세관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세관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기독교인들의 삶이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비록 소속된 교파는 다르지만, 저자처럼 이 주제에 대해 바른 성경적 관점을 밝히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확실히 이 진리에 기초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세상에 드러나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언론이란 게 언제나 사태를 더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묘사하는 속성이 있으니까.)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에 대한 강조는 기독교 세계관을 담고 있는 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특별히 육체적 부활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는 이 책만한 수준과 깊이를 가지고 있는 책을 아직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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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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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났던 아빠 맥. 아들과 딸이 타고 있던 카누가 뒤집어지는 모습을 보고 호수로 뛰어들었지만, 간신히 두 자녀를 구해 나오던 사이 막내인 조시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경찰의 추정에 따르면 조시는 어린이연쇄유괴범에게 납치를 당해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았고, 맥은 딸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깊은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맥. 어느 날 그에게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오두막’(미시를 유괴한 범인이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는)에서 그를 만나기 원한다는 내용과 파파’(이는 맥의 아내가 하나님을 부를 때 사용하던 호칭이었다)라는 서명이 있었다. 누군가 장난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맥의 마음은 움직였고 마침 아내가 언니네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친구의 차를 빌려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맞이해 준 것은 푸근한 인상의 흑인 여성 엘루시아와 그의 아들, 그리고 작은 동양여성 사라유. 그들은 흔히 삼위로 알려진 성부, 성자, 성령이었고, 맥은 사흘 동안 그곳에서 함께 머물며 자신의 오랜 의문과 분노, 괴로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한다. 하나님의 본성에 관한 깊은 이해가 담긴 소설.

 

 

2. 감상평 。。。。。。。 

 

   블로그 이웃분(비밀댓글을 달아주신지라 닉네임은 밝히지 않는다)이 추천해주신 책이다. 그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니 감사한 일이다. 추천을 받은 지 딱 2개월 만에 읽었는데, 요새 읽을 책들이 잔뜩 쌓여있어 리스트의 아래쪽에 이름을 올리면 좀처럼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인격화, 인간화 된 하나님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그분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게 된다는 구조는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예수와 함께한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이 모티브를 채용하고 있는 좋은 작품들이고, 무엇보다 성경 그 자체가 이런 구조로 되어 있는 책이 아니던가.

 

   이야기는 힘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삶의 곁에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일들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신학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객관적이고 정확한 언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특성상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 좋은 신학이 기초를 잡아준다면 좋은 이야기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좋은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를 맛볼 수 있게 해 준다. 딸을 잃은 아버지라는 주인공은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가질 수 있는 신에 대한 회의를 극대화시킨 인물이고, 따라서 그가 가진 고민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렇게 강해진 고민은 해답을 더욱 강하고 솔직하게 찾도록 만드는데, 작가는 이 과정에서 그가 하고 싶었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제시해낸다.

 

   소설은 신, 그 중에서도 (삼위일체라는 독특한 양식으로 존재하시는) 기독교의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설명하는 데 힘을 준다. 비슷한 구성과 전개인 예수와 함께 한시리즈의 경우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삶 전반에 걸쳐 조금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자 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후자 쪽은 딸이 살해된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나오지 않아서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삼위일체라는 개념은 신학적으로도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인데, 작가는 삼위일체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이 개념을 실감나게 설명해낸다. 자칫 이런 설명은 지나치게 개인적인 생각에 빠져들거나, 신비주의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정통적인 기독교 신앙에서 지속적으로 (하지만 조금은 어렵게) 가르쳐오던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소설은 문학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구성과 묘사들을 담고 있다. 특히 요새 유행하는 팩션이라는 방식을 따라서,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인 것 마냥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록한다는 식의 방식은 꽤나 실감나서(생각해 보면 복음서의 기록방식이 이렇다) 실제로 주인공인 맥을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종교문학이기는 하지만 문학성이 떨어진다면 이 책이 얻었던 인기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님과의 교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 줄만한 책. , 약간 깊은 내용이라 위에서 설명한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예수와 함께 한시리즈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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