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부르그만, 김기철 / 복있는사람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저자는 이 책에서 성경 속 예언자들이 과연 누구였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 답을 한다. 그들은 단순히 미래에 일어난 일을 점치는 점쟁이가 아니라, 당대의 지배적인 문화(왕권 중심의 보수적이고 현세지향적 문화)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 모순을 고발하면서 일종의 대안적 비전을 선포하는 이들이라는 것.

 

    저자는 몇 명의 선지자들을 예로 들며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우선 파라오로 상징되는 당대의 전제적 문화에 도전했던 모세로, 그는 선지자적 사역의 원형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선지자적 사역의 핵심 주제로서의 애통함의 대표자 예레미야와 소망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구원과 회복을 전해주는 인물로서의 이사야(책에서는 이사야서 후반부를 가리키는 특정한 신학적 입장인 2 이사야로 언급)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삶과 사역으로 종합했던 예수와 그 십자가의 의미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룬다.

 

     책 말미에는 선지자적 상상력에 기초한 교회들의 사역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2. 감상평 。。。。。。。

 

    선지자들을 체제 비판자를 넘어 체제에 도전하는 이들로 묘사하는 저자의 서술은 흥미롭다. 확실히 이렇게 선명하고 약간은 과격해 보이는 도전자들은, 현대인들에게 영웅의 자질을 갖춘 이들로 여겨지고 있으니까. 물론 이런 모습이 단지 현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모세나 예레미야와 같은 선지자들은 당대의 최고 권력자들에 대항하는 아이콘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으니까.

 

    저자는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왕권과 선지자직을 강렬하게 대조시킨다. 이 깔끔한 구도에 따르면 전제적 왕권은 거의 악 그 자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당연히 신의 뜻을 따라 새 하늘과 새 땅을 선포하는 선지자들은 그런 권력자들과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구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모든 선지자들이 그렇게 왕권에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저자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이사야 전반부에는 왕궁을 자유롭게 출입하며 왕의 외교전략과 전쟁의 전술에 관해 조언하는 선지자의 모습이 실려 있다. , 선지자 사무엘은 왕권에 상당히 비판적이긴 했지만, 직접 두 명의 왕을 옹립하는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북이스라엘의 오므리 왕조의 왕들과 심각하게 대립했던 엘리야와는 달리, 그의 제자인 엘리사는 예후 왕조의 왕들로부터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단순한 도식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실 과거의 왕권 전통을 모두 제국주의적인 것으로 보려는 시각은 지나치게 현대적인 감이 있기도 하다. 물론 권력의 탐욕스러운 성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곧바로 모든 권력에 덧씌운다면, 이 세상에 사람들이 살아갈 곳은 아무 데도 없어져버린다.

 

    책 속에도 이미 저자의 지나치게 이상적인 견해의 부작용이 살짝 나타나고 있지 않나 싶다. 저자가 그리는 선지자들의 사역의 효과는 실제적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이고 현학적인 효과처럼 보인다. 예컨대 선지자는 애통하는 이들이다. 그러면 예레미야의 애통은 사람들의 굳어진 마음을 움직여 깊은 정서적 공감을 일으켰는가? , 물론 그것이 그의 사역의 한 모습인 것은 분명하나, 그 자체가 그의 사역의 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감하게 먼저 나간 것은 아닐까?

 

    물론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단지 이론적이거나 이상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책 후반에 실린 실천 후기. 자신이 알고 있는 예언자적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들을 간략히 소개하는 부분인데, 사실 솔직히 말하면 이 소개들과 본문 사이에 긴밀한 연결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교회와 공동체들의 사역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한참 비판을 쏟아내 놓고 갑자기 말을 바꾸는 것 같지만, 위의 비판은 저자의 논지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흐르고 있는 데에 관한 것이지,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 자체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성경에 기초해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오늘날 교회에 있어서, 예언자적 상상력을 품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특히 전 지구적인 세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심각한 부작용들지구적, 또 지역적 빈부격차의 심화, 소비지향적 문화, 탐욕에 의해 망가져 가는 인간의 품성들 등이 심화되고 있는 이즈음, 저자의 목소리는 유효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

 

    선지자의 목소리와는 좀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선지자적인 목소리가 담겨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는 책. 다만 조금 더 종합적이고 현실적(실제적)인 관점이 더해진다면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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