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어린 시절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하려다 먼저 죽은 남동생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윤희. 자신을 원망하며 시도 때도 없이 구타를 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도, 묵묵히 그 매를 다 맞고 있다.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비만 오면 옛날 그 기억이 떠올라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 숨어 있다 보니 어렵게 얻은 일자리는 금방 잃어버리기를 수차례.

 

     어느 날 동네 양아치인 고등학생 진호에게 동생과 찍은 하나 뿐인 사진이 들어 있는 지갑을 빼앗긴 윤희는 얼마 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다시 진호와 조우하게 된다. 조금씩 진호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동병상련의 마음을 갖게 된 윤희는, 이제 ‘누나’로서 진호를 구하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딛으면서 스스로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실수와 잘못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소심한 성격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픔이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통로를 통해 자신의 고통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그런 책임감으로 인해 영화 속 윤희는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남동생을, 자신이 죽인 것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윤희가 아버지로부터 끊임없이 구타를 당하는 것은 일종의 고행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그런 상처들이 스스로를 괴롭게 하거나 자책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의 구타는 그 순간 육체적인 고통에 집중하게 만들 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윤희를 괴롭게 만드는 근본적인 과거의 상처를 계속 떠올리게 만들 뿐이었다. 이런 부분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워하던 진호나, 늘 술에 취해 살며 목적도 없이 윤희를 구타하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책임인지도, 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지도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감독은 ‘종교’라는 대안을 꺼낸다. 오래 전부터 종교란 그 시대의 사람들이 그 시대의 지혜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맡기고 위로와 해답을 얻었던 대상이었으니까. 물론 영화 속에서 종교(혹은 기도)는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만능키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윤희는 기도를 통해 자신을 오랫동안 사로잡고 있었던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되었고, 이후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건 그녀 자신의 용기와 결단의 힘이다.

 

     또, 영화는 그렇게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 낸 윤희를, 또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치유자로 그려낸다. 먼저 자신 안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직업적으로, 혹은 관성적으로 무미건조하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건드리는 영화 속 의사나 교사와 대조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저 영화 속에서 종교가 일정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며 낮게 평가하려는 사람들은, 한 줌도 되지 않는 자신의 지식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평가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오만한 근대인들(그리고 이 영화 속의 차가운 의사와 교사)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제 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려고 했던데다 저예산 영화다보니, 화려하고 웅장한 영상보다는 그냥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편안하고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연기자로 전업한 지 꽤 시간이 흐른 성유리는 이젠 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그녀와 콤비를 이룬 고등학생 역의 이주승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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